우리가 있었다 - 경제학이 외면한 인류 번영의 중대 변수, 페미니즘
빅토리아 베이트먼 지음, 전혜란 옮김 / 선순환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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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특별하다. 일단 특별한 책은 읽을 가치가 있다. 우리의 지경을 넓혀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익숙한 환경 속에서 놓치고 있던 것들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하는 책들은 일단 읽을 가치가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페니니즘에 대한 찬양이나 여성의 권리에 관한 책인줄 알았는데, 책 내용은 그것을 넘어선 젠더의 문제, (물론 여성에 대한 내용이 주가 되긴 하지만)이다. 이는 사실 경제학에서 간과하고 있던 문제이긴 하다.

경제학을 배운 적이 있지만, 경제학은 성을 묻지 않는다. 경제의 흐름을 이야기하지만, 거기에 인간은 그냥 더미같은 인간일뿐 남성이나 여성 같은 젠더적인 인물이 아니다. 좀비같은 인형같은 존재로 그 색이 완전히 지워져 버린 존재이다. 왜 지금까지 이런 부분에 대한 의문을 가지지 않았는지, 오히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더 신기하다. 그만큼 경제학은 젠더를 묻지 않았다.

이 책은 여성학자가 이런 경제학의 근본적인 문제점에 대해 진지하게 이의를 제기하며, 경제의 흐름을 거시적이나 피상적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 안의 주체인 인간을 제대로 보자는 이야기이다. 집안이 파산이 났는데, 그 파산이 국가 정책의 문제인지, 아니면 회사의 문제인지를 보기전에 일단 그 집안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집안을 먼저 둘러보자는 말이다. 지금까지 놓쳤던 새로운 관점이다. 오히려 이런 관점이 지금까지 언급되지 않았다는 게 신기하다. 정말 신기하다. 우리는 이렇게 기존 제도나 관습 속에서 생각없이 살아갈 때가 있다.

책 내용이 어떻든 일단 저자의 이런 새로운 관점 제시 자체로 이 책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전에 알지 못했던, 경제학의 속살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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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잃은 소라게의 외침 맛있는 그림책 5
아시에 일드림 지음, 휘세인 쉰메자이 그림, 명혜권 옮김 / 맛있는책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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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게가 있다. 소라게에게 집은 생존이 걸린 중요한 문제다. 소라가 지켜주지 않는다면 갈매기라든가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라게에게는 튼튼하고 큰, 자신을 지켜줄 집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그 집을 구하기가 힘들다. 자기뿐만 아니라 친구들 또한 집을 구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그러다가 한 친구를 봤는데, 그 친구는 쓰레기로 집을 만들어 이고 다니고 있었다.

소라게들은 자기들의 집이 될 소라나 껍질들이 모두 어디에 갔는지 고민하고, 결국 인간이 자기들의 기념품이나 장식구로 사용하기 위해 갖고 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그 요구를 들은 사람들이 다시 소라를 바다에 되돌려 놓는다는 이야기가 전체 줄거리이다.

뭐랄까? 지금까지 아이에게 동화책을 많이 보여줬지만, 이 책은 왠지 노골적이다. 그리고 표현도 그리 적합하지는 않았다. 어휘의 선택이나 전체적인 흐름이 내가 보기에는 매우 어색하고, 직설적이라 부담스러웠는데, 왠걸 아이나 엄마는 재밌게 읽었단다. 그러면서 진짜 이런 일이 있겠구나 하면서 걱정도 한다. 이렇게 온도가 다르다니. 물론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해서 누구나 보면 알 수 있는 것이지만, 그 주장을 풀어가는 방법이 나에게는 그렇게 독창적이거나 아름답지 않았고, 오히려 수준 이하의 문체라고 생각된다. 너무 직설적이다. 동화책도 문학이라 생각해서 그런걸까?

아뭏튼 아이가 좋아하니 그걸로 된 거겠지. 아이가 이 책의 주인공이니까. 그리고 아이가 책을 통해 얻는 교훈으로 쓰레기에 대해 좀 더 폭넓고 다양한 생각을 갖게 됐으면 뭐, 더 이상 할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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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한자 - 인생의 지혜가 담긴
안재윤.김고운 지음 / 하늘아래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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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봤을 두 가지가 나를 반겼다. 하나는 머릿말에 있는 한시. 내가 좋아하는 한시다.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한시일 거다. 시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도연명도 이런 비슷한 시를 남겼는데, 이것보다 좀 더 심오하다. 시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또 하나는 첫 주제가 욕이라는 것. 대부분 유명한 사자성어나 한시나 경서에서 뽑아낼 만도 한 데 단 두 글자, 욕으로 처음을 시작한 게 산뜻하다. 독창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책은 독창성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두 가지의 신선함이 나에게 책에 대한 흥미를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책 내용이 전부 좋은 것은 아니다. 우선 책 자체도 작은데 글자는 너무 크다. 이는 내용이 빈약할 수 있다는 얘기다. 만약 내용이 철학적이거나 읽으면서 생각해야 하는 책이라면 상관이 없지만, 이 책은 그렇게 심오한 내용을 다루지 않으면서 내용이 작다. 전체적인 흐름을 보면 하나의 주제에 대해 설명하고, 사용한 한자를 분석해서 설명해 준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옛글을 번역해서 설명해 준다. 이게 대략적인 흐름인데, 우선 주제에 대한 내용이 빈약하다. 설명이 깊지 않다는 말이다. 그리고, 파자에 대한 부분은 저자가 이에 대한 상당한 지식이 있음은 알겠다. 그리고 옛글에 대한 해석은 별 내용이 없는데 역시나 글이 크다. 크게 할 필요가 없는데, 그렇게 했다. 그럼에도 내용이 없다. 이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약점이다. 즉,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많은데 어떻게 보여 줘야 하는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무언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또한 전체적인 흐름도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옛글을 읽어보자에서는 옛글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대부분인데, 어느 부분은 앞의 설명처럼 길다. 즉, 서로 중복되는 부분처럼 보인다는 말이다. 이는 저자가 두 명이라서, 어쩌면 서로 한 부분씩 맡아서 하면서 생긴 불일치 같다.

또한 옛글의 인용에서도 이해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있단 주제와 관련있는 내용들이 적혀야 하는데 어느 부분은 상관없는 부분이 있기도 하다. 그리고 어떤 부분은 우리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생소한 책에서 인용을 했는데, 그 인용한 내용이 사실 빈약할 때가 많다. 과연 그 책에서 인용할 필ㅇ가 있는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경전이나 다른 책들에서도 얼마든지 더 좋은 내용으로 인용을 할 수 있는데, 왜 굳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책에서 빈약한 내용을 언급을 해야 했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외에 번역에 있어서도 전체적인 맥락에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지만, 이는 그냥 생략하기로 한다.

전체적으로 독창성은 있지만, 깊이가 적어 아쉽다. 조심스러운 부분이지만 두 분의 저자분께서 너무 한자나 한문만 천착하시는 것 같다. 철학이나 다른 인문학도 함께 살펴 보시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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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철도의 밤 (일본어 + 한국어) 손끝으로 채우는 일본어 필사 시리즈 1
미야자와 겐지 지음, 오다윤 옮김 / 세나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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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와 겐지는 일본 문학에서 유명한 작가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아시아 SF계의 선구자가 아닐 듯 싶기도 하다. 그에게 SF는 판타지의 일종이었을지도 모른다. 당시에는 SF라는 것이 확립되기 전이 아니었을까? SF의 통사는 관심이 없으니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다.

아뭏튼 겐지에게 SF는 하나의 새로운 판타지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가 이룬 환타지는 일본 문학계의 득특한 문학의 한 갈래를 완연한 하나의 분야로 세운 큰 디딤돌이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발생하지 않았고, 다른 아시아에서 보기 힘들었던 당시로서는 전혀 새로운 문학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겐지는 자기만의 사상과 생각 속에서 한 시대를 살아간 인물이기도 하겠다. 그 인물 자체가 판타지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사람들과 만나며 삶을 살아갔을까? 그 머릿 속에서 얼마나 다양한 일들이, 다양한 사건들이 펼쳐지고 있었을까?

겐지의 책이 집에 있지만, 사실 그의 글들은 문맥적으로는 연결이 쉽지 않아 읽기는 해도 제대로 이해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흥미를 갖고 읽기가 힘들다 몽환적이고 자기만의 독창적인 문체가 있지만, 그것을 넘어 자기만의 플롯으로 전개해 가니 기존 문학의 흐름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 때가 있다. 그래서 읽다가 말고 서가에 묻혀 어딘가에 지금 박혀 있다. 만약 좀 더 쉽고, 독자들이, 아이들이 이해하기 쉬운 문체로 자신의 상상속 이야기를 펼쳐갔다면 당대에 더 많은 독자층을 거느릴 수도 있었을 것이란 생각도 한다.

은하철도의 밤을 읽은 줄 알았는데, 지금 보나 읽은 기억이 안 난다. 하나 하나 천천히 읽어가면서 그의 글속에 작가를 만난다. 순수하고 마음이 어린, 작가가 보인다. 은하를 바라보며 그 은하를 여행하는 아이가 되고 싶어한 겐지. 철수는 결국 겐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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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꿈꾸던 그날인가 - 98편의 짧은 소설 같은 이향아 에세이
이향아 지음 / 스타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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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향아 시인을 모른다.

시를 때로 읽지만 그 시를 쓴 시인이 누군지는 보지 않는다. 다만 시를 볼 뿐이다. 어쩌다 시의 느낌이 비슷해서 이 시를 쓴 시인이 그 때 시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할 때가 있지만 그게 전부다.

사실 소설 책 한 권을 다 읽어도 그 소설의 주인공 이름이 뭔지 모르지 말 다했다. 그냥 느낌을 읽으니 인명이나 지명에 너무 소홀히 한다. 그러니 때로 내용이 헷갈릴 때도 있다. 고치려 해도 고쳐지지 않으니 그냥 이대로 살련다. 아뭏튼 나는 이향아시인을 모른다.

다만 이 책에 대해, 에세이에 대해 말할 뿐이다. 에세이도 거의 읽지 않지만, 때로 필이 오는 책이 있으면 읽는다. 이 책도 에세이인 걸 알면서 읽기 시작했다. 물론 책 그림이 마음에 들은 게 가장 큰 이유이긴 하지만.

저자가 서문에 밝힌 대로 늘이지 않고 그냥 그냥 그대로 툭툭 던지니 좋다. 시인의 글들은 대부분 산문도 좋은데, 이 작가의 글도 좋다. 때로 감정이 담기지만 그냥 그대로 툭툭 던지며 털어낼 뿐 먼지털이로 퍽퍽 털어내지는 않는다. 그러니 감칠맛이 난다. 시인이 쓰는 가장 아름다운 글은 시같은 글이다. 읽으면서 느껴지는 운율. 산문 속에서 음악이 흐르고 율동이 느껴진다. 시인은 모든 글들도 시처럼 쓸 줄 알아야 진정한 시인이라고, 나는 개인적으로 항상 느끼고 있다. 이 글에서도 그런 맛은 난다. 그러니 읽을 맛이 난다. 짧은 글을 긴 시처럼 쓸 줄 아는 시인 같다. 어떤 시를 쓰는지 약간 궁금하기는 하다. 찾아서 보지는 않겠지만, 언젠가 시를 보면서, 거기서 이향아라는 이름을 보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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