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예프스키가 말년에 노름에 빠져 속기사인 2번째 아내 안나 그리고리예브나에게 늘상 돈을 뜯어가며 찌질하게 행동하던 모습입니다. 노름꾼의 강박은 정말 무섭습니다. 안나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하생활자의 수기]에서 요설체로 자기혐오하던 문장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그녀를 천사라고 부르면서, 그녀를 불행하게 만들었다며 용서를 비는 일이 더 자주 있었다.
그러면 그녀는 옷을 깁다 말고 한숨을 쉬면서 말없이 서랍장으로 다가가서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돈을 내어주었는데, 이럴 때 그녀가 기침을 하거나 재채기라도 하면, 그는 그녀에게 마구 화를 내고 저주를 퍼부었다. 이것은 그녀의 돈이며, 그녀 어머니의 돈인 것을 잘 안다. 그녀가 불평하지도 않고 순순히 그에게 돈을 내주는 것은 바로 그 선량함으로 그를 억압하려는 의도다. 등등. 하지만 그는 다시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는 그가 그녀의 돈을 훔쳤으며, 그녀가 자신을 혐오해야 마땅하다고 말하고는, 하지만 아직 자기를 더 혐오하는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 156쪽

페쟈(도스토예프스키)는 우선 자신의 약혼반지를, 다음으로 그가 결혼식 때 선물한 안나 그리고리예브나의 금귀고리와 브로치를 저당잡혔다.(...)

브로치와 귀고리를 맡기고 빌린 돈을 잃는 그는 다음으로 그녀의 레이스 달린 숄(안나가 가장 아끼며 늘 외출시 하고 다니는 것)을 저당잡히려 했지만, 그런 것은 어디에서도 받아주지 않았다.
- 162쪽

그들은 집세를 나흘이나 밀렸고, 주인은 그들에게 식사를 한 끼도 가져다주지 않았다. 안나 그리고리예브나는 아침에 하녀 마리에게 끓인 물을 청했지만, 하녀는 이제는 물 끓일 장작도 없다고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164쪽

안나그리고리예브나의 동의를 얻은 그의 품에는 포장으로 감싼 그녀의 라일락 빛 옷이 안겨 있었다. (...)
안나그리고리예브나의 옷으로 받은 돈은 5탈러였는데, 그는 이 돈을 첫판에 몽땅 베팅해서 잃고 말았다. - 168쪽




도스토예프스키는 ˝수정궁˝을 자주 비판적으로 묘사합니다.
수정궁은 당시 유럽에서 열렸던 상품 박람회 이름으로 1851년 철과 유리로 만든 런던에 세워진 대형 건축물로 제1회 만국박람회 개최하기 위해 건설되었습니다.
1936년 화재로 소실되었는데 도스토예프스키는 이를 문명의 이상이자 상징으로 삼아 자주 비판적으로 묘사합니다.
<지하생활자의 수기>,<죄와벌>에 수정궁에 대한 언급이 나옵니다.
이 책에서도 수정궁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데 당시 도박에 빠져 돈을 딸때 수정궁으로 가닿는 환상을 묘사합니다. 그리곤 추락하는데 읽어보시면, 지금 주식에 빠져 돈을 잃는 현대인의 모습과도 흡사한 것 같네요.


˝처음 두 번의 베팅에서나 때로는 세 번째 베팅에서까지도 그는 돈을 따곤 했다. 그럴 때면 도박꾼들과 구경꾼들이 이루고 있는 그 회전목마가 소용돌이처럼 그의 주위를 빙빙 돌기 시작하고, 그는 다시 수정궁이 있는 저 미답의 정상을 향해 수직으로 곧추선 낭떠러지를 기어 올라갔다. 아래쪽에서는 낯익은 얼굴들이 그 애처로운 원무를 추고 있었다.
하지만 곧 그는 돈을 잃기 시작했다. 그래도 자기 방식을 고수하려고 노력해 보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 더 잃게 되었던 것이다. ‘자기 방식‘ 같은 것은 포기해 버린 후에도 그는 계속 잃고, 결국에는 돈을 가지러 집으로 달려가곤 했다. 이것은 의학적으로 ‘강박 흥분증‘과 비슷한데, 좌절을 하면 할수록 그 시도를 반복하려는 집요한 욕망이 더 강하게 일어나는 것이다. - 161쪽

하지만 누군들 편리하게 ‘이론‘을 만들어 자기 자신을 기만하지 않을 것인가. 그것으로써 우리는 우리에게 부여된 충격들을 일종의 숙명으로 바꾸어 완화시키고, 또 그렇게 해서 우리의 실패와 나약함을 정당화하는 것이다. 어쩌면 여기에, 도스토예프스키가 유형지에서 겪었던 소위 ‘정신적 변화(사회제도의 변혁에서 종교적 구원으로의 관심 이동)‘의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 그의 병적인 자존심은 그가 그곳에서 겪었던 그런 모욕들과 결코 타협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출구는 하나뿐이다. 이 모든 모욕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것 말이다. 그는 한 편지에서 이렇게 적은 적이 있다.
˝나는 십자가를 지고 있으므로 이 모욕은 당연한 것이다˝
- 1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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