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고양이를 부탁해 걷는사람 에세이 7
김봄 지음 / 걷는사람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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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좌파고양이를부탁해

김봄 작가님이 보수라고 여기는 엄마 손여사는 딸을 좌파라 칭한다. 손여사 시점으로는 빨갱이 좌파인 딸의 고양이 아담, 바라는 좌파 고양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담백하게 쓴 글은 어째서 감동과 위로를 주는 걸까?
전혀 접점이 없는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은데도 나는 이 책을 읽으며 30년전 어느 선거일 오후와 돌아가신 엄마를 떠올렸다. 두 번쯤 히죽히죽 웃었고 눈물을 한 번 쏟았다. 주먹을 불끈 쥐기도 하고 속상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얼마전, 잘 읽고도 한 마디도 글로 남기지 못했던 이석원 작가님의 '2인조'가 생각났지만 왜냐고 묻는다면 정확한 말로 답변하기 어렵다.
읽어보시라. 재미읽게 읽고나면 저마다 부피와 무게가 다른 여운이 남을 거다.

봄이되고 나서 나는 내가 본 것들과 기억하는 것들, 그리고 곱씹었던 단어들을 가지고 놀고 있다. 감정의 과잉 상태에 놓였던 고단했던 지난 시간들을 고르고 얼러 글로 정리할 수 있는 건, 누군가는 누리기 힘든 사치에 가까운 행복일는지 모른다. 여전히 글을 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가장 확실한 행복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p.145

#김봄 #김봄작가 #에세이추천 #책추천 #걷는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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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까지 가자
장류진 지음 / 창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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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류진 작가님의 책은 어쩐지 국수를 먹듯이 후루룩 읽게 된다. 칼국수나 라면, 파스타를 먹을 때는 그렇지 않은데 유독 멸치국수를 먹을 때, 나는 면을 후루룩 후루룩 소리를 내며 흡입하고 그릇을 들어 입을 대고 국물을 벌컥벌컥 들이킨다.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이다. 당연히 다른 음식에 비해 빨리 먹게 되는데, 책을 느릿느릿 읽는 게 불만인 내가 장류진 작가님의 소설만큼은 국수라도 먹는 것처럼 후루루룩 읽게 되고 기분좋은 포만감을 느낀다.
'일의 기쁨과 슬픔'을 읽었을 때도 그랬고 이 책 '달까지 가자'도 마찬가지. 빨리 읽는 능력이라도 생겨난 건가 싶지만 다른 책을 잡으면 다시 느림보가 된다.
시대적 배경은 2017년, 한 회사에 다니는 고만고만한 처지의 세 여성이 꿈꾸는 일확천금에 대한 이야기이다. 다해, 은상, 지송은 다소 특이한 경로로 입사한 이력 말고도 내세울 배경이라고는 없는 흙수저라는 동질감 덕분에 친해진 사이다. 셋중에서도 이재에 밝고 계산이 빠른 은상이 이더리움이라는 가상화폐로 수익을 내면서 다해와 지송을 끌어들인다. 언젠가부터 재물에 관한 한, 나한테 행운이 따르지 않는다고 생각해 왔고 한방이니 일확천금이니 하는 것도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여겼던 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세 사람을 응원하게 된다. 제목처럼 달까지 가지는 못하더라도 추락하진 말아야 할텐데 하면서.
대기업에 다닌 적은 없지만 직장 에피소드에 몹시 공감한다. 때로는 답답하고 억울하고 어떤 것들은 내 이야기 같다. 읽는 동안에도 다 읽고 나서도 내내 만족스럽다.
장류진 작가님, 달까지 가시길.

이른바 분리형 원룸이나 투룸에 살 수 있기를 늘 바라왔다. 열심히 살다보면 언젠가는 정말로 그런 곳에서 살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라고 막연히 희망 섞인 기대를 해본 적도 있었고, 때로는 그날이 오긴 올까? 서른 될 때까지는 그른 것 같고 마흔쯤 되면 가능한 걸까? 하고 아득한 기분에 빠지기도 했다. 실은 그런 날이 더 많았다. p. 72

나는 매일매일 모래알처럼 작고 약한 걸 그러모아 알알이 쌓아올리고 있었지만 그걸 쌓고 쌓아서 어딘가에 도달하리라는 기대도 희망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냥 그 행위를 멈추지 않고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위안 삼으며 그런 동작으로 반복하고 있을 뿐이었다. 여태껏 쌓은 건 지나가는 누군가의 콧김 같은 것에도 부스러져내릴 수 있다는 사실은 구태여 직시하지 않을 뿐 이미 잘 알고 있었다. p. 95

#장류진 #장편소설 #소설추천 #책추천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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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의 심장 - 교유서가 소설
이상욱 지음 / 교유서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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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욱 작가의 작품은 처음이다.
일견 발칙하고 조금 유치하기까지 한 상상력을 발전시킨 그렇고 그런 소설인가 싶지만 오래지 않아 아껴읽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냉소적인데 따뜻하고, 절망적인데 빛이 함께한다.
농담처럼 가벼워 보이는 문장들이 묵직하게 부풀어 오른다.
외계인이라느니 마왕이라느니 헛웃음 나오는 소재인데 몰입감이 엄청나다.
이 단편집을 관통하는 하나의 문장을 꼽자면 '나는 또 다시 혼자가 되었다.'가 아닐까?
마지막 장을 덮자마자 다시 한번 더 읽고 싶어지는 소설집이다.

가끔 마음이란 게 잔뜩 흠집 난 유리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 흠집이 많아질수록 유리는 점점 불투명해지고, 마침내 저편이 보이지 않게 되는 거야. 어쩌면 죽음이 그런 건지도 모르겠어.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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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 것이다 - 청소년이 쓴 코로나19 교육 보고서 코로나19 3부작
인디고 서원 엮음 / 궁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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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 쓴 코로나19 교육 보고서라는 부제대로 이 책은 청소년들이 쓴 글을 엮은 책이다. 우리는 작년 한 해 코로나 19 감염 우려로 등교를 중단하고 학교를 멈추는 대응을 선택했다. 또한 작년 한 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청소년의 수는 827명이라고 한다. 안전과 생명을 위해 등교를 멈추는 선택이 가능하다면 한 해에 827명을 자살로 내모는 잘못된 교육 시스템을 멈춰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물음으로 이 책은 시작한다.
나는 초,중,고 12년의 교육기간을 거치는 동안 성적이 높았던 적도 있었고 낮았던 적도 있었다. 성적이 높았을 때 주어지던 특별대우 또는 우월감을 기억한다. 공부가 하기 싫었던 때, 그래서 성적이 낮았을 때에는 학교에 가고 싶지 않았던 것도 생각난다. 그래도 어떻게든 참고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가면 그걸로 끝인 줄 알았다. 행복하고 빛나는 미래가 보장되는 줄 알았다. 과연 그런가? 지금 본인의 위치에 만족하는 어른이라면 12년의 교육기간이 지금의 나에게 크게 도움이 되었다고 여기고 있을까? 암기식과 주입식으로 진행되고 지나친 경쟁을 조장하는 우리의 교육은 문제가 없는 걸까?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청소년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미안해진다. 불평등하고 부정의한 교육기간을 먼저 겪은 어른으로서 한 가지도 바꾸지 못했다는 점, 미래를 생각하며 견디라는 뻔한 조언만을 해왔다는 점이 참 부끄럽고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리고 또한 감사해진다. 시험을 치르기 위해 억지로 하는 공부가 아니라 인디고 서원에서 함께 책을 읽고 좋아하는 공부를 즐겁게 한 우리의 청소년들은 이렇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아는구나, 반짝반짝한 생각을 이렇게 훌륭한 글쓰기로 표현할 수 있구나, 참 다행이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 울컥 눈물이 나기도 했다. 책 제목처럼 우리의 청소년들이 정말로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어줄 거란 희망을 갖게 된다.

박시은(14세)
정부가 온라인 수업의 수치적 성공만 이야기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어려운 친구들이 수업을 잘 들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주었으면 좋겟습니다. p.20

김숲(16세)
저는 우리나라 교육이 너무 개인의 능력을 키우는 것에만 맞추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험 문제를 풀 때, 우리는 혼자 그 문제와 씨름합니다. 함께 문제를 푸는 것은 부정행위라고 봅니다. 과목 관련 활동을 할 때도 개인별로 점수가 매겨집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불어 살아가는 교육입니다. 함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지 않는 사람들이 코로나19를 이겨낼 힘을 키울 수는 없을 것입니다. p.25~26

한서현(16세)
학교는 공부를 하는 것만이 아니라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방법을 배우는 곳입니다. 학교는 살아가면서 겪어야 할 고난들을 헤쳐나갈 능력과, 서로 공존하며 자신의 꿈을 찾을 수 있는 도움을 주는 곳이어야 합니다. p.37~38

이진복(15세)
학교는 사회에서 소외된 아이들에게 삶의 희망을 주고 자신에게 아무런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미래를 꿈꾸게 하는 공간입니다. 아이들에게 삶의 의미를 찾도록 도와주는 곳입니다. p.40
전태화(16세)
아프고 힘들더라도, 우리 인생의 봄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냥 땅속에서 조용히 있는 것이 지금 당장은 편하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그러한 삶은 살아 있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살고 싶습니다. 여러분도 살아 있기를 바랍니다. 죽어버린 봄이 아닌, 생각하는 봄의 시간을 다시 찾기 위해 이 추운 겨울 잘 버텨내자고 이 땅의 청소년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p.7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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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365일 1
블란카 리핀스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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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원작 소설이라는 것 말고는 정보가 없었다.
표지에 있는 남자가 아주 잘생겼다고 생각했고, 책날개에 '작가는 섹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저녁을 준비하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는 문장을 발견하고서야 '엇, 야한 소설인가?'하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래서 출근길 전철 안에서 용감하게 책을 열고 한 장을 넘기자마자 슬그머니 주변을 둘러보며 덮게 되었다. 지인들에게 말했더니 안 본 사람이 거의 없더라. 아주 유명한 29금 영화란다.
이탈리아 마피아 간부인 마시모는 강렬하고 아름다운 얼굴에 몸매조차 끝내주게 섹시하다. 엄청난 부자이고 끝을 모르는 욕정의 화신이다.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은 투박하고 마피아답게 잔혹하고 위험한 인물이다. 언젠가부터 그의 환상에 나타나던 여인을 실제로 만나게 되자 그녀를 납치한다.
라우라는 폴란드인으로 매력적인 외모 말고는 내세울 만한 게 많지 않다. 조신함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해왔고 심장병이 있어 자주 정신을 잃으면서도 술을 가까이한다. 시칠리아 여행에서 마시모에게 납치되고 365일 안에 그를 사랑하게 되지 않으면 보내주겠다는 조건으로 그의 곁에 머물게 된다.
말도 안되지만 구미가 당기는 설정이 아닐 수 없다. 수시로 등장하는 정사 장면은 거칠지만 환상을 채워주기에 충분하다. 365 시리즈가 폴란드에서만 150만부의 판매고를 올렸다는 사실이 절로 이해된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 이르러서는, '이렇게 끝난다고? 두 번째 작품인 <오늘>을 내놓으란 말이다.' 같은 심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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