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생 - 새이야기
곽정식 지음 / 자연경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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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책이다.

내가 좋아하는 책은 일정한 특징이 있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작가 특유의 문체다. 작가만이 갖고 있는 자기의 향기를 느낄 수 있고, 우리가 알고 있는 또는 관심있는 주제에 대해 자기만의 느낌과 향기로 풀어내는, 일종의 자기만의 몸의 향기 같은 책들을 나는 좋아한다.

그럼 면에서 봤을 때 이 책은 좋은 책이다. 제목만 보면 새에 대한 어떤 안내서, 예를 들면 새에 대한 생물학적인 특징이라던가 새들이 갖고 있는 특징들을 설명한 책으로만 보인다. 하지만 이 책은 물론 그런 것들도 있긴 하지만, 그것들보다는 새에 대한 저자의 경험들을 위주로,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우리들에게 자기 스타일로 설명해 주고 있다. 어떻게 보면 기행문같기도 하고, 시와 소설 같은 맛도 나고, 저자의 생각에 공감되기도 한다. 여러가지 새에 대한 공부와 자료 수집을 자기 안에 잘 섞어서 다시 우리에게 보여주는 느낌이랄까? 아뭏튼 잘 엮어서 우리에게 보여주는 그 맛이 나쁘지 않다. 저자의 필력이 어느정도 느껴진다고 할 수도 있겠다.

특히 제비에 대한 글이 마음에 든다. 제비는 어렸을 때만 해도 어디에서나, 처마 밑에서도 볼 수 있는 흔한 새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서울에서 더 이상 제비를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몇 십년이 지나고, 제주도에 여행 갔을 때 제비를 봤다.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를 만난 것처럼 즐거움 속에 휩싸였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멀리 제주도까지 갈 필요도 없었다. 전동열차를 타고 한 시간이면 도착하는 양평에 가도 제비가 살고 있었다. 그것고 양평 시내 한 복판에 집을 짓고 사는 제비를 보면서, 양평이 아직도 자연이 훼손되지 않은 지역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저자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새에 대한 정보를 우리에게 전해준다. 정말로 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이렇게 많은 정보를 얻었다는 게 놀랍다. 꼭 소설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아마 이런 부분들이 믿기지 않아서 일 듯 싶다.

무튼 저자의 새에 대한 글은 소설같고 기행문 같다.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 같기도 하다. 저자가 들려주는 새의 이야기 속에 들어가면 새가 지금보다 더 친근하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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