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든 파티 - 캐서린 맨스필드 단편선 에디션F 6
캐서린 맨스필드 지음, 정주연 옮김 / 궁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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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든파티

이 책은 표제소설인 '가든 파티' 외 8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된 단편선이다.
첫번째 소설 '차 한 잔'을 중간까지 읽었을 때 나는 정수리 끝이 콘헤드처럼 위로 불쑥 솟더니 뾰족해져서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묘한 경험을 했다. '젊고 똑똑하고 극도로 현대적이고 옷을 우아하게 잘 입고 새로 나온 책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는' 로즈메리 펠의 '눈부시게 압도하는 약간 유별난 태도'와 그 주변의 반응에 이상할 정도로 몰입해 있었고 '캐서린 맨스필드? 내가 왜 이 작가를 몰랐을까?'하고 생각했다. 1백 년도 더 전에 살았던 이 작가는 분명 노력도 하기 전에 글을 잘 쓰게 타고난 사람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차 한 잔'을 끝까지 읽고는 안톤 체호프가 떠올랐다. 체호프의 단편소설처럼 뜬금없고 갑작스럽지는 않지만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조금 허무해졌기 때문이다. (결핵으로 요절한 것도 두 작가의 공통점이다.)
이어지는 '죽은 대령의 딸들', '어린 가정교사', '가든파티'도 마찬가지다.
행동 묘사가 생생하게 인물들의 성격을 상상하게 하지만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인간의 의외의 면모를 맞닥뜨리게 된다.
유일하게 남성 화자의 시점으로 서술되는 '나는 프랑스어를 못합니다'는 내용이 온전히 이해되지는 않았다.
국내 초역이라는 '서곡'도 화자가 계속 바뀌어서 조금 어려웠다. 모더니스트로 꼽히는 작가라고 하니 고개가 끄덕여진달까. 읽으면서 저절로 그림이 상상되는 섬세하고 시적인 묘사가 매혹적이다. 그녀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 읽고 싶다.

나는 인간 정신이라는 것 자체를 믿지 않는다. 믿어본 적도 없고. 나는 인간이란 커다란 여행가방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무언가로 채워지고 움직이기 시작하고 내동댕이쳐지고 덜컹거리며 보내지고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아지고 갑자기 반쯤 비워지거나 아니면 더 꽉꽉 채워지다가 마침내 궁극의 짐꾼이 궁극의 기차에 홱 올려놓으면 덜그럭거리며 사라져버린다...
p.141 ('나는 프랑스어를 못합니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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