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얼굴들
황모과 지음 / 허블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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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얼굴들

황모과 작가의 단편소설 여섯 편이 수록된 소설집이다.
대부분 일본이 소설의 배경이고 SF소설답게 유전학, 증강현실, 뇌과학 등 미래지향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일제강점기, 광주민주화운동 등의 아픈 역사와 연결되어 있다.
기발하고 기지 넘치는 상상과 슬프고 고통스러운 기억의 절묘한 조화로 엄청난 몰입감과 속도감을 맛볼 수 있다.
미래를 지향하지만 과거도 놓치지 말자는 메시지를 떠올렸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황모과 작가의 차기작이 몹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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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과 도넛 - 존경과 혐오의 공권력 미국경찰을 말하다
최성규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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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과도넛
이 책은 현직 경찰서장이 쓴 미국 경찰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경찰대 법학과 출신으로 일선 경찰서에서 주요 보직을 두루 경험했으며 2017년부터 3년간 시카고 총영사관 경찰영사로 근무하며 현지경찰과 교류했다. 말하자면 우리나라 경찰에 대해서 꿰뚫고 있는 사람이 미국 경찰을 경험하고 조사를 더해 세상에 내놓은 의미있는 '보고서'인 것이다.
그간 내가 생각해 온 미국 경찰의 이미지는 뉴스나 영화를 통해 본 강력한 권위와 무자비한 위력으로 대표된다고 할 수 있다. 미국 경찰을 떠올릴 때 BLM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유다. 그러면서도 빈번한 총기, 마약사건 등 강력사고들을 다루기 때문에 막강한 권위를 갖는 게 당연한지도 모르겠다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미국경찰의 소박한(?) 면모를 알게 되었다.
시 단위로 운영되는 자치경찰, 경찰서장만 있는1인 경찰서 등 생각도 못해본 실체에 입이 떡 벌어졌다. 영화에서나 본 보안관, 텍사스 레인저스도 실재한다니 놀랄 일이다.
이 책의 제목이 '총과 도넛'인 이유를 알게 되니 어이가 없기도 했다. 경찰관이 자주 드나들면 잠재적인 범죄를 막을 수 있다는 이유로 경찰관에게 특정 도넛과 커피 등 특정메뉴를 무료 제공하기도 하고 같은 이유로 아파트 월세 할인이나 무상 입주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특히 경찰이 되기 위한 최소 교육기간이 14주에 불과하다니 그 전문성에 신뢰를 가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경찰의 모습이 어떠한지는 다른 나라 경찰의 모습을 볼 때 좀 더 선명히 보인다'는 저자의 말이 묵직하게 와 닿는다.
#동아시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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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든 파티 - 캐서린 맨스필드 단편선 ㅣ 에디션F 6
캐서린 맨스필드 지음, 정주연 옮김 / 궁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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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든파티

이 책은 표제소설인 '가든 파티' 외 8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된 단편선이다.
첫번째 소설 '차 한 잔'을 중간까지 읽었을 때 나는 정수리 끝이 콘헤드처럼 위로 불쑥 솟더니 뾰족해져서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묘한 경험을 했다. '젊고 똑똑하고 극도로 현대적이고 옷을 우아하게 잘 입고 새로 나온 책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는' 로즈메리 펠의 '눈부시게 압도하는 약간 유별난 태도'와 그 주변의 반응에 이상할 정도로 몰입해 있었고 '캐서린 맨스필드? 내가 왜 이 작가를 몰랐을까?'하고 생각했다. 1백 년도 더 전에 살았던 이 작가는 분명 노력도 하기 전에 글을 잘 쓰게 타고난 사람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차 한 잔'을 끝까지 읽고는 안톤 체호프가 떠올랐다. 체호프의 단편소설처럼 뜬금없고 갑작스럽지는 않지만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조금 허무해졌기 때문이다. (결핵으로 요절한 것도 두 작가의 공통점이다.)
이어지는 '죽은 대령의 딸들', '어린 가정교사', '가든파티'도 마찬가지다.
행동 묘사가 생생하게 인물들의 성격을 상상하게 하지만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인간의 의외의 면모를 맞닥뜨리게 된다.
유일하게 남성 화자의 시점으로 서술되는 '나는 프랑스어를 못합니다'는 내용이 온전히 이해되지는 않았다.
국내 초역이라는 '서곡'도 화자가 계속 바뀌어서 조금 어려웠다. 모더니스트로 꼽히는 작가라고 하니 고개가 끄덕여진달까. 읽으면서 저절로 그림이 상상되는 섬세하고 시적인 묘사가 매혹적이다. 그녀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 읽고 싶다.

나는 인간 정신이라는 것 자체를 믿지 않는다. 믿어본 적도 없고. 나는 인간이란 커다란 여행가방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무언가로 채워지고 움직이기 시작하고 내동댕이쳐지고 덜컹거리며 보내지고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아지고 갑자기 반쯤 비워지거나 아니면 더 꽉꽉 채워지다가 마침내 궁극의 짐꾼이 궁극의 기차에 홱 올려놓으면 덜그럭거리며 사라져버린다...
p.141 ('나는 프랑스어를 못합니다'중에서)


#궁리출판사 #캐서린맨스필드 #책추천 #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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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정상가족 - 자율적 개인과 열린 공동체를 그리며
김희경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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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연한 기회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다보니 가정폭력 사례들을 많이 접하게 되었다. 하긴 애써 검색해보지 않더라도 하루가 멀다하고 아동학대 사건들을 뉴스로 듣게 된다. 왜 이렇게 잔혹하고 슬픈 사건이 자꾸 일어나는 걸까?

이 책은 정상이라고 여겨지는 가족에서의 아동 폭력을 다루고 있다. 부모가 자녀를 학대하는 일은 더 이상 ‘집안문제’가 아니다. 학대를 행하는 부모는 친부, 친모이기도 하고 계부, 계모인 경우도 많다. 우리의 아이들이 안전하게 보호받기 위한 답이 반드시 ‘가족’이어야만 할까?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걸까? 어떤 것들이 바뀌어야 할까?

‘한 사회가 아이들을 다루는 방식보다 더 그 사회의 영혼을 정확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것은 없다.’ 넬슨 만델라의 문장으로 이 책은 시작된다.
책장을 넘기며 잘못 생각하고 있었거나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깨달을 때마다 마음이 점점 무거워졌다. 저자는 자녀가 부모의 소유라고 여기는 뿌리 깊은 사고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분명히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정인이 사건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제라도 어른들이 더 잘 지켜봐야 할 일이다.

사람이 개별성을 최초로 인정받는 부모, 양육자와의 관계에서 인권의 두 기둥인 자율과 공감이 뿌리내려 가족 내에서 아이를 소유물처럼 대하는 행동, 가족 바깥에서 ‘정상’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사람들을 차별하는 태도가 사라지기를 바라는 것이, 그리하여 모든 아이들이 자율적 개인, 공감하는 시민으로 자라나기를 희망하는 것이 너무 이상주의적일까. P.12

소중한 대접을 받지 못하면 스스로를, 그리고 다른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키우지 못한다. P.39

친권은 부모가 자녀를 보호하고 가르칠 ‘의무’지 자녀에 대한 처분 ‘권리’가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친권을 지나치게 넓게 해석한다. 법률상의 친권은 ’자녀를 보호하고 교양할 의무‘에 방점이 찍히는 것이고 친권자인 부모가 이러한 의무를 소홀히 할 경우는 친권은 박탈될 수 있는데도 말이다. P.105

가족이 그 안에 속한 개개인, 특히 아이들의 차별 없는 권리와 평등을 보호해줄 수 있으려면 친권이 권리보다는 의무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보다 많은 공공의 역할이 필요하다. P. 109

사회정책이 가족 단위로 설계되는 방식이 지속되면 가족을 형성치 못한 개인, 가족에게서 충실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개인에게는 사회가 또다시 불이익을 가하는 셈이 된다.
또한 소득보장, 교육, 돌봄의 양과 질이 달라지므로 양극화가 심화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양질의 교육과돌봄서비스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가족에게 주어진 자유선택이란 곧 개별경쟁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P.175

부모의 체벌금지를 비롯한 모든 종류의 체벌을 금지하는 법의 목적은 단순하다. 명백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매우 선명한 메시지를 내보내는 것. 폭력과 비폭력 사이에 아주 단순하고 선명한 줄을 긋는 것이다. 어른의 책무는 아이들에게 폭력이나 협박, 위협에 기대지 않고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음을 가르치는 것이며, 정부의 책무는 비폭력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게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러려면 체벌을 금지하는 법과 함께 부모가 필요로 하는 지원을 정부가 제공하고, 정부와 사회가 합심하여 부모가 아이들에게 좋은 역할 모델이 될 만한 시간과 에너지를 갖기 위해 필요한 환경을 체계적으로 조성해야 한다. P.217

#이상한정상가족 #김희경 #동아시아 #동아시아출판사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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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습니까? 믿습니다! - 별자리부터 가짜 뉴스까지 인류와 함께해온 미신의 역사
오후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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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습니까? 믿습니다!>

‘미신’의 의미를 검색해보니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으로 여겨지는 믿음 또는 그런 믿음을 가지는 것’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는 별자리, 동서양의 종교, 사상을 거쳐 현재의 가짜뉴스에 이르기까지 역사 깊은 미신의 이야기를 유머러스하면서도 논리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나는 점을 맹신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기웃거리기도 하는 편이다. 내 발로 처음 점집을 찾았던 때는 12월이었고 내 나이는 스물 여섯 살이었다. 당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이미 여러 사람의 가까운 미래를 예견하여 유명해진 역삼동의 점집의 전화번호를 알아내어 예약을 하고 찾아갔다. 같이 가기로 한 남자친구는 전날 저녁에 시작된 회식으로 날을 새고 하숙집 앞 공중전화로 “나, 이제 집 앞이야. 씻고 나서 연락할게.”하고는 잠이 들어 연락두절이었고 잔뜩 속이 상한 채로 잠실에서 역삼역까지 전철로 가서 또 택시를 타고 어렵게 찾아갔던 기억이 있다. 두 사람으로 예약을 했으니 두 사람껄 다 봐야 한다고 했다. 융단 가운 같은 걸 입은 긴 머리의 키 큰 여자가 부채를 펼치더니 방울을 흔들며 뭐라고 한참 노래 비슷한 걸 하더니 눈을 번쩍 뜨고 나를 똑바로 보며 그 남자친구와 헤어지라고 했다. 목소리도 달라져 있었다. 궁합을 보려던 게 아니라 내 취업운을 보려던 거였는데. 깜짝 놀랐지만 말을 돌려 “저는 언제 취업이 될까요?”하고 물었더니 2월에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했다. 슬프고 말문이 막혀 바로 일어서는데 방법이 없는 건 아니란다. 자기가 기도를 드리고 부적을 써주면 그 남자와 결혼해도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시한 금액은 신기하게도 내 통장 잔액과 일치했다. 그런데 영빨이 끝내준다던 소문과는 달리 좋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 뒤로도 몇 번인가 영험하다는 점집을 찾았다. 힘든 일이 있어 결정이 필요할 때나 답답할 때 위안을 받기 위해서였다. 신을 받았다는 곳도 있었고 명리학으로 풀어주는 곳도 있었다. 좋은 얘기를 들으면 조금 더 버텨보자고 마음을 다잡았고 좋지 않다고 하는 건 피하려고 노력했다. 맞는 얘기도 있었고 반은 틀렸지만.
어차피 반은 틀리는데 왜 돈을 내고 내 시간을 쓰러 가는 걸까?
이 책을 읽다보니 실소가 터져 나왔다. 미신을 믿는 사람이건 믿지 않는 사람이건 공감이 되는 내용이 많을 것 같다. 신화와 역사의 뒷모습도 볼 수 있어 흥미진진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다. [셜록 홈즈]를 쓴 코난 도일이 아내와 아이를 잃고 강신술에 심취했던 반면, 마술사로 환상을 선보이던 해리 후디니는 오히려 믿지 않았던 것도 인상적이다. 유려한 문장에 유머까지 솔솔 뿌려져 있어서 평소 스토리가 없는 책을 재미있게 읽지 못하는 나조차도 푹 빠져서 읽었다. 뒷표지에 적힌 명리학자 강헌 님의 ‘술자리에서 아는 척하기 좋은 지식은 덤이다.’라는 말에 동감한다.

천문학과 점성술은 17세기가 지나서야 명확히 나뉜다. 지동설의 등장이 결정적이었다. 점성술은 기본적을 천동설을 바탕으로 한다. 지동설이 과학적 사실로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점성술은 과학과는 완전히 선을 긋고 순수 미신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p.78

역사를 단편적으로 배우면 르네상스를 유럽에 이성이 찾아온 시기로 잘못 이해할 수 있다. 물론 르네상스 때는 이성과 철학, 과학이 발전했다. 하지만 르네상스의 정확한 뜻은 그리스 로마 시대로의 회귀, 즉기독교 중심의 사회에서 탈피한다는 것이다. 이 시기에는 이성과 철학, 과학뿐 아니라 비종교적인 모든 것이 부흥했는데 그중 대부분은 미신이었다. 물질의 발전은 기존 정신(종교)을 무너뜨렸다. 종교는 모든 만물을 해석하는 방식이다. 그 방식이 사라졌으니 사람들은 새로운 해석을 해야 했고, 종교의 빈자리는 미신으로 채워졌다. p.93
그의 예언도 모호하기 짝이 없었는데 결코 정확한 시간이나 장소나 인물을 특정하지 않았다. 그는 4행짜리 시로 예언을 남겼고, 이는 해석하는 이에 따라 세상 모든 일에 대한 예언으로 변했다. 무엇보다 노스트라다무스는 엄청나게 성실한 예언가였다. 그는 3년간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하나씩 새로운 예언을 남겼고, 현재 남아 있는 시만 942편이나 된다. 그러니 세상에 사건이 터질 때마다 ‘노스트라다무스가 XX마저 예언했다’는 기사가 아직까지도 나오는 것이다. p. 95

세상의 모든 것이 그렇듯 대중의 사랑은 교육의 여부와 상관없이 엔터테인먼트에 능한 이들이 차지하기 마련이다. 점성가에게는 별을 보는 능력보다 말솜씨가 더 중요해진다. 별을 보고 싶다 한들 길에서 활동하는 모든 점성가가 망원경을 가질 수도 없는 노릇이고. p.105

천지인은 셋 다 나름의 주체성을 갖고 있으므로 이를 이해하는 것이 동양에서는 중요하다. 그래서 천지인을 이해하고 읽어내고 나아가 예측하는 학문이 생긴다.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한의학, 땅을 이해하는 것이 풍수지리학, 하늘의 뜻을 이해하는 것이 명리학(사주)이다. p.141

예언은 모호하면 모호할수록 좋다. 어차피 무속인을 신뢰하는 사람은 그 모호함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알아서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틀린 답을 내리더라도 그 틀린 답은 은유나 메타포가 되지 틀린 것이 되진 않는다. 예술가보다 중요한 건 대중이며, 마술사보다 중요한 것은 관객이듯이, 신보다 중요한 것은 신자이며, 점쟁이보다 중요한 것은 믿는 사람들이다.
P.350

#믿습니까믿습니다
#미신 #미신의역사 #오후작가 #동아시아 #동아시아출판사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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