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잊어도 좋겠다 - 나태주 인생 이야기
나태주 지음 / &(앤드)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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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용에 대한 작가의 추억을 읽으며 또 어린 시절을 추억해 본다. 작가의 어릴적 소망은 화가였다고 한다.

나 역시 화가가 되고 싶었다.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인지는 알겠지만 어떤 방식으로 경제적 활동을 하는지는 아무것도 모른체 무작정 삐딱하니 쓴 빵모자와 이젤에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나 보다.

시골 초등학교에서는 가끔 성공한 선배들이 멋진 차를 타고 양복을 입고 나타나 후배들에게 선물을 안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성공했는지 뭘 하는 사람인지도 모른채 그냥 난생 처음 보는 학용품세트에 놀라 선배가 멋있어 보인다. 뙤약볕 아래 교장선생님의 훈화말씀도 온갖 자랑과 추억으로 일색인 선배의 덧붙인 훈화도 24색 왕자크레파스와 색색깔의 연필,지우개에 다 용서되었다.

이 책은 작가의 추억뿐 아니라 책을 읽으며 나 자신의 오래된 기억과 별개의 추억도 끄집어내는 재주를 가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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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남자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85
빅토르 위고 지음, 이형식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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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남자 (상)

빅토르 위고 / 열린 책들


깊은 우정으로 맺어진 우르수스와 호모는 사람과 늑대이다. 인간과 늑대의 협동이 거리 모퉁이나 장터, 마을 축제마당에서 서로의 깊은 우정을 보여주며 허풍을 떨어 약을 팔면, 사람들은 고분고분하게 복종하는 신기한 늑대를 구경하며 그 바람에 우루수스에게 짭짤한 이득을 안겨준다. 호모는 평범한 늑대가 아니다. 우르수스에게 호모는 동료 이상이었다.


우르수스는 아무도 만나기 싫어하면서 누군가에게 말을 하고 싶어 했고, 자신에게 말을 하는 독백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혼자라면 자연스러운 일일 법도 하다. 그는 젠체하면서 장광설을 스스로에게 늘어놓는다. 이 모습은 마치 하나의 사물에도 장황하게 글을 쓰는 빅토르 위고를 연상시킨다.


'콤프라치코스' 17세기 유럽. 아이들을 사고파는 거래가 일종의 산업이었다고 한다. 이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콤프라치코스' 라고 불리었고 이는 둥지에서 아이들을 꺼내는 사람들이라는 뜻의 힌두어이다.

얼굴을 흉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 죽이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 그들은 국왕이 거추장스럽다고 생각하는 가문의 사람들을 가차 없이 제거해 버리며 아이들에게는 신이 만든 인간의 모습을 그것도 유년기에 훼손해 보기 흉하게 만들어 버리고 신성의 초상을 지워버리고자 했다.


사람들의 장난감이 되어야 하는 운명에 놓인 아이, 실제로 그런 아이가 있었다.

이렇게 잔인할 수가 있을까? 신이 만든 피조물 중에 가장 잔인한 것은 사람이라는 말이 실감이 되는 시대였다.

17세기 스튜어트 왕조시대에는 콤프라치코스들이 총애를 받을 정도였다니 무고한 백성들이 얼마나 많이 희생되었을지....공화주의자였던 빅토르 위고는 당대의 유럽의 왕정 사회와 그들의 극악무도함과 오만함을 소설의 힘을 빌려 이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괴상한 옷차림을 하고 급하게 배에 오르는 사람들,

그 가운데 도태되지 않으려고 분주히 오가는 작은 그림자 하나...그 누구도 아이에게 말을 건네지 않는다. 아예 관심조차도 없다. 아이는 모든 사람을 돕는다. 어떻게든 하나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무리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그대로 느껴진다. 출항의 순간... 어느 누구도 아이를 챙기지 않고 도리어 배에 타려는 아이를 밀어버리고 갑판을 들어 올린다. 아이는 멀어져 가는 배의 소멸을 응시한다. 자신이 삶의 밖으로 밀려났다고 느낀다. 콤프라치코스의 대부분은 스페인으로 돌아갔는데 이 시기에 아동보호법이 만들어져 법의 보호 아래 도리어 아이들이 희생되었다. 어쨌든 아이를 데리고 있으면 의심을 받으므로 유기를 하거나 아이를 처분해 버린다. 천벌을 받을 일인지 아이를 두고 떠난 배는 폭풍우에 내내 시달리게 된다.

추위만큼 혹독한 두려움이 읽는 내내 전해진다. 밀수를 하다 사형을 당해 매달린 시체를 만나고 혼자 걸어가기에도 생명을 유지하기 위태한 상황과 추위 속에도 죽어가는 여인에게서 작은 생명을 구한다. 자신도 아직 어리디 어린데 겉옷을 벗어 핏덩어리를 감싸 안고 죽을힘을 다해 살고자 한다. 추위와 혹독한 현실 속에서 아이의 증폭된 두려움과 공포가 빅토르 위고의 미친 묘사력에 그대로 전해진다. 삶이 무시무시한 절벽 같음에도 불구하고 문을 두드린다. 아이는 밤의 공포와 추위보다 인간의 싸늘함에 더 두려움을 느낀다.


우르수스가 데아라고 이름 붙인 여자아이는 선천적 시각장애이고 그 추위 속에 살아남은 소년은 인위적인 시술을 통해 웃는 모습을 한 흉측한 얼굴을 가진 그윈 플레인이다. 이 설정이 참으로 놀랍다. 흉측한 소년의 얼굴을 보지 못하는 데아, 결코 선할 것 같지 않고 막 뱉어내는 듯한 말투의 우르수스가 이 아이들을 조건없이 끌어안을 수 있을까? 자신의 어떠한 목적에 따라 아이들을 희생시키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의구심이 들었다. 이것은 나의 닳아빠진 감성일뿐 이들이 우르수스와 가족이 되었다.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라는 노래가사가 생각났다. 그윈 플레인을 마주할 때 느끼는 감정이다. 사람들은 그윈 플레인의 얼굴을 보며 자신의 시름을 잊고 잠시 웃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윈 플레인의 선한 진심은 모두에게 전해진다. 빅토르 위고의 서정적 묘사력에 읽는 내내 놀랍기만 하다. 인가를 찾아 헤매는 아이를 묘사하는데 그 상황이 30여 장이 넘는다. 아니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 그만큼 그 하나의 상황에 살이 붙고 읽는 독자는 그 상황을 머릿속으로 그려낸다. 왜 그가 거장인지 천재 작가인지.. 무엇이 이 책을 몇 세기가 흐른 지금에도 사람들이 고전의 이름을 붙여 찾고 있는지... 지금까지 안 읽고 뭐 했는지... 비탄과 이제라도 읽게 되어 감사함을 머금는다.


뜻하지 않은 일들이 자연 속에서 일어날 경우 우리는 그것을 변덕이라 칭하고,

운명 속에서 일어날 경우 우연이라 칭하지만,

그것은 우리 눈에 언뜻 포착된 법칙의 토막이다.

page153

항상 촉박한 종말, 존재 상태에서 존재 중단으로 전이되는 과정의 부재,

도가니 속으로의 귀환. 어느 순간에건 미끄러질 수 있는 가능성 등 그러한 벼랑이 삼라만상의 실상이다.

page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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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잊어도 좋겠다 - 나태주 인생 이야기
나태주 지음 / &(앤드)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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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날 은 학교에 가기 싫어 처마밑에서 게으름을 피우다 엄마에게 맞고 코피를 쏟아낸 기억도 소환해낸다.

지금처럼 학교가 가까이 있었던 곳이 아니었기에 몇고개를 넘어 가야하는 그 산길이 겁이 낫었나 보다. 어머니가 던진 고무신에 맞고 코피를 쏟아내는 손자에게 외할머니가 애지중지 키워 그러하다는 거슬림의 말들이 오고간다.

할머니가 얼마나 그리웠을지... 가늠이 된다.

그 날 나는 종일 어머니가 모시르 짜는 베틀 아래에 멍하니 앉아서 하루를 보냈다.

코피를 많이 흘려 띵한 머리로 처마밑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종일 듣고 있었다.

주루룩, 주루룩,

어쩌면 그 소리는 어머니의 마음의 소리였고 내 마음의 소리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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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잊어도 좋겠다 - 나태주 인생 이야기
나태주 지음 / &(앤드)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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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잊어도 좋겠다.

나태주 / 앤드(&)

첫눈같이 아름다웠던 기억의 문을 열어 자신의 어린 시절을 기억해 낸다. 이 책은 작가 나태주의 회고록 인생이야기 이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기억의 창고라는 것이 있듯이 살아가면서 생겨난 온갖 기억들이 차곡차곡 쟁여져 있다. 작가 자신의 기억이 혹여 왜곡되었을까 좀 더 냉철해 지지 못함이 부담이 되어 몇 번이나 쓰기를 미루었지만 기억이 모두 사라지기 전에 한 번쯤은 꺼내어 정리해 야 할 일이었나 보다. 이제 자신은 기억으로부터 해방되고 책에게 모든 부담을 지우고 훌훌 털어내려고 한다.

작가의 어린 시절은 춥고 배고프고 하루하루 살아가기 힘든 사람들이 많았다. 어쩌다 보니 외할머니와 함께 남의 집 접방살이를 하면서 얼음장처럼 차가웠던 한 칸의 방과 외할아버지의 유품인 시계를 애지중지하며 살았던 기억을 끄집어 낸다. 찢어지게 가난해도 남을 도울 줄 알았다. 할머니는 내 배가 고프면 남도 배고픔을 알게 하셨고 사람에게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는 것을, 누구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 또한 알려주셨다.

광복이 이루어지고 어수선한 세상, 그 와중에 전쟁까지 일어난다. 외할머니는 여섯 살 어린 나를 모든 것에서 지켜 내셨다. 청상과부, 함께 살 자식도 시댁 식구들도 없는 처지, 오직 당신 곁에는 외손자 하나 달랑 있었을 뿐이다.

작가의 애달픈 상황이 그려진다. 네 살부터 열두 살까지는 사람의 인생을 결정할 만큼 인격이 제대로 형성되기전 인간적 가소성이 가장 강한 시기라고 한다. 그 어린 시절을 외할머니와 보내면서 귀하디 귀하게 자라며 세상을 알아갔다.

책을 읽으며 우리 외할머니가 생각났다. 전매청에 다니던 할아버지 덕에 그나마 우리 외갓집은 넉넉했었다. 부부교사인 엄마,아빠는 수학여행이나 둘만의 여행으로 가끔 우리 4남매를 외갓집에 맡기곤 하셨다. 외할머니는 한글도 읽고 쓸줄 모르셨지만 셈은 기가 막히게도 잘하셨고 옛날이야기는 왠만한 마당놀이 주인공 못잖았다. 성품이 너그럽고 올곧으셔서 이웃들이 자주 할머니댁에 놀러오셨고 손주들이 와 있다고 하면 할머니의 벗들이 오셔서 함께 우리를 돌보아 주시기도 했다. 나의 기억에도 외할머니는 참 따뜻하다. 퇴근 하신 할아버지는 술냄새 가득히 머금고 우리를 한명씩 부둥켜 안고 침을 그득히 묻혀가며 뽀뽀를 하곤 하셔서 곤란하게 하셨는데 ^^;; 책을 읽다보니 나의 아름다운 추억도 슬며시 소환된다. 작가의 기억은 외할머니와의 추억으로 가득하다. 그 추억속에서 외할머니를 만나 그때 느끼지 못했던 애틋함을 가지고 위로를 전한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만큼 살게 마련이다.

그것이 생명이고 일상이다. 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남기는 것이 기억이다.

시간의 궤적, 인생의 그림자라 할 것이다.




가끔 시인들의 시를 읽다보면 이 시인의 마음이 진짜 일까? 혹은 자신이 지은 시가 족쇄가 되어 살고 있지는 않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 아내를 어떤 꽃에 비유하며 죽을 것처럼 사랑한다던 시인은 어느새 새로운 사랑을 찾았고 그러한 결말들이 시에 대한 부정적 생각을 키우기도 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라는 변명보다 앞 뒤 전후 자신이 쓴 시에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고 하겠다.

나태주 작가의 서정적이고 독자들의 마음을 흔드는 시는 어린시절 할머니와 유년의 추억속에서 비집고 나온 산물이 아니겠는가...바람이 잠든 새벽 흰 감꽃이 날리면 살포시 한바구니 줏어다 손자에게 쥐어주시는 정감있는 할머니,

군것질이 귀하던 시절, 감꽃이나 목화열매가 아이들의 간식이 될 수 있듯이 꾸밈 없었던 그 시절이 더욱그리워 진다.

나는 사라지고 내가 쓴 문장만 이 세상에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급하게 쫓기며 살아가는 각박한 세상 속에서 나태주 작가의 한줌 추억을 함께하며 잊고 살았던 스스로의 추억도 기억해 본다. 어릴적 따뜻한 손을 맞잡고 걸어준 소중한 가족이 있었기에 지금의 나도 존재함을 다시 한번 느낀다. 풀꽃 같은 기억들을 각자의 추억 속에서 정제된 보석으로 바뀌는 순간의 경험을 이 책을 통해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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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 깊이 읽기 - 종교와 과학의 관점에서
석영중 지음 / 열린책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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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영중교수님이 보다 넓은 안목으로 이끌어주셔서 독자들이 도스토옙스키의 문학속으로 제대로 파고들 길을 열어주는 좋은 책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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