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시가 진짜 시라면 독자는 그걸 소리 내어 읽어야 해요.
시는 그렇게 검사할 수 있어요. 시를 읽을 때, 이 점은 장편소설이나 단편소설도 해당되는데, 만약 소리 내어 읽는 게 더좋지 않은 느낌이 든다면 그 글에는 뭔가 잘못된 게 있는 거예요. 문학은 글로 쓰인다고 해도 본질적으로는 구어적이라는 것을, 나는 거듭 느끼곤 해요. 문학은 구어인 것으로 시작되었고 계속 구어적인 성질을 지니고 있답니다.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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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생 신문을 읽지 않은 것 같아요. 우리에게 과거는 알 수 있는 것이지만, 현재는 눈에 띄지 않게 감춰져 있지요. 현재는 역사가들이나 스스로를 역사가라고 부르는 소설가들에 의해서 알려질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발생하고 있는 일들은 우주의 총체적 신비의 일부일 뿐이지요.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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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은 성(性)과 음식이라는 오묘한 관계를 통해 티타와 페드로의 사랑을 그린 이야기다. 작가는 음식이 지닌 풍부한 감각을 통해 독자의 은밀한 감성과 욕망을 건드려 에로틱한 상상력을 부추긴다.
오감을 열어 풍만한 감각의 세계인 음식을 즐길 때 우리 인간은 삶을 윤택하게 하는 에로틱한 정경을 만날 수 있는것이다. 막내딸은 독신으로 남아 어머니가 죽을 때까지 돌봐야 한다는 가족 전통을 고집하는 마마 엘레나 때문에 티타와 페드로는 사랑을 이루지 못한 채 서로 안타깝게 지켜볼 뿐이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멕시코 전통 요리의 향긋한 냄새와 맛을 통해 간접적으로 표현되면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죽음 너머까지 이어진다.
작가는 장미 꽃잎을 곁들인 메추리 요리나 호두 소스를 끼얹은 칠레고추 요리를 통해 끓어오르는 듯한 강렬한 사랑을 맛깔스럽게 표현한다. 이 소설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최음제와 같은 역할을 하면서 신비한 세계와 현실세계를 다양한 언어로 묘사한다. 이 소설에서 요리법은 페미니즘 담론의 또 다른 표현이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라틴아메리카의 페미니즘 문학도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대립을 전제한 상태에서, 억압적인 가부장제하에서 수난을 겪는 여성의 상황을 증언하고 여성 자신의 위치를 재평가하여 정체성을 회복한다는 목표를 설정한다. 하지만 전통적인 페미니즘 문학에서 부엌이라는 공간은 창조적이고 능동적인 남성들의 외부 세계와 분리된 폐쇄적인 공간으로 묘사되었고,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가사 활동은 소모적인 것으로, 그리고 그곳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수동적인 존재로 묘사되었다. 이렇듯 부엌은 오랜 세월 사회적으로 소외된 여성이라는 주체가 존재하는 상징적인 장소였고,
요리는 여성에게 주어진 의무에 불과했다. 그러나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에서는 남성 중심 문학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후각과 미각을 자극하는 단어들과 상세한 묘사로 이른바 ‘요리 문학(literatura culinaria)‘ 이라는, 페미니즘 문학이 애호하는 하나의 원형을 만들어냈고 지금까지 거의 사용되지 않던 부엌과 요리라는 테마를 문학적 담론에 도입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와 아울러 라틴아메리카 문학에서 금기시 되어오던 성적 담론, 특히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본 성적 표현을 도입하고 있다는 점에도 의의를 부여할 수 있다.
-작품해설중에서 -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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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타는 고개를 떨구었다. 식탁 위로 하염없이 떨어지는 눈물처럼 그녀의 운명 역시 처량하기 그지없었다. 그때부터 티타와 식탁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운명의 방향을 조금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때문에 식탁은 티타가 태어나면서부터 흘린 슬픈 눈물을 받아내며 그녀와 운명을 함께해야 했으며, 티타는 이 어처구니없는 결정을 속수무책으로 받아들여야만 했다. 아무리 그래도 티타는 그냥 굴복할 수 없었다. 수많은 질문과 불만으로 머릿속이 복잡했다. 누가 그런 가족 전통이라는 걸 만들어냈는지 알아낸다면 소원이 없을 것 같았다. 어머니의 노년을 보장하는 완벽한 계획이랍시고 그 전통을 만들어놓은 순진한 사람에게, 그 전통에도 자그마한 허점이 있다는 걸 알려줄 수만 있다면 속이 다 후련할 것 같았다. 만일 티타가 결혼을 할 수 없고, 그래서 자식도 낳을 수 없다면 티타가 늙은 뒤에는 누가 그녀를 돌본단 말인가? 그런 경우에는 무슨 해결책이 있나? 어머니를 돌봐야 하는 딸인 경우, 부모가 죽은 다음에는 아예 오래 살기를 바라지 말아야 하는 건가? 결혼을 했어도 아이를 낳지 못한 여자는 어떻게 되지? 그때는 누가 그들을 돌보나? 티타는 게다가 장녀가 아니라 막내딸이 어머니를 돌보는데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린 근거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그로 인해 희생되는 딸들의 의견은 들어보기라도 한건가? 그리고 결혼할 수 없다면 적어도 사랑이 뭔지는 알게 내버려 둬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면 그것마저도 용납되지 않는 건가? 티타는 이 모든 의문들이 해답 없는 질문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것도 잘 알았다. 데 라 가르사 집안에서는 복종 이외에는 그 어느 것도 용납되지 않았다. 마마 엘레나는 티타를 완전히 무시한 채 화를 벌컥 내며 부엌에서 나간뒤 일주일 내내 티타에게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75

페드로의 눈길이 티타의 가슴에 머무를 때까지 두 사람은 황홀경에 빠진 채 서로 마냥 바라보기만 했다. 티타는 맷돌질을 멈추고는 페드로가 잘 볼 수 있도록 몸을 꼿꼿하게 세워서 자랑스럽게 가슴을 펼쳤다. 이 뜨거운 탐색전으로 두 사람의 관계는 영원히 바뀌었다. 옷을 뚫는 듯한 강렬한 시선을 나눈 후로는 모든 게 전과 같지 않았다. 티타는 그제서야 자신의 몸을 통해 비로소 깨닫게 된 것이다.

모든 물질이 왜 불에 닿으면 변하는지, 평범한 반죽이 왜 토르티야가 되는지, 불 같은 사랑을 겪어보지 못한 가슴은 왜 아무런 쓸모도 없는 반죽 덩어리에 불과한 것인지 그제야 알 것 같았다. 그 짧은 시간 동안 페드로는 전혀 손을 대지 않고서도 티타의 가슴을 순수한 소녀의 가슴에서 관능적인 여인의 가슴으로 바꿔놓았던 것이다.


124

 "아시다시피 우리 몸 안에도 인을 생산할 수 있는 물질이 있어요. 그보다 더한 것도 있죠. 아직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걸 알려드릴까요? 우리 할머니는 아주 재미있는 이론을 가지고 계셨어요. 우리 모두 몸 안에 성냥갑 하나씩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혼자서는 그 성냥에 불을 당길 수없다고 하셨죠. 방금 한 실험에서처럼 산소와 촛불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산소는 사랑하는 사람의 입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촛불은 펑 하고 성냥불을 일으켜줄 수 있는 음식이나 음악, 애무, 언어, 소리가 되겠지요. 잠시 동안 우리는 그 강렬한 느낌에 현혹됩니다.

우리 몸 안에서는 따듯한 열기가 피어오르지요. 이것은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사라지지만 나중에 다시 그 불길을 되살릴 수 있는 또 다른 폭발이 일어납니다. 사람들은 각자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불꽃을 일으켜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만 합니다. 그 불꽃이 일면서 생기는 연소작용이 영혼을 살찌우지요. 다시 말해 불꽃은 영혼의 양식인 것입니다. 자신의 불씨를 지펴줄 뭔가를 제때 찾아내지 못하면 성냥갑이 축축해져서 한 개비의 불도 지필 수 없게됩니다.

이렇게 되면 영혼은 육체에서 달아나 자신을 살찌워 줄 양식을 찾아 홀로 칠흑같이 어두운 곳을 헤매게 됩니다.

남겨두고 온 차갑고 힘없는 육체만이 그 양식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모르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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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기에 차별하는 사람은 두 종류가 있다. 한 부류는 차별에 대한 충동이나 욕망을 자기 내면에 지니고 있지만, 또 한 부류는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들여 아무 생각 없이 되는대로 차별 용어를 연발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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