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반오랑우탄 열한 살 우찬이의 몸에 어느 날 갑자기 털이 자라기 시작한다. 때마침 오랑우탄 인간에 대한 소문이 돌고, 우찬이는 자신도 오랑우탄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들이 모여 산다는 곳을 찾아 떠나야 한다고.카프카의 『변신』이 떠올랐다. 어느 날 갑자기 몸이 달라져 버린 사람들. 세상에서 나만 이렇다는 생각은 얼마나 외로울까. 우찬이는 가족을 두고 떠나는 것이 슬프지만 더 이상 이곳에 살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런 생각을 했던 시절이 있었다. 무엇이 그렇게 심각했는지는 이제 기억나지 않지만.집을 떠난 우찬이는 PC방에서 수상쩍은 할아버지를 만난다. 앞을 보지 못하면서도 온라인 게임을 기막히게 잘하고, 우찬이의 비밀을 알고 있다며 협박까지 한다. 우찬이를 집에 머물게 하면서 청소를 시키고 어깨도 주무르게 한다. 그런데 이 할아버지에게도 오랫동안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우찬이가 전해 들은 오랑우탄 인간들의 세계는 상상했던 것과 사뭇 달랐다. 오랑우탄 인간들은 숨어 사는데, 하늘시에서는 그들이 출몰한다는 소문을 이용해 축제를 벌인다. 오랑우탄 분장 퍼레이드까지 열린다.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씁쓸한 풍경이다.우찬이를 기다리는 친구들의 마음에 그만 눈물이 났다. 혼자 끙끙 앓지 않고 누군가에게 털어놓았다면 어땠을까.책을 덮고도 의문이 남았다. 오랑우탄 인간들은 왜 숨어 살아야 할까. 언제까지 그렇게 살아야 할까. 그들이 지상으로 올라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도 읽고 싶다. 『우리 반 오랑우탄』 2탄을 기대한다.#강효미 #다른 #다른어린이#동화추천
#아무일도일어나지않는내일이되길처음 교사가 되어 학교로 출근했을 때, 물론 좋기도 했지만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두려운 마음이 컸다. 나 자신을 믿지 못한 것이다. 그때 한 선생님이 처음인데 실수 좀 하면 어떠냐며 나를 안심시켰다.“실수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아요. 사람이 죽는다거나 하는 일이 아니잖아요.”과연! 하고 나는 설득 당했다. 병원이나 위험한 약품 등을 다루는 실험실에 근무하는 게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하니 긴장이 좀 풀렸다. 이 책은 이십 년 넘게 아픈 아이들을 만나 온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이자 소아신경과 전문의가 쓴 진료실 안팎의 기록이다. 병이 나아 집으로 돌아간 아이도 있지만, 재발해서 다시 찾아오거나 끝내 세상을 떠난 아이도 있다. 그런 아이를 대할 때 저자는 어떤 마음이었을지 감히 짐작할 수조차 없다.아픈 아이의 자지러지는 울음소리와 불안한 보호자의 날카로운 음성을 견디며 저자는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어린 환자들을 진료하고 치료한다. 그들의 무사와 안녕을 기원한다. 좋은 대학을 나온 의사 선생님. 거기다 글까지 잘 쓰고 선뜻 다가가긴 어려운 사람으로 저자를 알고 있었지만, 이 책에서 솔직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최근에 아빠를 사고로 여의었다. 사고 소식에 늦은 밤 달려간 응급의료센터에는 밤낮이 따로 없었다. 낯선 모습으로 누워 있는 아빠의 병상 옆으로 상태가 위중한 환자들이 쉴 새 없이 들고 났다. 바로 옆에서는 간호사들이 가벼운 농담을 나누며 소리내어 웃었다. 나는 순간 야속한 마음이 들면서도 누군가에게는 절박한 순간이 이들에게는 반복되는 일상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복잡해졌다.책을 읽는 동안 여러 번 멈춰야 했다. 아픈 아이들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읽는 일이 괴롭기도 했다. 저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감당해 온 시간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따뜻한 밥 한 끼 대접하고 싶어졌다. 오랫동안 누군가의 무사와 안녕을 기원해 온 사람. 이제는 나도 그의 안녕을 기원하고 싶다.#소아과의사 #에세이#강두철 #샘터
<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로 K-스토리 공모전 대상을 수상한 리러하 작가의 판타지 신작.전작이 허름한 주택에 세를 든 지옥을 다뤘다면 이번에는 종합 쇼핑몰 7, 8층에 입주한 수상한 인테리어 업체가 등장한다.전작에도 그랬던 것처럼 주인공은 엄청난 달변인데 대사를 읽다 보면 묘한 통쾌함에 젖고 말재주가 없는 신입 차사의 매력에도 빠져 볼 수 있다.수리는 대판 싸우고 연락을 끊었던 대학 선배의 후임으로 ‘지족 스페이스'라는 인테리어 회사에 입사하게 되는데, 꿀 직장을 양보하는 척하지만 뭔가 수상하고 찝찝하다. 아니나다를까, 선배가 올라가지 말라던 8층에서는 사람의 것이 아닌 게 분명한 소리가 들려오고 쇼핑몰에서 귀신을 목격하기도 한다. 수리가 영혼 또는 귀신을 보고 들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팀장은 수리에게 좀 더 막중한(?) 업무를 맡기고…■ 소도와 솟대쫄지 마요. 내 ‘그늘’ 밀에 있는 한 저것들은 당신을 볼 수 없어요, 라는 수리의 말은 이야기가 중반 이상 진행된 후에야 이해했는데 눈물 버튼이 눌리는 지점이기도 했다.후반부로 갈 수록 이렇게 연결되는 구나, 이렇게 맞물리는 구나, 무릎을 치며 읽었다.기발한 아이디어가 리러하 표 문체를 입고 통통 튀어오른다. 감동과 재미를 다 잡은 작품. 작가의 다음 작품을 벌써부터 기대한다.#처마밑도피지들 #리러하#악마의계약서는만기되지않는다#저승사자 #소설
#케어러지난 달, 아빠는 암을 진단받고 다음달 수술을 예약했다. 수술하고 일주일 정도 입원해야 하는데 가족이 옆에 있어야 된다더라고 아빠가 말했다. 방학 중이기도 해서 나는 아빠의 입원기간 동안 41조 연수가 아니라 연가를 냈다. 복강경 수술이라고는 해도 90을 바라보는 아빠가 마취를 견딜 수 있을지 걱정이다. 그밖에도 어디서 수술 부작용 등 부정적인 정보를 잔뜩 알아보고는 병원과 의사를 의심하고 자연요법이니 자연치유를 얘기하는 아빠에게 화를 내지 않기가 어렵다. 그런 아빠와 한 병실에서 일주일 가까이 지내며 아빠가 불편하지 않게 수발들 일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슴에 돌덩이를 얹어 놓은 것 같다. 그때 이 책을 만났다. 최하나, 조경아, 정명섭, 천지윤 작가님의 엔솔로지 소설집. (이 조합 참 좋다.)최하나 작가의 ‘나를 돌보며 너를 돌봄’에서는 상식을 들먹이며 상습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아버지가 쓰러지자 아내와 딸이 역할을 분담하여 효율적으로 환자를 간병한다. 조경아 작가의 ‘당신 곁에 누군가’에서는 아버지와 딸 2인 가족이 등장한다. 프리랜서 작가인 김희영은 항암 후유증으로 폐렴에 걸린 아버지의 유일한 보호자로 단 며칠만에 몸과 마음이 소진되는 것을 경험한다. 결국 비용을 들여 간병인을 고용하지만 간병인이 아무리 유능한들 간병의 부담에서 온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정명섭 작가의 ‘간병인’에 등장하는 박유나는 전직 특전 부사관이자 현직 격투기 선수로 친구를 대신해 다소 수상한 고액 알바를 수락하는데, 말이 간병인이지 사실은 간병인을 가장한 경호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동섭이 주장하는 음모론은 얼핏 망상처럼 보이지만 박유나는 간병인으로서 한동섭을 보호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천지윤 작가의 ‘내 이름은’의 화자는 50대 여성이다. 아들이 삼수를 해서 대학에 합격하고, “이제 엄마 인생 살아요.”하고 말하자 정말 그렇게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들, 시아버지로 이어진 독박 간병이 드디어 끝난 줄 알았다. 이제 시간을 예측하고 예약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 줄만 알았다. 누구누구의 보호자의 역할을 이제는 거부하고 싶은 그녀의 현실이 눈물겹다. 케어러 모드로 변신을 앞둔 상황이라 그런지 한 페이지도 가볍게 넘기지 못했다. 소설은 나를 다음 달로 데려다 두고 경고와 유용한 조언을 쏟아냈다. 그리고 현실과 관계없이 매우 재미있다. 술술 읽힌다. 역시 믿고 읽는 작가님들의 소설. #최하나 #조경아 #정명섭 천지윤
#소설의첫만남 #속마음세트#축제는언제나물음표축제날 우편동아리 프롬투를 통해 비밀편지를 전해 받은 학생회장 다성이 사라지자, 편지를 건넨 쌍둥이 다비가 다성을 찾아 나선다. 엄마의 네모반듯하고 자랑스러운 아들이던 다성이 최근에 삐딱선을 타면서 엄마의 기대를 대신 떠안은 것 같아 영 못마땅한 다비는, 다성을 찾는 과정에서 몰랐던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여름을돌려줘입시 때문에 예민한 고등학생 여름에게 미래에서 수상한 메일이 도착한다. 백 년 후에는 여름이 사라져서 빙하기에 들어갔다나? 여름은 누군가의 장난으로 여기지만, 엄마, 소래 이모와 함께한 홋카이도 여행에서 기후 위기를 실감하게 된다.#날갯짓연습한솔은 대학에 뜻이 없고 자라온 마을에 남아 시를 쓰며 살고 싶어 하고, 이서는 도시로 진학해서 연기자가 되고 싶은 꿈이 있다. 어려서부터 이웃하며 자랐지만 서로 다른 꿈을 꾸는 두사람은 서로 잔잔하게 의지하며 힘이 되어준다. <축제는 언제나 물음표>에서 다성이 엄마에게 크게 실망하는 순간이 그려지는데, 몹시 공감하면서도 엄마로서의 나는 어떤가 생각해보게 되었다. <여름을 돌려줘>에서 여름의 엄마는 자유로운 영혼이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딸을 사랑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날갯짓 연습>의 한솔 부모는 최선을 다해 가꿔온 삶에서 크게 이룬 것은 없지만 자식에게 어떻게든 힘이 되려고 노력한다. 불확실한 미래와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마음이 요동치던 시절이 자동 소환되었다. 그때 옆에서 힘이 되어주는 괜찮은 어른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소설의 첫만남 시리즈는 성인이 읽어도 좋은 청소년소설인데 특히 속마음세트는 교사나 학부모가 더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