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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너머 - 피터 슈라이어, 펜 하나로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게슈탈텐 지음, 오수원 옮김 / 윌북 / 2021년 11월
평점 :
품절

디자인 너머
게슈탈텐 / 윌북
피터 슈라이어! 이 책을 통해 그가 가진 자동차 디자인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철학을 경험해 볼 수 있었고 독립된 자신만의 여정을 독자들에게 가감없이 보여 주었다.
그의 디자인에 대한 철학은 단순성과 명료함이다. 기아를 처음 만난 첫미팅에서 정의선 회장에게 제시한 것은 모든 것을 과감하게 생략한 미니멀 메모같은 그림이었다. 그것은 자신이 기아에서 달성하고 실현하고자 하는 목표를 함축적으로 드러낸 그림이었는데 정회장은 피터가 그린 그림의 힘과 함축된 의미를 금새 이해 했고 그것은 곧 기아가 향 후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며 고객에게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침같은 느낌이었다고 한다. 이 후 기아와 현대의 새 비전으로 조약돌과 당구공을 이미지화 하기도 했다. 조약돌은 자연의 침식에 의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당구공은 인간이 만들어 낸 물체 답게 완벽하고 정확한 특성을 드러낸다.

이러한 피터의 리더십은 기업에 큰 영향을 끼쳤고 특히 디자인팀의 발전은 그 효력이 가장 강했던 공이라고 전한다.
피터 슈라이어... 그는 도대체 누구인가!
모든 것은 하나의 스케치에서 시작된다는 이념을 가진 피터 슈라이어.
그는 자신의 샤프펜슬 없이는 아무데도 가지 않는다고 한다. 일상이 디자인이고 몸에 벤 듯 익숙하게 아이디어를 스케치한다는 것이다. 그의 할아버지가 강박적일만큼 스케치에 몰두하였다고 하니 유전적인 부분도 무시하지 못할 듯 하다. 목공장이자 화가였던 할아버지가 기계식 띠톱을 이용해 장난감 하나를 뚝딱 하고 만들어 주시니 자극이 넘치는 환경이 30년 후 아우디의 디자인 인턴으로 일할 수 있는 가능성을 물려 받았다는 느낌이다.
부지런함과 그림에 대한 재능, 미술,음악,비행에 대한 열의가 있었으나 성적은 그다지 좋지 못했고 인생에 무엇을 이루면 좋을지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일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선택이겠지만 어떤 본능 같은 것이 그를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다고 한다.
산업디자인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던 피터는 대학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디자인의기초에 대한 파악을 시작하게 되었다.이를 계기로 아우디의 인턴쉽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고 RCA에서 본격적으로 디자인에 대한 정석을 배우게 된다.
독일 아우디와 폭스바겐에서 아우디 TT, 뉴비틀, 골프4를 연이어 성공시키며 세계 3대 디자인 명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그는 그저 가성비 좋은 차를 만들어 내는 회사인 기아현대자동차를 세계가 주목하는 자동차회사로 업그레이드 시킨 장본인이 되었다.
삶에는 예측할 수 없는 일이 허다하다.
기회는 온다. 어떤 방식으로건 기회에 응하면 기회의 문은 열리고 또 다른 문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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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특히 젊은 디자이너라면 자신이 디자인한 자동차를 타보고 직접 운전해봐야 합니다. 가상 세계와 반대되는 현실세계의 경험은 꼭 해봐야 하니까요.버튼을 직접 만져보고 머리와 발이 제자리에 오는지 느낌을 살피고 시야가 완벽한지도 점검해야 해요. 이런 방법을 써야만 찾아낼수 있는 사항이 분명히 있어요. page 180
“교통량과 속도제한 같은 제약때문에 자동차의 외양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도 달라졌습니다. 요즘은 도시를 달리는 보닛이 긴 스포츠카를 보고 와! 저 차 참 근사하군' 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겁니다. 이제 사람들은 도로를 훨씬 더 효율적으로 달릴수 있는 차를 두고 그런 차를 선택하는 사람을 거만하다고 생각할거예요. 혼자서 지나치게 많은 공간을 차지하니까요. " page332
" 운전자는 가끔 즉흥적으로 운전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순간의 감흥에 사로잡혀 카페나 호숫가에 차를 세우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자율주행 자동차로 그런 즉흥적인 일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자기 차를 절대적으로 통제해야 하는 순간들도 있고요. 가령 어느 집 앞에 차를 멈출 때는 예절을 지켜 정해진 장소에 주차해야만 하는 때도 있지요.” page332
피터 슈라이어의 한국에서의 삶은 인생을 바꾸는 커다란 경험이었다고 하니 참신한 관점과 새로운 도전에 대한 그의 열망은 높히 살 만한 본보기같다. 좋은 디자인이란 어떤것인지! 낡음보다는 새로움을 안정보다는 도전을! 전형성보다는 역동성을! 추구하는 그만의 방향성이 그가 가진 매력과 힘을 더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집단의 조화와 인간관계를 강조하는 우리나라의 유교적 가치는 국가 전체의 화합과 전통보존을 위해 공동체, 가족구조, 교육을 중시하는데서 드러난다. 피터 슈라이어는 어릴적 가족중심의 삶을 살아서인지 한국의 풍토에 너무도 잘 적응 되었다. 책을 처음 열며 우리는 다섯살의 꼬마 피터를 만났고 60년이 지난 지금도 미래를 향한 호기심과 낙관으로 가득차 있다. 그는 여전히 창의적으로 자동차를 디자인할 준비가 되어있고 상상력을 쫓아 오는 아이디어를 풀어 낼 자신이 있다고 한다.
피터는 어떤 문제든 상황이 발생했을 때 반대의 상황을 생각해 보라고 한다. 그가 풀어 둔 바우하우스에서 k팝에 이르기 까지 유용함과 다양한 영향을 받으며 새롭게 진화를 거듭하는 철학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기를 권한다.
가족과 우정과 재즈음악 그리고 그가 좋아하는 비행에 대해 이야기 전부를 바닥에 잔잔히 깔아 둔 펜 하나로 세상을 만든 서곡을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