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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읽어도 괜찮아 ㅣ 미운오리 그림동화 11
허드슨 탤벗 지음, 허진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23년 10월
평점 :
느리게 읽어도 괜찮다. 잘 못 읽어도 괜찮다.
보는 것에서 읽는 것으로 넘어가는 것은 일종의 문화적 충격이다. 나는 초등학교 어느 순간에 읽는 법을 깨달았던 순간을 아직도 기억한다. 어떻게 초성, 중성, 종성이 모여서 하나의 글자가 되고, 그걸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지, 그걸 깨닫고 즐겁게 간판을 보면서 집으로 돌아오던 기억이 아직도 생각난다. 초증학교 저학년 때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그림에서 글로 넘어오는 순간은 사람마다 다르고, 그 나이 또래에게는 상당한 문화적인 충격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그런 순간을 누구나 겪지만, 사람마다 언제 겪는지는 다 다르다. 기다리면 된다.
이 책은 저자가 경험했던, 어렸을 때 상처로 남았던 느리게 읽던, 잘 못 읽던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당장은 이야기를 늦게 읽더라도, 읽기를 그치지 말고, 즐거움을 찾으라는 작가의 소망이 담겨져 있는 책이다. 아이가 책을 늦게 읽는다 해도, 그게 성장이 느리다는 의미는 아니다. 책에 보면 나오는 것처럼 우리가 아는 많은 인사들이 어렸을 적에 남들보다 열등한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이처럼 아이들의 성장의 과정은 누구나 다르고, 속도도 천차만별이다. 그러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 그냥 기다리고, 같이 책을 읽고 하는 순간을 많이 나누면 될 것 같다.
책을 읽는 건 정말 중요하다. 특히 요즘처럼 시각적인 정보가 넘쳐나고, 그 정보들이 글로 보는 것보다 더 자극적이고 감정을 요동치게 하지만, 인간의 가치는 보는 것을 넘어, 보는 것 속에서 깨닫고, 깨달은 것을 글로 표현해 내는 능력 앞에서 드러난다. 아이들이 어리다면 부모가 꾸준히 독서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아이에게 하나의 모범을 보여주는 것이 장래의 아이에게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