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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킴의 거침없는 세계사 - 세계대전부터 태평양 전쟁, 중국 근대사까지 전쟁으로 읽는 역사 이야기 ㅣ 썬킴의 거침없는 역사
썬킴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21년 4월
평점 :

학창 시절, 단편적인 지식 암기의 최고봉이었던 역사!
시험 직전 수많은 연도와 조약, 의의 등을 억지로 외우고,
시험 보고나면 깡그리 까먹고는 했지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이 역사 속 무대이며,
내 가족, 친지가 역사 속의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니
역사만큼 재미난 게 없는데 말이죠.
그런데 지금 우리의 삶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근현대사가
학창 시절에는 더욱 찬밥 신세였던 거 같아요.
많은 내용을 짧은 시간에 독파하려니 주마간산 격으로 훑고만 지나가서도,
현재의 정치 경제 상황과 너무도 치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니
선생님들께서도 섣부른 논평을 붙이기 어려우셨을 것도 같습니다.
그래서 근현대사를 해설해주는 이 책,
'썬킴의 거침없는 세계사'가 참 반가웠습니다.
이 책의 저자, 썬킴님은 10대와 20대를 미국에서 보내고,
세계 각지로 역사 답사를 다니며 역사에 대한 깊이를 얻었습니다.
현재는 네이버 오디오 클립, 팟캐스트 등에서 역사에 관한 강의를 진행하고 있네요.
저자는 또한 영화 관련 작업에 몸담았던 관계로 영화에도 조예가 깊어,
책에서도 역사 속의 현장을 다룬 영화를 많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장제스가 대만으로 도망쳐 들어갈 때,
대만에 원래 살던 사람들은 없었나 궁금했던 적이 있었어요.
역시나 대만에는 본토인들이 있었고,
장제스는 본토인들을 무참히 학살했군요.=.=
또 책에는 제가 재미있게는 보았는데,
배경을 잘 몰랐던 많은 영화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반갑고, 고맙네요.^^
책에 소개된 많은 영화 중 '에너미 앳 더 게이트'가 기억에 남았습니다.
극히 열악한 환경에서 여자, 어린이 모두 총을 들고,
독일군과 소련군 스나이퍼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던 영화의 상황이,
저는 보는 내내 현실감없이 이상했는데..
2차 세계 대전 당시의 스탈린그라드 전투가 소재였습니다.
단일 전투로 최대의 희생자가 나온, 참혹한 전투였던 거지요.
이 책에서 다루는 근현대사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1. 인류 최초 대량 살육전 1차 세계 대전
2. 치밀하게 계획된 2차 세계 대전
3. 일본, 미국과 맞장 뜨다 태평양 전쟁
4. 아편 전쟁에서 국공내전까지 중국 근대사
저자는 세계사 속의 사건을 하나씩 하나씩 퍼즐처럼 연결합니다.
예를 들자면,
저자는 1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게 된 계기를 100년 전 프로이센의 독일 통일로부터 찾습니다.
비스마르크가 아슬아슬하게 잡아 놓았던 외교의 균형을
비스마르크를 축출한 빌헬름 2세가 깨고, 이에 따라 영국과 프랑스가 동맹을 맺게 됩니다.
그리고 1차 세계 대전의 시작으로 알고 있는 '사라예보의 총성'이 일어나지요.
'사라예보의 총성'은 오스트리아 황태자를 보스니아 청년이 암살한 사건인데,
오스트리아는 세르비아에게 책임을 물었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이 내용을 배울 때, 앞뒤 맥락이 안 맞는다고 생각하면서도
시간도 없고 바쁘고 해서 그냥 외우고 말았거든요.
이 사건에는 당시 보스니아와 세르비아에 거주하는 세르비아 계 민족과
독일, 오스트리아의 게르만 민족 간의 알력에 더하여,
러시아가 지정학적 이유로 세르비아에 세력을 뻗는 것을 막으려고 하는
오스트리아의 정치적 의도가 담겨 있었던 것이지요.
단편적인 정보로 뒤죽박죽이었던 제 근현대사에에 대한 지식을
이렇게 한 축에 꿰어 설명해주니, 이해가 쏙쏙 됩니다!
많은 양의 정보이므로 두세 번 거듭 읽어보고 익혀야겠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역사를 해설하는 책을 읽을 때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저자의 견해를
비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되는데,
저자는 인물들을 일반적으로 받아 들여지는 관점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읽으며 불편함을 전혀 느끼지 못했습니다.
제가 한국인이어서겠지만,
요시다 쇼인과 신사 참배에 관한 글은 아주 몰입해서 읽었구요,
야스쿠니 신사가 '정한론'을 주장한 요시다 쇼인을 기리려,
이토 히로부미가 세운 거였군요.
이 책을 읽으며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에 대해
참 모르고 있었구나 생각하게 되었어요.
초등학생인 저희 아이에게도 읽히고 싶은 책입니다.
역사를 내 삶 속에 받아들이는 모든 분들께 추천합니다.
저자께서 다음은 미국사에 관한 책을 준비하신다고 쓰셨던데,
시리즈로 세계 곳곳의 역사를 알려 주셨으면 참 좋겠어요,
지금의 '세계사'는 '유럽사'라,
멕시코와 인도, 동남아시아를 답사한 저자의 혜안을 듣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