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지키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평점 :
예약주문




날아보려고 했어요.

제대로 되지 않았지만.

page93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게 꿈인 귀족 가문의 소녀 '비올라'와 신체적 결함 속에서도 미켈란젤로 보다 위대한 조각가가 되기를 바라는 왜소증 '미모'의 우정이 담긴 감동적 소설, 이 책 『그녀를 지키다』는 장 바티스트 안드레아의 네 번째 장편소설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콩쿠르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영화감독과 시나리오 작가여서인지 그의 소설은 독자가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장면 하나하나 영상이 그려지는 작품이었다.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사크라 수도원에서 시작된다. 뭔가를 분명 알고는 있지만 누구 하나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비밀을 간직한 수도원의 지하에는 바티칸이 엄명한 가운데 피에타 석상이 은폐되어있다. 피에타 석상이 왜 감춰져야 하는지 그 비밀스러운 이야기는 석공 미모에게서 시작된다.

왜소증으로 태어난 미모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삼촌, 석공 알베르토에게 맡겨진다. 그는 나름 비틀린 방식으로 정직했으나 미모가 지켜보기에는 그가 얼간이라고 생각했다. 알베르토의 술주정과 폭력은 고스란히 미모에게 전해졌고 미모는 스스로 늘 혼자였고 아무것도 없다고 느꼈지만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제1차 세계 대전 후에 나타난 극단적인 전체주의적 정치 이념, 자유주의를 부정하고 폭력적인 방법에 의한 일당 독재를 주장하며 지배자에 대한 절대적 복종을 강요하는 이탈리아의 시대적 배경은 또 다른 주인공인 오리시니 가문의 딸 비올라를 통해 잘 드러나진다.

그 시대, 여성이라는 한계에 묶여 꿈을 이루지도 못하고 가족들의 이익을 위해 희생해야만 하는 비올라와 신체적인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미모는 같은 날, 같은 해, 같은 시에 태어난 인연이다. 각자 자신들이 가진 한계를 뛰어넘어 둘은 서로의 꿈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도하며 함께 희망을 꿈꾼다.



우리가 시간과 공간을 가로질러서,

우리를 능가하며 그 무엇도

절대 부술 수 없는 힘에 의해

서로 연결되어 있을 거란 말이지.

page113



이 책을 읽다보면 영원한 건 절대 없으며 간절히 기도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떠오른다. 무솔리니의 처형과 파시즘의 붕괴, 거대한 지진에 의한 가문의 파괴, 구세대의 몰락 그 가운데 신체적 불리함 속에서도 자신만의 실력과 노력이 담긴 피에타 석상은 미모의 파란만장한 삶과 비올라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담긴 사랑의 형상과도 같다.

사회와 가족, 끊임없는 자신과의 투쟁 속에서 각자가 원하는 삶의 방식을 찾아 나가는 모습에서 어쩔수 없이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며 순리대로 살아가는 방식은 어리석음을 일는다. 막연한 두려움에 어차피 안될거라며 미래의 꿈을 포기하기보다 한계가 오더라도 부딪혀 끝까지 가다보면 스스로가 찾아온 본인의 모습을 언젠가는 만나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이 책을 통해 읽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4줄이면 된다 - 길 잃은 창작자를 위한 한예종 스토리 공식
이은희 지음 / 부키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리뷰] #도서협찬
🖋4줄이면 된다.📑
이은희 지음 / 부키
@bookie_pub

책을 어느정도 독파하다보면 나도 한 번쯤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곧 잘 팔리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과 일맥상통한다. 종종 왠지 재미있을듯한 소재가 번뜩 떠올라 글로 써보면 나 혼자 재미있다. 안타까울 뿐이다.

그렇다면 잘 팔리는 이야기는 어떻게 쓸 수 있을까? 이 책 서두에 작가는 이성민, 염혜란 배우와 함께 작업하고 싶어 열심히 자신을 알리고자 영화 시나리오를 만든다고 한다. 구제적인 목표를 현실로 잡고 노력하는 모습이 언젠가 이 두 배우를 앞세워 멋진 영화로 만들것이라는 미래가 보인다.

이 책은 글 쓰고 싶은 창작자를 위해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한 작가가 직접 현장에서 부딪히며 알아낸 이야기를 써내려간 핵심서이다. 작가가 되고 싶어 수많은 작법서를 읽고 또 읽어도 해결되지 않는 막막함을 잠재울 이야기 지침서!

작법기술을 더 풍요롭고 다채롭게 쓰는 힘을 기르고 더 나은 글쓰기에 필살기를 더해줄 한줄기 빛과 같은 책! 정말 4줄이면 되는지
어떻게 4줄로 독자들의 흥미를 이끌어 내게 하는지 형식과 법칙을 통해 그 방법을 명확히 알려준다.

🔖
작가가 된다는 것은 글이 아니라 질문하고 답을 찾아나가는 여정을 세상에 꺼내 놓을 때 가능하다.

그렇다면 쓸모있는 질문은 무엇일까? 작가가 되기 위해 구체적인 지름길을 안내하고, 작가가 직접 그 길을 걸으며 4줄 형식으로 맞게 작성하고 정리하는 방법으로 구성된 작법서의 정석!

‐-------‐---------‐---------‐------

🖋 팔리는 이야기에는 확실한 4줄이 있다.

👍그 실마리를 명확히 풀어줄 소중한 책!
4줄이면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제야 보이네 - 김창완 첫 산문집 30주년 개정증보판
김창완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살아온 시간들이 필름처럼 스치는 소중한 시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면소통 명상수업 - 마음근력 향상을 위한 명상 가이드
김주환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면소통을 읽고 나와 다른 타인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많이 줄여 나갈수 있었습니다. 살짝 어려웠던 명상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시는 책이라니 기대가 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방앗간 공격 빛소굴 세계문학전집 3
에밀 졸라 지음, 유기환 옮김 / 빛소굴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거장 에밀 졸라의 초역 단편집이 빛소굴 세계문학으로 출간되었다. 예전 책을 막 읽기 시작했을 때 만났던 에밀 졸라의 『패주』는 읽으면서 살짝 지루한 느낌을 받아 이후에 작가의 작품을 한 권도 읽어보지 않았다. 그가 쓴 다른 작품을 이웃들의 리뷰를 읽으며 내가 선입견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긴 했는데 이 작품을 읽고 나서 나는 에밀 졸라의 팬이 되어버렸다.


이 책에 실린 다섯 작품은 우리가 살면서 한 번쯤 만날 법도 한 다양한 사람들의 삶이 드러나있다. 첫 번째 단편 『방앗간 공격』은 평화롭던 마을이 전쟁에 휘말리면서 시작된다. 자신과 결혼할 신랑을 구하기 위해 홀로 독단적인 결정을 해버리는 한 여인은 아버지와 신랑을 사이에 두고 깊은 고뇌에 빠져든다. 에밀 졸라의 실감 나는 상황적 묘사들이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긴박하고현실적인 장면이었다. 좀 더 신중하지 못했던 딸의 선택이 불러오는 결말과 전쟁의 승리 앞에 희생되는 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욕망을 최우선으로 하는 장교의 '승리!'라고 외치는 위선이 상반되는 장면이었다.

두 번째 단편 『나이스 미쿨랭』은 딸 나이스와 아버지 미쿨랭의 이야기이다. 엄청난 부자 로스탕씨의 소작농인 미쿨랭은 여느 아버지와는 좀 다른 이기적이고 독단적이며 욕심이 많은 한마디로 못 땐 사람이다. 나이스는 해마다 농사지은 과일과 생선을 들고 로스탕씨 가족의 저택으로 찾아온다. 매년 성숙하고 아름다워지는 모습에 로스탕 부인은 감탄을 하고 어릴 적부터 함께 자라온 로스탕가의 외아들 프레데리크는 나이스에게 이성적 감정을 품는다.


미쿨랭 영감은 얼굴이 검고 볼이 움푹 팬 거친 노인으로서 그 앞에서는 온 가족이 벌벌 떨었다. 어머니 미쿨랭 부인은 땡볕 아래서 고된 밭일을 하느라 머리가 아둔해진 키 큰 여자였다, 딸 나이스는 집에서 온갖 노역을 도맡아함에도 아버지의 강요로 기와 공장에서 일했다.

나이스 미쿨랭 중



마치 우리나라 신파극처럼 울화가 치미는 이야기는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나 보다. 소작농의 딸과 부자 주인집 아들의 이루어질 수 없는 불같은 사랑, 자유롭게 사랑하고 자신에게 해밖에 되지 않는 아버지를 경멸하는 나이스는 마치 여전사와도 같다.



세 번째 단편 『올리비에 베카유의 죽음』은 죽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장례가 치뤄지고 무덤에 묻힌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한 사람의 죽음 이후에 남겨진 사람들은 어떻게든 살아간다. 내가 죽고나면 남은 이들은 어떻게 살지는 헛된 고민임을 확인한다. 아무튼 생매장 당하다시피한 올리비에는 차가운 흙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나오려고 발버둥친다. 적막함과 공포스러움이 주는 상황적 묘사들이 놀라운 집중력으로 빠져들게 한다.



갑자기, 나는 비명을 지르며 울부짖기 시작했다. 내 힘으로 제어할 수 없는 목소리로 살려달라고 외쳤고, 외칠 때마다 공포가 증폭되었기에 죽고 싶지 않다고 소리쳤다.

올리비에 베카유의 죽음 중

『샤브르씨의 조개』는 돈은 많지만 슬하에 아이가 없는 샤브르씨가 스무살 가까이 차이나는 어린 아내와 함께 주치의의 권유로 공기 맑은 곳으로 가 조개류를 많이 먹으며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이다. 에밀 졸라 특유의 인간 군상 이야기기에 당연히 지질한 샤브르씨와는 정반대의 액토르라는 청년이 등장한다. 청년은 금새 샤브르의 아내 에스텔의 미모에 빠져버리고 조금씩 에스텔과 가까이 지낸다.


조금 전에 에스텔의 바구니에 새우를 넣으면서 그녀의 손가락을 만지려고 애썼었다. 그러나 용기가 부족했던 그는 자기 자신에게 몹시 화가 나 있었다. 샤브르씨가 익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기도 했는데, 왜냐하면 처음으로 샤브르 씨가 방해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샤브르 씨의 조개 중

여행을 다녀온 1년 후 샤브르씨는 건강한 사내아이를 얻는다. 과연 그 아이는 샤브르의 친자일까? 수영을 못하는 샤브르씨가 분위기에 취해 온 마을을 헤집고 다니는 젊은 아내를 시종일관 따라다니며 보이는 지질한 모습은 압권이다. 그 가운데 액토르와 에스텔이 조금씩 서로에게 스며드는 과정도 흥미로웠다.



에밀 졸라의 단편 수록작 모두 우리가 흔히 만나는 인간 군상의 모습들이다. 권력의 부조리와 인간의 이기적 욕망, 반복적인 삶에 대한 권태로움과 변화를 꿈꾸는 희망 등은 시대를 불문하고 보여지는 인간의 삶의 모습이다. 현대적 판타지 소설에서 느끼는 몰입감과 흥미로움보다 사물의 영원한 본질인 인간의 삶에서 비롯되는 에밀 졸라의 창작력은 독자들을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가 그려준 세대를 불문한 다양한 인간군상 속에서 내가 아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내 모습도 발견하며 웃고 공감했던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