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사람, 인간 외 생명체, 물건에게 줄 수 있는 집착을 백 할당받고, 이 안에서 분배를 하는 시스템이라면 확언한다. 나는 물건에게 하는 집착이 압도적으로 많다.
물건은 좀처럼 나를 떠나거나 배반하는 일이 없다. 특별히 손때가 묻고 애착이 있지 않고서야 대체할 수 있다. 사람은 변한다. 인간 외 생명체, 가령 개는 빨리 죽는다. 동반할 만한 사람들에게 향해도 이상하지 않을 마음을 물건에 쏟아붓는다. 손가락을 바짝 세우고 단 하나도 빠져나가지 않도록 긁어대는 움직임은 탐욕스럽다. 물건은 금방 대체할 수 있고 나를 떠나지 않는다.
책은 나의 비효율적이고 번거로움을 감수하는 사랑을 한몸에 받는다. 나는 하드웨어를 쓰다듬는다. 잃지 않고 오래도록 즐기고 싶다. 그러나 항상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에 이끌렸다. 책을 소유함으로써 도달하고 싶은 상태는 바로 이런 것이다. 언제든 원할 때 그 책의 내용에 접근할 수 있는 것. 그러니 물성은 불가피하지 않은 이상 기꺼이 포기할 수 있는 것.
물건에게 향하는 사랑의 근원을 뒤에서부터 더듬어 찾기 어렵다. 어려서부터 가방을 들었고, 그 가방 안에는 내 애착 물건이 가득했고, 몸에서 잠시도 떼어놓지 않고 동반하는 습성이 있었다. 한손에 꼽을 수 있을 만큼 살았을 때 사람에게 배반당해봤자 얼마나 될까. 선험적으로 머리에 익은 습성일 수도 있다.
책의 물성을 의외로 쉽게 포기할 수 있다니, 전자책 단말기를 겸할 때, 책을 재단하고 스캔한 뒤 버릴 때 아무런 반감이 없다니. 실은 신기한 것이다. 그러니 나의 집착은 책이라는 물건이 아니라 책의 내용을 소유하는 데에 있다고 확언한다.
취침 중 무너지는 책탑을 두 번 맞이한 적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책탑을 줄이고 있습니다.
안줄여짐 口大
진짜 새책도 그냥 서걱서걱 잘라서 다 스캔해야 하나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안돼!!!!!!!!!!!!!!!!!!!!!!!!!!!
(제가 물성에 집착 안 한다고는 안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