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말에 돈 버는 성인소설을 쓴다 - 일본 포르노 작가의 투잡 글쓰기 수업
와카쓰키 히카루 지음, 조혜정 옮김 / 프로젝트A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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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첨부했는데 자꾸 회전해서

야마가 돈 관계로 사진은 없습니다.



현대문학을 읽으면 갑자기 사람이 분석가가 되어서 이 작품의 이것은 어떤 단서가 되고, 어쩌고, 저쩌고, 이러쿵, 저러쿵, 생각하게 됩니다. 인내심도 많이 바닥나서 1부 1장 첫 페이지를 읽고 재미가 없으면 안 읽는 독자가 되었습니다. 상업 소설을 전혀 읽지 않고 출간한 지 100년이 넘어야 '아 이거 좀 먹을만하군ㅋㅋㅋ' 이러면서 읽는데요.


아마도 저의 이런 현대인 맞춤 짧은 인내력이 이 책이 상정하는 독자들이 지닐 만한 특징이지 않을까 합니다.


포르노 소설을 시작할 때는 사체를 옮기지 않아도 된다. (242p)


네. 저도 정말 그렇게 생각합니다. 재미 없으면 고개를 돌려서 다른 콘텐츠를 보면 되는 세상에서 일면식도 없는 자에게 '그래, 선생은 뭐하는 사람이요?' 했는데 '요식업에 종사합니다.'가 아니라 '2020년 코로나는 위기가 아닌 기회였죠...'하면서 계속 질문을 던져야 이어지는 식으로 말하면 아무래도 호감이 안 생기지 않나 싶은데. 그래서 현대소설, 장르소설을 쉬이 오래 붙잡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일본 상황에 국한됩니다. 포르노 소설이라는, 한국의 성인가 웹소설과는 조금 다른 환경을 가지고 있지만 조언은 소설 쓰기의 왕도인 듯해요. 작법서 읽는 걸 좋아해서 웹소설, 소설, 글쓰기, 만화와 일러스트 작법서를 보는데 거기서 하는 말, 여기서도 합니다.


-여성향 소설에서는 여주인공의 심리를 잘 써야.

-에로로 연결되지 않는 심리묘사를 너무 써서는 안 되는. (나 이거 반성함;;; 로맨스인데 로맨스 심리가 없음;;;)

-네가 좋아하는 걸 써라 (거기서 나오는 씹덕력이 너 같은 독자들을 이끌리게 할 것이다)

-말하지 말고 보여주라 (마치 샌드라 거스의 책처럼)


하지만 이런 책이 번역 출간된 이유는 무용하지는 않기 때문이겠고, 이 책의 유용함을 찾자면 포르노 소설에 맞는 예시와 섬세한 팁을 주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오타가 눈에 띄어서 재쇄시 수정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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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3-09-26 16: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야설 작가 할까요 써 본 적은 없습니다만...(제대로 읽은 적도...)

책식동물 2023-09-26 16:58   좋아요 2 | URL
이 작가님 수입 꽤 올리시더라고요?? 물론 일본의 풍토와 비교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웹소설은 다작할수록 좋은 것이니까요.

잠자냥 2023-09-26 17: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야마돈고라니
 
망각 일기 세라 망구소 에세이 2부작
세라 망구소 지음, 양미래 옮김 / 필로우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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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학교 3학년 겨울부터 일기를 매일 쓰기 시작했다. 일을 기억하기 위해서. 망구소의 시점은 조금 다르다. 그는 기억할 것과 잊을 것을 선별한다.


짧은 책에 그의 다른 책이 알라딘 서재 가좍들의 호평을 받았다. 그래서 기대가 컸던 건지, 아니면 다른 책인 건지. 혹은 일하다가 잠깐 읽는 내 상황 선정이 잘못된 건지. 하지만, 나는 읽고 쓰는 일을 전적인 업으로 삼지 않았으니, 글을 쓰는 사람들은 이 점을 감안해야 해.



이건 내 불호 후기다.


나는 시에 각박하다.


나는 내 기준 극강의 시적이고 아름다운 문장이 아니면 차라리 무미건조하고 담담하길 원한다. 전자는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후자는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 대부분. 누군가 나보코프와 조지 오웰을 극과 극이라고 했다. 8할 9푼 정도 동의한다.


그러므로 나는 시적이고 유려한 문체라는 글을 읽어도, 대체로 문장이 빛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어중이떠중이다. 그런 말이 적절할 만큼 찬란하지도 않으면서 그런 말이 아예 그르지 않을 만큼 감정을 덜어내지도 못한 어중간한 글은 그저 아름다운 시어가 되고 싶어서 감성을 자아낼 뿐이다. 그 안에서도 정도의 차는 있다. 못 참아줄 것. 더 못 참아줄 것. 진짜 못 참아줄 것. (어쩌면 나보코프는 이런 내 입맛에서 유일한 예외인지도 모르겠다.)


더 못 참아주겠다. 망구소가 삶과 경험으로 체득한 문체인지는 몰라도, 내겐 꼭 이런 스타일을 고수해야 할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 좀 더 무미건조할 수도 있겠다. 시와 산문의 경계에서 좀 더 산문에 가까웠을 수도 있겠다. 그는 시에 가깝기를 택한 것 같다.


시인이니까.


나는 시에 각박하다. 그 점을 감성이라 부르는 비이성과 싸우는 이성의 최전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가능하다면 지금보다는 시를 더 즐길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사실 유심히 곱씹으면 그런대로 괜찮을 것도 그 형태가 좀 예쁘다는 이유 하나로 마음이 닫혀버린다. 이런 독자의 태도를 공공연하게 써 놓기라도 해야 한다. 이성의 최전선이 아니라고 진심으로 믿으면서도 은연중에 담담한 산문체를 극히 선호하는 성향에 자부심을 느끼니까.





그런데 그와 별개로 정말 곁에 두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다. 글로 읽으니 멋있고, 수려하니까 더 멋있고, 나는 갖지 못한 감각과 감수성을 조금은 동경하게 되지만, 아, 그래도 절대 곁에 두고 싶지는 않다. 피곤하다.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누구처럼.




일기 쓰기는 무엇을 생략할지, 무엇을 잊을지를 솎아내는 선택의 연속이다.

_10p

하루 이상 아무 기록도 남기지 않고 시간을 그저 흘려보낸다면, 두렵지만 그렇게 해본다면, 나는 그 시간에 휩쓸려 사라질 것이고, 무언가를 지속하는 행위의 적을 더는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_15~16p

이미 벌어진 모든 일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크고 작은 상흔을 남긴다.

_37p

남편이 산산조각 난 코뼈를 재건하는 수술을 받으러 수술실로 들어가기 전, 마취과 의사가 정맥 주사로 벤조디아제핀을 투여했다고 말했다.


벤조디아제핀은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유발한다. 남편이 내 귀에 대고 사랑해, 라고 속삭였을 때 나는 바로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방금 그 말 기억 못 할 거야.

_49p

망구소의 김치란 '기억' 같네................. 이 사람 진짜 한결같네

아이는 여전히 살아 있지만 작은 남자아이는 사라지고 없다. 빛이 꺼졌다.


아이의 빛은 꺼졌지만, 그 빛은 아이의 뒤를 잇는 살아 있는 것들을 통해 의기양양하게 반짝인다. 시간이 다 되면, 잠재력이 다 소진되면, 빛은 그다음으로 밝은 빛으로, 또 그다음으로 밝은 빛으로 옮겨갈 것이다. 광이 번쩍인다―그러면 나는 사라지지만, 보라, 끝없이 이어지는 빛의 세계를 통과하는 몸들의 울렁임을.

_94~95p


일기 쓰기는 무엇을 생략할지, 무엇을 잊을지를 솎아내는 선택의 연속이다. - P10

하루 이상 아무 기록도 남기지 않고 시간을 그저 흘려보낸다면, 두렵지만 그렇게 해본다면, 나는 그 시간에 휩쓸려 사라질 것이고, 무언가를 지속하는 행위의 목적을 더는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 P15

이미 벌어진 모든 일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크고 작은 상흔을 남긴다. - P37

남편이 산산조각 난 코뼈를 재건하는 수술을 받으러 수술실로 들어가기 전, 마취과 의사가 정맥 주사로 벤조디아제핀을 투여했다고 말했다.

벤조디아제핀은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유발한다. 남편이 내 귀에 대고 사랑해, 라고 속삭였을 때 나는 바로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방금 그 말 기억 못 할 거야. - P49

아이는 여전히 살아 있지만 작은 남자아이는 사라지고 없다. 빛이 꺼졌다.

아이의 빛은 꺼졌지만, 그 빛은 아이의 뒤를 잇는 살아 있는 것들을 통해 의기양양하게 반짝인다. 시간이 다 되면, 잠재력이 다 소진되면, 빛은 그다음으로 밝은 빛으로, 또 그다음으로 밝은 빛으로 옮겨갈 것이다. 섬광이 번쩍인다―그러면 나는 사라지지만, 보라, 끝없이 이어지는 빛의 세계를 통과하는 몸들의 울렁임을.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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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기고란입니다.


며칠 전부터 집 와이파이가 안 되어가지고...

본의아니게 퇴근하면 디지털디톡스, 인터넷디톡스를

하고 있습니다

ㅋㅋㅋ;;;;;;;


그런 와중에도 책을 읽고 있기는 한데,

잘 안 읽히는군요...

밤에 "앗, 오늘 7천 보를 걸었구나!! 그렇다면 만 보 채워야지!!!"

하고 걸은 뒤 두통과 어지럼증과 기침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실화인가? 진짜 어이 없어


오늘 새로운 책을 시작했지만,

어딘가 재미가 없어서ㅋㅋㅋ

중도하차합니다.


아마 알라딘에서 택배를 많이 받으시는 분들은

아실 겁니다!!!



저는 속표지에 남긴 글이나 책장 귀퉁이에 적은 글을 참 좋아해요. 누군가 넘겼던 책장을 넘길 때의 그 동지애가 좋고,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난 누군가의 글은 언제나 제 마음을 사로잡는답니다.


바로 알라딘 택배 송장을 뜯어내면...

보이는 문장입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헬렌 한프가 구한 책들 중 흥미로운 게 있어서,

백업 겸 알라딘 서재 가좍 여러분과 공유하기 위해서

페이퍼를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해봤자 두 권 뿐임ㅋ



윌리엄 해즐릿의 에세이가 흥미롭더군요!

책에서 소개한 1930년에 나온 책은 구할 수 없지만,

그 이후로도 계속 새로 출간한 책입니다.

책에서는 "특히 인간애가 넘치는 수필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영국 작가. 문학적인 기교나 허세를 부리지 않는 진솔한 문체로 유명하다." 라고 소개합니다.

그러니까 저도 궁금해집니다.

문학적인 기교나 허세를 부리지 않는 진솔한 영어 문체가 무엇일까?

ㅎㅎㅎ

뜬금없지만 "문체"라는 것...

어렵지 않습니까? ...



새뮤얼 페피스의 일기입니다.

그는 17세기 런던에서 살았던 유명한 일기 작가입니다. (갑자기 영어 번역체 됨)

페피스 가문은 당시 명문가로,

1660~1669년에 쓴 페피스의 일기에는

당시 유명인들과의 교류와 생활상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또 그 분량도 방대하여

일기 문학의 고전

으로 꼽힌다고 합니다.

오호! 일기 문학의 고전이라니?

그런데 이 책 정말 방대해서 11권짜리라고 하네요?





이 두 권이 끝입니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만큼 안 읽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어떤 독자인지 생각하게 하네요.

이 책 초반에서(전 초반만 읽었으니깐ㅎㅎ)

헬렌 한프의 편지 내용이...

중고책 샀는데 놓으니까 딱 어떤 부분이 펼쳐지더라.

중고책은 이전 주인의 흔적이 보여서, 어떤 내용을 특히 좋아했는지 알 수 있어서 좋다.

...그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걸 읽으면서 호오??? 했는데

아니, 그렇게 비언어적인 흔적...

저는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렇게...

죄의식없이 중고책 사는 게 부럽기도 했어요

왜냐면!!!

제가 어차피 책을 썰 것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중고책으로 사고 있는데,

알라딘이라는 대형 유통업체에서 사고 있기 때문에

알라딘은 같은 책으로 돈 두 번 벌고,

작가와 번역가와 출판사는 돈을 벌지 못하는...

이 현실... 굉장히 불합리하다고 느껴졌어요.

물론 헬렌 한프 역시 중고책을 사지만,

그 중고책 서점은 대형 체인점이 아니라

개인이 하는 곳이니까요...

...


가뜩이나 제가 좋아하는 분야는

책도 비싸고 잘 팔리는 책들도 좀처럼 없는데ㅋㅋ

나라도 새 책 사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 고민이 깊어지는 주말이네요^-^






뻘한데 저 투비에 글을 올려볼까 생각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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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9-23 22: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냥 독자로 새책을 사던
중고책을 사던 개의치 않는답니다.

요즘에는 새책보다 중고책을 더
많이 삽니다. 새책을 사도 바로
읽지 않으면 바로 중고책이 되어
버리는 마법이.

다른 재화는 몰라도 책은 도서관
에서 무료로도 빌려 볼 수 있다는
아주 희한한 소비재거든요.

호시우행 2023-09-24 02: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원한 소장이란 읽을 수 없는 일이기에 가급적 도서관 도서 읽기를 추천하고 싶네요. 반납이라는 최소한의 의무감 때문에 읽기는 하잖아요. 반면에 새책이든 중고책이든 구매하고 나면 마음이 느긋해서 쌓이는 경우가 너무 허다하잖아요.
 

서재 가좍 여러분 닉네임의 유래가 무엇입니까?


저는...

인터넷에서 고라니 짤을 보고

이친구 참 기묘하고 그윽한데...

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기묘한고라니가 되었습니다.


진짜 고정된 별명은 따로 있는데

아무 생각 없이

친구들이 지어준 본명과 비슷한 별명을 넷상으로 가져온

어린 날의 저를 규탄합니다

왜냐면 그 별명 안 웃기고 안 유니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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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 2023-09-19 11:0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화장품 뒷면에 유수분 밸런스! 저도 규탄합니다!

건수하 2023-09-19 13:04   좋아요 3 | URL
헉?!

책식동물 2023-09-19 13:20   좋아요 3 | URL
닉 짓는 거 진짜 별거아니구나... 나도암생각없이 최대한(포스트잇에 쓰여있음) 이런 닉 써야지

유수 2023-09-19 13:34   좋아요 1 | URL
동물분들 진지한 얼굴로 여기서..
조금은 생각하고 닉 만들어야한다는 말씀을 드린 겁니다. 다른 얘긴데 저 좌라니 이후로 계속 썩은 드립이 머릿속에 맴맴돌아서 괴로운..

건수하 2023-09-19 14:07   좋아요 2 | URL
괴로워 마시고 알려주세요!

단발머리 2023-09-19 20:08   좋아요 1 | URL
<닉네임 대상 막판 경합 중>

유수분 밸러스인가 고라니짤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파엘 2023-09-19 12: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라니님은 원하시면 공식적으로 닉네임을 바꾸실 수 있지 않나요? 저는 세례명이어서 공식적으로는 평생 바꿀 수가 없습니다!! 가톨릭에서 공식적으로 새로운 세례명을 지을 수 있는 유일한 경우는, 교황이 되는 것입니다~!!! 😆

건수하 2023-09-19 13:04   좋아요 3 | URL
세례명 아닌 걸로 바꾸시면 되는 것 아닙니까....? ;;

책식동물 2023-09-19 13:18   좋아요 3 | URL
라파엘 님을 교황으로!!!

저도 닉네임을 바꾸고 싶은데 10년을 쓴 닉네임이라서 바꿔도 그걸로 부르더라고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본닉네임 하나 두고 유동적으로 햄버거. 이런 거 쓰기 때문에 어쩌면... 어쩔 수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라파엘 2023-09-19 13:27   좋아요 3 | URL
건수하/ 다른 닉네임은 뭔가 비공식적인 느낌이 들어서요 🤣

고라니/ 고라니 외에 본 닉네임이 있다는거죠? 본명과 비슷한 별명이라고 하셔서, 본명이 고난희 님이신가 생각했어요 😄

책식동물 2023-09-19 13:29   좋아요 2 | URL
라파엘 님/ 고난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헐... 진짜 그럴싸하네요 근데 저는 고씨도 아니고 이름에 난이나 희도 안 들어가는... 평범하면서도 흔치 않은 이름입니다^-^ 라파엘 님. 교황으로 즉위를...부탁드립니다. ㅋㅋㅋㅋ!!!

새파랑 2023-09-19 12: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북플 처음 시작할때 듣고 있던 노래가 가을방학의 새파랑이라는 노래여서...

노래는 완전 좋습니다 ^^

책식동물 2023-09-19 13:21   좋아요 2 | URL
노래는 감사히 들어보겠습니다...^^

건수하 2023-09-19 13: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n년 동안 쓰던 닉네임 그대로 가져왔다가
감성이 건조하다고 건이 붙었습니다.

새롭게 만들 것을..

책식동물 2023-09-19 13:21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건수하님. mbti가 혹시 istj 그런 건가요

건수하 2023-09-19 13:30   좋아요 2 | URL
음 전문적인 검사지로 했을 때 ISTJ가 나왔습니다만
(직장에서 검사 후 같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게 되어있었던지라)

스스로는 그 타입이 아니라고 믿고 있습니다..

책식동물 2023-09-19 13:29   좋아요 2 | URL
나중에 내가 ISTJ가 아닌 이유. 이런 페이퍼 써 주시면 안 되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9-19 13:34   좋아요 2 | URL
검사시 제가 주변을 의식하면서 했기 때문에
+ 그때 말고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직장에선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 라는 생각으로 답변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

독서괭 2023-09-19 20:20   좋아요 2 | URL
건수하님 I도 맞는 것 같고 S도 맞는 것 같고 T도 맞는 것 같고 J도 맞는 것 같은데 왜 부정하시죠?ㅋㅋㅋ

건수하 2023-09-19 21:02   좋아요 2 | URL
저는 p 입니다만..

독서괭 2023-09-19 21:05   좋아요 2 | URL
j 같으신데.. 목록수하님..

건수하 2023-09-19 21:16   좋아요 2 | URL
책에만 그렇습니다 ㅋㅋ

별족 2023-09-19 13: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 모든 넷 세상 아이디는 모두 이겁니다. 처음 아이디를 만들 때 내가 내 이름 짓는다는 비장한 마음으로 지었는데, 검색하면 고양이 나오는 SF 나오고 부끄럽습니다-_-;;;

다락방 2023-09-19 14:01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저는 버지니아 앤드류스의 <다락방의 꽃들> 에서 따왔습니다. ㅎㅎ

우끼 2023-09-19 15: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고라니 기묘하고 그윽해서 좋아요

단발머리 2023-09-19 20:0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닉네임 만들 때 옆에 앉은 사람(9세)이 단발머리여서 닉네임이 단발머리에요 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09-19 21:37   좋아요 3 | URL
헐 그래서 단발머리 아닌 단발머리님 탄생 ㅋㅋㅋㅋ

다락방 2023-09-20 08:13   좋아요 3 | URL
네? 그래서였다고요??
 
벨기에 에세이 - 우리가 함께 쓴 일기와 편지
샬럿 브론테 외 지음, 김자영 외 옮김 / 미행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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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엄청난 대박적 성찰이 있었으면 나도 참 좋았겠지만,

나는 그렇게 고차원적인 고라니가 아니다.





알라딘에서는 독자 북펀드를 통해 책을 출간한다. 나도 참여한 적 있다.《벨기에 에세이》도 그런 책이다.


브론테 자매를 너무, 너무!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문학과 여자 작가가 쓴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브론테 자매는 거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펀딩하고 싶었지만, 펀딩은 주로 종이책이고 미행 출판사에서는 전자책을 내 주기 때문에 펀딩하지 않고 전자책을 기다리고 있던 중...


직장 동료가 책을 빌려줘서 읽어보았다. ^-^




내 손바닥보다 조금 큰 귀여운 책이다. 편집은 신기하게도 종이에 비해 글자가 적게 들어간다. 20자 남짓 되나? 그래서 가독성이 매우 좋지는 않은 것 같다.


책은 샬롯 브론테가 앤 브론테의 죽음에 관해 쓴 시로 시작한다.

자매의 고향 하워스에서 에밀리 브론테와 앤 브론테가 함께 쓴 일기,

샬롯 브론테가 쓴 편지,

샬롯 브론테와 에밀리 브론테가 벨기에의 기숙학교에서 프랑스어를 배우며 쓴 에세이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의 소설이 좋으면 작가의 작품 아닌 다른 글까지 궁금해진다. 시, 일기, 편지, 평론, 강의록 등등.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여성 작가들은 그런 게 번역이 잘 안 되어 있어서 아쉬웠다. 아마도 작품이 성별과 국적을 떠나서 너무 압도적이라 상품성이 넘쳐나서, 상대적으로 편지나 일기나 시는 조명을 못 받는 것 같다.


그리고 미행 출판사는 편집 후기까지 넣어줘서 책을 만들면서 쉽게 잊는 편집자의 존재까지 상기하게 만든다!




책을 심도 있게 읽지는 않았다. 이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거대하고 굵직한 흐름을 파악하지도 않았다. 물론 삶의 연속성이 있기는 하지만, 읽은 바로는 거대한 흐름 그 자체보다는 굵은 줄기에서 파생한 작은 가지들, 삶의 편린에 더 가깝다.


이렇게 밑밥을 까는 이유는... 이 책을 읽으며 멋진 리뷰를 쓰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게 아니기에, 내가 느낀 바에 충실한 리뷰를 쓸 것이기에 그렇다.ㅋㅋ


최근 알라딘 서재 이웃과 장문의 댓글을 몇 번 주고 받았는데, 그분은 에세이를 좋아한다고 하셨다. 나는 에세이를 좋아하지 않기에, 그분은 인문사회과학서를 많이 읽고 양질의 리뷰를 쓰시기에, 아직 극복하지 못한 에세이에 대한 편견이 있기에 '응?' 하고 글을 읽었는데, "그 사람이 삶을 대하는 태도와 자신이 맺는 관계를 주로 보"고, "그런 시선을 배우기 위해서 읽는다"고 하셨다. 새로운 시각. 사고의 전환...!


이 내용을 읽으며 나를 돌아볼 수밖에 없었는데, 나는 나를 잘 모르기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나는 나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지 않고 있다. 사건을 대할 때 내 태도를 보고 알았다. 타인에게 일어난 부당하고 슬픈 일이라면 그것이 '마치 내 일인 것처럼' 분노했다. 그런데 내게 슬픈 일이 일어났을 경우 개인적인 차원의 일이고 사회 개혁과는 관련이 없기 때문에(님아;;;ㅋㅋㅋㅋㅋㅋㅋㅋ) 깊게 생각하지 않고 넘어갔던 것이다...


...그래서 이번 에세이 독서는 내가 느낀 인상이나 경험에 좀 더 집중하기로 했다.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가자.


주로 샬롯 브론테와 에밀리 브론테가 글을 썼고, 앤이 쓴 글은 상대적으로 적다. 세 사람의 글을 비교해보자면 이렇다.


샬롯 브론테: 지적이고 얌전한 숙녀 같다. 여성 캐릭터를 중시한다.

에밀리 브론테: 단단하고 자매 중에서는 제일 남성적인 것 같다. 이런 표현 안 좋아하지만.

앤 브론테: 잔잔하고 얌전하면서도 뼈가 있다.


데버러 러츠가 쓴 《브론테 자매 평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작년 이맘때 즈음 읽었는데, 이 책에도 내 감상과 비슷한 내용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앤 브론테의 죽음에 대하여



내게는 인생의 기쁨이 거의 없고,

죽음의 공포도 거의 없다;

이별의 시간 속에서 바라보았던

내가 죽어서라도 구하고픈 이.


조용히 사그라지는 숨을 지켜보며,

부디 한숨 한숨이 마지막이기를;

애타는 마음으로 죽음의 그림자가

사랑하는 이목구비 위로 드리우기를.


그 먹구름이, 그 적막이 나를

내 인생의 사랑과 갈라놓겠지;

그러면 하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야지,

그분께 온전히 뜨겁게 감사드려야지;


비록 우리가 잃어버린

삶과 희망과 영광에도;

그렇대도, 어둠에 맞서, 폭풍을 헤치며,

홀로 감내해야 할 지치는 싸움.


가족이 죽기를 바란다니, 이거 제정신이 아니네? 싶을 수도 있겠지만, 주석을 읽으면 샬럿 브론테는 폐결핵 말기였던 앤의 고통을 잘 알고 있었다고 한다. 물론 샬럿은 앤이 하루라도 더 살기를 바랐겠지만, 그 고통을 알기 때문에 차라리 죽음이 찾아와서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내 생각에는 이 글 첫머리에 정해둔 때가 오면―우리 즉, 나, 샬럿, 앤―모두 기쁨과 생기로 가득한 어떤 신학교의 응접실에 하하 호호 모여 앉아 한여름의 축일을 지킬 것이다. 우리는 빚도 다 갚고 수중에 상당한 돈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아빠와 이모, 브랜웰은 각각 우리를 보러 왔거나―보러 오는 중일 것이다―그 여름밤은 맑고 따뜻하겠지―이 황량한 풍경과는 아주 다를 거고 어쩌면 앤과 나는 정원으로 슬쩍 빠져나가 우리가 쓴 글을 잠시 훑어볼지도 모른다―나는 이런 것이든 아니면 더 좋은 것이든 현실이 되기를 바란다―


1841년이면 1818년생인 에밀리 브론테가 23살일 때의 일기다.


이 일기가 와닿았던 이유는, 자매들이 모두 젊은 나이에 요절했기 때문이다. 이 내용은 학교를 세우고자 하는 꿈을 꾸던 시기에 쓰였고, 학교를 세운 뒤의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며 쓴 것으로 보인다.


다른 일기를 보면 샬럿, 에밀리, 앤과 브랜웰이 오십 대가 된 미래를 상상하고 가정하기도 했다. 그런데 에밀리와 앤은 서른 즈음에 병사했고, 샬럿도 삼십 대에 임신 상태에서 죽었다. 브랜웰도 오래는 못 살았다고 한다.


브론테 남매의 아버지 패트릭 브론테는 아내, 어려서 죽은 두 딸(샬롯보다 손위)과 살아서 성인이 된 남매 모두를 앞세웠다고, 데버러 러츠가 쓴《브론테 자매 평전》에서 그랬다.


자녀 중 유일하게 결혼한 게 샬럿인데, 샬럿의 남편 아서 벨 니콜스는 패트릭의 후임 목사였다. 아서는 3살 연상인 샬럿에게 구애했고 샬럿은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않다가 받아들였다. 패트릭은 아서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아마 신분, 사회적 지위 때문이었던 것으로 기억함) 샬럿마저 세상을 떠난 후 둘이 의지하고 살았다. 아서는 패트릭이 죽을 때까지 보살폈고, 그가 죽고 나서 재혼했다. 패트릭과 아서 둘 다 노인이 될 때까지 장수했다.


하...!!!!!!!!!!!!!!!!!!!!!!!!!!!!!!!!

이게 뭐야!!!!!!!!!!!!!!!!!!!!!!!!!!


...그런데 한편으로는 브론테 남매가 이십 대 후반에서 삼십 대 후반 사이에 죄다 요절했다고 해서 너무 비참하게 여길 필요는 없지 않나 싶다. 짧을 뿐이지 나름 재미있게 살았다고 생각하면 위안이 된다.



꽤 오랫동안 나는 스물다섯 살을 내 존재에 있어서 어떤 획을 긋는 시기라고 생각했다. 그건 진짜 예감으로 드러날 수도 있고 그저 미신 같은 공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후자일 가능성이 더 커 보이긴 하지만 시간이 지나 봐야 알겠지.


제가 윤석열 나이로 25세입니다.


1820년생인 앤 브론테는 1841년 당시 스물한 살이었다. 몇 년 뒤면 올 스물다섯을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윤석열 나이로 저 나이인 나는... 동의했다!!! ㅋㅋㅋㅋㅋㅋㅋ


내 생각은 이랬다. 이십 대 초반과는 달리 스물다섯 정도면 그래도 좀 어른이라고 생각했다. 어른이 되면 뭔가 달라지겠지, 나아지겠지, 하던 막연한 생각을 십 대 때부터 갖고 있었다. 아마도 중학생 때, 중학교 이학년 즈음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살아보니까 나는 그대로고 뭔가 달라지거나 나아지리라는 믿음은 "미신 같은 공상에 불과"하더라.


너무 비관적인가 싶겠지만, 어떤 나이에 도달한다고 게임 레벨업 보상처럼 자동으로 뭔가 바뀌는 게 아니고, 내 행동과 마음가짐과 태도에 따라 달려 있다는 걸 느꼈다.


...좋지 않나? 나이와는 무관하다는 게. 내가 몇 살이든 재미있게 살 수 있다는 게? ㅋㅋㅋ



용기를 내서 화이트 부인에게 하루 휴가를 주실 수 있냐고 부탁까지 하면서 버스톨에 가서 엘런 너시를 보려고 한 게, 엘런이 나한테 마차를 보내주겠다고 했거든. 내 부탁을 들어 주시긴 했지만, 그 과정은 너무나 차가웠고 오래 걸렸어. 어쨌든 내 의견을 매우 모범적이고 놀라운 방식으로 고수했어. (...)


이 부분!!!


리드 외숙모의 임종이 임박해서 제인 에어가 에드워드 로체스터에게 가서 휴가를 달라고 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아니... 너무... 너무 제인에어스러워!!! 제인 에어라면 분명히 "의견을 매우 모범적이고 놀라운 방식으로 고수"했을 거야!!!


하고 사진을 찍었다.

영어 번역가 노지양과 홍한별이 주고 받은 편지를 모은 《우리는 아름답게 어긋나지》에서 《제인 에어》를 언급한다. 나올 수밖에 없다...!!!


읽은 지 일 년이 넘어서 기억이 잘 안 나는데(이번 포스팅에서 언급하는 책들이 하필...ㅋㅋㅋ) 《제인 에어》를 읽으며 예쁘지 않고, 사근사근하지 않고, 인기 있지도 않고, 책을 좋아하는, 그러니까 다른 소설에서 여주인공으로 등장할 법한 여성스러운 여자가 아니어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의지가 되었다고 한다. 아니, 그건 샬롯 브론테의 다른 소설 《빌레트》의 주인공 루시 스노 때문이었나?


그런데 제인도, 루시도 작중에서 여주인공으로 등장할 법한 예쁜 여자와 마주한다. 제인의 경우에는 로체스터의 약혼녀라는 소문이 있는 잉그램 양이고, 루시도 지네브라나 폴린이었던가? ㅎㅎ 고등학생 때 빌레트를 읽어서 기억이 잘 안 난다.


하여간 제인 에어와 루시 스노 또한 여주인공 감인 여주인공이 아닌데, 이게 작가의 모습이 캐릭터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는 하지만, 샬롯에게서 제인을, 그리고 아마도 루시의 모습을 본다.


작가의 모습이 캐릭터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걸 생각해 보면... 샬롯이나 에밀리나 앤, 내가 좋아하는 제인 오스틴이나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육성이 들리는 듯하다.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얼추 그려볼 수 있다. 제인 오스틴은 발랄하면서도 사랑스럽고 여유로운 여자일 것 같고,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온몸에 풍자적인 어조가 있을듯. ㅋㅋㅋ 전자는 작품 여성 인물들의 말투에서 짐작했고, 후자는 《롤리타》와 《프닌》의 어조로 말미암아 찍었다.



사랑하는 엘런―에밀리는 이제 더 이상 아픔이나 연약함으로 고통받지 않아도 돼. 그녀는 두 번 다시 이승에서 고통받지 않을 거야. 그녀는 짧고 굵게 싸우고는 떠나버렸어. 그녀는 화요일, 내가 너에게 편지를 썼던 바로 그날에 죽었어. 나는 그녀가 몇 주 동안은 우리와 계속 함께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불과 몇 시간도 안 되어서 그녀는 영원한 세상으로 떠나 버렸어. 그래, 이 시간 속에도 땅 위에도 에밀리는 이제 없어. 어제 우리는 가련하고, 쇠약하고, 죽을 운명이었던 그녀의 몸을 교회 박석 밑에 조용히 묻었어. 지금 우리는 마음의 평정을 찾았어. 우리가 그러지 않을 이유는 또 뭐겠어? 그녀가 괴로워하는 걸 보는 고통은 끝났고, 고통스러운 죽음의 장면도 지나갔고, 장례도 치렀는걸. 우리는 그녀가 평화에 이르렀다는 걸 느껴. 이제 된서리와 매서운 바람으로 떨지 않아도 돼. 에밀리는 그것들을 느끼지 못 하니까. 그녀는 장래가 촉망되는 시기에 죽었어. 인생의 한창때에 가버렸어. 하지만 이건 하느님의 뜻이고, 그녀가 떠나간 곳보다 그녀가 지금 있는 그곳이 훨씬 좋을 거야.


흐아아앙!!!!!!!!!!!!!!!!!!!!!!!!!!


책 서두에 실린 샬럿의 시가 떠올랐다.


에밀리가 먼저 죽고, 이듬해에 앤이 죽었다. 에밀리 또한 폐결핵을 앓았는데, 의사의 진찰을 거부했다고 한다.


시기상으로 샬럿이 앤의 죽음을 바라본 게 나중인데, 에밀리의 죽음을 알리는 편지를 보면 이때부터 샬럿이 가족의 죽음에 품는 단단함을 갖추고 있었던 것 같다. 앤의 죽음에 대한 태도도 그렇고 이 편지도 그렇고 야박하다 싶겠지만, 샬럿으로서는 이게 최선이 아니었을까 싶다.



순전히 재미만으로 어린 강아지 대여섯 마리를 죽인 어느 우아한 부인은 이렇게 말한다."그렇지만 고양이는 정말이지 잔인한 짐승이에요. 죽이는 걸로 만족하지 못하고, 먹잇감을 죽이기 전에 고문하죠. 그러니 우리 인간에게 그런 비난은 가당치도 않아요." 정말 그런가? 그녀의 남편은 사냥을 아주 좋아한다. 하지만 사냥터에 여우가 몇 마리 없는 탓에 사냥감의 수를 공들여 관리하지 않는다면 사냥하는 즐거움을 자주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여우의 숨통을 끊어놓을 때, 사냥개의 턱에서 여우를 낚아채 같은 고통을 두세 번이고 치르게 하면서 실컷 즐거움을 맛본 다음 비로소 죽음에 이르게 한다. 부인이야 연약한 신경을 거스르게 할 이런 잔혹한 광경은 보지 않으려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부인이 자신의 아이를 온 애정을 담아 포옹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그때 부인의 아이는 그 작고 잔인한 손가락 사이로 예쁜 나비 한 마리를 짓이긴 뒤 제 어머니에게 보여주었다. 나는 바로 그 순간 고양이 한 마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입에 반쯤 집어삼킨 쥐꼬리를 매달고 있는 고양이는 그녀의 천사 같은 아이를 그대로 베껴놓은 모습일 테니까. 만약 아이가 입맞춤에 대한 복수로 우리 두 사람을 할퀸다면 더욱더 좋을 것이다. 남자아이들은 친구들의 애정 표시를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기 쉬우니, 그런 면에서 고양이와 한층 더 닮아 보일 것이다. 고양이의 배은망덕함의 또 다른 이름은 통찰력이다. 고양이는 인간이 보이는 호의의 값을 정확히 매길 줄 안다. 그렇게 행동하는 인간의 동기를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인간의 동기는 때로 선할 수도 있겠지만, 아마 고양이는 자신의 모든 불행과 악한 자질이 고대 인류의 조상 때문이라는 사실을 언제까지고 기억할 것이다. 낙원에서의 고양이는 결코 악하지 않으니까.


에밀리 브론테 성격 장난 아니라고 보여주는 수많은 대목 중 하나인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가볍게 말하고는 있지만, 에밀리 브론테가 언급한 부인과 아들이 얄미웠다. 어쩜 저렇게 이중적일 수가.


그리고 에밀리 브론테가 인간보다 동물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나도 그런 사람이라서 동의해....... 에밀리 브론테는 고양이를 이중잣대로 부당하게 까는 내로남불 인간을 보며 환멸을 느꼈을 것 같다ㅋㅋ 사실, 그런 게 어딨어? 다 인간이 비유하고 은유하면서 그런 이미지를 씌우는 거지.




(구글에 '이 쥑쥑이'로 검색했더니 나옴)



오랜만에 브론테 자매의 글을 읽어서 좋았다.


나는 자매가 없고 남동생만 있어서ㅋㅋ 브론테 자매가 자매끼리 사이가 좋은 게 너무 신기했다. 더군다나 글을 공유한다고? 서로 독려하며 이야기와 글을 썼다고?? 난 절대 못해...


그리고 에세이를 읽으면서 브론테 자매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 브론테 자매의 소설은 앤을 제외하면 고등학생 때 읽은 게 전부다. 다시 읽고 싶어졌다. 곧 시간적 여유가 나니까 찬찬히 읽고 싶다.


브론테 자매와 관련된 책은 이것저것 있는데, 이 글 본문에서 언급하지 않은 두 권이 있다.


진 리스의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펭귄클래식코리아에서 출판했다.


제인 에어를 영국 백인 여주인공의 시선이 아니라 크레올 혈통, 로체스터의 미친 아내 버사의 시작으로 본 소설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 제인 에어를 이전과 같은 감상으로 읽을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제인 에어 읽고 사르가소 읽으려고 하는데, 도통 시간이 안 난다. ㅎㅎ


바네사 졸탄의 신성한 제인 에어 북클럽.


제인 에어를 경전처럼 깊게 읽은 책이다. 졸탄은 지적이고, 내가 잘 못하는 텍스트에 빗대어 독자인 나 성찰하기를 잘 하는 것 같음!!


여기서 로체스터를 주목하는데, 로체스터를 좋아하지 않아서 그 남자에 대해 이렇게까지 깊이 생각할 수 있구나ㅎㅎ 싶었다.


그리고 모든 독자의 마음을 무겁게 할 버사에 관해서도 글을 쓴다. 졸탄은 제인과 로체스터, 그 둘의 관계를 열심히 생각한 나머지 버사의 존재를 좀 늦게 떠올렸고, 이 책이 끝날 때까지 졸탄의 마음 안에서 버사에 대해 결론내지 못한다.




샬럿 브론테, 에밀리 브론테, 앤 브론테의 다른 면을 볼 수 있는 《벨기에 에세이》. 이걸 읽으면 우리가 좋아하는 소설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언급한 다른 책

데버러 러츠, 브론테 자매 평전

노지양, 홍한별, 우리는 아름답게 어긋나지

진 리스,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바네사 졸탄, 신성한 제인 에어 북클럽




---이하 인용---

앤 브론테의 죽음에 대하여


내게는 인생의 기쁨이 거의 없고,
죽음의 공포도 거의 없다;
이별의 시간 속에서 바라보았던
내가 죽어서라도 구하고픈 이.

조용히 사그라지는 숨을 지켜보며,
부디 한숨 한숨이 마지막이기를;
애타는 마음으로 죽음의 그림자가
사랑하는 이목구비 위로 드리우기를.

그 먹구름이, 그 적막이 나를
내 인생의 사랑과 갈라놓겠지;
그러면 하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야지,
그분께 온전히 뜨겁게 감사드려야지;

비록 우리가 잃어버린
삶과 희망과 영광에도;
그렇대도, 어둠에 맞서, 폭풍을 헤치며,
홀로 감내해야 할 지치는 싸움. - P5

내 생각에는 이 글 첫머리에 정해둔 때가 오면―우리 즉, 나, 샬럿, 앤―모두 기쁨과 생기로 가득한 어떤 신학교의 응접실에 하하 호호 모여 앉아 한여름의 축일을 지킬 것이다. 우리는 빚도 다 갚고 수중에 상당한 돈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아빠와 이모, 브랜웰은 각각 우리를 보러 왔거나―보러 오는 중일 것이다―그 여름밤은 맑고 따뜻하겠지―이 황량한 풍경과는 아주 다를 거고 어쩌면 앤과 나는 정원으로 슬쩍 빠져나가 우리가 쓴 글을 잠시 훑어볼지도 모른다―나는 이런 것이든 아니면 더 좋은 것이든 현실이 되기를 바란다― _1841년 7월 30일 에밀리의 일기, 23p - P23

꽤 오랫동안 나는 스물다섯 살을 내 존재에 있어서 어떤 획을 긋는 시기라고 생각했다. 그건 진짜 예감으로 드러날 수도 있고 그저 미신 같은 공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후자일 가능성이 더 커 보이긴 하지만 시간이 지나 봐야 알겠지.
_1841년 7월 30일 에밀리의 일기, 23p - P23

용기를 내서 화이트 부인에게 하루 휴가를 주실 수 있냐고 부탁까지 하면서 버스톨에 가서 엘런 너시를 보려고 한 게, 엘런이 나한테 마차를 보내주겠다고 했거든. 내 부탁을 들어 주시긴 했지만, 그 과정은 너무나 차가웠고 오래 걸렸어. 어쨌든 내 의견을 매우 모범적이고 놀라운 방식으로 고수했어. (...)
_1841년 4월 2일 어퍼우드 하우스에서 샬럿이 에밀리에게 보낸 편지, 47~48p - P47

사랑하는 엘런―에밀리는 이제 더 이상 아픔이나 연약함으로 고통받지 않아도 돼. 그녀는 두 번 다시 이승에서 고통받지 않을 거야. 그녀는 짧고 굵게 싸우고는 떠나버렸어. 그녀는 화요일, 내가 너에게 편지를 썼던 바로 그날에 죽었어. 나는 그녀가 몇 주 동안은 우리와 계속 함께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불과 몇 시간도 안 되어서 그녀는 영원한 세상으로 떠나 버렸어. 그래, 이 시간 속에도 땅 위에도 에밀리는 이제 없어. 어제 우리는 가련하고, 쇠약하고, 죽을 운명이었던 그녀의 몸을 교회 박석 밑에 조용히 묻었어. 지금 우리는 마음의 평정을 찾았어. 우리가 그러지 않을 이유는 또 뭐겠어? 그녀가 괴로워하는 걸 보는 고통은 끝났고, 고통스러운 죽음의 장면도 지나갔고, 장례도 치렀는걸. 우리는 그녀가 평화에 이르렀다는 걸 느껴. 이제 된서리와 매서운 바람으로 떨지 않아도 돼. 에밀리는 그것들을 느끼지 못 하니까. 그녀는 장래가 촉망되는 시기에 죽었 - P59

어. 인생의 한창때에 가버렸어. 하지만 이건 하느님의 뜻이고, 그녀가 떠나간 곳보다 그녀가 지금 있는 그곳이 훨씬 좋을 거야.
_1848년 12월 21일 샬럿이 엘런 너시에게 쓴 편지, 59~60p - P60

순전히 재미만으로 어린 강아지 대여섯 마리를 죽인 어느 우아한 부인은 이렇게 말한다."그렇지만 고양이는 정말이지 잔인한 짐승이에요. 죽이는 걸로 만족하지 못하고, 먹잇감을 죽이기 전에 고문하죠. 그러니 우리 인간에게 그런 비난은 가당치도 않아요." 정말 그런가? 그녀의 남편은 사냥을 아주 좋아한다. 하지만 사냥터에 여우가 몇 마리 없는 탓에 사냥감의 수를 공들여 관리하지 않는다면 사냥하는 즐거움을 자주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여우의 숨통을 끊어놓을 때, 사냥개의 턱에서 여우를 낚아채 같은 고통을 두세 번이고 치르게 하면서 실컷 즐거움을 맛본 다음 비로소 죽음에 이르게 한다. 부인이야 연약한 신경을 거스르게 할 이런 잔혹한 광경은 보지 않으려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부인이 자신의 아이를 온 애정을 담아 포옹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그때 부인의 아이는 그 작고 잔인한 손가락 사이로 예쁜 나비 한 마리를 짓이긴 뒤 제 어머니에게 보여주었다. 나는 바로 그 순간 고 - P71

양이 한 마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입에 반쯤 집어삼킨 쥐꼬리를 매달고 있는 고양이는 그녀의 천사 같은 아이를 그대로 베껴놓은 모습일 테니까. 만약 아이가 입맞춤에 대한 복수로 우리 두 사람을 할퀸다면 더욱더 좋을 것이다. 남자아이들은 친구들의 애정 표시를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기 쉬우니, 그런 면에서 고양이와 한층 더 닮아 보일 것이다. 고양이의 배은망덕함의 또 다른 이름은 통찰력이다. 고양이는 인간이 보이는 호의의 값을 정확히 매길 줄 안다. 그렇게 행동하는 인간의 동기를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인간의 동기는 때로 선할 수도 있겠지만, 아마 고양이는 자신의 모든 불행과 악한 자질이 고대 인류의 조상 때문이라는 사실을 언제까지고 기억할 것이다. 낙원에서의 고양이는 결코 악하지 않으니까.

_고양이, 1842년 5월 15일 에밀리 브론테가 쓴 에세이, 71~72p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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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9-18 2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헐 고라니님!!!! 윤석열나이!! 저랑 친구야!!!!!!!!!!! 반가워요!!! 어쩐지 고라니님한테는 언니의기운이 느껴지지 않더라니 동갑이었어 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어릴땐 20대 중반이면 좀 으른같을줄알았는데... 마찬가지로 아니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 중딩뇌로 고대로 나이만먹은상태

공쟝쟝 2023-09-19 01:41   좋아요 2 | URL
30대 중반도 그렇습니다

책식동물 2023-09-19 10:20   좋아요 1 | URL
은오웅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