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버트런드 쿠퍼 <동물들의 고고학>, 보르헤스 <상상 동물 이야기>
"그녀는 나의 페니스에서 손을 떼고, 머리맡에 있는 책 두권을 들었다. 한 권은 버트런드 쿠퍼의 <동물들의 고고학>이고 다른 한권은 보르헤스의 <상상 동물 이야기>였다.- 178쪽
2. 투르게네프 <루진>, <봄 물결>
"그리고 의사가 하라는 대로 침대에 누워 투르게네프의 <루진>을 읽었다. 사실은 <봄 물결>을 읽고 싶었지만, 폐허 같은 방 안에서 책 한권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고, 게다가 생각해 보면 <봄 물결>이 <루진>보다 딱히 뛰어난 소설도 아니었다." - 299쪽
3. 스탕달 <적과 흑>
"이번에는 스탕달의 <적과 흑>을 읽기 시작했다. 나는 옛날 소설을 좋아하는 듯하다. 요즘 시절에 젊은이들이 과연 <적과 흑>을 얼마나 읽을까? 아무튼 나는 <적과 흑>을 읽으면서, 또 쥘리앵 소렐을 동정했다. 쥘리앵 소렐의 경우, 그 결점은 열다섯 살에 결정된 듯하고, 그 사실도 내 동정심을 부추겼다. 열다섯 살에 인생의 모든 요인이 고정되고 말다니, 타인이 보기에도 아주 딱한 일이다. 그것은 자신을 튼튼한 형무소에 처넣는거나 다름없는 일이다. 벽에 둘러싸인 세계에 틀어박힌 채, 그는 파멸로 나아간다." - 301쪽
4. 스탕달 <파르마의 수도원>
" 페니스가 효율적으로 발기하는 것만이 인생의 목적은 아니다. 이는 아주 오래전 스탕달의 <파르마의 수도원>을 읽었을 때 내가 느낀 것이기도 했다. 나는 발기에 대한 생각을 머리에서 떨어냈다" - 447쪽
5. 알베르 카뮈 <이방인>
" '내탓이 아니야'는 <이방인>의 주인공 말버릇이었죠. 아마, 그 사람, 이름이 뭐였더라. 음.""뫼르소"하고 나는 말했다.
"아 맞다. 뫼르소," 그녀가 되풀이했다. "고등학교 때 읽었어요. 하지만 요즘 고등학생들은 <이방인>같은 소설, 전혀 안 읽어요. "
6. 서머싯 몸 <면도날>
" 그래도 재미있어. <면도날>은 세 번이나 읽었어. 그 소설은 대단한 작품은 아니지만 잘 읽혀. 그 반대보다는 훨씬 낫지." - 703쪽
7. 조지프 콘래드 <로드 짐>
" 하늘을 가만히 올려다보고 있으려니 나 자신이 가없는 해원에 떠 있는 조그만 보트처럼 여겨졌다. 바람도 없고, 파도도 잔잔하고, 나는 그저 거기에 가만히 떠 있을 뿐이다. 광활한 바다에 뜬 보트에는 뭔지 모를 특수한 것이 있다. 라고 한 사람은 조지프 콘래드다. <로드 짐>의 난파 부분이다." - 769쪽
8. 도스토예프스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 나는 눈을 감고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등장하는 세 형제의 이름을 떠올려 보았다. 미챠, 이반, 알료샤, 그리고 배 다른 스메르쟈코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이름을 전부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 769쪽
"마음은 사용하는 게 아니야." 나는 말했다. "마음은 그냥 거기에 있는 것이지. 바람처럼. 당신은 그 움직임을 느끼기만 하면 돼."-115쪽
"모든 이론과 분석은, 말하자면 짧은 바늘 끝으로 수박을 가르려는 짓이나 마찬가지야. 껍질에 표시는 낼 수 있지만, 과육까지는 영원히 도달할 수 없지."-207쪽
"아니지, 그렇지 않아. 친절함과 마음은 전혀 다른 것이야. 친절함이란 독립된 기능이야. 더 정확하게 말하면 표층적인 기능이지. 그건 그저 습관일 뿐, 마음과는 달라. 마음이란 것은 훨씬 더 깊고, 훨씬 더 강한 것이지. 그리고 훨씬 더 모순된 것이고." - 312쪽
"지쳤다는 게 어떤 걸까요?" 그녀가 물었다. "감정의 구분이 흐릿해져. 자기에 대한 연민, 타인에 대한 분노, 타인에 대한 연민, 자기에 대한 분노 - 그런 것들이." - 328쪽
누군가가 내 몸을 꼭 껴안아 주지는 않는다. 나 역시 누군가의 몸을 꼭 껴안지는 않는다. 그런 식으로 나는 나이를 먹어간다. 바닷 속 바위에 둘러붙은 해삼처럼 나는 홀로 나이를 먹어 간다. - 423쪽
그러나 싸움과 증오나 욕망이 없다는 건, 즉, 그 반대도 없다는 뜻이야. 기쁨과 축복과 애정 같은 거 말이야. 절망이 있고 환멸이 있고 슬픔이 있어야 기쁨도 생겨날 수 있는 거라고. 절망이 없는 축복 따위는 어디에도 없어. 그게 내가 말하는 "자연스러움"이라는 거야.-651쪽
인간의 행동 대부분은 자신이 앞으로도 계속 살아갈 것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것이라, 그 전제를 제거하고 나면 거의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 672쪽
좀 더 젋었던 시절, 나는 그런 슬픔을 어떻게든 언어로 환치해 보려 시도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어떤 언어를 늘어놓아도 그것을 누군가에게 전할 수는 없었고, 나 자신에게도 전할 수 없다는 생각에 나는 포기하고 말았다. 그렇게 해서 나는 나의 언어를 닫고, 나의 마음을 닫았다. 깊은 슬픔이라는 것은 눈물이라는 형태조차 띨 수 없다. - 7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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