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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는 패러다임 - 조지 소로스 특강, 오류와 불확실성의 시대를 넘어
조지 소로스 지음, 이건 옮김 / 북돋움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조지 소로스 특강: 이기는 패러다임
The Soros Lectures at the Central European University in 2010
- 지은이: 조지 소로스 George Soros
- 옮긴이: 이 건
- 출판사: 북돋움 / 208 쪽 / \13,000
조지 소로스, 옮긴이 이 건님의 고백처럼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 제게 인식된 그는 탁월하면서 잔혹한 투기꾼이었습니다. 나이가 들며 조금씩 변해왔지만, 저는 살아오면서 사람/사물을 대함에 있어 첫인상이 상대의 성격을 규정짓는데, 절대적입니다. 거의 활자에 의해 만난 소로스는 특히, IMF 경제위기 때 DJ의 초청을 받아 왔던 때의 기억은 힘이 있는 뛰어난 투기꾼 이상이 될 수 없었습니다.
책을 읽고 난 이후 소로스에게 그 동안 그를 많이 오해하고 있었음을 사과하고 싶었습니다. 가끔 경제/투자 전망에서 그의 의견을 대할 때면 괜한 미운 마음에 왕창 틀려가지고 창피당할 것을 기대했음도 사과하고 싶습니다. 스스로의 막연/우연한 판단에 따른 결정/결론이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이었는지 새삼 반성하는 계기를 얻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책의 내용 이상으로 제게 큰 도움이었습니다.
이 책은 2009 년 10 월 26 일부터 5 일간에 걸쳐 소로스의 고국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위치한 중부유럽대학에서 강연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옮긴이는 구어체라 문장이 짧고 단순하다고 하면서, 철학이라 쉬운 분야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저는 철학이라 그랬는지 읽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한 번 읽고 두 번째 읽으면서 느낌을 정리하곤 했는데, 이번엔 두 번 읽고서도 부족한 것이 너무 많아 웹사이트를 꽤나 들락거렸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열린사회’, ‘재귀이론’에 대해 많은 글을 읽을 수 있었는데, 결론은 좀 더 공부해야겠구나……였습니다^^
그래서 멋진 소로스 탐구 결과를 내 놓고 싶었는데, 늘 덜 떨어진 투자였던 것처럼 이번에도 그냥 읽으면서 두고 다시 봐야겠다 중요하다는 부분을 옮겨 적는 정도로 만족하기로 하였습니다.
소로스는 머리말에서 강연의 주제를 설명합니다.
첫 날과 둘째 날은 자신이 지금껏 경험해온 일과 생각을 요약해서 전달합니다. 투자사업과 자선사업을 할 수 있게 해 준 개념의 틀을 자세히 설명하고, 이 틀을 현재의 금융위기에 적용했다고 합니다.
셋째 날과 네 번째 날은 윤리 가치와 정치권력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이 둘의 관계를 분석합니다.
마지막 날은 개념의 틀을 활용해서 예측과 처방을 제시합니다. 눈에 번쩍 띄는 부분인데, 투자관점에서는 별롭니다^^
1. 인간 불확실성의 원리
나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독자적으로 ‘사고의 틀’을 개발한 덕분에, 헤지펀드 매니저가 되어 돈을 벌 수 있었고, 박애주의자가 되어 자선사업을 벌일 수도 있었습니다. ‘사고의 틀’은 돈을 버는 방법이 아니라 사고와 현실 사이의 관계를 다루는 방법으로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의 저자 칼 포퍼와의 만남을 얘기합니다. ‘경험적 진실조차 절대적으로 확실하게 알 수는 없다.’는 내용입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워렌 버핏이 빌 그레이엄을 만났을 때가 이런 것이었을까 싶었습니다. 이미 뛰어난 자질을 타고난 버핏이었지만, 그레이엄을 만나면서 한 단계 뛰어오를 수 있었듯이, 공산주의 소련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면서 살아남는 지혜를 부친으로부터 배운 소로스 역시 충분히 뛰어난 투자자의 자질을 갖고 있었겠지만, 포퍼와의 만남 덕분에 소로스의 능력을 끌어 올리는데 지대한 역할을 하였을 것입니다.
어떤 상황에 속해 있는 사람이 세상을 바라볼 때, 그 사람이 세상을 보는 관점은 항상 부분적이고 왜곡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오류의 원리입니다. 이런 왜곡된 관점이 부적절한 행동을 낳기 때문에 그 상황에 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이것이 재귀의 원리입니다.
사람의 생각은 두 가지 기능을 수행합니다. 하나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이해하는 기능입니다. 인지 기능이라고 합니다. 다른 하나는 상황을 자신에게 이롭게 바꾸는 기능입니다. 이것을 조작 기능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현실을 왜곡해서 해석하고, 여기서 나온 결과가 현실을 더 왜곡하는 현상을 풍부한 오류라고 합니다.
첫날 강의에 대해 소로스는 추상적이라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면서 다음날은 좀 이해하기 쉬울 거라고 합니다. 그런데 제게는 꼭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냥 옮겨보기로 하였습니다.
2. 금융 시장
첫날 강연에서 소개한 오류성, 재귀성, 인간 불확실성의 원리 등을 금융시장에 적용한 자신의 경험을 전달하겠다고 합니다. 이제 진짜 돈 버는 얘기^^
시장이 모든 정보를 정확하게 반영한다는 효율적 시장가설과 반대로 시장 가격은 항상 펀드멘털을 왜곡합니다. 행동경제학에서 놓치는 부분인데, 금융시장은 시장의 현실을 반영하는 소극적인 역할뿐 아니라 이른바 펀드멘털에 영향을 미치는 적극적인 역할도 담당합니다.
거품은 추세와 착각이 서로 작용하면서 함께 강해질 때 형성되기 시작합니다. 부정적 피드백으로 검증 받기도 하지만 추세가 매우 강해서 검증을 통과하면, 추세와 착각 모두 더욱 강화됩니다. 관성인데요. “연주가 이어지는 한, 우리는 일어나 춤을 출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춤추고 있습니다.” 어디선가 들어본 얘기죠^^
드디어 냉혹한 투기꾼 소로의의 모습을 발견한 구절이 나옵니다. “1996 년에 그린스펀은 이상과열을 언급했지만, 그는 거품에 대해 잘못 설명했습니다. 나는 거품이 형성되는 모습을 발견하면, 즉시 자산을 사들여 불 난 곳에 기름을 붓습니다.” – 저는 간이 작아서 그렇게 못합니다……;;;
3. 열린 사회
포퍼는 인간이 오류를 타고났다고 강조했는데, 여기서 소로스는 경제 이론의 기본 가정을 의심하고 재귀성 개념을 개발하였다고 합니다. 오류성이란, 세계를 보는 우리의 관점이 항상 불완전하고 왜곡되어 있을 뿐 아니라 지극히 복잡한 현실을 단순화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자주 착각을 일으키는 것을 뜻하며, 이런 착각이 역사의 흐름을 좌우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지식을 습득할 수는 있지만 결코 모든 결정을 내릴 만큼 충분히 습득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어떤 지식이 유용하다고 밝혀지면, 우리는 적합하지 않은 분야에까지 이용하려 하기 때문에 이 지식이 오류로 바뀌게 됩니다. 풍부한 오류입니다.
소로스는 미국의 부시가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되는 것에서 크게 실망합니다. 인지가 무시되고 조작이 앞서는 현상입니다. “우리는 사실을 연구하지 않는다. 사실을 만들어낸다.” 요즘 들어 놀라는 사실들이지만,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1% 만을 위한 꼴통이 왜 현실세상에서 통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는 강연입니다.
포스트모던 세계관입니다. “이제 현실이 조작될 수 있음을 알았는데, 인지 기능을 왜 우선해야 하는가? 왜 직접 조작하지 않는가? 왜 진실보다 권력을 추구하지 않는가?”
-> 소로스는 현실을 조작할 수는 있지만 그 결과는 조작자의 의도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차이를 최소한으로 유지해야 하지만 그러려면 현실을 더 잘 이해해야 합니다. 바로 이런 추론을 통해서 나는 진실 추구야말로 열린 사회로 가는 확고한 요건이라고 제시하게 되었습니다. – 그럴까요?
신뢰승수를 말합니다. 금융시장에 대해 실제보다 좋게 말하면 경제가 앓는 병이 치료된다지만 이는 절반만 옳다고 합니다. 강의하는 지금까지 주식시장이 상승하면서 은행들은 자본을 조달할 수 있었고, 경제도 강해졌지만 현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신뢰는 실망으로 바뀌고, 호황은 불황으로 돌변한다고 봅니다. - 소로스는 이번 금융위기를 100 년만의 위기로 보고 아직도 더불딥이 있을 것임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4. 자본주의냐, 열린사회냐
흔히 주식회사의 위험 중에서 제가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보고 있는 ‘대리인’에 대한 문제를 경제분야를 넘어서서 정치권력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원부국이 못사는 이유를 대리인의 문제에서 찾습니다.
자원의 저주: 천연자원이 풍부한 나라에 흔히 부패하고 억압적인 정부, 폭등, 내전이 많아서 천연자원이 부족한 나라보다 사람들이 더 가난하고 비참하게 살아가는 경향.
브루스 스콧의 ‘자본주의 개념’에서 자본주의가 시장 기능과 결합하면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고 합니다.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 뒤에, 인간 대리인의 보이는 손이 숨어 있다고 합니다. 정치 프로세스로서, 법을 만들고 여기서부터 대리인 문제가 시작되며, 시장가치와 사회가치 사이에 갈등이 빚어집니다.
시장근본주의자가 등장합니다. 시장가치를 특히 정치를 포함한 사회생활에 부당하게 확대 적용하는 행위를 시장근본주의자라고 정의하는데, 이성의 힘이 아니라 조작의 힘으로 이미 널리 보급되었습니다. 풍부한 자금을 공급받는 강력한 선전기계가 이익에 대한 대중의 생각을 왜곡하면서 시장근본주의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 돈이 세상을 지배하는 더러운 세상이 되고 있는 겁니다.
소로스는 열린사회를 위협하는 두 가지 요소로 대리인 문제와 정치과정을 오염시키는 돈이라고 규정합니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경제와 정치 두 영역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고 합니다. 소로스도 지적했듯이, 의학, 법, 언론과 같은 직업들이 돈을 벌기 위한 사업이 되었는데, 이런 현상은 사회의 안정성을 저해하고 있으며 시장근본주의가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해친 것과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5. 나아갈 길
이번 위기가 일본의 부동산 거품과 다른 점은 일본의 위기는 한 나라에 한정되었지만 이번 위기에는 세계 전체가 말려들었다는 점입니다. 대공황과 다른 점은 이번에는 금융 시스템이 붕괴하지 않은 채 인위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 사람들은 2008 년 붕괴를 단순한 악몽으로 생각하고, 다시 평소처럼 사업을 시작하고 싶어합니다. 유감스러운 이야기지만, 이번 회복세는 활력을 잃기 쉽고, 2010 년이든 2011 년이든 Double Dip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을 포함한 일부는 반등이 이어지는 기간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강의 시점부터 지금까지 진행상황을 보면, 그 동안 자신의 견해가 바뀌었는지 궁금하지만, 문외한인 저로선, 2009 년 2 월 ‘위기, 5 년 간다. 대공황보다 더 심각하다’고 했다는 그의 견해는 변한 것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책 말미에 한국경제신문 뉴욕특파원의 올해 3 월 18 일 소로스 인터뷰 기사가 도움이 됩니다만 결코 만족할 만한 것은 못됩니다. 미국이 잘해왔다는 식의 발언을 보면 최악으로는 가지 않겠다는 뜻인지도 애매하고……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시골의사님이 포퍼의 ‘열린사회’에 비춰 우리나라 현실이 ‘자유민주주의’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 언급한 부분도 읽을 만 했습니다.
소로스, 완벽한 인간은 없는 것이고 그가 이 만큼 훌륭한 생각의 소유자라는 것을 알았다는 것은 성과였습니다. 재귀이론이 앙드레 영감의 달걀 그림의 순환론과 크게 다른 것이 있을까 하는 면에서 생각해야겠고 다시 영감의 책을 들여다 봐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을 느꼈습니다. 덕분에 ‘열린사회와 그 적들’, ‘금융의 연금술’ 등 읽어야만 해야 할 것 같은 책을 많이 만난 것은 부담이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정리한 내용은 이상입니다.
* 포퍼란 인물이 소로스의 그레이엄이라 그에 대해 알아보려고 뒤적거렸습니다. 덕분에 제 능력엔 ‘열린사회와 그 적들’은 책의 대강 소개와 뛰어난 서평 등으로 대신하는 것이 낫겠다고 결론 냈습니다. 혹 먼 훗날 아내와 함께 ‘사랑의 유람선’을 타게 될 때, 무료한 며칠을 배에서 보내는 날을 대비해서 마련해 둘 읽을거리 정도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최근 미래에셋 한상춘 전무의 소로스의 자기암시가설(재귀이론을 이렇게 썼네요)에 근거한 현 주식시장을 본 관점에 의하면 추가 상승이 가능한 III 국면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재귀이론에 대해 예를 든 좋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칼 포퍼와 ‘열린사회와 그 적들’에 대해 정리된 부분을 옮깁니다.
뒤적거리는 중에 칼 포퍼의 한 강의장에서, 반대론자의 의견을 그의 지지자들에 의해 제지 당하는 상황에서 ‘열린사회’를 지향하는 것과는 대비되는 거만하면서 실제로는 닫힌 행동을 보여 준 사례까지 발견하게 된 것은, 그 역시 인간인지라, 인간의 한계로 이해하였습니다.
칼 포퍼(Karl Raimund Popper:1902~1994)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사상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 평가 받는 칼 포퍼는 1902년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태어나 빈 대학에서 수학, 물리학, 철학, 음악 등을 전공했고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포퍼는 십대 청소년 시절에는 열렬한 마르크스주의자였으며 사회민주당 당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곧 마르크스주의의 전체주의적 성격을 발견하고 마르크스주의와 결별하였다.
포퍼는 1930년대 유럽 사상계의 중심적 위치에 서 있는 오스트리아 빈 학단의 논리실증주의에 맞서 반증가능성을 기축으로 하는 방법론을 전개하였는데 이는 20세기 과학철학의 가장 중요한 공헌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1936년 포퍼는 나치스의 폭압을 피해 그 당시 서구 지식인들의 주된 망명지인 유럽과 미국이 아닌 머나먼 지적 변방인 뉴질랜드로 떠났다. 서구 지식인 사회의 주요 멤버들과 멀리 떨어진 채 포퍼는 뉴질랜드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쳤다. 이 시기에 완성된 기념비적인 책이 그 유명한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이다. 전체주의의 폭력을 체험한 포퍼는 이 책에서 위험천만한 전체주의 이데올로기의 철학적이며 사상사적인 배경을 철저히 파헤쳐 보여 주었다. 특히 포퍼는 '열린 사회'의 최대 적으로 플라톤과 헤겔을 지목하며 날카로운 필봉을 휘둘러 전후 사상계에 일대 파문을 던졌다.
나치스의 항복 이후 포퍼는 런던 대학의 교수로 초대되어 퇴직하기까지 논리학과 과학방법론을 강의하였다. 자유주의의 열렬한 대변인으로 전체주의와 싸운 사상적 투쟁에 대한 지성사적 공헌이 널리 인정되어 1965년 엘리자베스 2세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으며, 1994년 생을 마쳤다. 주요 저작으로는 <과학적 발견의 논리>, <역사주의의 빈곤>, <추측과 논박>, <객관적 지식> 등이 있으며 이 책들은 29개 나라말로 옮겨져 세계 각국에서 읽히고 있다.
『열린사회와 그 적들(Open Society and Its Enemies)』
1945년 영국에서 출판된 사회철학서로 사회주의운동에 참여했으나 나치즘과 파시즘, 러시아혁명 등을 목격한 뒤 전체주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인간성에 실망하고 1938년부터 쓰기 시작한 책으로 전체주의에 대한 철저한 비판이자 민주주의 이념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支持)의 글이다. 이 책은 역사주의로 불리는 플라톤의 전체론·헤겔의 역사적 법칙론·마르크스의 유토피아주의를 열린사회의 최대의 적인 ‘닫힌사회’로 이끈 주창자로 규정하고 혹독하게 비판한다. 제1권「기원과 운명에 대한 신화」「플라톤의 기술적(記述的) 사회학」「플라톤 정치강령」「열린 사회에 대한 플라톤의 공격에 대한 배경」등은 플라톤을 비판한 것이고, 제2권「예언적 철학 등장」「마르크스 방법」「마르크스 예언」「마르크스 윤리」「그 여파들」「결론」으로 헤겔과 마르크스를 비판한다.
『열린사회와 그 적들』에서 ‘열린사회’는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는 자유로운 사회로, 폭력과 유혈을 동반하는 혁명을 통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 사회공학’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을 통해 사회갈등을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만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즉, 열린사회는 전체주의와 대립된 개념인 개인주의를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으며, 또한 정치 ․ 사회적인 갈등과 혼란의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내어 부분적으로 합법적 절차를 밟아 묵은 체제를 고쳐 새 체제로 바꾸기 위한 방법인 점에서 점진주의사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포퍼는 인류사회는 역사주의의 닫힌사회와 인간의 자율성·능동성·자유성·존엄성을 중요한 가치로 보고 이를 추구하는 열린사회의 투쟁으로 해석하고 있다. 열린사회는 역사 법칙을 인정하지 않으며 진리에 대한 독점을 허용하지 않는 사회이다. 즉, 비판하지 않을 만큼 완벽한 절대적 진리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권력을 위임받은 어떠한 단체(국가)도 비판에서 면제되지 않는 사회로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보장되고 이성에 따라 판단하고 책임지는 사회다. 닫힌 사회는 시민 생활 모두를 국가가 규제하며 개인의 판단이나 책임을 무시하는 사회이다. 플라톤 등 이상주의자들은 ‘열린사회 적들’로 혁명과 전쟁 등 물리력을 통해 이상사회를 건설하려 했지만 오히려 극심한 혼란과 많은 희생만 가져왔다고 보고 있다. 이런 점에서 포퍼가 꿈꾸었던 「열린사회와 그 적들」은 참여와 열정을 통해 정치·사회적인 갈등과 혼란을 극복하고 가장 이상적인 평등하고 자유로운 공동체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방법론을 제시한 가치 있는 저작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