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욱 작가의 작품은 처음이다.일견 발칙하고 조금 유치하기까지 한 상상력을 발전시킨 그렇고 그런 소설인가 싶지만 오래지 않아 아껴읽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냉소적인데 따뜻하고, 절망적인데 빛이 함께한다.농담처럼 가벼워 보이는 문장들이 묵직하게 부풀어 오른다.외계인이라느니 마왕이라느니 헛웃음 나오는 소재인데 몰입감이 엄청나다. 이 단편집을 관통하는 하나의 문장을 꼽자면 '나는 또 다시 혼자가 되었다.'가 아닐까?마지막 장을 덮자마자 다시 한번 더 읽고 싶어지는 소설집이다.가끔 마음이란 게 잔뜩 흠집 난 유리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 흠집이 많아질수록 유리는 점점 불투명해지고, 마침내 저편이 보이지 않게 되는 거야. 어쩌면 죽음이 그런 건지도 모르겠어. P.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