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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 ㅣ 펭귄클래식 156
제인 오스틴 지음, 류경희 옮김, 피오나 스태퍼드 해설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예쁘고 똑똑하고 부유한 데다 안락한 가정에 명랑한 기질까지 갖춘 에마 우드하우스는 삶에 필요한 최상의 축복을 한 몸에 타고 난 사람 같았다. 그녀는 실제로 자신을 괴롭히거나 성가시게 하는 일은 거의 겪지 않고 스물한 해를 보냈다.’
_1부 제1장 9p
에마 우드하우스는 부족한 것 하나 없는 여자로 자기와 언니를 어머니처럼 돌봐주었던 가정교사 테일러 양을 웨스턴 씨와 맺어주는 데 성공했다. 테일러 양이 결혼해서 웨스턴 부인이 되자 허전하다. 그런 와중 사생아라는 사랑스럽고 어린 해리엇 스미스를 만나고 해리엇의 부모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자기가 점찍어둔 괜찮은 남자와 맺어주려 한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에마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내가 만난 세 번째 「에마」이다. 첫 번째 「에마」는 민음사, 두 번째 「엠마」는 열린책들. 세 번째 「에마」는 펭귄클래식. 펭귄클래식에서 신간이 더는 나오지 않는 건지 걱정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신간을 출간해 서평으로 받아보게 되어 기쁘다.
「에마」는 의미 있는 책이기도 하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하나인 제인 오스틴. 처음 접한 그의 작품이 바로 이 「에마」였다. 「에마」를 읽고 너무 재밌어서 사기만 했던 「오만과 편견」을, 「이성과 감성」을, 「설득」과, 「노생거 수도원」과, 「맨스필드 파크」를 읽었다.
커다란 사건과 치밀한 트릭(?) 없이 담담한 문체로 흥미진진한 소설을 쓴 제인 오스틴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각 인물이 어떤 유형의 인물인지 탁월하게 그려냈다. 에마 우드하우스. 상냥하고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지만 그 속내에는 다른 이에 대한 우월감이 떡하니 앉아 있다. 이런 에마 우드하우스를 보면 가까이 두고 싶지 않다. 나한테 잘해준 사람이 알고 보니 나에 대한 우월감으로 잘해줬다면 그 사람에 대한 호감이 싹 떨어질 게 분명하다. 제인 오스틴은 에마를 두고 ‘나 이외에는 누구도 좋아하지 않을 여주인공’이라고 표현했다. 나는 제인 오스틴도 에마 우드하우스와 같은 면이 있지 않았을까 한다. 자기의 개선이 필요한 점을 여주인공의 주된 성격으로 설정하고 글을 쓰면서 그 점을 긍정하되 개선해서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게 아닐까? 그 과정에서 작가이자 독자로서 주인공과 동일시하여 에마 우드하우스를 좋아하게 된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아예 근거 없는 주장은 아니다. 나는 소설의 등장인물 중 몇몇을 좋아한다. 주인공이라서 좋아하기도 하고, 에마 우드하우스처럼 좋아하기도 한다. 책을 읽으며 에마 우드하우스와 나의 유사한 점을 몇몇 찾아냈고 그 과정에서 짜증도 났지만, 단점을 갖고 있음에도 사람은 사랑스러운 거라고 여겼다. 그리고 이런 단점이 얼마나 안 좋은지 간접 경험하고 마음을 고쳐먹기. 이런 과정으로. 그리하여 나는 에마 우드하우스를 좋아하게 된다.
학창시절 수많은(?) 독후감 숙제와 마주해야 했다. 학교에서 쓴 독후감과 성인이 되어 쓴 독후감은 쓸 때의 기분부터 다르다. 꼭 교훈을 찾아내지 않아도 된다. 꼭 등장 인물에게 편지를 쓰지 않아도 된다. 그런 부담에서 벗어나 책을 읽고 느낀 감상을 솔직하게 적는다. 그러니 이런 독후감을 써서 다른 이와 나누게 된다. 그렇게 독후감 쓰기가 즐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