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받아 든 이 책은...
다른 책들과는 다른 독특함이 돋보입니다.
책이 한 손에 쏙 들어오도록 작은데, 200 여 쪽이나 됩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표지 디자인도 개성이 강해, 오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이 일러스트는 결말을 담고 있지요.
또한 이 책은 번역도 매우 마음에 듭니다.
한글로 적은 듯 눈에 거슬리는 글귀도 없고, 오자도 찾지 못했습니다.
2055년.
세계는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이 되고, 외계 행성으로의 이주만이 답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너나 없이 극도로 절약하며 외계로의 이주비를 마련하려 합니다.
2259년.
화성에는 인류의 식민지가 건설되고, 완벽한 평등이 실현되었습니다. 태어나자 마자 대뇌에 나노 칩을 삽입해 한 살에 말을 하고, 세 살에 혼자 글을 읽고, 다섯 살에는 특기를 살려 전공 분야를 결정합니다.
이 책에는 이렇게 두 개의 다른 시공간이 존재합니다.
전혀 다른 세계에서 전혀 다른 두 소녀의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암울한 환경과 불안한 느낌은 묘하게도 비슷합니다.
깜짝 놀랄 결말을 읽고 나면, 앞의 에피소드가 많은 복선을 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심지어 제목마저.
이 책은 탄탄한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쓰여진 글은 아닙니다. 그저 천재적인 과학자가 사람과 닮은 인조인간을 뚝딱 만들어내고, 사람의 의식을 업로드하며, 의식은 머신 러닝으로 발전하여 새로운 존재가 되어갈 수 있다고 설정합니다.
오히려 작가는 '사람의 마음'에 집중하여 글을 이어나갑니다. 작가가 묘사하는 부분은, 지극히 인간적인 감정들입니다.
책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무섭고 불행한 사건이 시작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어느새 미세 먼지가 가득하고, 식량난에 시달리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무서운 환경 속에 사는 소녀들에게도 두려움보다 희망과 기쁨, 친구 사이의 우정과 질투가 더 큰 감정입니다.
또한, 안온한 화성에서의 삶 속에서 은 교수는 점점 무력해지고 불행해집니다.은교수가 컴퓨터 속의 AI와 나누는 말, 공원에서 푸른발부비새를 바라보는 장면에서 과거에 대한 그리움이 선명하게 느껴집니다.
SF는 과학과 기술의 발달을 소재로 하여, 사람의 마음과 의식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장르라는 말에 딱 맞는 책이네요.^^
요즘 읽은 우리나라 작가들의 SF는 어떻게 해서라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습니다. 책을 덮으며도 안심이 됩니다. 이기적이고 각박한 세상이 되었어도, 인간의 선함과 부끄러움, 배려는 남아 있겠구나 싶거든요.
반면 왕수펀 작가의 이 책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절망적인 디스토피아에서 벗어나지 못 할 거 같습니다. 무조건 희망을 장착하는 우리와는 달리, 현실을 직시하는 걸까요?
애써 외면하고 있는 진실을 담고 있는 암울하지만 용기있는 이 책,
SF를 좋아하는 청소년, 성인께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