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네시
수잔나 클라크 지음, 김해온 옮김 / 흐름출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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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독특한 소재와 내용의 소설입니다.

그런데도 젊은 시절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함은 뭘까요..


이 책은 어셔의 그림을 보는 듯한 책표지가 눈길을 끕니다.

저는 수재나 클라크 작가를 모르지만, SF를 쓰고 휴고상을 수상한 작가라고 하니 소설의 수준은 신뢰할 만하다고 생각했어요.


이 책은 340여 쪽 됩니다.

퍽 두툼한 소설인데도 워낙 흡입력 있는 내용이라 손에 드는 순간 후루룩 읽게 됩니다.

중간에 끊기가 어려워요.ㅎㅎ

번역도 매끄럽고 편집도 괜찮습니다.


 





이 책의 줄거리는 단순합니다.

다만 줄곧 이미지들을 변화시켜 가며 상상해내야 해서 난해하게 느껴졌어요.


작가가 창조한 이 <세계>는 대체 어떤 곳인 거지?

영화 <큐브>같은 무서운 곳인가, 아니면 평안한 낙원?

저는 주인공이 거주하는 <집>이란 공간이 너무 낯설어, 대체 어떻게 변할까 두려워 하며 읽었습니다.^^;



책은 나라는 인물의 독백으로 진행됩니다.


나는 3층으로 된 (크기를 알 수 없는) 거대한 구조물 안에서 살고 있습니다. 지하층은 조수가 일렁이는 공간으로 생선을 잡고, 해조를 딸 수 있습니다. 위층은 하늘로 열려 있고 담수가 흘러내립니다. 중간층은 거주가 가능하고, 나와 나머지 사람, 그리고 여러 종류의 새들이 살고 있습니다. 곳곳에 열 댓구의 유해가 있는데, 나는 각 해골들에 이름을 붙이고 물과 음식으로 공양하곤 합니다.


나는 명민한 과학자이자 관찰자로, 살아 있는 동안 이 집의 구석구석을 탐험하고 기록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머지 사람 또한 과학자인데, 나머지 사람은 이 집 어딘가에 엄청난 힘이 숨어 있으리라 생각하고 그것을 찾고 있습니다.


나와 나머지 사람은 정기적으로 만나며 탐험 내용을 교환하고, 나머지 사람은 내게 물자를 보급해 줍니다. 나머지 사람은 내가 필요할 때는 '피라네시!'라고 나를 부릅니다. 


어느 날, 나머지 사람은 '16'이라는 인물이 나를 찾고 있고, 우리의 평화로운 삶을 훼방하려 하고 있다는 정보를 줍니다.



피라네시는 거대한 집에서 거의 홀로 지내며, 소소한 일에도 행복을 느끼며 평안하고 부지런하게 살고 있습니다. 떼지어 날아오르는 새들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고, 해조를 따서 수프를 만들고, 물고기 가죽을 무두질하기도 하고요.



이런 피라네시의 일상은 새로운 등장인물에 의해 조금씩 어지러워지고, 불안해집니다.



뒷이야기를 읽고 나서는, 앞에서 제시되는 내용들이 모두 다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또 놀랍네요. 피라네시의 심리, 집안의 환경, 나머지 사람의 행동이 다 이유가 있었구나 하게 되네요. 섬세하게 짜여진 직물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독특한 이 책의 정서는 작가의 정신 심리 상태 덕에 나올 수 있었네요.

작가는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중, 돌연 정신적 탈진을 겪었다고 합니다. 


피라네시가 살던 조용하고 거대한 구조물 <집>은, 혼란스러운 외부를 피해 들어간 작가의 <동굴>과 같았겠지요. 피라네시가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집>, 그러나 래피얼에게는 자꾸 들어가지는 말라고 하는 그 <집>.

어쩌면 삶의 무게에 지친 우리들에게도 그런 <집>이 하나씩 있는 게 좋을 지 몰라요.



형식도 내용도 정말 유니크합니다.

작가가 묘사하는 <집>에 대한 여운이 오랫동안 지속되고요.

처음 부분을 읽을 때는 어리둥절하고, 결말을 읽고서는 전체 이야기가 한 축에 꿰이는 시원함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과연 이걸로 끝나는 걸까하는 미련이 남는 이야기입니다.^^



새로운 스타일의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권합니다.

날카로운 감수성의 20대 때 읽었으면 한동안 헤어나오기 어려웠을 거 같아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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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네시
수잔나 클라크 지음, 김해온 옮김 / 흐름출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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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하고, 여운이 오래가는 소설. 인간의 내면을 소재로 한 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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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 절대 원칙 - 대한민국 최고 투자자 주식농부의
박영옥 지음 / 센시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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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관련 유튜브를 종종 보는데, 이 책의 저자이신 박영옥님은 낯설었습니다.

인터넷 서점 책소개로 먼저 알게 되고, 유튜브로 뵈었습니다.

알고 보니, 개인투자자로서 강방천님과 쌍벽을 이루시는 탑 티어시네요.

<한국의 워런 버핏>, <주식농부>로 널리 알려지신 투자의 고수로서, 국내 주식만 투자하여 수천 억의 자산을 일구셨다고 합니다.


이런 투자 구루의 책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읽어야 하는 거니까..

어떤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까 궁금해 하며 책을 펼치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화려한 이력과 오랜 투자 경력, 성공적인 투자금액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는 투자의 귀재입니다. 저자의 30년 투자 경험에서 얻은 원칙을 알려준다 하여, 투자의 정석을 설명하실 거라고는 예측했습니다.

읽다 보니 피터 린치, 워런 버핏, 벤자민 그레이엄 등 투자의 구루들과 같은 원칙을 가지고 오롯하게 투자한 내용들이 보입니다.


그렇게 만든 원칙이 <주식농부의 투자 10계명>  






저자는 프롤로그에 이렇게 적습니다. (p.15)


내 주식투자 방법을 접하는 이들 중에는 2가지 부류가 있다. 한쪽은 크게 각성하고 자신의 것으로 삼아 직접 실행하는 사람, 다른 한쪽은 '교과서 같은 좋은 얘기네.."하고 흘려듣는 사람이다.


저자 또한 자신의 투자 방법이 교과서적이고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에게 흥행할 방법도 아니고, 오래 지속하기에 상당한 의지가 필요한 어려운 길이라는 것을요.

이 책은 저자의 성공적인 투자 인생의 정수가 담겨 있고, 투자 구루들의 원칙을 우리 나라 기업과 주식 시장에 맞게 적용한 예로 가득함에도 크게 인기를 끌 거 같지는 않습니다. 너무 너무 정석이거든요. 


그럼에도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한 데에는, 성숙한 투자 문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다 느껴집니다. 투자자가 단순히 돈을 쫓아 주식을 사고 파는 것이 아니라, 기업과 함께 경영하고 이익을 같이 나누는 투자 자세를 많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자는 성공하는 투자자의 자세에 대해 많은 면을 할애하여 설명합니다.

  • 투자하는 기업의 경영인이 된 마음으로 기업을 실적을 살피고, 
  • 스스로 프로파일러인 것처럼 업황을 살피고,
  • 거시경제로 인한 위기는 기업이 이겨내리라 담대하게 마음먹고,
  • 기업이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고,
  • 그 노력으로 주총 참석, 주주 제안 등을 하며
  • 평생 동행할 좋은 기업을 찾아 소통하라. 



또한 이 책에서는 일반적인 조언과는 다르나 시장을 이길 수 있는 뚝심 있는 방법을 많이 설명합니다.



 (p.155)


흔히 어려울 때는 현금을 확보해서 갖고 있으라고 조언하지만, 나는 정확히 그것과 반대로 해서 성공했다. 시장이 얼어붙을 때, 남들이 다 짐을 싸서 부려부랴 주식시장을 떠날 때, 그로 인해 일시적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투자했기 때문에 부자가 된 것이다. 주식시장 참여자 모두가 불안해한다? 그것이야말로 주식을 매수해야 할 절호의 타이밍이라는 신호다.


  

(p. 206~209)


장기투자도, 단기투자도 권장할 만한 게 못 된다. 

기업의 성장주기에 투자하되, 기업과 시건에만 집중하는 투자법이 필요하다. 기업은 일직선으로 성장하거나 쇠퇴하지 않는다. 기업 성장이 곧바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주가는 기업의 본질가치가 높아졌다는 것을 다수의 주식시장 참여자들이 알아차릴 때 비로소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투자를 한 뒤에도 한참 동안 기다려야 할 때가 많다. 주식투자에 성공하려면, 온전히 기업과 시간에만 집중하라고 하는 이유다.



저자는 매매는 주식 투자의 본질이 아니라고 합니다.

하여 기업을 발굴하고, 연구하고, 분할 매수, 매도하는 방법 자체를 세세하게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저자의 풍부한 경험이 녹아 있는 책이라서, 자세히 읽어보면 곳곳에 많은 아이디어가 담겨 있습니다.


  • 주식 매수법 
  • 실패하지 않는 주식투자의 3요소
  • 저자가 눈여겨 보고 있는 산업군



이 책은 요즘 유행하는 쪽집게 과외 선생님의 책 같지 않습니다.

<돈을 벌고 싶으면, 좋은 기업에 시간을 들여 투자하라>는 내용을 심도깊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주식 공부를 시작하며 워런 버핏과 피터 린치를 읽어 보아야 하듯,

이 책도 읽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주식 투자란 무엇인가, 투자자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를 조목조목 알려주고 있습니다.

주식 투자를 하는 동안 함께 해야할 책이네요.^^








리뷰어스 클럽 서평단으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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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 절대 원칙 - 대한민국 최고 투자자 주식농부의
박영옥 지음 / 센시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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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 중의 정석, 모든 투자 구루의 조언은 일맥상통할 수 밖에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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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한 사람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왕수펀 지음, 서머라이즈 샤샤오즈 그림, 양성희 옮김 / 우리학교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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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로 처음 왕수펀 작가를 만났습니다.

처음으로 읽는 대만 작가의 SF입니다.

워낙 SF도 좋아하고, 새로운 작가를 만나는 것도 좋아해서 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왕수펀 작가는 대만 청소년 문학의 거장으로 우리나라에도 '처음에는 사소했던 일' 등 여러 책이 출간되었네요. 




처음 받아 든 이 책은...

다른 책들과는 다른 독특함이 돋보입니다.

책이 한 손에 쏙 들어오도록 작은데, 200 여 쪽이나 됩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표지 디자인도 개성이 강해, 오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이 일러스트는 결말을 담고 있지요.


또한 이 책은 번역도 매우 마음에 듭니다.

한글로 적은 듯 눈에 거슬리는 글귀도 없고, 오자도 찾지 못했습니다.


2055년.

세계는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이 되고,  외계 행성으로의 이주만이 답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너나 없이 극도로 절약하며 외계로의 이주비를 마련하려 합니다.


2259년.

화성에는 인류의 식민지가 건설되고, 완벽한 평등이 실현되었습니다. 태어나자 마자 대뇌에 나노 칩을 삽입해 한 살에 말을 하고, 세 살에 혼자 글을 읽고, 다섯 살에는 특기를 살려 전공 분야를 결정합니다.



이 책에는 이렇게 두 개의 다른 시공간이 존재합니다.

전혀 다른 세계에서 전혀 다른 두 소녀의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암울한 환경과 불안한 느낌은 묘하게도 비슷합니다. 

깜짝 놀랄 결말을 읽고 나면, 앞의 에피소드가 많은 복선을 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심지어 제목마저.



 이 책은 탄탄한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쓰여진 글은 아닙니다. 그저 천재적인 과학자가 사람과 닮은 인조인간을 뚝딱 만들어내고, 사람의 의식을 업로드하며, 의식은 머신 러닝으로 발전하여 새로운 존재가 되어갈 수 있다고 설정합니다. 

 

 오히려 작가는 '사람의 마음'에 집중하여 글을 이어나갑니다. 작가가 묘사하는 부분은, 지극히 인간적인 감정들입니다. 

 책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무섭고 불행한 사건이 시작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어느새 미세 먼지가 가득하고, 식량난에 시달리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무서운 환경 속에 사는 소녀들에게도 두려움보다 희망과 기쁨, 친구 사이의 우정과 질투가 더 큰 감정입니다.

 또한, 안온한 화성에서의 삶 속에서 은 교수는 점점 무력해지고 불행해집니다.은교수가 컴퓨터 속의 AI와 나누는 말, 공원에서 푸른발부비새를 바라보는 장면에서 과거에 대한 그리움이 선명하게 느껴집니다. 


 SF는 과학과 기술의 발달을 소재로 하여, 사람의 마음과 의식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장르라는 말에 딱 맞는 책이네요.^^


 요즘 읽은 우리나라 작가들의 SF는 어떻게 해서라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습니다.  책을 덮으며도 안심이 됩니다. 이기적이고 각박한 세상이 되었어도, 인간의 선함과 부끄러움, 배려는 남아 있겠구나 싶거든요. 

 반면 왕수펀 작가의 이 책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절망적인 디스토피아에서 벗어나지 못 할 거 같습니다. 무조건 희망을 장착하는 우리와는 달리, 현실을 직시하는 걸까요?


애써 외면하고 있는 진실을 담고 있는 암울하지만 용기있는 이 책, 

SF를 좋아하는 청소년, 성인께 권합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서평은 제가 느낀대로 솔직하게 적었습니다.

#청소년소설 #마지막한사람 #SF #왕수펀 #우리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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