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남자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85
빅토르 위고 지음, 이형식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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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남자 (상)

빅토르 위고 / 열린 책들


깊은 우정으로 맺어진 우르수스와 호모는 사람과 늑대이다. 인간과 늑대의 협동이 거리 모퉁이나 장터, 마을 축제마당에서 서로의 깊은 우정을 보여주며 허풍을 떨어 약을 팔면, 사람들은 고분고분하게 복종하는 신기한 늑대를 구경하며 그 바람에 우루수스에게 짭짤한 이득을 안겨준다. 호모는 평범한 늑대가 아니다. 우르수스에게 호모는 동료 이상이었다.


우르수스는 아무도 만나기 싫어하면서 누군가에게 말을 하고 싶어 했고, 자신에게 말을 하는 독백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혼자라면 자연스러운 일일 법도 하다. 그는 젠체하면서 장광설을 스스로에게 늘어놓는다. 이 모습은 마치 하나의 사물에도 장황하게 글을 쓰는 빅토르 위고를 연상시킨다.


'콤프라치코스' 17세기 유럽. 아이들을 사고파는 거래가 일종의 산업이었다고 한다. 이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콤프라치코스' 라고 불리었고 이는 둥지에서 아이들을 꺼내는 사람들이라는 뜻의 힌두어이다.

얼굴을 흉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 죽이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 그들은 국왕이 거추장스럽다고 생각하는 가문의 사람들을 가차 없이 제거해 버리며 아이들에게는 신이 만든 인간의 모습을 그것도 유년기에 훼손해 보기 흉하게 만들어 버리고 신성의 초상을 지워버리고자 했다.


사람들의 장난감이 되어야 하는 운명에 놓인 아이, 실제로 그런 아이가 있었다.

이렇게 잔인할 수가 있을까? 신이 만든 피조물 중에 가장 잔인한 것은 사람이라는 말이 실감이 되는 시대였다.

17세기 스튜어트 왕조시대에는 콤프라치코스들이 총애를 받을 정도였다니 무고한 백성들이 얼마나 많이 희생되었을지....공화주의자였던 빅토르 위고는 당대의 유럽의 왕정 사회와 그들의 극악무도함과 오만함을 소설의 힘을 빌려 이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괴상한 옷차림을 하고 급하게 배에 오르는 사람들,

그 가운데 도태되지 않으려고 분주히 오가는 작은 그림자 하나...그 누구도 아이에게 말을 건네지 않는다. 아예 관심조차도 없다. 아이는 모든 사람을 돕는다. 어떻게든 하나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무리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그대로 느껴진다. 출항의 순간... 어느 누구도 아이를 챙기지 않고 도리어 배에 타려는 아이를 밀어버리고 갑판을 들어 올린다. 아이는 멀어져 가는 배의 소멸을 응시한다. 자신이 삶의 밖으로 밀려났다고 느낀다. 콤프라치코스의 대부분은 스페인으로 돌아갔는데 이 시기에 아동보호법이 만들어져 법의 보호 아래 도리어 아이들이 희생되었다. 어쨌든 아이를 데리고 있으면 의심을 받으므로 유기를 하거나 아이를 처분해 버린다. 천벌을 받을 일인지 아이를 두고 떠난 배는 폭풍우에 내내 시달리게 된다.

추위만큼 혹독한 두려움이 읽는 내내 전해진다. 밀수를 하다 사형을 당해 매달린 시체를 만나고 혼자 걸어가기에도 생명을 유지하기 위태한 상황과 추위 속에도 죽어가는 여인에게서 작은 생명을 구한다. 자신도 아직 어리디 어린데 겉옷을 벗어 핏덩어리를 감싸 안고 죽을힘을 다해 살고자 한다. 추위와 혹독한 현실 속에서 아이의 증폭된 두려움과 공포가 빅토르 위고의 미친 묘사력에 그대로 전해진다. 삶이 무시무시한 절벽 같음에도 불구하고 문을 두드린다. 아이는 밤의 공포와 추위보다 인간의 싸늘함에 더 두려움을 느낀다.


우르수스가 데아라고 이름 붙인 여자아이는 선천적 시각장애이고 그 추위 속에 살아남은 소년은 인위적인 시술을 통해 웃는 모습을 한 흉측한 얼굴을 가진 그윈 플레인이다. 이 설정이 참으로 놀랍다. 흉측한 소년의 얼굴을 보지 못하는 데아, 결코 선할 것 같지 않고 막 뱉어내는 듯한 말투의 우르수스가 이 아이들을 조건없이 끌어안을 수 있을까? 자신의 어떠한 목적에 따라 아이들을 희생시키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의구심이 들었다. 이것은 나의 닳아빠진 감성일뿐 이들이 우르수스와 가족이 되었다.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라는 노래가사가 생각났다. 그윈 플레인을 마주할 때 느끼는 감정이다. 사람들은 그윈 플레인의 얼굴을 보며 자신의 시름을 잊고 잠시 웃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윈 플레인의 선한 진심은 모두에게 전해진다. 빅토르 위고의 서정적 묘사력에 읽는 내내 놀랍기만 하다. 인가를 찾아 헤매는 아이를 묘사하는데 그 상황이 30여 장이 넘는다. 아니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 그만큼 그 하나의 상황에 살이 붙고 읽는 독자는 그 상황을 머릿속으로 그려낸다. 왜 그가 거장인지 천재 작가인지.. 무엇이 이 책을 몇 세기가 흐른 지금에도 사람들이 고전의 이름을 붙여 찾고 있는지... 지금까지 안 읽고 뭐 했는지... 비탄과 이제라도 읽게 되어 감사함을 머금는다.


뜻하지 않은 일들이 자연 속에서 일어날 경우 우리는 그것을 변덕이라 칭하고,

운명 속에서 일어날 경우 우연이라 칭하지만,

그것은 우리 눈에 언뜻 포착된 법칙의 토막이다.

page153

항상 촉박한 종말, 존재 상태에서 존재 중단으로 전이되는 과정의 부재,

도가니 속으로의 귀환. 어느 순간에건 미끄러질 수 있는 가능성 등 그러한 벼랑이 삼라만상의 실상이다.

page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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