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남쪽의 반공주의를 자극하고 유도하는 행위를 계속하는 북쪽의 저의는 무엇입니까? 모든 정치행위에는 반드시 목적이 있게 마련인데, 저는 오래 전부터 북쪽이 노리고 있는 그 목적이 무엇인지 알고자 하고 있습니다. 남쪽의 반공주의를 강화시켜 가며 북쪽이 정치적으로 얻는 이득이 무엇일까 하고 신경을 집중시켜 왔습니다. 그동안 한 가지 사실은 확실히 알았습니다. 남쪽의 반공주의가 분단을 강화해 나가듯이 남쪽의 반공주의 강화를 유도하고 있는 북쪽도 분단의 벽을 쌓아올리는 데 열중할 뿐 진정으로 민족통일을 이룩할 뜻이 없다는 걸 말입니다.
‘박정희 맹신자들’이라는 말이 있었다. 자나깨나 경제건설을 주창하고, 정치행위의 모든 갈등이나 모순도 경제건설이라는 미명으로 합리화시켜 버리는 것이 ‘박정희교’라는 것이고, 그 논리를 무작정 추종하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그 타당성을 역설해대는 자들을 맹신자라고 이름붙였다.
"하늘을 나는 새가 허공에 그 발자국을 새기지 못하듯이 인간사 그 무엇이 영겁 속에 남음이 있으랴." 언젠가 읽었던 불경의 말씀이었다. 불경은 역시 진리의 바다고, 석가모니는 비교할 자 없는 지고한 현자였다. 그 허무의 철학은 극점에 이른 미학이고, 이론을 제기할 수 없는 결과론이었다. 그러나 인간 군상들은 나날의 생활 속에 묻혀 현실만 크게 볼 뿐 그 허무의 가르침을 쉽게 망각해 버렸다. 그 허무의 가르침의 핵심은 현실을 작게 보고, 과욕을 줄이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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