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자식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4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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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부정적인 성향을 고수해. 감각때문이지. 난 부정하는게 즐거워. 나의 뇌는 그렇게 만들어졌어. 그게 다야!

page227

바자로프는 개혁을 요구하고 진보에 가까운 인물이지만 저렇게 사사건건 꼬투리를 잡고 매사 부정적 견해를 드러내면 누가 바자로프와 놀아줄까...그러고보니 늘 바자로프의 편을 들어주는 아르카지는 참 착한 사람이었다. 바자로프는 원칙도 없이 막무가내로 진보를 주장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오히려 자신이 앞장서서 변화를 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하층 농민들이 자신의 수고를 위해 고맙다는 말조차도 하지 않을것이라며 빈정대는 모습에서 읽는 독자로서도 만정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자로프의 부모님은 영 딴판이니 도대체 이 총각은 어디서부터 비뚤어진 것인지 언제쯤 알려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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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박물관 - 장소, 사람 또는 세상을 떠날 때 우리가 남기는 것은
스벤 슈틸리히 지음, 김희상 옮김 / 청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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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박물관

스벤 슈틸리히 / 청미 출판사



흔적, 탐색, 마치 셜록 홈스와 왓슨이 범행 장소에서 결정적인 증거를 발견할 때나 쓰이던 말들이 책의 서두부터 등장한다. 작가의 말처럼 인간이기에 우리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휴가를 떠났던 장소나 머릿속, 낡은 사진첩이나 컴퓨터 하드웨어나 sns 귀퉁이 어딘가에 우리의 흔적을 남겨둔 채로 살아간다. 그 손때 묻은 흔적들은 유형의 존재로도 남지만 누군가의 기억 속에 무형의 존재로 의지해 흐릿하게 남아있기도 한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하기를 열망하고 그 아름다운 순간에 시간이 멈춰지기를 희망하기도 한다. 호랑이가 죽어 가죽을 남기듯 사람은 이름을 남기지만 이름만으로 아쉬워 자신을 기억하게 할 무언가를 더 남겨 남아있는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기를 원하기도 한다.


이 책은 아주 살뜰하게도 그것에 대하여 말하고자 하며 인간이 무엇을 남기는지 생물적, 정신적 문화적 흔적들을 구체적으로 찾아내고자 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고 한다. 구석구석 샅샅이 찾아다니다 보면 작은 메시지 하나는 분명 남겨줄 것인데 바로 자신의 일상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이자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 인생의 작은 순간이지만 현재의 삶에 조금만 더 충실하자는 것이다.


출근길 항상 보이던 스카이 뷰가 사라진 것을 새삼 바라보게 된다. 매일 오가며 바라보던 하늘인데 빽빽한 아파트로 둘러싸여 날씬한 여인의 옆태 같아 보이던 매혹적인 산의 능선이 어느새 가려져버렸다. 이러한 일들이 하루아침에 뚝딱하고 일어난 것도 아닌데 쉴 새 없이 바쁜 업무에 쫓겨 살며 일상에서 바라보던 것들이 나의 좁은 시야에서 조금씩 사라지는 것도 몰랐다. 일상에서는 아이들이 그렇다. 엄마 없이는 하루도 못 살 것처럼 그렇게 엄마를 불러대던 아이들은 이제 각자의 길로 발걸음을 내디뎠고 고사리 같던 손을 좍 펴고 자신의 일에 매진하고 있다. 부모는 자녀들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고 자녀들은 부모의 존재를 그리워한다는 글을 이 책 어느 모퉁이에서 읽었는데 줄을 긋지 않아 찾을 수가 없다. 이래서 책을 자꾸 소유하려고 하나보다.


책을 읽으면서 초점을 어디에 맞출 것인지 생각해 봐야 했다. 우리가 떠날 자리에는 무엇이 남는지, 우리가 누군가를 떠날 땐 무엇이 남을지, 그리고 우리가 세상을 떠날 때 무엇이 남을지 말이다. 내가 늘 고민했던 것은 예고되지 않은 내 삶의 끝에 남겨둔 기록의 흔적들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때 청미 출판사 대표님은 댓글로 이 책을 추천해 주셨고 책을 펼치면서도 온통 나의 생각은 거기에만 집착하고 있었다. 호박 속에 갇힌 파리처럼 어느 순간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화석처럼 굳어갈 나의 이야기를 누가 펼쳐 볼 것인가. 책은 깔끔하게 대답해 준다.


과거는 온라인상에 계속 살아 있으며, 이 과거를 지워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저 과거는 과거대로 평안히 흐르게 하자.


"나 여기 왔었다.
자신을 영원히 남기고픈 열망 "


우리는 우리가 영원히 세상에 존재할 수 없음을 안다. 우리가 없어도 세상은 계속 돌아간다는 것 역시 어렴풋이 짐작은 한다. 우리가 사라져 잠깐 삐거덕하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해는 다시 떠오른다. 그리고 우리는 잊힌다. 우리는 매우 덧없는 존재다.

page81

나는 나 자신에게 내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언제 무슨 일을 겪었고, 그때마다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돌이켜보면서 인생을 살며 품는 많은 의문의 답을 찾아보고 싶다.

page271

생각해 보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물건들은 추억을 송환하며 미소 짓게 한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책을 펼치며 그때 아버지는 이 책을 읽으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메모라도 한 장 발견할라치면 마치 유물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감탄을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펴기도 했다. 어느 날 갑자기 내가 떠나버리고 남아있을 사람들이 감당해야 할 물건이나 추억 처리에 대해 굳이 고민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나 자신이 살아가면서 버려야 할 것들을 정리하고 이후에 남은 것은 남은 사람들의 몫이다. 그들의 필요에 의해서 남길 것은 남기고 버릴 것은 버리면 된다. 나의 부모가 숨 쉬고 내뱉었던 공기를 내가 마셨듯 나의 자녀들도 내가 마시고 내뱉었던 공기를 마시며 살아갈 것이다. 책을 읽으며 나를 돌아보게 되고 누구에게나 다가올 죽음을 생각하게 했다. 그러면서 내 머릿속 복잡한 생각들을 가뿐히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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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 열린책들 세계문학 246
케이트 쇼팽 지음, 한애경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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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자식을 우상처럼 떠받들고,

남편을 공경하며,

한 개인으로서의 자신을 없애고,

가정의 수호천사가 되어

날개 펼치는 걸

신성한 특권으로 여겼다.

page21

그 시대는 여성에게 이러하기를 바랐다. 남편에게 순종하고 아이들을 사랑으로 키우며 자기 자신의 감정 따위는 온전히 버릴 줄 아는 여성이 되는 기준 말이다. 틀린 말은 없다. 28세의 젊은 부인 에드나 퐁텔리, 가족을 끔찍이 사랑하는 사업가 퐁텔리씨는 자신에게 유일한 존재로 아내를 꼽는다. 단지 아내가 평소 아이들에게 무관심함을 대놓고 탓하며 잔소리하기도 한다. 돈을 벌고 사회생활을 하는 자신을 대신해 아내로써 자녀를 제대로 돌보라는 잔소리쯤은 별것도 아니라 생각했지만 아내 에드나는 좀 달랐다. 잔소리가 왠지 싫고 서럽다. 그랜드 아일이라는 휴가지에 와서 여름휴가를 보내는 중 어떤 개기로 하여금 애드나의 심경적 변화를 가져왔나 보다. 그 이유를 한번 알아볼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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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자식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4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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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자로프는 여성과 여성미를 열렬히 찬양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상적인 의미의, 혹은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낭만주의적 의미의 사랑을 부질없는 짓이자 용서할 수 없는 어리석음으로 치부했고, 기사도 정신을 기형이나 질병 같은 무언가로 여겼다.

PAGE163



바자로프의 토론은 어딜가도 끊이지 않는다. 그의 이상은 진보적임을 추구하면서도 늘상 여성미나 외모를 중시하는 모습에서 모순을 느낀다. 아르카지와 함께 안나 세르게예브나 오진초바의 집에 머물면서 묘하게 꼬여가는 관계를 읽는다. 오진초바는 갈수록 바자로프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읽고 바자로프는 그녀가 좀 더 솔직하기를 요구한다. 사랑을 하찮은 감성 정도로만 여겼던 바자로프에게도 그 죽일놈의 사랑이 찾아왔다. 극도로 혼란스럽고 예민한 가운데 아르카지도 바자로프와 같은 감정을 오진초바에게서 느낀다. 둘도 없는 친구이지만 오진초바를 향한 둘의 마음은 어떻게 정리되어갈 것인지 갈수록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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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22.7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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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7월호의 주제는 방학이다.

지천명을 훌쩍 넘겨도 방학이라는 말은 우리를 설레게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와 여유, 그리고 휴식...나에게 방학이란 이런 느낌이다. 샘터 7월호에도 그 느낌을 받을 수 있는지 꼼꼼히 읽어본다.



더 멋진 삶을 위한 쉼표!

더운 여름동안 잠시 휴식하면서 나를 충전하고 선선해지는 가을 다시 도약하는 삶, 7월의 샘터에서는 쉬어야 할 때 쉬어야 하는 나를 좀 눌러 앉히는 시간을 필요로 함을 알려준다.


왜 가야하는지, 인생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도달하기 무섭게 또 다른 목적지를 만들어가는 현대인의 삶 속에 무모한 질주의 욕심 다발을 가라 앉혀 줄 샘터의 스페셜 에세이는 한 줄 한줄 읽을 수록 깊게 와 닿았다. 시간,공간, 사람으로부터 멀어졌다가 다시 돌아오라고 직장인에게 주는 여름휴가, 나는 아직 휴가를 쓰지 않고 8월 중순으로 잡아 두었다. 그 때는 정말 매미소리 넘치게 들리고 차소리는 안 들리는 곳에서 하루 종일 책만 읽고 싶은 생각이다. 전자기기도 잠시 off해두고 오롯이 나 자신을 돌아보며 독서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겠다는 것이 목표이다. 샘터에는 그런 사람들을 위한 촌캉스 숙소를 맞춤형으로 올려주셨다. 창녕의 휴아재라는 장소를 인스타그램으로 찾아보고 주변 경관을 둘러 보았는데 에어비앤비로 예약이 가능한 곳이었다. keep!



7월호 샘터는 방학을 맞아 우리 삶에도 쉼표를 선물하자는 내용이었다. 어차피 잘 살려고 누구나 자신의 삶에 채찍질을 하며 노력과 질주를 하고 있다. 온전한 쉼을 하는 방법을 우리는 잘 모른다. 쉬면서도 온통 일 생각이고 전자기기를 손에서 떼지 못한다. 삶을 살다가 쉬어가는 타이밍이 우리에게 생겨날때 잘 쉬는 방법을 안다면 다행이지만 익숙하지 않다면 쉬는 내내 걱정만 할 느낌이다. 샘터 7월호를 만나면 잘 쉬는 방법과 왜 쉬어야 하는지를 명쾌하게 들려준다.


휴식과 쉼에 좀 더 익숙해 지자.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방학중 얻은 에너지를 기운 삼아 더욱 열심히 나의 일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지친 나를 위해 기꺼이 쉬어갈 수 있는 용기를 이번 휴가에는 호기로 부려보자!



출판사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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