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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터네이트 (노블판) - Alternate
가토 시게아키 지음, 김현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11월
평점 :
아프니까 청춘이다
책표지부터 청춘의 반짝임과 설렘, 불안함을 가득 담은 소설, <얼터네이트>를 읽어보았습니다. 청춘은, 나이들고 나서야 그 가슴시렸던 찬란함을 추억하게 되지요. 이 책은 열정과 불안정의 시간을 지나는 청소년기의 성장과 사랑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의 작가 가토 시게아키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로 활동하며 작가로 데뷔했다고 합니다. 비슷한 배경의 줄리 앤드류스나 크리스 콜퍼의 소설을 읽어보면, 작가의 독특한 상상과 스토리 구성이 필력이나 주제에 대한 아쉬움을 압도합니다. 이 책도 지극히 평범한 '청소년기의 연애와 성장'이라는 소재를 <얼터네이트>라는 매력적인 앱에 담아내어 독자를 흠뻑 빠져 읽게 하네요. 또한 따뜻하고 잔잔한 느낌의 서술과 인물들의 심리를 담은 표현이 마음을 더욱 말랑말랑하게 하고요.
줄거리는 단순합니다. 세 명의 고등학생이 '얼터네이트'라는 앱을 통해 친구와 사랑을 찾는 내용으로, 세 사람은 모두 현재가 조금은 불안하고 친구와의 소통이 불편합니다.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것이 있기도 하지만, 때때로 벽에 부딪히기도 하지요.
고등학생만 가입할 수 있는 '얼터네이트'앱은 메시지, 블로그, 매칭 기능을 담고 있습니다. 유전자 정보를 보내면 더 정확도가 높은 매칭이 가능해졌습니다.
요리에 열정을 가진 이루루는 요리 대회에 출전했다가 아쉽게 우승을 놓친 후, 얼터네이트에 달린 악플을 보고 크게 충격을 받습니다. 그 뒤 더욱 소심해지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친구들에게 마음을 열지 못합니다.
불행한 어머니를 보고 자란 반 나즈는 안전한 선택만을 하려 합니다. 자신의 감정보다 '얼터네이트'처럼 많은 사람이 사용해서 검증된 툴의 선택을 신뢰합니다.
고등학교를 중퇴한 나오시는 '얼터네이트'를 통해 어릴 적 음악에 대한 열정을 나누었던 친구를 찾고자 합니다. 친구를 만나러 무작정 상경했는데 친구는 나오시가 기대하던 모습과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책은 세 인물이 때로는 외로워하며 때로는 고통스러워하며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힘든 순간에도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이 있고, 용기를 내어 손을 잡으면 서로에게 위로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사랑과 우정을 위해서 두렵더라도 아이들 앞에 나서야 한다는 것도, 매칭 앱이 아니라 자신의 느낌을 소중해 해야 한다는 것도, 언젠가는 자기만의 세계에서 나와야 한다는 것도 차츰 배우게 됩니다.
마치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같이 잔잔하고 아련한 느낌의 소설입니다. 표지도 예쁘고 편집도 읽기 쉽게 되어있습니다. 일본어 특유의 어투가 녹아 있는 번역체가 처음에는 좀 어색한데, 읽을수록 소설의 정서와 맞물려 눈에 거슬리지 않습니다.
또한 작가가 곳곳에 정교하게 안배해 놓은 이야깃거리가 가득합니다. 세 주인공의 이야기가 한 챕터씩 번갈아 가며 진행되는데, 챕터 말미에 다음 등장하는 인물이 살짝 지나간다던가, 제목인 '얼터네이트'가 가진 중의성을 드러내고자 사전적 의미를 노출한다던가 하는 부분에서 작가의 섬세함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얼터네이트(대리인) = 나와 닮은 영혼?
결국 세 주인공이 찾아낸 자신의 친구는 많은 부분이 닮아 있는 인물입니다. 매칭앱 얼터네이트가 찾아낸 인물과는 엇갈리는, 자기와 비슷한 관심사와 고민을 가진 친구를 알아보게 됩니다. 서툴지만 서로를 지지하며 때로는 상처를 주며 사랑을 찾아갑니다. 제목의 '얼터네이트'는 앱 이름보다 마침내 만나게 된 친구에게 더 어울린다 싶어요.
가볍게 읽으려면 얼마든지 가볍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또 인물 하나 하나를 들여다 보면 자기만의 색깔과 고민을 가진 아이들을 만나게 됩니다. 대중성이 강한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나오키상 후보작에 오른 이유도 청준의 사랑과 성장을 독자들의 감성에 맞게 그려낸 덕이라 싶습니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문화 차이인지, 이 책의 고등학생들은 '연애'에 대해 강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학교 진학 후에야 큰 관심을 가지곤 하는데 말이지요.^^ 반면 자기의 진로에 대한 열정과 고민은 우리나라 고교생들도 깊이 공감할 내용입니다. 아이들이 흥미로워할 요리와 악기, 첨단 과학이 소재로 쓰여 중고생도 재미있게 읽을 소설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