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온몸이 불길에 휩싸인 전태일은 큰길로 뛰쳐나가고 있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불길 속에서 전태일이 외쳐댔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노동자들을 향해 뛰는 불길이 외쳤다.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아!」 더 거세게 휘돌고 너울거리는 불길 속에서 울부짖는 목소리가 갈라지고 있었다. 전태일은 불길과 싸우며 무슨 구호를 또 외쳤다. 그러나 입에서는 말 대신 허연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또 외쳤다. 역시 허연 연기만 한 줄기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는 불길과 함께 쓰러졌다.
「꼬트작거리는 게 뭐예요?」 미용사가 해맑게 흘러내리는 개울물에 손을 씻으며 천두만을 쳐다보았다. 「이? 꼬트작이 꼬트작이제 머시여? 가만있거라……, 긍께 그것을 서울말로 머시라고 혀야 쓸끄나?」 천두만은 고개를 갸웃갸웃하며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그것이 긍께로……, 거 머시냐……, 무신 속상허는 일로 맘얼 편케 묵덜 못허고 지 속얼 비비꼬고 비비틀고, 찰떡 방애 찧디끼 지 속을 지가 짓이기는 것이여. 긍께로 지 성질에 몸꺼정 상허는 것이제.」 그는 힘겹게 설명하고는 담배연기를 후우 내뿜었다.
다시 말하면, 우리 경상도가 이렇게 잘살게 된 건 누구 덕이냐? 다 각하 덕이다. 왜냐하면 각하께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1차, 2차 단행하시면서 덕을 제일 많이 입히신 데가 우리 경상도 아니냐. 부산, 대구를 양대 중심으로 해서 발전시키는 것은 더 말할 것 없고, 울산을 개발했고, 마산에 수출자유지역을 만들었고, 경부고속도로를 개통하지 않았느냐. 다 이런 혜택으로 딴 데보다 더 잘살게 된 것이니 우리가 어떻게 해야 되겠느냐? 폐일언하고 우리가 한 사람도 빠짐없이 똘똘 뭉쳐 또다시 각하를 찍어 대통령으로 받들어야 한다. 만약에 우리가 힘을 합치지 않아 불행한 사태가 벌어지면 어떻게 되느냐. 지금까지 누렸던 그 모든 혜택이 다 전라도땅으로 가버린다. 여러분, 이런 사실들을 명백하게 주지시켜야 한다 그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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