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까지 가자
장류진 지음 / 창비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장류진 작가님의 책은 어쩐지 국수를 먹듯이 후루룩 읽게 된다. 칼국수나 라면, 파스타를 먹을 때는 그렇지 않은데 유독 멸치국수를 먹을 때, 나는 면을 후루룩 후루룩 소리를 내며 흡입하고 그릇을 들어 입을 대고 국물을 벌컥벌컥 들이킨다.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이다. 당연히 다른 음식에 비해 빨리 먹게 되는데, 책을 느릿느릿 읽는 게 불만인 내가 장류진 작가님의 소설만큼은 국수라도 먹는 것처럼 후루루룩 읽게 되고 기분좋은 포만감을 느낀다.
'일의 기쁨과 슬픔'을 읽었을 때도 그랬고 이 책 '달까지 가자'도 마찬가지. 빨리 읽는 능력이라도 생겨난 건가 싶지만 다른 책을 잡으면 다시 느림보가 된다.
시대적 배경은 2017년, 한 회사에 다니는 고만고만한 처지의 세 여성이 꿈꾸는 일확천금에 대한 이야기이다. 다해, 은상, 지송은 다소 특이한 경로로 입사한 이력 말고도 내세울 배경이라고는 없는 흙수저라는 동질감 덕분에 친해진 사이다. 셋중에서도 이재에 밝고 계산이 빠른 은상이 이더리움이라는 가상화폐로 수익을 내면서 다해와 지송을 끌어들인다. 언젠가부터 재물에 관한 한, 나한테 행운이 따르지 않는다고 생각해 왔고 한방이니 일확천금이니 하는 것도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여겼던 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세 사람을 응원하게 된다. 제목처럼 달까지 가지는 못하더라도 추락하진 말아야 할텐데 하면서.
대기업에 다닌 적은 없지만 직장 에피소드에 몹시 공감한다. 때로는 답답하고 억울하고 어떤 것들은 내 이야기 같다. 읽는 동안에도 다 읽고 나서도 내내 만족스럽다.
장류진 작가님, 달까지 가시길.

이른바 분리형 원룸이나 투룸에 살 수 있기를 늘 바라왔다. 열심히 살다보면 언젠가는 정말로 그런 곳에서 살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라고 막연히 희망 섞인 기대를 해본 적도 있었고, 때로는 그날이 오긴 올까? 서른 될 때까지는 그른 것 같고 마흔쯤 되면 가능한 걸까? 하고 아득한 기분에 빠지기도 했다. 실은 그런 날이 더 많았다. p. 72

나는 매일매일 모래알처럼 작고 약한 걸 그러모아 알알이 쌓아올리고 있었지만 그걸 쌓고 쌓아서 어딘가에 도달하리라는 기대도 희망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냥 그 행위를 멈추지 않고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위안 삼으며 그런 동작으로 반복하고 있을 뿐이었다. 여태껏 쌓은 건 지나가는 누군가의 콧김 같은 것에도 부스러져내릴 수 있다는 사실은 구태여 직시하지 않을 뿐 이미 잘 알고 있었다. p. 95

#장류진 #장편소설 #소설추천 #책추천 #창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