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 어느 날 종로의 한 심야 극장에서 숨진 채 발견되어 그가 떠나고 두 달 뒤에 나온 이 시집은 그의 첫 시집이자 마지막 시집이 되었네요. 그가 보낸 청춘과 불안의 이십 대가 허무와 두려움의 다른 이름임을 이 시집에서 고스란히 드러낸 것 같습니다. 아침 출근 시간에 읽는 데 너무 좋았습니다.
담아봤어요.~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 기형도 <질투는 나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