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벤지 포르노 - 젠더, 섹슈얼리티 그리고 동기
매튜 홀.제프 헌 지음, 조은경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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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용한 자료들은 피해자생존자를 때에 따라 번갈아가며 사용한다. 정확한 용어는 문맥에 맞춰 결정해야 한다고 본다. 많은 경우 피해자보다는 생존자또는 피해자-생존자를 사용하는 것이 더욱 적절하다

_도입, 25p

 

서평단에 당첨되어 이 책을 받고 얼마 되지 않아 첫 출근을 시작했다. 가로가 15cm, 세로가 22.5cm인 책을 가방에 넣고 다니려니 상당히 무거웠다. 학창시절에도 많이 겪었던 일인데 직장 다니면 좀 달라질 줄 알았지, 전혀 달라지지 않고 무겁기는 매한가지다. 그렇게 두꺼운 책이 아닌데도. 그래서 전자책을 구매해 크레마 그랑데로 읽었다. 집은 종이책 포화상태니까 이런 책을 전자책으로 소장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책을 읽으며 비문학 읽기를 고민했다. 이 책의 도입에서 각 장의 내용을 요약해준다. 그걸 참고삼아 각 장을 읽고 내용의 큰 덩어리를 이해해야 했다. 비문학 읽기란 토씨 하나 쓸모없는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학창시절 내내 거의 문학만 읽었기 때문에 비문학 읽는 훈련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마음 같아서는 책에 밑줄을 긋고(좋은 색연필을 샀다) 점착메모지를 잔뜩 붙이고 싶었지만 전철과 버스에서 그러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어떤 흐름으로 흘러가는지 본문을 일부 인용하고 싶다. ‘리벤지 포르노’(저자들의 용어 사용에 대한 생각에 동의한다. 이 현상이 좀 더 합의가 필요하다) 문제는 심각하기에 사람들이 이 책에 흥미를 갖고, 읽고 나서 더 알고 경각심을 갖고 그에 반대했으면 한다.

 

먼저 1장에서는 리벤지 포르노용어 사용에 대해 서술한다. ‘리벤지 포르노가 업로드되는 곳을 알아보고 만드는 주체를 다룬 뒤 피해자와 리벤지 포르노의 영향에 대해 살펴본다. 2대응책에서는 법적, 정부 차원의 대응과 피해자에게 어떤 자료와 자원을 제공할 수 있는지 알아본다. 3리벤지 포르노의 특징에서는 다양한 전통과 관점에서 리벤지 포르노가 이해되는 방식을 알아본다. 4온라인에서의 상호작용은 사람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소통하는 방식에 대해 알아본다. 5담론적 접근법으로 리벤지 포르노 이해하기에서는 철학적이고 방법론적인 입장을 통한 데이터 분석을 논의하는데 이 부분은 특히 철학적 사전지식이 필요하니 5장을 읽을 때 최소한의 검색을 하는 걸 추천한다. 6장부터 8장은 이성애 남성, 이성애 여성, 게이와 레즈비언이 올린 텍스트를 분석한다. 9논의해 볼 점은 리벤지 포르노에 대한 일반적인 관점과 그 특징에 대해 좀 더 논의한다. 마지막 10향후 실현 가능한 개입은 사회가 어떤 일을 하고 있고 그 밖에 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논의한다. 또한 피해자 지원을 개선하는 방식에 대해서 논의하고 리벤지 포르노의 정치적 측면을 살펴보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특별히 5장이 사전지식 없던 내게 어려웠다. 그 외에는 읽기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고. 아주 난해한 글은 아니나 현재성이 넘쳐흐르는 주제를 다룬지라 텍스트 소화가 버겁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책을 읽지 않을 수 없다. 괴롭다고 외면하면 더 심각해질 뿐이다. 이 책을 집어드는 사람들은 모두 이 분야에 자신의 소신이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소신이 생길 만큼 많은 자료와 경험을 겪었을 것이다. 아름다운 것만 보기에도 바쁜 삶을 살며 다시 힘겨운 독서를 하는 독자들을 응원한다.

 

여담으로 리벤지 포르노라는 용어에 반대한다. 가해자 중심적이라는 지적은 책 내에서도 말한 바 있다. 나는 개인의 사생활은 포르노가 될 수 없고 포르노처럼 소비해서도 안 된다는 확고한 의견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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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민음사 세계문학 e컬렉션 베스트 (전33권)
민음사 편집부 / 민음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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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중지


집에 공간없어서 전자책으로 전환하고 종이책은 판매하려고 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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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가입니다, 밥벌이는 따로 하지만
김바롬 지음 / 에이치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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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작가입니다, 밥벌이는 따로 하지만

김바롬

에이치, 2019

19. 12. 21. 토요일

★★★★

 

인생은 성취하는 것도 견디는 것도 아닌 지향하기 위해 써야 한다는 걸, 내가 밟고 있는 이곳이 목표로 하는 저곳과 어떤 식으로든 이어져 있으리라는 걸, 또 이 순간과 마침내 찾아온 성취의 순간과 그 뒤로도 계속해서 이어질 무수한 순간들이 동일한 가치를 갖고 있다는 걸 나도 이젠 알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의 난 못 알아듣겠지. 그렇다고 안타까울 건 없다. 겁 많고 나약하고 비겁한 못난이지만, 그 누구도, 설령 나 자신이라 해도 그의 실패할 권리를 가져갈 수는 없을 테니까.

_에필로그, 265~266p

 

책은 짧은 수필이 여러 권 묶였고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이어진다. 이 한 권의 책에서 김바롬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또 어떤 요소를 마음 깊이 가지고 사는지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작가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글은 또 처음이라 당황스럽지만 재밌게 읽었다.

글로 먹고 사는 삶이란 포기한 지 오래다(내 얘기이기도 하고,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겠지.) 인기 작가도 인세는 정가의 10%를 받는다는데, 이런 나라에서 어떻게 글로 먹고 살겠나? 글과 다른 일을 겸해야 한다. 그래서 나도 구직한다. 글도 쓰면서, 그림도 그리면서 전공을 살려서 구직한다. 내가 이 제목에 이끌릴 수밖에 없었다.

글은 쉽게 읽히지만, 쉽게 읽힌다고 해서 글이 쉽게 쓰이는 것은 아니다. 김바롬, 그가 품은 경험은 가벼이 넘길 수 없다. 사회의 기본값에서 벗어난 사람의 삶, 특히 한국처럼 평균에 가깝되 그보다 더 뛰어나기를 요구하는 사회에서 그와 같은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청년에 속하지만 정책은 대학 중퇴자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겠지. 그런 답답함이 있었다. 읽는 내내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김바롬 작가의 시니컬하고 쿨한 문체에 숨통이 트인 부분도 없잖아 있으나, 한국 사회가 얼마나 각박한지 아는 사람으로서(왜냐하면! 내가! 바로 대학 졸업한 백수니까! 구직 힘드니까! 청년이니까!) 그런 마음이 들었다. 물론 그와 나는 여러모로 차이가 있긴 하나 기본값에서 벗어나는 청년이라 동질감 느낀 문장도 있었다. 쉽게 읽히지만, 쉽게 쓰인 글이 아니다. 삶의 무게가 너무도 생생히 나를 눌렀다.

누군가 친구 하시겠어요?’라고 묻는다면 글쎄요라고 대답하겠지만, 인간 대 인간으로는 행복하길. 더 나아가길.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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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과학다반사 - 세상 읽는 눈이 유쾌해지는 생활밀착형 과학에세이
심혜진 지음 / 홍익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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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일상, 과학다반사

심혜진

홍익출판사, 2019

19. 12. 22. 일요일

KDC 404 DDC 502

★★★★★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건 추론과 논증이므로, 그 과정을 이해하면 세상을 읽는 눈도 밝아지고 소소하게 벌어지는 사건들을 해석하고 판단하는 능력도 길러지리라 생각했다. 생명에 대한 존엄성도 더 깊이 새겨지리라 믿었다. 그리 어렵지 않은 내용만으로도 충분했다.

_프롤로그, 10p

 

 

올해 과학책을 읽겠다며 주로 읽은 게 한국십진분류법(이하 KDC) 404에 분류될 법한 책들이었다. KDC 6판 기준 404는 자연과학 강연집, 수필집, 연설문집이다. 사회과학이나 문학처럼 특히 좋아하는 주제(사회문제, 영문학, 불문학, 러시아 소설)가 생기기 위해서는 그 주제 분야를 아우르는 큰 바다에서 헤엄치며 다양한 생물을 만나볼 필요가 있다(나는 고래를 좋아하는데 최애는 범고래다.) KDC를 두고 말하자면 KDC 주류표인 400(자연과학)500(기술과학)에 속하는 책을 읽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다보면 강목에 해당되는 430 화학, 470 생명과학, 480 식물학, 490 동물학처럼 좀 더 구체적인 분야로 좁혀질 것이다. 그러니 이 책과 내가 올 한 해 동안 읽었던 다른 과학책처럼 다양한 분야의 과학을 가볍게 다룬 수필집을 여러 권 읽은 건 전혀 쓸모없는 일이나 시간 낭비가 아니다. 한 권 읽는다고 ! 난 화학에 흥미가 있어!’ 하고 확신하게 되는 것도 아니고.

나는 과학과는 딱히 관련 없는 전공을 지나친 사람이기 때문에 자연과학과 기술과학 분야의 지식은 부족하다. 이 책 일상, 과학다반사는 물리, 지구과학, 동물학 등 자연과학의 몇 분야를 크게 다루고 있다고 판단된다. 개인적으로 주의 깊게 읽은 글이 있다. ‘진짜 같은 가짜 고기가 있다’(52p)오늘 점심은 귀뚜라미 반찬으로’(252p)인데, 둘 다 고기를 대체할 수 있는 식품(?)을 다룬다. 왜 관심을 가졌냐면, 나는 동물도 고기도 너무 좋아하는데 축산업이 너무 비윤리적으로 느껴져서 동물을 사랑하는 나로서는 축산품 소비를 줄이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식품이란 사람이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음식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니, 어쩌면 식품이 아닐 수도 있겠다. 전자는 인공 고기, 후자는 영양소 풍부한 귀뚜라미가 주제다. 나는 전자에서는 인공 고기가 효율 없을 만큼 비싸다고, 후자는 귀뚜라미가 꽤 효율 좋은 식량임을 느꼈다. 전문가들 말로는 10년 이내 가격이 저렴해져서 누구든 먹을 수 있으리라고 하는데, 부디 그렇게 되길 바란다. 그리고 귀뚜라미는…… 모기, 개미, 파리 외에는 잡을 수 있는 벌레가 거의 없는 나에겐 너무 힘들다. 우리 잠시 거리를 두도록 해야겠다.

이 책에서 내가 주목한 내용은 생물과 관련됐지만, 이외의 내용도 충분히 흥미롭다. 성인이 되어 과학책을 읽고 싶지만 어떤 책부터 읽어야 할지 모르는 누군가에게 이 책을 비롯한 다른 책들을 추천하고 싶다. 이정모의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2)과 박재용의 과학이라는 헛소리(2)을 읽으며 자연과학에 흥미를 갖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400 자연과학

410 수학

420 물리학

430 화학

440 천문학

450 지학

460 광물학

470 생명과학

480 식물학

490 동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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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 펭귄클래식 156
제인 오스틴 지음, 류경희 옮김, 피오나 스태퍼드 해설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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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고 똑똑하고 부유한 데다 안락한 가정에 명랑한 기질까지 갖춘 에마 우드하우스는 삶에 필요한 최상의 축복을 한 몸에 타고 난 사람 같았다. 그녀는 실제로 자신을 괴롭히거나 성가시게 하는 일은 거의 겪지 않고 스물한 해를 보냈다.’

_1부 제1장 9p



에마 우드하우스는 부족한 것 하나 없는 여자로 자기와 언니를 어머니처럼 돌봐주었던 가정교사 테일러 양을 웨스턴 씨와 맺어주는 데 성공했다. 테일러 양이 결혼해서 웨스턴 부인이 되자 허전하다. 그런 와중 사생아라는 사랑스럽고 어린 해리엇 스미스를 만나고 해리엇의 부모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자기가 점찍어둔 괜찮은 남자와 맺어주려 한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에마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내가 만난 세 번째 「에마」이다. 첫 번째 「에마」는 민음사, 두 번째 「엠마」는 열린책들. 세 번째 「에마」는 펭귄클래식. 펭귄클래식에서 신간이 더는 나오지 않는 건지 걱정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신간을 출간해 서평으로 받아보게 되어 기쁘다.

「에마」는 의미 있는 책이기도 하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하나인 제인 오스틴. 처음 접한 그의 작품이 바로 이 「에마」였다. 「에마」를 읽고 너무 재밌어서 사기만 했던 「오만과 편견」을, 「이성과 감성」을, 「설득」과, 「노생거 수도원」과, 「맨스필드 파크」를 읽었다.

커다란 사건과 치밀한 트릭(?) 없이 담담한 문체로 흥미진진한 소설을 쓴 제인 오스틴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각 인물이 어떤 유형의 인물인지 탁월하게 그려냈다. 에마 우드하우스. 상냥하고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지만 그 속내에는 다른 이에 대한 우월감이 떡하니 앉아 있다. 이런 에마 우드하우스를 보면 가까이 두고 싶지 않다. 나한테 잘해준 사람이 알고 보니 나에 대한 우월감으로 잘해줬다면 그 사람에 대한 호감이 싹 떨어질 게 분명하다. 제인 오스틴은 에마를 두고 ‘나 이외에는 누구도 좋아하지 않을 여주인공’이라고 표현했다. 나는 제인 오스틴도 에마 우드하우스와 같은 면이 있지 않았을까 한다. 자기의 개선이 필요한 점을 여주인공의 주된 성격으로 설정하고 글을 쓰면서 그 점을 긍정하되 개선해서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게 아닐까? 그 과정에서 작가이자 독자로서 주인공과 동일시하여 에마 우드하우스를 좋아하게 된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아예 근거 없는 주장은 아니다. 나는 소설의 등장인물 중 몇몇을 좋아한다. 주인공이라서 좋아하기도 하고, 에마 우드하우스처럼 좋아하기도 한다. 책을 읽으며 에마 우드하우스와 나의 유사한 점을 몇몇 찾아냈고 그 과정에서 짜증도 났지만, 단점을 갖고 있음에도 사람은 사랑스러운 거라고 여겼다. 그리고 이런 단점이 얼마나 안 좋은지 간접 경험하고 마음을 고쳐먹기. 이런 과정으로. 그리하여 나는 에마 우드하우스를 좋아하게 된다.

학창시절 수많은(?) 독후감 숙제와 마주해야 했다. 학교에서 쓴 독후감과 성인이 되어 쓴 독후감은 쓸 때의 기분부터 다르다. 꼭 교훈을 찾아내지 않아도 된다. 꼭 등장 인물에게 편지를 쓰지 않아도 된다. 그런 부담에서 벗어나 책을 읽고 느낀 감상을 솔직하게 적는다. 그러니 이런 독후감을 써서 다른 이와 나누게 된다. 그렇게 독후감 쓰기가 즐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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