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가입니다, 밥벌이는 따로 하지만
김바롬 지음 / 에이치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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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가입니다, 밥벌이는 따로 하지만

김바롬

에이치, 2019

19. 12. 21. 토요일

★★★★

 

인생은 성취하는 것도 견디는 것도 아닌 지향하기 위해 써야 한다는 걸, 내가 밟고 있는 이곳이 목표로 하는 저곳과 어떤 식으로든 이어져 있으리라는 걸, 또 이 순간과 마침내 찾아온 성취의 순간과 그 뒤로도 계속해서 이어질 무수한 순간들이 동일한 가치를 갖고 있다는 걸 나도 이젠 알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의 난 못 알아듣겠지. 그렇다고 안타까울 건 없다. 겁 많고 나약하고 비겁한 못난이지만, 그 누구도, 설령 나 자신이라 해도 그의 실패할 권리를 가져갈 수는 없을 테니까.

_에필로그, 265~266p

 

책은 짧은 수필이 여러 권 묶였고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이어진다. 이 한 권의 책에서 김바롬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또 어떤 요소를 마음 깊이 가지고 사는지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작가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글은 또 처음이라 당황스럽지만 재밌게 읽었다.

글로 먹고 사는 삶이란 포기한 지 오래다(내 얘기이기도 하고,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겠지.) 인기 작가도 인세는 정가의 10%를 받는다는데, 이런 나라에서 어떻게 글로 먹고 살겠나? 글과 다른 일을 겸해야 한다. 그래서 나도 구직한다. 글도 쓰면서, 그림도 그리면서 전공을 살려서 구직한다. 내가 이 제목에 이끌릴 수밖에 없었다.

글은 쉽게 읽히지만, 쉽게 읽힌다고 해서 글이 쉽게 쓰이는 것은 아니다. 김바롬, 그가 품은 경험은 가벼이 넘길 수 없다. 사회의 기본값에서 벗어난 사람의 삶, 특히 한국처럼 평균에 가깝되 그보다 더 뛰어나기를 요구하는 사회에서 그와 같은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청년에 속하지만 정책은 대학 중퇴자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겠지. 그런 답답함이 있었다. 읽는 내내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김바롬 작가의 시니컬하고 쿨한 문체에 숨통이 트인 부분도 없잖아 있으나, 한국 사회가 얼마나 각박한지 아는 사람으로서(왜냐하면! 내가! 바로 대학 졸업한 백수니까! 구직 힘드니까! 청년이니까!) 그런 마음이 들었다. 물론 그와 나는 여러모로 차이가 있긴 하나 기본값에서 벗어나는 청년이라 동질감 느낀 문장도 있었다. 쉽게 읽히지만, 쉽게 쓰인 글이 아니다. 삶의 무게가 너무도 생생히 나를 눌렀다.

누군가 친구 하시겠어요?’라고 묻는다면 글쎄요라고 대답하겠지만, 인간 대 인간으로는 행복하길. 더 나아가길.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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