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에서 온 남자 울릭 - 프랑수아 를로르 장편소설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지연리 옮김 / 열림원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3,40대 이상인 애서가에게 

'꾸뻬 씨의 행복 여행'은 그닥 낯설지 않은 책일 거 같아요.

저도 제목은 정말 많이 들어 보았는데, 

어쩌다 보니 아직 읽지는 않았습니다.


이 책은 '꾸뻬 씨의 행복 여행'을 지은 작가, 

프랑수아 를로르의 작품입니다.

이 책에도 꾸뻬 씨가 등장해요.^^

정신과 의사인 꾸뻬 씨는 아마도 작가의 페르소나겠지요.


우리나라에서는 2021년 출간되었지만, 

원작은 약 20여 년 전에 쓰여졌네요.

그래도 현재의 시대 감각과 다른 것이 안 느껴지는 것을 보면, 

이 책에서 다루는 '사랑'과 '외로움'이라는 주제는 

그저 사람 사이의 영원한 테마인가 봅니다.  



책의 줄거리는 단순합니다.


북극에 사는 이누크 울릭은 유네스코의 초청을 받아 프랑스에 오게 됩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누이트의 문화를 알리는 친선 대사인 것이죠.


이 이벤트의 이면에는 각각의 셈이 있습니다.

울릭 자신은 약혼녀인 나바라나바와의 파혼을 되돌리려 자청해서 온 것이고,

울릭의 초청과 체류에 돈을 댄 것은 북극에서 석유를 시추하려는 석유회사입니다.

석유회사는 울릭을 이용해 환경을 파괴한다는 비난을 피해보려는 것이었습니다.


부족과 모든 것을 함께 하는 울릭은, 곧 극도의 '외로움'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유네스코 측 자신의 담당자인 마리 알릭스네 집에서 지내게 되지요.


각기 깊은 외로움을 지닌 울릭과 마리는 애인 사이가 되고,

울릭은 방송 출연,강연회 초청, 석유회사의 광고 등 일정을 소화하며 유명인이 되어 갑니다.


이누이트 고유의 남자와 여자의 성 역할과 사랑에 대해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살아왔던 울릭은,

현대의 프랑스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생각에 적지 않은 혼란을 겪게 됩니다.


남녀 평등의 문제, 고독의 문제, 경제적 자유의 문제 등 많은 문제에 대해,

자기와는 다른 생각과 고민들을 들으며 조금씩 이해의 폭도 넓혀 가고 스스로의 내면도 들여다 보게 되네요.


결국, 고향으로 돌아가는 울릭은 적당한 타협(?)을 하게도 됩니다.

고향은 자본주의의 침입과 횡포로 이전의 고향이 아니게 되었거든요.






이 책은 어느 문화권의 삶이 더 낫다거나,

정답을 찾는 책이 아닙니다.


반복되어 제시되는 문제는 외로음과 사랑입니다. 

여러 종류의 외로움, 

혼자라서 외롭고 

함께 해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외롭고,

내가 사랑하는 이가 나를 사랑하지 않아 외롭고.


그리고 그 외로움을 달래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친구들을 찾기도 하고,

젊은 애인을 찾기도 하고, 

외롭지 않다고 스스로를 세뇌하기도 하고. 


외로움이며, 사랑에 대해

 더 많은 논쟁이 가능하겠지만,

정신과 의사인 작가로서는 가장 강력한 마법인 

남녀 간의 '사랑'에 주목해서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결국 사람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 문화를 위해서는

드높은 자긍심도 내려놓을 수 있나 봅니다.

또한,

열심히 지키던 것을 잃게 되면 

한 순간에 무너져버릴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고요.



한없이 따뜻하면서도,

내내 생각케 만드는 소설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비한 유령 박물관 책 읽는 샤미
박현숙 지음, 추현수 그림 / 이지북 / 202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이책을 읽는 독자에게는, 

박현숙 작가님의 신작인 것만으로도 관심가는 작품입니다.

예쁜 일러스트의 표지도 마음에 들고, 

새로운 시리즈 시작이라 꼭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박현숙 작가님은 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많은 동화를 펴내시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여러 어린이들이 열광했던 책이 많지요.

특히 '수상한 아파트'를 비롯한 '수상한' 시리즈는 

초등 고학년들의 필독서가 된 듯합니다.

요즘 아이들의 관심사인 흥미로운 소재를 속도감 있는 스토리로 다루면서도,

가정과 사회 문제도 놓치지 않는 것이 박현숙 작가님의 힘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책의 내용을 앞 부분만 대략 간추려 보면,


소심한 주인공인 오금동은 어릴 때부터 친구였던 서찬이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지냅니다. 서찬이는 신체적인 폭력을 가하기도 하고, 금동의 인터넷 아이디를 도용해 유튜브에 악플을 달기도 합니다.

금동이는 어느 날 밤, 들어가 사진을 찍어 오라는 서찬이의 괴롭힘에 떠밀려 유령 박물관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런데, 유령 박물관에는 정말 유령이 있었습니다. 금동이가 사진을 찍자 카메라를 통해 백설공주 유령과 뭉게 구름 유령이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사실 백설공주는 옛이야기와는 달리 왕자의 언어 폭력으로 인해 결혼 1년만에 죽었던 것입니다. 백설공주는 그 왕자가 시대를 넘나들며 사람들을 괴롭힌다는 것을 알고 왕자를 찾아 단죄하려는 것이었습니다.

뭉게 구름 유령은 자장면 요리사로서 인정받고픈 마음이 너무 커서 유령이 되었구요.

금동이는 백설공주와 뭉게구름 유령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우여곡절 끝에 악플계의 대마왕을 찾게 됩니다.



이 책의 주 소재는 사이버 폭력입니다.

유튜브에 달리는 악의적인 댓글, 명의 도용이 

이런 식으로 이루어지는구나 알게 되었네요.

댓글에 상처받고 의기 소침해지는 뭉게구름 유령이 어찌나 안타깝던지요!

그리고 남의 이름을 빌려 다는 댓글이 

아름다울 수가 없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악의적인 댓글을 거를 수 있는 구조적인 노력,

사이버 폭력을 신고하고 엄벌에 처하는 법적인 부분도 강화되어야겠지요.

그러나 어떠한 부분을 고려해도 논란의 여지가 많은 문제입니다.


디지털 환경에서 살아가야 하는 우리 어린이들은

기본적으로 타인을 배려하는 댓글을 달아야겠고, 

기분이 나빠지는 댓글에도 대범할 수 있는 마음을 키워야겠어요. 

'미디어 리터러시'가 점점 중요해지네요.


또한 이 글에서는 괴롭힘의 문제도 밀도 있게 다룹니다.

어릴 적부터 친구였어도 괴롭힐 수 있고, 

괴롭힘을 당할 때 바로 강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괴롭힘이 지속된다는 것.

그래도 나를 배려하고 도와주는 친구도 있다는 것.

그리고 괴롭히는 아이에게 맞설 용기를 낸다면 

희망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 아이는 아직 어린 초등학생이라 

저는 아직 사이버 폭력이나 따돌림의 문제에 관해 실감하지는 못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디지털 세상에 사는 아이들이 사이버 폭력에 안전할 수는 없겠지요.

또한 따돌림이 점점 지능적이고 악의적이 되어간다는 내용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 책은 어린이들에게, 

이러한 단순하지 않은 내용을 생각해 볼 수 있는 빌미를 줍니다.

오금동을 응원하며, 백설공주를 응원하며 배려와 용기를 배우게 하지요.


뻔한 교훈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과 동화되며 자연스럽게 알게 하는 게 

박현숙 작가님 소설의 묘미라고 생각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북극에서 온 남자 울릭 - 프랑수아 를로르 장편소설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지연리 옮김 / 열림원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꾸뻬 씨의 행복 여행 다음 작품인데 안 읽을 수 없지요! 얼마나 가슴 아플지, 얼마나 마음이 따뜻해질지 벌써 온 마음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비한 유령 박물관 책 읽는 샤미
박현숙 지음, 추현수 그림 / 이지북 / 202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천재작가 박현숙 작가님, 다작하심에도 글들이 다 재미나요~새로운 시리즈라 기대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썬킴의 거침없는 세계사 - 세계대전부터 태평양 전쟁, 중국 근대사까지 전쟁으로 읽는 역사 이야기 썬킴의 거침없는 역사
썬킴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학창 시절, 단편적인 지식 암기의 최고봉이었던 역사!

시험 직전 수많은 연도와 조약, 의의 등을 억지로 외우고,

시험 보고나면 깡그리 까먹고는 했지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이 역사 속 무대이며,

내 가족, 친지가 역사 속의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니

역사만큼 재미난 게 없는데 말이죠.



그런데 지금 우리의 삶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근현대사가

학창 시절에는 더욱 찬밥 신세였던 거 같아요.


많은 내용을 짧은 시간에 독파하려니 주마간산 격으로 훑고만 지나가서도,

현재의 정치 경제 상황과 너무도 치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니 

선생님들께서도 섣부른 논평을 붙이기 어려우셨을 것도 같습니다.

 


그래서 근현대사를 해설해주는 이 책, 

'썬킴의 거침없는 세계사'가 참 반가웠습니다.



이 책의 저자, 썬킴님은 10대와 20대를 미국에서 보내고,

세계 각지로 역사 답사를 다니며 역사에 대한 깊이를 얻었습니다.

현재는 네이버 오디오 클립, 팟캐스트 등에서 역사에 관한 강의를 진행하고 있네요.

저자는 또한 영화 관련 작업에 몸담았던 관계로 영화에도 조예가 깊어, 

책에서도 역사 속의 현장을 다룬 영화를 많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장제스가 대만으로 도망쳐 들어갈 때, 

대만에 원래 살던 사람들은 없었나 궁금했던 적이 있었어요.

역시나 대만에는 본토인들이 있었고, 

장제스는 본토인들을 무참히 학살했군요.=.=



또 책에는 제가 재미있게는 보았는데, 

배경을 잘 몰랐던 많은 영화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반갑고, 고맙네요.^^


책에 소개된 많은 영화 중 '에너미 앳 더 게이트'가 기억에 남았습니다.

극히 열악한 환경에서 여자, 어린이 모두 총을 들고, 

독일군과 소련군 스나이퍼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던 영화의 상황이,

저는 보는 내내 현실감없이 이상했는데..

2차 세계 대전 당시의 스탈린그라드 전투가 소재였습니다.

단일 전투로 최대의 희생자가 나온, 참혹한 전투였던 거지요.




이 책에서 다루는 근현대사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1. 인류 최초 대량 살육전 1차 세계 대전 

2. 치밀하게 계획된 2차 세계 대전

3. 일본, 미국과 맞장 뜨다 태평양 전쟁

4. 아편 전쟁에서 국공내전까지 중국 근대사  



저자는 세계사 속의 사건을 하나씩 하나씩 퍼즐처럼 연결합니다.



예를 들자면,

저자는 1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게 된 계기를 100년 전 프로이센의 독일 통일로부터 찾습니다.


비스마르크가 아슬아슬하게 잡아 놓았던 외교의 균형을

비스마르크를 축출한 빌헬름 2세가 깨고,  이에 따라 영국과 프랑스가 동맹을 맺게 됩니다.


그리고 1차 세계 대전의 시작으로 알고 있는 '사라예보의 총성'이 일어나지요.

'사라예보의 총성'은 오스트리아 황태자를 보스니아 청년이 암살한 사건인데, 

오스트리아는 세르비아에게 책임을 물었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이 내용을 배울 때, 앞뒤 맥락이 안 맞는다고 생각하면서도 

시간도 없고 바쁘고 해서 그냥 외우고 말았거든요.



이 사건에는 당시 보스니아와 세르비아에 거주하는 세르비아 계 민족과 

독일, 오스트리아의 게르만 민족 간의 알력에 더하여, 

러시아가 지정학적 이유로 세르비아에 세력을 뻗는 것을 막으려고 하는

오스트리아의 정치적 의도가 담겨 있었던 것이지요.




단편적인 정보로 뒤죽박죽이었던 제 근현대사에에 대한 지식을 

이렇게 한 축에 꿰어 설명해주니, 이해가 쏙쏙 됩니다!

많은 양의 정보이므로 두세 번 거듭 읽어보고 익혀야겠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역사를 해설하는 책을 읽을 때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저자의 견해를 

비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되는데,

저자는 인물들을 일반적으로 받아 들여지는 관점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읽으며 불편함을 전혀 느끼지 못했습니다. 



제가 한국인이어서겠지만, 

요시다 쇼인과 신사 참배에 관한 글은 아주 몰입해서 읽었구요,

야스쿠니 신사가 '정한론'을 주장한 요시다 쇼인을 기리려, 

이토 히로부미가 세운 거였군요.

이 책을 읽으며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에 대해 

참 모르고 있었구나 생각하게 되었어요. 



초등학생인 저희 아이에게도 읽히고 싶은 책입니다.

역사를 내 삶 속에 받아들이는 모든 분들께 추천합니다.



저자께서 다음은 미국사에 관한 책을 준비하신다고 쓰셨던데,

시리즈로 세계 곳곳의 역사를 알려 주셨으면 참 좋겠어요,

지금의 '세계사'는 '유럽사'라, 

멕시코와 인도, 동남아시아를 답사한 저자의 혜안을 듣고 싶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