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0년 12월 31일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길상효 외 지음 / 우리학교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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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를 좋아합니다. 어린 시절, 밤새워 은하영웅전설, 엔더 시리즈, 듄,파운데이션을 읽곤 했지요. 그래서 SF를 쓰는 젊은 작가들이 많아지는 것이 반가웠어요. 신간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와중, 특히 좋아하는 작가들의 단편집을 읽어보았습니다.  






K-컬쳐가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듯, 한국형 SF 또한 기존의 것과는 다른 자기만의 색깔이 있는 거 같습니다. 미래의 과학 기술은 배경이나 소재로 등장할 뿐, 언제나 인간의 정서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를 담고 있네요. 과학 기술의 발전에 따라 사회와 인간 심리도 많이 변화할 것도 같은데요. 젊은 작가의 글에서 읽히는 인간의 마음은 고집스럽게도 지금과 꼭 같습니다. 등장인물들의 고민과 불안은 지금 우리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네요. 어쩌면, 인간의 정서는 시간이 얼마나 흐르든, 우리가 어디에 살든 변화하지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21세기가 끝나는 날을 맞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모음입니다. 청소년 대상의 책을 쓰는 작가 4인의 앤솔로지입니다. 








길상효 작가는 표제작 <2100년 12월 31일>에서 끔찍한 전염병이 휩쓸고 난 뒤 더러워진 대기로 얼룩진 미래의 지구를 그립니다. 이전 세대들은 다 쓰지도 못할 공산품을 쌓아놓은 시장을 남겼고, 전염병으로 엄마를 잃은 솔이는 이전 세대를 미워합니다. 우연히 발견하게 된 편지를 읽기 전까지...








남유하 작가의 <멸종위기 인간>은 사이보그의 몸에 인간의 '뇌'를 통째로 업로딩하는 기술이 발달한 미래를 그립니다. 업로딩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아메리칸 인디언 보호구역처럼 한 곳에 모여 감시당하며 살게 되지요. 암담한 디스토피아에 불안한 희망의 불씨만을 남긴 끝맺음 덕에, 장편으로 이어질 뒷이야기를 기대하게 하는 글이었습니다. 



이희영 작가의 <마디다>는 가까운 미래에 꼭 만나게 될 것만 같은 가사 도우미 로봇의 이름입니다. 작가의 글의 특징인 상처받은 인물을 다독이는 다정함이 묻어나는 글이네요. 홀로그램이나 로봇이 자연스럽게 일상에 채워질 뿐, 인간의 마음은 시대를 타지 않는가 봅니다.




 


김정혜진 작가의 글은 이 책에서 처음 읽어보았습니다. <미확인 지뢰 구역>은 조금 더 과학 기술의 냄새가 묻어나는 글입니다. 동시에 충분히 발달된 안드로이드에게도 감정이 존재할 수 있을까, 인간은 로봇에게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합니다.



이 책은 한 편 한 편 울림이 있는 수작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너무 쉽게 쓰여지는 글들이 쏟아지는 요즘, 훌륭한 작가의 단편을 음미하는 즐거움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작가들은 동시대의 독자들에게 암울한 미래를 만들지 않기 위해 손잡고 노력하자고 말을 건네고 있습니다. 각 글의 마지막에 붙은 작가 후기를 통해 작가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것도 참 좋았습니다. 청소년들에게도 깊은 공감을 얻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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