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자식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4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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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자식

이반 투르게네프 / 민음사


같은 시대를 살더라도 부모와 자식은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으며 두 세대의 갈등과 대립을 강조하는 이야기는 시절을 막론하고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이 책 아버지와 자식도 이를 주제로 다루고 있으며 제목 그대로 아버지를 대표하는 인물은 아르카지의 아버지인 마리노 영지의 지주 니콜라이와 사랑에 실패하고 동생에게 얹혀살고 있는 정통주의 귀족 큰아버지 파벨 바자로프의 군의관 출신의 지주인 바실리가 대표한다. 아들은 자연과학을 전공하며 의사가 되려고 하는 바자로프와 둘도 없는 대학 친구인 아르카지이다. 러시아 소설 속 도스토옙스키처럼 방대한 출연진들에 비하면 투르게네프의 소설 속 인물은 참으로 단출해서 더 이해가 빨랐고 상황 설정 자체가 우리의 삶과도 크게 다를 바 없어 쉽게 이해되는 소설이었다.



대학을 졸업한 아르카지와 그의 친구 바자로프가 졸업 후 아르카지의 집으로 함께 귀향하며 들리면서 이야기의 전개는 시작되고 러시아가 처해있는 그 시대의 현안문제들에 대해 아버지와 자식들은 매사 다른 견해를 내비치고 대립하며 발단은 시작된다.


니힐리스트란 어떤 권위에도 굴복하지 않는 사람, 하나의 원칙, 설사 그 원칙이 사람들에게 아무리 존경받는 것이라 해도 그 원칙을 신앙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에요.

page45


아르카지의 친구 바자로프는 니힐리스트이고 항상 아르카지의 골수 귀족 큰아버지인 파벨과 시종일관 대립하며 부딪히고 있다. 아버지 세대인 니콜라이와 파벨은 이상주의, 자유주의적 귀족 출신이었고 아들의 친구인 바자로프는 낮은 계급의 혁명적, 급진적 민주주의 자라 그들의 이상은 극명하게도 달랐기 때문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바자로프가 어른을 공경하고 자신의 성격을 누르고 예의 있게 행동하는 사람이었다면 문제 될 것도 없었겠지만 예상대로 그는 극명한 니힐리스트로 아버지들에게 단 한마디도 지려고 하지 않았다. 특히 보수적이며 유물론적이고 귀족주의인 큰아버지 파벨에게는 더했다.


저런 것들이 현대의 젊은이야!

저지 저놈들이 우리의

후계자라고!

page100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러시아 농노해방을 둔 시기였고 보수와 진보라는 두 개의 이념이 상반되어 최고조에 이르는 시기이기도 했다. 러시아의 미래에 대해 토론하던 그들은 어느 하나 서로 간에 화합하는 부분이 없었고 큰아버지 파벨의 눈에 보이는 바자로프는 오만하기 그지없으며 냉소적이기도 한 천한 잡급 출신의 인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바자로프에게 큰아버지 파벨은 이기적인 귀족이며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뒷방 영감 일뿐이었다.


주객전도이다. 이 집의 주인인 니콜라이와 아들 아르카지는 온건한 진보주의자들인데 자신의 형과 아들의 친구인 바자로프의 대립이 편하게 보이지만은 않을 것이다. 니콜라이는 일찍 아내와 사별하고 자신의 살림을 돕던 집사의 딸 페네치카와 아들까지 둔 사이였다. 투르게네프 소설은 특히 다른 러시아 소설가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와 다르게 연인들 간의 사랑과 심리적인 묘사들에 탁월했던 터라 부자간의 갈등에만 치중한 것이 아니라 극 중 인물들의 사랑과 심리적인 부분까지 곁들여두어 독자들의 흥미를 이끌기도 한다. 집사의 딸 페네치카에 대한 귀족 니콜라이의 동정 어린 사랑이나 매혹적인 과부 오진초바에 대한 바자로프의 열정적인 사랑, 오진초바의 여동생 카챠를 향한 순수한 사랑이 양념처럼 더해져 진보와 보수의 갈등 속에 지루할 틈 없어진다.


특히 자타가 공인하던 니힐리스트인 바자로프에게 다가온 지적인 과부 오진초바에 대한 사랑은 자신의 고정적인 신념까지 흔들며 열병에 시달리게 한다. 오진초바는 바자로프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불확실한 사랑에 흔들릴 만큼 어리석은 여성은 아니었고 바자로프와는 달리 바자로프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상당히 능숙하게 조절함을 보여주었다.




한낮의 폭염이 지나가면 저녁과 밤이 찾아오며,

그 후에는 괴로움과 피로에 지친 사람들이

조용한 은신처로 돌아와

달콤한 잠에 빠져드는 법이다.

page346


책을 읽으면서 작가인 투르게네프는 어떤 신념을 가졌을까 궁금하기도 했으며 바자로프에 대한 작가로서의 사랑이 느껴지기도 했다. 19세기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들이 고민했던 것, 신분, 삶의 애환을 들여다볼 수 있어 금세 읽어버린 책이다. 투르게네프의 다른 소설들도 앞으로 읽어보아야 할 숙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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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자식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4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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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카지의 아버지 니콜라이의 두번째 아내 페네치카는 아르카지보다 훨씬 나이가 어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콜라이와 함께 살며 그의 아들까지 낳았다. 니콜라이를 사랑하는 것 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페네치카는 아르카지와 함께 집으로 온 친구 바자로프가 무척 편했다. 그녀는 그를 신뢰하고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어쩌면 바자로프에게는 귀족적인 면, 그녀의 마음을 끌기도 하고 두렵게도 하는 귀족적 고상함이 전혀 없어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바자로프가 그녀의 눈에는 소탈한 사람으로 보였던 것이다.

당신의 웃는 모습도 좋아합니다.

당신이 말할 때도 좋아요.

마치 시냇물이 졸졸거리는 것 같거든요.

page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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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자식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4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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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부정적인 성향을 고수해. 감각때문이지. 난 부정하는게 즐거워. 나의 뇌는 그렇게 만들어졌어. 그게 다야!

page227

바자로프는 개혁을 요구하고 진보에 가까운 인물이지만 저렇게 사사건건 꼬투리를 잡고 매사 부정적 견해를 드러내면 누가 바자로프와 놀아줄까...그러고보니 늘 바자로프의 편을 들어주는 아르카지는 참 착한 사람이었다. 바자로프는 원칙도 없이 막무가내로 진보를 주장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오히려 자신이 앞장서서 변화를 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하층 농민들이 자신의 수고를 위해 고맙다는 말조차도 하지 않을것이라며 빈정대는 모습에서 읽는 독자로서도 만정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자로프의 부모님은 영 딴판이니 도대체 이 총각은 어디서부터 비뚤어진 것인지 언제쯤 알려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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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박물관 - 장소, 사람 또는 세상을 떠날 때 우리가 남기는 것은
스벤 슈틸리히 지음, 김희상 옮김 / 청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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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박물관

스벤 슈틸리히 / 청미 출판사



흔적, 탐색, 마치 셜록 홈스와 왓슨이 범행 장소에서 결정적인 증거를 발견할 때나 쓰이던 말들이 책의 서두부터 등장한다. 작가의 말처럼 인간이기에 우리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휴가를 떠났던 장소나 머릿속, 낡은 사진첩이나 컴퓨터 하드웨어나 sns 귀퉁이 어딘가에 우리의 흔적을 남겨둔 채로 살아간다. 그 손때 묻은 흔적들은 유형의 존재로도 남지만 누군가의 기억 속에 무형의 존재로 의지해 흐릿하게 남아있기도 한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하기를 열망하고 그 아름다운 순간에 시간이 멈춰지기를 희망하기도 한다. 호랑이가 죽어 가죽을 남기듯 사람은 이름을 남기지만 이름만으로 아쉬워 자신을 기억하게 할 무언가를 더 남겨 남아있는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기를 원하기도 한다.


이 책은 아주 살뜰하게도 그것에 대하여 말하고자 하며 인간이 무엇을 남기는지 생물적, 정신적 문화적 흔적들을 구체적으로 찾아내고자 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고 한다. 구석구석 샅샅이 찾아다니다 보면 작은 메시지 하나는 분명 남겨줄 것인데 바로 자신의 일상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이자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 인생의 작은 순간이지만 현재의 삶에 조금만 더 충실하자는 것이다.


출근길 항상 보이던 스카이 뷰가 사라진 것을 새삼 바라보게 된다. 매일 오가며 바라보던 하늘인데 빽빽한 아파트로 둘러싸여 날씬한 여인의 옆태 같아 보이던 매혹적인 산의 능선이 어느새 가려져버렸다. 이러한 일들이 하루아침에 뚝딱하고 일어난 것도 아닌데 쉴 새 없이 바쁜 업무에 쫓겨 살며 일상에서 바라보던 것들이 나의 좁은 시야에서 조금씩 사라지는 것도 몰랐다. 일상에서는 아이들이 그렇다. 엄마 없이는 하루도 못 살 것처럼 그렇게 엄마를 불러대던 아이들은 이제 각자의 길로 발걸음을 내디뎠고 고사리 같던 손을 좍 펴고 자신의 일에 매진하고 있다. 부모는 자녀들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고 자녀들은 부모의 존재를 그리워한다는 글을 이 책 어느 모퉁이에서 읽었는데 줄을 긋지 않아 찾을 수가 없다. 이래서 책을 자꾸 소유하려고 하나보다.


책을 읽으면서 초점을 어디에 맞출 것인지 생각해 봐야 했다. 우리가 떠날 자리에는 무엇이 남는지, 우리가 누군가를 떠날 땐 무엇이 남을지, 그리고 우리가 세상을 떠날 때 무엇이 남을지 말이다. 내가 늘 고민했던 것은 예고되지 않은 내 삶의 끝에 남겨둔 기록의 흔적들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때 청미 출판사 대표님은 댓글로 이 책을 추천해 주셨고 책을 펼치면서도 온통 나의 생각은 거기에만 집착하고 있었다. 호박 속에 갇힌 파리처럼 어느 순간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화석처럼 굳어갈 나의 이야기를 누가 펼쳐 볼 것인가. 책은 깔끔하게 대답해 준다.


과거는 온라인상에 계속 살아 있으며, 이 과거를 지워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저 과거는 과거대로 평안히 흐르게 하자.


"나 여기 왔었다.
자신을 영원히 남기고픈 열망 "


우리는 우리가 영원히 세상에 존재할 수 없음을 안다. 우리가 없어도 세상은 계속 돌아간다는 것 역시 어렴풋이 짐작은 한다. 우리가 사라져 잠깐 삐거덕하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해는 다시 떠오른다. 그리고 우리는 잊힌다. 우리는 매우 덧없는 존재다.

page81

나는 나 자신에게 내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언제 무슨 일을 겪었고, 그때마다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돌이켜보면서 인생을 살며 품는 많은 의문의 답을 찾아보고 싶다.

page271

생각해 보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물건들은 추억을 송환하며 미소 짓게 한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책을 펼치며 그때 아버지는 이 책을 읽으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메모라도 한 장 발견할라치면 마치 유물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감탄을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펴기도 했다. 어느 날 갑자기 내가 떠나버리고 남아있을 사람들이 감당해야 할 물건이나 추억 처리에 대해 굳이 고민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나 자신이 살아가면서 버려야 할 것들을 정리하고 이후에 남은 것은 남은 사람들의 몫이다. 그들의 필요에 의해서 남길 것은 남기고 버릴 것은 버리면 된다. 나의 부모가 숨 쉬고 내뱉었던 공기를 내가 마셨듯 나의 자녀들도 내가 마시고 내뱉었던 공기를 마시며 살아갈 것이다. 책을 읽으며 나를 돌아보게 되고 누구에게나 다가올 죽음을 생각하게 했다. 그러면서 내 머릿속 복잡한 생각들을 가뿐히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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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 열린책들 세계문학 246
케이트 쇼팽 지음, 한애경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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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자식을 우상처럼 떠받들고,

남편을 공경하며,

한 개인으로서의 자신을 없애고,

가정의 수호천사가 되어

날개 펼치는 걸

신성한 특권으로 여겼다.

page21

그 시대는 여성에게 이러하기를 바랐다. 남편에게 순종하고 아이들을 사랑으로 키우며 자기 자신의 감정 따위는 온전히 버릴 줄 아는 여성이 되는 기준 말이다. 틀린 말은 없다. 28세의 젊은 부인 에드나 퐁텔리, 가족을 끔찍이 사랑하는 사업가 퐁텔리씨는 자신에게 유일한 존재로 아내를 꼽는다. 단지 아내가 평소 아이들에게 무관심함을 대놓고 탓하며 잔소리하기도 한다. 돈을 벌고 사회생활을 하는 자신을 대신해 아내로써 자녀를 제대로 돌보라는 잔소리쯤은 별것도 아니라 생각했지만 아내 에드나는 좀 달랐다. 잔소리가 왠지 싫고 서럽다. 그랜드 아일이라는 휴가지에 와서 여름휴가를 보내는 중 어떤 개기로 하여금 애드나의 심경적 변화를 가져왔나 보다. 그 이유를 한번 알아볼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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