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마 밑 도피자들
리러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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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로 K-스토리 공모전 대상을 수상한 리러하 작가의 판타지 신작.

전작이 허름한 주택에 세를 든 지옥을 다뤘다면 이번에는 종합 쇼핑몰 7, 8층에 입주한 수상한 인테리어 업체가 등장한다.
전작에도 그랬던 것처럼 주인공은 엄청난 달변인데 대사를 읽다 보면 묘한 통쾌함에 젖고 말재주가 없는 신입 차사의 매력에도 빠져 볼 수 있다.

수리는 대판 싸우고 연락을 끊었던 대학 선배의 후임으로 ‘지족 스페이스'라는 인테리어 회사에 입사하게 되는데, 꿀 직장을 양보하는 척하지만 뭔가 수상하고 찝찝하다. 아니나다를까, 선배가 올라가지 말라던 8층에서는 사람의 것이 아닌 게 분명한 소리가 들려오고 쇼핑몰에서 귀신을 목격하기도 한다.
수리가 영혼 또는 귀신을 보고 들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팀장은 수리에게 좀 더 막중한(?) 업무를 맡기고…

■ 소도와 솟대
쫄지 마요. 내 ‘그늘’ 밀에 있는 한 저것들은 당신을 볼 수 없어요, 라는 수리의 말은 이야기가 중반 이상 진행된 후에야 이해했는데 눈물 버튼이 눌리는 지점이기도 했다.

후반부로 갈 수록 이렇게 연결되는 구나, 이렇게 맞물리는 구나, 무릎을 치며 읽었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리러하 표 문체를 입고 통통 튀어오른다. 감동과 재미를 다 잡은 작품. 작가의 다음 작품을 벌써부터 기대한다.

#처마밑도피지들 #리러하
#악마의계약서는만기되지않는다#저승사자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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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어러
조경아 외 지음 / 상상스퀘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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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어러

지난 달, 아빠는 암을 진단받고 다음달 수술을 예약했다. 수술하고 일주일 정도 입원해야 하는데 가족이 옆에 있어야 된다더라고 아빠가 말했다. 방학 중이기도 해서 나는 아빠의 입원기간 동안 41조 연수가 아니라 연가를 냈다. 복강경 수술이라고는 해도 90을 바라보는 아빠가 마취를 견딜 수 있을지 걱정이다. 그밖에도 어디서 수술 부작용 등 부정적인 정보를 잔뜩 알아보고는 병원과 의사를 의심하고 자연요법이니 자연치유를 얘기하는 아빠에게 화를 내지 않기가 어렵다. 그런 아빠와 한 병실에서 일주일 가까이 지내며 아빠가 불편하지 않게 수발들 일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슴에 돌덩이를 얹어 놓은 것 같다.

그때 이 책을 만났다. 최하나, 조경아, 정명섭, 천지윤 작가님의 엔솔로지 소설집. (이 조합 참 좋다.)

최하나 작가의 ‘나를 돌보며 너를 돌봄’에서는 상식을 들먹이며 상습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아버지가 쓰러지자 아내와 딸이 역할을 분담하여 효율적으로 환자를 간병한다.

조경아 작가의 ‘당신 곁에 누군가’에서는 아버지와 딸 2인 가족이 등장한다. 프리랜서 작가인 김희영은 항암 후유증으로 폐렴에 걸린 아버지의 유일한 보호자로 단 며칠만에 몸과 마음이 소진되는 것을 경험한다. 결국 비용을 들여 간병인을 고용하지만 간병인이 아무리 유능한들 간병의 부담에서 온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정명섭 작가의 ‘간병인’에 등장하는 박유나는 전직 특전 부사관이자 현직 격투기 선수로 친구를 대신해 다소 수상한 고액 알바를 수락하는데, 말이 간병인이지 사실은 간병인을 가장한 경호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동섭이 주장하는 음모론은 얼핏 망상처럼 보이지만 박유나는 간병인으로서 한동섭을 보호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천지윤 작가의 ‘내 이름은’의 화자는 50대 여성이다. 아들이 삼수를 해서 대학에 합격하고, “이제 엄마 인생 살아요.”하고 말하자 정말 그렇게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들, 시아버지로 이어진 독박 간병이 드디어 끝난 줄 알았다. 이제 시간을 예측하고 예약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 줄만 알았다. 누구누구의 보호자의 역할을 이제는 거부하고 싶은 그녀의 현실이 눈물겹다.

케어러 모드로 변신을 앞둔 상황이라 그런지 한 페이지도 가볍게 넘기지 못했다. 소설은 나를 다음 달로 데려다 두고 경고와 유용한 조언을 쏟아냈다. 그리고 현실과 관계없이 매우 재미있다. 술술 읽힌다. 역시 믿고 읽는 작가님들의 소설.
#최하나 #조경아 #정명섭 천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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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첫 만남 : 속마음 세트 - 전3권 ㅣ 소설의 첫 만남
은소홀 외 지음, 이비(2B) 외 그림 / 창비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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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첫만남 #속마음세트

#축제는언제나물음표
축제날 우편동아리 프롬투를 통해 비밀편지를 전해 받은 학생회장 다성이 사라지자, 편지를 건넨 쌍둥이 다비가 다성을 찾아 나선다. 엄마의 네모반듯하고 자랑스러운 아들이던 다성이 최근에 삐딱선을 타면서 엄마의 기대를 대신 떠안은 것 같아 영 못마땅한 다비는, 다성을 찾는 과정에서 몰랐던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여름을돌려줘
입시 때문에 예민한 고등학생 여름에게 미래에서 수상한 메일이 도착한다. 백 년 후에는 여름이 사라져서 빙하기에 들어갔다나? 여름은 누군가의 장난으로 여기지만, 엄마, 소래 이모와 함께한 홋카이도 여행에서 기후 위기를 실감하게 된다.

#날갯짓연습
한솔은 대학에 뜻이 없고 자라온 마을에 남아 시를 쓰며 살고 싶어 하고, 이서는 도시로 진학해서 연기자가 되고 싶은 꿈이 있다. 어려서부터 이웃하며 자랐지만 서로 다른 꿈을 꾸는 두사람은 서로 잔잔하게 의지하며 힘이 되어준다.

<축제는 언제나 물음표>에서 다성이 엄마에게 크게 실망하는 순간이 그려지는데, 몹시 공감하면서도 엄마로서의 나는 어떤가 생각해보게 되었다. <여름을 돌려줘>에서 여름의 엄마는 자유로운 영혼이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딸을 사랑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날갯짓 연습>의 한솔 부모는 최선을 다해 가꿔온 삶에서 크게 이룬 것은 없지만 자식에게 어떻게든 힘이 되려고 노력한다.

불확실한 미래와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마음이 요동치던 시절이 자동 소환되었다. 그때 옆에서 힘이 되어주는 괜찮은 어른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소설의 첫만남 시리즈는 성인이 읽어도 좋은 청소년소설인데 특히 속마음세트는 교사나 학부모가 더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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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적인 뱀파이어 ㅣ 문학동네 청소년 80
최상희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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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이 작가님의 소설을 이제야 읽게 됐을까 싶을 정도로 취향 저격.

일단 문장이 너무 마음에 든다. 나라면 어떻게 표현할지 몰라서 머리를 쥐어 뜯었을 장면이나 심리상태를 이보다 더 적합할 수 없을 정도로 통쾌하게 묘사하고 있어서 책장에 온통 알록달록한 밑줄을 그으며 읽었다.

6편의 단편이 각각의 색채로 매력있는데 이야기마다 어떤 형태로든 고양이가 등장한다. 보이지 않는 강아지, 인간의 기운을 실리카겔처럼 흡수하는 존재, 앞집에 이사온 뱀파이어족, 목덜미에 달라붙은 고양이, 환생한 반려묘를 찾아온 지구인 등 기발한 상상에 아무런 위화감 없이 빠져들었다.

때로는 조마조마하고 애틋하고 안타까운 장면들을 작가가 노련하게 요리한 덕에 허겁지겁 페이지를 넘겼다. 재미있으면서도 철학적인 물음을 많이 건져 올리게 되는 작품.

이번 방학에는 최상희 작가의 소설을 전부 찾아서 읽고 싶다.

#청소년소설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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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헌책방 - 당신의 오늘을 삽니다 ㅣ 다른어린이 동화 1
강효미 지음, 불곰 그림 / 다른어린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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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이 사라진 미래의 서울 한복판, 빌딩과 빌딩 사이에 갑자기 나타난 헌책방이 이 동화의 배경이다. 아무도 찾지 않는 이곳에 호기심 많은 아이 우주가 방문하는데, 주인은 책값으로 현금을 내거나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고, 우주가 이야기를 들려주고 책을 사서 나오자 책방이 감쪽같이 사라진다. 사실, 헌책방 주인은 과거에서 시간 여행을 온 동화 작가였던 것.

 

이야기를 읽고 두 가지를 생각했다.

우선, 종이책의 미래에 대한 생각이다. AI와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종이책은 언젠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얼마 전 서울국제도서전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책은 형태를 떠나 여전히 우리 곁에 오래 머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야기는 결코 거창한 사건에서만 탄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래에서 온 동화 작가는 아이들에게 돈 대신 '오늘 있었던 일'을 들려 달라고 한다. 아이들에게는 평범한 하루였지만, 작가에게는 새로운 동화의 씨앗이 된다. 이 설정을 보며 이야기는 거창하고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평범한 하루와 소소한 일상에서도 충분히 싹틀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 헌책방》은 미래 사회를 상상하는 재미를 넘어 AI 시대에도 변하지 않을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동화다. 사회·도덕·정보 교과와도 자연스럽게 연계할 수 있으며, 각 장 뒤에 마련된 '생각하는 책방' 코너는 어린이들이 자신의 경험을 연결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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