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가의 수첩 - 맛 평론의 원류 언론인 홍승면의 백미백상
홍승면 지음 / 대부등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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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책이다.

설명을 보면 홍승면이란 분은 언론계에 있던 분으로 음식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갖고 계셨던 분으로 설명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예전 주부생활이라는 월간지에 기고한 내용들을 다시 수정, 정리해서 한 권의 책으로 만든 것으로 보면 되겠다. 그러면서 내용 중 상당 부분을 원문으로 적어 당시의 글향을 느끼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글을 읽다보면 왠지 과거의 느낌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좋다.

이 분이 얼마나 음식을 사랑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연구를 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이 나온다. 글을 읽다보면 이전에 모르던 부분들에 대해서도 많은 부분을 알 수 있어서 좋다. 물론 이 글이 이미 50여 년 전에 쓰여진 글이라 그간의 연구의 성과와 다른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당시 거의 음식에 대한 연구가 전무했던 시절에 과거 문헌 등을 통해 음식의 기원을 찾거나 하는 모습은 이 분이 갖고 있던 미식에 대한 열정을 느끼게 해 준다.

글도 꽤 재미있다. 언론인이라서 그런 부분도 있겠지만, 글이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 이것이 이 책의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글도 틀에 박히지 않고, 있는 그대로 생각 그대로 적어간 것 같아 오히려 더 편안히 읽을 수 있다.

나는 살기 위해 먹는 스타일이라 굳이 맛있다는 집을 찾아가지는 않지만, 스스로를 미식가라 말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 쯤 정독하면 음식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짜장면이 한국인의 가장 기본적인 음식이 되었지만, 짜장면이 들어오기 전에는 설렁탕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부분은 어디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정보가 아니다.

다양한 음식과 재료들, 채소들, 그리고 해산물 등에 대한 저자의 솔직하고 과감없는, 그리고 가능하면 정도에서 벗어나라겨 하지 않는 글씀세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다. 이 책이 쓰여진 50여 년 전에도 대구는 점점 더 희귀해지는 생선이었나 보다. 이젠 더 이상 대구를 우리나라에서는 잡을 수 없게 되었다.

이 책을 보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게 있다.

돈까스 등을 먹으면 양배추에 소스를 뿌려서 나오는 집이 있는데, 그 기원이 알고 보니, 독일의 양배추 김치인 자우어크라프트였다. 책에는 직접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지만, 예전에 경양식집에 가면 (경양식은 가벼운 양식, 그러니까 양식이 코스로 나오지 않고 일품요리만 나오는 음식이다. 돈까스집도 예전에는 경양식 레스토랑으로 불렸다) 이런 자우어크라프트가 나왔다고 한다. 그러다가 김치를 담그려니 시간이 걸리자, 대신 생 양배추를 썰어서 거기에 케찹같은 걸 뿌려 음식으로 나온 것이다. 돈까스에 한국식 김치는 차마 못내겠고, 그렇다고 자우어크라프크를 만들자니 시간이 많이 들고 해서, 그냥 생 양배추로 소스만 뿌려서 내보낸 것이다.

이 내용은 책에 나오지는 않고, 책을 보면서 나름 깨달은 것이다. 거의 정확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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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물리학
블라트코 베드럴 지음, 조은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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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물리학에 관심이 많다. 근래에 읽은 책만 몇 권이 된다. 하지만 물리학은 쉽게 설명해도 어렵다. 아마도 기초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 또한 쉽지 않다. 오히려 근래 읽은 책들 중에 가장 난해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힘들다. 어느 정도 물리학에 기초가 있는 분이라면 아마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젠 초보를 넘어 본격적으로 물리학을 알아보고 싶어서, 기초물리학 책을 구입했다. 본격적으로 물리학에 입문하는 셈이다.

책 제목은 고양이와 물리학이다. 원제는 from micro to macro. 저자는 물리학 뿐만 아니라 생물학 등 다양한 학문을 미시와 거시로 연결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원제가 이 책의 내용을 더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고양이와 왜 나왔을까 알아봤다. 책에는 순서에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생물학 파트에 나오는 것처럼 되어 있는데,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나오지 않는다. 대신 위키 등을 검색해서 물리학, 특히 양자물리학과 고양이가 무슨 관계인지를 자세히 알아 봤다.

슈뢰딩거는 자신의 파동이론을 단지 확률로 바라본 학자들을 비판하기 위해 고양이실험을 제시했지만, 결국 이는 양자물리학을 상징하는 하나의 실험이 된다. 이 실험에 의하면 우리는 모두 살아있으면서 죽어있는 중첩된 상태에 있다. 모든 것이 다 존재와 미존재의 중첩, 삶과 죽음의 중첩에 존재한다. 우리는 살아있으면서 죽어있는 존재인 셈이다. 양자물리하의 한계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찌보면 아직 우리가 양자물리학을 이해하기에는 기초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아뭏튼 현대물리학은 나라는 존재에 대한 철학적 인식에 도움을 준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과학과 인문의 결합이 보인다. 과학자들이 이처럼 인문적인 사고를 한 때가 있었을까?

물리학은 지금 큰 과도기를 겪고 있는 것 같다. 인간의 현 지식으로는 담기 힘든 부분을 탐색하고 있다. 어디까지 뻣어나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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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생 - 새이야기
곽정식 지음 / 자연경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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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책이다.

내가 좋아하는 책은 일정한 특징이 있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작가 특유의 문체다. 작가만이 갖고 있는 자기의 향기를 느낄 수 있고, 우리가 알고 있는 또는 관심있는 주제에 대해 자기만의 느낌과 향기로 풀어내는, 일종의 자기만의 몸의 향기 같은 책들을 나는 좋아한다.

그럼 면에서 봤을 때 이 책은 좋은 책이다. 제목만 보면 새에 대한 어떤 안내서, 예를 들면 새에 대한 생물학적인 특징이라던가 새들이 갖고 있는 특징들을 설명한 책으로만 보인다. 하지만 이 책은 물론 그런 것들도 있긴 하지만, 그것들보다는 새에 대한 저자의 경험들을 위주로,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우리들에게 자기 스타일로 설명해 주고 있다. 어떻게 보면 기행문같기도 하고, 시와 소설 같은 맛도 나고, 저자의 생각에 공감되기도 한다. 여러가지 새에 대한 공부와 자료 수집을 자기 안에 잘 섞어서 다시 우리에게 보여주는 느낌이랄까? 아뭏튼 잘 엮어서 우리에게 보여주는 그 맛이 나쁘지 않다. 저자의 필력이 어느정도 느껴진다고 할 수도 있겠다.

특히 제비에 대한 글이 마음에 든다. 제비는 어렸을 때만 해도 어디에서나, 처마 밑에서도 볼 수 있는 흔한 새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서울에서 더 이상 제비를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몇 십년이 지나고, 제주도에 여행 갔을 때 제비를 봤다.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를 만난 것처럼 즐거움 속에 휩싸였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멀리 제주도까지 갈 필요도 없었다. 전동열차를 타고 한 시간이면 도착하는 양평에 가도 제비가 살고 있었다. 그것고 양평 시내 한 복판에 집을 짓고 사는 제비를 보면서, 양평이 아직도 자연이 훼손되지 않은 지역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저자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새에 대한 정보를 우리에게 전해준다. 정말로 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이렇게 많은 정보를 얻었다는 게 놀랍다. 꼭 소설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아마 이런 부분들이 믿기지 않아서 일 듯 싶다.

무튼 저자의 새에 대한 글은 소설같고 기행문 같다.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 같기도 하다. 저자가 들려주는 새의 이야기 속에 들어가면 새가 지금보다 더 친근하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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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물리학 - 인류 문명을 끌어가는 숨은 거인
이광진 지음 / 북트리거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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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물리학이라는 제목은 잘 지은 것 같다.

앞으로 팍팍 나가는 물리학에 대한 미래. 작가는 물리학의 미래를 상당히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최대한 쉽게 설명하기 위해 노력한 것 같지만 나같은 수포자에게는 그럼에도 어렵다. 과거, 현재, 미래로 나누어 책을 쓰고 있는데, 특히 과거 부분의 내용에서는 물리학과 수학의 긴밀한 관계에 대해 언급하는데, 역시나 쉽지 않다. 그러나 물리학과 수학이 밀접히 관련되는 모습은 그려진다. 자연이 수학으로 이루어져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잠깐 해 봤지만, 수학이 갖고 있는 우리가 모르는 미지의 영역에 대해서는 글쎄다. 역시 나는 수학에 대해서는 아는 게 별로 없다.

그나마 현재나 미래 부분은 읽기 편하다. 물리학에 대해 말하지만, 이론보다는 전체적인 흐름을 논하기도 하고,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 비판하기도 한다. 저자는 정말 물리학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래도 현재, 미래 부분은 읽는 데 어려움이 별로 없어서 찬찬히 읽힌다. 이름이 워낙 많이 나와서 이름은 그냥 흘러 읽고 전체적인 내용만 봐도, 나름 재미있다.

요즘들어 물리학과 관련된 책들이 유독 많이 출판되는 것 같다. 하나의 추세인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물리학을 무서워하지만, 점점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책들이 많이 생긴다는 건 독자로서 반가운 일이다.

이 책을 통해 물리학에 대해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개인적인 열망은 어찌 이루어지지 못한 감이 들지만, 이전보다는 좀 더 물리학에 친근감을 갖게 된 건 사실이다. 갈 길이 멀다. 아주 아주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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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록 (완역본) 세계교양전집 3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김수진 옮김 / 올리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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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록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라는 황제가 자기가 보기 위해 내밀하게 지은, 자기 자신을 항상 돌아보기 위해서 갖고 다닌, 은밀한 자기 사상서이다. 그래서 자신에 대해 그리고 주변에 대해 과감없이 있는 그대로 쓰고, 바라보고 자신을 반성한다. 이것이 어찌 보면 정갈하게 다듬은 철학서보다 더 감칠맛나고 더 피부에 다가오는 글의 원인일 수도 있겠다.

스토아학파의 영향은 과거 로마시대 뿐만 아니라 아직도 유효하고, 인간의 사상 속에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 서양 철학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철학중 하나이고, 아직도 살아 숨쉬는 철학이고, 앞으로도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철학적 기반이 되는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왜 이렇게 스토아학파의 영향력이 있을까?

스토이시스트의 특징들이 있다. 신을 경외한다는 것, 자연을 사랑한다는 것, 그리고 인간을 사랑한다는 것. 시대와 공간을 떠나 이 대표적인 스토아학파의 윤리철학은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사상들은 현대의 우리들에게도 많은 공감과 위로를 준다.

나는 스토이시스트이며 톨스토이안이다. 톨스토이 또한 스토아의 영향을 받았다. 지금까지 네 권의 책을 썼는데, 이는 소타이시스트이며 톨스토이안이기에 가능했다. 물론 그들의 사상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계속해서 개인적인 사상과 철학은 발전하고 성숙해 왔다. 하지만, 그 근저에는 스토아가 있고, 스토아를 벗어날 수 없다.

우리 모두는 어느 정도 스토이시스트들이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워낙 많은 명상록 번역본들이 나와 있으니, 그 안에서 분별성을 갖기는 힘들다. 이 책은 그래도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쉽도록 평이하게 번역되어 있다. 과거 번역본들은 난해하고 기초적인 실수를 하기도 했었는데, 이 책은 좀 더 쉽게 명상록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현대에는 정말 쉴수없이 처세술, 자기게발서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런 책들 가운데 좋은 책을 찾기는 극히 힘들다. 내용도 90%는 동일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지엽적인 지식이 아니라, 근저를 이루는 철학과 사상이다. 뿌리가 없으면 항상 갈증을 느낀다.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세술을 배우기 전에 먼저 자기의 철학을 견고히 해야 한다.

병상록은 이런 본질적인 요구에 부합하는 몇 안 되는 책이다. 성인이라면 누구나 봐야 하는 필독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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