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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록 (완역본) ㅣ 세계교양전집 3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김수진 옮김 / 올리버 / 2023년 5월
평점 :
명상록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라는 황제가 자기가 보기 위해 내밀하게 지은, 자기 자신을 항상 돌아보기 위해서 갖고 다닌, 은밀한 자기 사상서이다. 그래서 자신에 대해 그리고 주변에 대해 과감없이 있는 그대로 쓰고, 바라보고 자신을 반성한다. 이것이 어찌 보면 정갈하게 다듬은 철학서보다 더 감칠맛나고 더 피부에 다가오는 글의 원인일 수도 있겠다.
스토아학파의 영향은 과거 로마시대 뿐만 아니라 아직도 유효하고, 인간의 사상 속에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 서양 철학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철학중 하나이고, 아직도 살아 숨쉬는 철학이고, 앞으로도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철학적 기반이 되는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왜 이렇게 스토아학파의 영향력이 있을까?
스토이시스트의 특징들이 있다. 신을 경외한다는 것, 자연을 사랑한다는 것, 그리고 인간을 사랑한다는 것. 시대와 공간을 떠나 이 대표적인 스토아학파의 윤리철학은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사상들은 현대의 우리들에게도 많은 공감과 위로를 준다.
나는 스토이시스트이며 톨스토이안이다. 톨스토이 또한 스토아의 영향을 받았다. 지금까지 네 권의 책을 썼는데, 이는 소타이시스트이며 톨스토이안이기에 가능했다. 물론 그들의 사상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계속해서 개인적인 사상과 철학은 발전하고 성숙해 왔다. 하지만, 그 근저에는 스토아가 있고, 스토아를 벗어날 수 없다.
우리 모두는 어느 정도 스토이시스트들이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워낙 많은 명상록 번역본들이 나와 있으니, 그 안에서 분별성을 갖기는 힘들다. 이 책은 그래도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쉽도록 평이하게 번역되어 있다. 과거 번역본들은 난해하고 기초적인 실수를 하기도 했었는데, 이 책은 좀 더 쉽게 명상록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현대에는 정말 쉴수없이 처세술, 자기게발서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런 책들 가운데 좋은 책을 찾기는 극히 힘들다. 내용도 90%는 동일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지엽적인 지식이 아니라, 근저를 이루는 철학과 사상이다. 뿌리가 없으면 항상 갈증을 느낀다.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세술을 배우기 전에 먼저 자기의 철학을 견고히 해야 한다.
병상록은 이런 본질적인 요구에 부합하는 몇 안 되는 책이다. 성인이라면 누구나 봐야 하는 필독서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