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한 불행 - 부서지는 생의 조각으로 쌓아 올린 단단한 평온
김설 지음 / 책과이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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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여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칠흑 같은 어둠이 계속된다 해도 괜찮다.

어둠 속에서 빛을 기다리는 과정이

곧 삶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 책을 소개하는 글을 읽으면서 저자의 마음이 독자에게 이토록 사무치게 느껴지는 책은 오랜만이다. 절절이 읽혀진다고 할까? 가슴이 미어질듯 하고, 저자의 삶이 얼마나 아프고 처절했을까 싶다. "결혼을 잘못해서 닥치는 불행보다 결혼 후에 주어질 안정이 더 유혹적이었다"는 그녀의 선택이 어쩌면 작은 희망의 돌출구였건만, 인생은 그녀를 괴롭게 하고 죽고 싶게 만든 것이다. p.10

얼마나 삶이 힘들었으면 매일 죽는 방법을 생각하며 살았을까? 그러던 중 "숟가락에 묻은 이유식을 힘껏 빨아 먹는 딸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니.." 정말 다행이다. 이혼을 결심하고 혼자 힘으로 삶을 헤쳐나가는 이 여인은 딸로 인해 겁 많은 여자이면서 동시에 겁 없는 여자가 되어 주어진 삶을 마주했다. 그때부터 작가는 철없어도 안 되고 아파서도 안 되는 사람이 그런 사람이 되어 있었다.

제목과 표지 그림에서 느껴지는 그 느낌이 책을 읽어 가면서 정확하게 맞아 들어 갔다. 아니 생각했던거 보다 더한 인생이었다. 이렇게도 힘든 인생이 있는가 싶을 정도이다. 책 제목을 "다행한 불행"이라고 적었지만, 부서지는 생의 조각으로 쌓아 올린 가운데 얻어진 '평온' 속에서 얻은 "다행한 불행"이었다는 것이 더 없이 가슴 한 켠을 아리게 한다.

프롤로그을 보며 그만 저자에게 첨부터 빠져들어 버렸다. 어쩌면 내 삶의 한 부분을 말하는 거 같아 自愧之心(자괴지심)의 상태가 되었다.

이 책은 결혼 생활의 진한 감정들을 토로하는 내용들로 가득차 있다. 세계 3대 참회록 가운데 '루소의 참회록'이 리얼해도 그렇게 리얼하다고 하는데 바로 그런 리얼함이 문장마다 가슴을 때린다.

좋은 문장과 마음에 다가오는 문장은 줄을 치는 편인데, 이 책은 결혼이 주는 모든 감정 셋트를 수려한 문장 속에 잘 녹여서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줄을 수없이 쳤다. 내 마음을 긁어놓는 문장 말이다. 정말 한 번 정도 만나보고 싶은 작가이다. 그 얼굴은 어떻게 생겼으며, 어떤 다부짐의 모습이 있을지, 삶의 강인함을 가진 여성은 어떤자일지, 존재(남편)의 싫음을 기꺼이 수용하며, 이제는 용서고 뭐고 다 부질없다고 말하며 용서 조차도 승화시켜 중화시키는 여성은 도대체 어떤 여성일지 매우 궁금하다.

"옳다고 믿는 어떤 것도 완전하지 않음을 이제는 안다. 누군가가 거짓말을 했다고 천하의 몹쓸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다. 나 역시 내가 백 퍼센트 올바른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은 남편의 생활 태도가 마음에 안 들면, 그저 조용히 내 생활을 돌아본다. 왜 이렇게 사나 하는 불만보다 이런 생활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뻔뻔함으로 하루하루를 산다. 이런 삶에 만족하다 보니 이제 남편을 원망하는 일은 거의 없다. 다른 건 몰라도 거짓말만큼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용서고 뭐고 다 부질없어졌다. 나를 이렇게 만든 세월은 정말 위대한 것이다." p.116

삶은 그런가 보다. 지금 상황에선 자신 보다 더 힘든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살아가다 보면 더 힘든 사람이 있는 것을 보게 되고, 또한 지금의 불행이 책 제목처럼 '다행한 불행'인 경우가 있음도 보게 된다. 불행을 통해 단단해지게 만드는 것이 신의 안배인가 할 정도로 인간은 불행을 통해 삶을 조각조각 만드는 능력이 생김을 다시 한번 깊이 새겨 본다.

"다만 이제 불행의 파도에 휩쓸리기보다 파도가 오는 것을 똑바로 바라보며 그 위에 올라탈 수 있기를 바랐다. 앞으로의 삶에 행복이 올지 불행이 올지는 알 수 없지만 어떤 것이 오더라도 받아들이겠다는 각오로, 적어도 이것이 나에게 주어진 삶이라면 담담히 인정하며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런 것을 알게 되기까지 정말 긴 시간이 필요했다. 내가 만드는 괴로움 속에서 살아보니 삶이 얼마나 피곤한지 말도 못 한다. 겪어보니 인생은 스스로 창조하는 즐거움 속에서 살아가지 않으면 괴로울 수밖에 없는 거였다." _p.122

엄마의 불행을 통해, 자신은 그런 삶을 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며 살았건만 저자는 1년 만에 환상이 깨졌다. 늦은 건지, 빠른 건지 모르겠지만....그때의 심정을 들어보자. "결혼 생활은 나를 조금씩 돌아버리게 했다. 어린 시절에 겪은 불행은 불행 축에도 끼지도 못한다는 것도 결혼이 알려주었다."

그렇게 작가는 이혼을 하였고, 이혼 후 5년이 지났을 때부터 끈질기게 이어진 전남편의 구애로 인해 결국 15년 만의 재결합으로 이어졌지만, 저자 말처럼 사랑이나 연민 따위의 감정이 작용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 결혼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성급했던 결혼, 급작스러웠던 이혼, 그리고 20년 만의 재결합을 통해 작은 희망이라도 찾을까 싶었지만 애초에 그런 희망조차 없이 시작한 것임에도,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남편과의 삶은 애처롭기까지 하며, 작가의 선택이 잘못이었다고 생각하게끔 만든다. 남편은 그전에 보지 못한 제 3의 인물의 되어 있었던 것이다. 일단 알콜중독자가 되어 있었다. 주위에 알콜중독자들을 보았기에 얼마나 힘들지 예상이 된다. 그러나 예상하는 것과 실제 그 상황을 마주하는 사람의 심정은 모를 것이다.

"하루에 몇 번씩 마음이 달라졌다. 미친 짓이라며 우리의 재결합을 말린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한편으로는 어쨌거나 이 일을 주도한 사람이 나니까, 한 번 실패는 두 번의 실패로 이어진다는 사람들의 관습적인 판단을 밀어내고 싶다고, 다시 잘해보리라고 다짐한 날도 있었다. 그러다가도 이제는 정말 생각을 달리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아서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자신은 없었다. 끝을 내는 데 쓸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았다." p. 59

저자의 그 마음이 다시금 느껴진다. 글을 잘 써서 그런가 아니면 저자가 고스란히 느낀 감정을 잘 개어내서 그런가? 곱씹게하는 문장인데, 마음은 씁쓸하다.

이 책은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가 읽으면 안 되는 금서처럼 보인다. 이것을 보고는 결혼을 접을 사람이 3-40%는 생기지 않을까? 아니면 나는 달라하면서 결혼을 시도하는 그런 용감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혼이란 정말 무엇인가하며 결혼에 회의감을 느끼며, 살고 싶지 않은 사람과 살아야할지 말아야할지를 고민하는 부부라면, 즉 이혼 위기에 있거나, 이혼을 생각하거나 하는 부부가 있다면 이 책으로 달려와 인생을 씹으라고 말해보고 싶다.

마치 끝장판 같은 결혼 생활을 보여주는 리얼 일기다. 줄을 많이 친것이 좋은 건지 아닌 건지 모르지만 저자가 보여주는 결혼의 민낯들이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하게 하는 오묘한 깊이를 보여주고 있다.

정말 이 여성은 한 남편의 존재를 통해 "가장 단단한 고요"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수많은 폭풍우가 치고, 지독한 절망을 맛보지만 그 절망을 "불행중 다행"으로 바꾸는 마법같은 주술적 능력이 그녀에게 생겨버린 것이다.

처음 이 책을 집어 들었을 때 책에는 예쁜 엽서 같은 곳에 저자의 글씨인지 모르지만, 손으로 쓴 글이 있어 글씨 참 잘 쓴다하며 별생각 없이 읽었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나서 다시 그 문장을 보니 그녀의 영혼이 마치 담긴것처럼 글씨가 살아서 움직이는 것을 느낀다.

"@@님, 삶의 고난 속에서도 다행한 행복이 찾아들길 바라며 드립니다."

이 책을 총평한다면 모든 글이 가슴을 치며, 마음에 새겨지는 '삶의 글'이라고 평하고 싶다.

작가적 소견이 충분하며, 부서지는 생의 조각으로 쓰여진 특별한 고백적 글쓰기의 맛을 보여준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살아도 분투하는 삶으로 살아가면 삶은 무언가는 우리에게 던져주는 것이 있음을 명백히 보여주는 책이다. 평안하고 무탈한 삶이 그녀에게 이제는 찾아오기를 바라고 또 바라는 바이다. 어쩌면 그 바람이 그녀를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삶에, 고요한 행복이 스며들기를 기도하며 축복한다!!

이 책의 한 문장

유복자로 태어나 일찍 가장이 되었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느라 원하던 미술 공부를 하지 못했지만, 당신이 추사 김정희의 후손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p. 007

그날 이후 나는 아무리 부부라도 타인이 할 수 있는 건 지켜보는 것뿐이라는 걸 알게 됐다. 남편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오류였다. 변화를 간섭하는 건 오히려 변화에 방해가 될 뿐이었다. p.115

나에게 무심해지니까 가장 먼저 몸에 적신호가 켜졌다. 자신을 가꾸는 일과 건강이 깊은 연판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나를 가꾸고 싶은 마음을 잃어버리니 모든 의욕이 사라졌고, 심하게는 기억력까지 저하되는 것 같았다. 알고 보니 멋이란 걸 포기하면 순식간에 늙어버리는 거였다. 50대만큼 여성의 용모가 극명하게 나뉘는 나이는 없는 것 같다. 40대 시절보다 오히려 젊어지는 여자가 있는가 하면, 기다렸다는 듯 폭삭 늙어버리는 여자도 있다. 내가 그렇게 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지는 않지만, 어쩌겠는가. 세월을 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만사를 귀찮아하는 나로서는 어려운 일이지만 최소한 나에게 무신경한 사람으로 보이지는 말자고 다짐할 뿐이다. p.133

설상가상이라고 사는 게 맘대로 되지 않고 인생의 실패를 여러 번 반복하다 보니 불안장애까지 생겼다. 어떤 일을 하기에 앞서 걱정부터 시작하는 버릇이 생긴 것이다. 안돼면 어떡하지, 실수하면 안 되는테, 하는 생각에 사로잡힌 완벽함에 매달리게 됐다. 실수나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려고 과도하게 긴장했다. 단지 긴장이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서도 죄책감을 느꼈다.

좋은 기회가 오면 잘못할까 봐 두려워 차라리 포기하기를 선택했다. 이런 내적 동요를 숨기려고 지나치게 경계하다 보니 내가 누구인지도 알 수 없게 되면서 자존감마저 떨어졌다. p.149

어쩌면 살면서 자신의 의지로 결정할 수 있는 건 저녁 메뉴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마저도 상황에 따라 바뀔 때가 많지 않은가. 운명을 자기 마음대로 이리저리 바뀐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 없다. 하늘에 맡긴 채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것이 옳은 것 같다.

그 흐름의 끝에 죽음이 있더라도 운명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내가 대단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그 방법 말고 다른 방법은 알지 못해서다.

이쯤 되면 사람들은 마지막 질문인 양 묻는다. 이제는 남편과 사는 게 행복하냐고.

나는 여성의 행복이 꼭 결혼에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대답한다. p.176

쉰다섯이 넘으니까 많은 생각이 변했다. 예전에는 누추하고 볼품없는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초라한 내 인생에서 무언가를 길러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남의 인생을 멀리서 바라보며 부러워만 했다. 나이가 든다는 건 좋은 일이다. 운전 능력을 삶에 적용하게 된 것도 순전히 나이가 들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운전할 때만큼 사는 게 여유롭다. 시속 100킬로로 달리나 50킬로로 달리나 도착 시간이 거의 비슷하다는 결 아는 모범 운전자처럼, 사는 속도도 느긋하고 여유롭다. 오늘은 빨간 신호에 걸려 자주 멈췄다면 내일은 다를 거라는 걸 경험했으니, 오늘의 불행을 내일로 끌고 가지 않는다. p.186

살아보니 부부는 서로 사랑하는 것과 동시에 미워하는 것이 당연했다. p.207

살다 보면 또다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찾아올 것이다. 그러나 예전처럼 기를 쓰고 이해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그저 이해가 안 되는 것들을 곱씹으면서 하루하루를 살 것이다. p.213

서로 모든 걸 공유하고 빠짐없이 나눠야만 건강한 관계인 것은 아니다. p.219

다 포기할까 싶은 순간

믿을 수 없는 드라마가 펼쳐지는 것이

인생이라는 걸 믿으며

- 김설, 에필로그.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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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죽음
호세 코르데이로.데이비드 우드 지음, 박영숙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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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살고 싶은 욕망의 책

과연 죽음은 정복될 것인가?

추천서에 보면 경성대학 교수(권만우)가 말하길 「이제는 노화의 종말이 아니라 죽음의 종말이다」라는 말을 하였다. 늙지도 죽지도 않는 불로불사의 삶을 과연 실제로 과학은 정복 가능한 것인가?

죽음을 향한 정복은 가능하냐 가능하지 않냐를 떠나 인간이 욕망하는 최고의 것이다. 죽음만 정복 된다면 인간은 가히 무서울거 없는 존재일 것이다. 지금도 악한데 죽음을 정복한다면 이건 최고의 악마가 되리라고도 생각해 본다. 성서의 얘기지만 인간이 선악과 나무를 먹은 후 죽음이 찾아 오게 되었다. 아직 인간은 생명나무 즉 영원히 살게하는 나무는 먹지 않은 상태라 이대로 두면 죄의 DNA를 가진채로 영원히 살게 될까봐 그 나무를 금지하며, 에덴동산에서 쫓아내는 얘기가 나온다.

그냥 흘려들을 얘기는 아니라고 본다. 그럼에도 인간은 더 오래살고 싶다. 아니 죽음을 정복하고 싶다. 그래서 이 세상이라는 삶에서 (사람들의 기억과 자신의 기억 속에)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살아 존재하며 세상을 향유하고자 한다.

《죽음의 죽음》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고정관념을 논하면서 시작한다. 그건 ‘생명이 유한한가’이다. 우리 모두는 생명은 시작과 끝이 있고, 종마다 고유의 수명이 있다고 배웠고 경험상 그것을 알고 있다. 예를 들어 성충이 된 매미는 2~3주, 인간은 100년, 그린란드 상어는 약 400년, 어떤 나무는 1,000년처럼, 기간은 극단적으로 다르더라도 언젠가는 늙고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죽음’이 진화의 우연한 산물일 뿐, 생물 본연의 특성이 아니라면 어떨까?

마드리드의 세베로 오초아 분자생물학 센터의 노랑초파리 전문가인 스페인인 생물학자 히네스 모라타는 2018년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죽음은 불가피한 것이 아니다. 박테리아는 죽지 않는다. 히드라도 죽지 않으며, 성장해서 새로운 히드라를 만들어 낸다. 우리의 생식세포 일부는 아이들에게로 복제되어 영구적으로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각자의 일부가 불멸하는 것이다."

히드라(Hydra)는 담수에 서식하는 무척추동물이다. 촉수의 외피 세포 속에 4종류의 자포가 있고 각각 독침이 들어있어 촉수를 이용해 물벼룩 등을 잡아먹는다. 히드라도 작은보호탑 해파리와 마찬가지로 이론적으로는 불로불사로 알려져 있다.

회춘으로 수명을 연장하는 작은보호탑 해파리와는 달리 전신 대부분이 줄기세포로 구성된 히드라는 세월을 거듭해도 노화 징후를 보이지 않는다. 자연환경에서 포식 등으로 죽을 수 있지만 외부 위협이 없는 환경이라면 말 그대로 '불사신(不死身)'이라고 할 수 있다.

출처 : 데일리포스트 - 경이로운 불로불사까지...'장수동물' 톱10은? 中 (아래 링크)

히드라

2019년 베스트셀러 '노화의 종말'의 저자인 생물학자 데이비드 A. 싱클레어의 말도 들어보자.

"나는 노화가 질병이라고 생각하며, 치료 가능하다고 믿는다. 나는 우리가 일생에 걸쳐 치료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인간의 건강에 관해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이 근본적으로 바뀔거라고 믿는다." p.107

이제는 노화가 생물 본연의 특성이 아닌 풀 수 있는 영역으로 바라보고 연구되고 있다니 행복할 따름이다. 그래서 저자들은 수명이 극단적으로 길거나, 늙은 개체가 젊은 개체로 회춘하며 계속 살아가는 생물의 사례를 소개하며 가능성을 엿본다. 예를들어, 포시도니아 해초는 약 10만 년의 수령을 갖고 있으며, 히드라 중 일부 개체(홍해파리)는 수명이 다하면 폴립 형태로 돌아가 다시 젊어지는 불멸의 생물임이 확인되었다. 한편 인간의 세포 중에서도 분열의 한계에 다다르면 죽는 세포가 있는가 하면, 영원히 분열하는 불멸의 세포도 있다. 바로 생식세포와 암세포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노화하지 않는 다른 유기체, 즉 노화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 유기체들이 이미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야기했다. 우리는 또한 우리 신체에서 ‘최고의’ 세포(생식세포)는 노화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게다가 우리 신체에 있는 ‘최악의’ 세포(암세포)도 노화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 알았다. 즉, 생물학적 불멸이 이미 존재하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한지 아닌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가 이미 논의한 바와 같이, 문제는 오히려 언제 인간의 노화를 멈출 수 있는지가 되어야 한다.』 p.70

그리고 수명이 엄청나게 짧은 생물이나, 수명이 엄청나게 긴 생물이나 그 역사를 거슬러올라가면 결국 동일한 조상으로 수렴된다고 한다. 즉 모든 생명의 공동 조상, 루카LUCA, Last Universal Common Ancestor다. 그러니 우리가 진화하면서 우연히 노화해서 죽을 운명에 처했지만, 이것이 돌이킬 수 없는 일은 아니라는 것이 이 책의 저자들의 주장이다.

특히 케니언은 ‘노화의 마지막 개척지’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p.127

『‘사람들은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근육의 강도, 주름, 치매 등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를 포함해 많은 유전자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벌레와 생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상당히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일부 유전자의 변형으로 한꺼번에 특정 동물 전체의 노화를 늦출 수 있다.’

정말 놀랍지 않은가? 예전엔 막연했던 노화(죽음) 정복이, 지금은 가능성을 보며, 확실한 정복 가능성을 두고 연구되고 있다. 이러다가 정말 신의 영역을 침범해 버리는 일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책에서는 인간 노화 역전을 위한 최초의 생명공학 치료법이 2020년대에 상용화되고, 2030년에는 나노기술 치료법이 등장하며, 2045년에는 노화를 완전히 제어하고 역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대안으로 플랜 B: 냉동 보존이 등장하는데, 이건 개인적으로 볼 때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본다. 어린시절 냉동된 인간이 몇 천년 후에 살아나 살아가는 만화에 대해 보며 신기해 했는데 그러나 지금 기술로 이루어진 부분을 보면, 이건 인간이 바라는 소망이지, 과학은 아니라고 본다.

단지 과학이라면 줄기세포 치료, 텔로미어를 통한 생명 연장, 크리스퍼를 이용한 유전자 치료 등과 같은 유전적 치료를 통한 노화 정복이라고 본다. 전 세계에서 매일 노화 관련 사망자가 10만명이다. 왜 인간의 수명은 어느 순간 짧아지는 형태를 지니는가? 왜 신체는 노화가 되고 보기 흉한 모습으로 변화가 되는가? 한 사람의 수명을 2년 연장하는 알약을 만든다면 1,000억 달러 규모의 기업을 이루는 것은 일이 아니다고 말한 '샘 알트먼'의 말처럼 이제는 노화 정복이 새로운 산업이 되었고, 세계 최대의 산업으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정말 장수할 수 있는 혁명이 이루어진다면 인류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빚어질까?

이 책은 이제 노화를 질병으로 분류하며 치료 방법이 분명하게 있다는 것에 대해 기대를 주게 하는 책이다. 다소 과장되어 보이는 주장을 첨단 과학기술과 촘촘한 논리로 증명해가고 있는데, 그 연구가 다만 우리 시대에 종결지어 불멸을 보는 시대가 되면 좋겠다.

그러나 저자가 45페이지에 기록하듯이 즉 성경의 고린도전서 15장 26절에 보면 「맨 나중에 멸망 받을 원수는 사망이니라」 는 말을 하며, 사망은 얼마든지 정복될 것임을 시사한다. 그러나 저자가 이 성경 말씀을 인용하였다면, 이 성경 말씀도 귀담아 들어야 되지 않을까?

「한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해진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니」 히브리서 9:27

불멸이란 존재를 꿈꾸게 하는 책으로서 흥미진진하다. 그러나 기대와 물음표, 염려도 되는 바이다. 기대만 잔뜩하다가 실망한다면 괴로울 것이나 그러나 죽음을 정복하고자 하는 그 열정엔 언제나 격려와 응원으로 답하고 싶다.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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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란 무엇인가 - 모두가 알고 싶은
‘원소의 모든 것’ 편집실 지음, 김승훈 외 옮김 / 북스타(Bookstar)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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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구성하는 성분은 모두 원소다!

이 책은 놀라운 과학의 세계를 보여주는 책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생활 속 일상용품을 비롯해 생물, 바다, 산, 지구, 별, 광대한 우주까지 모두 ‘원소’로 이뤄져 있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아니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원소」로 이루어졌다니 도대체 무슨 말인가?

이런 얘기를 흔히 듣고 보았을 것이다. 『흑연과 다이아몬드의 본질은 같다.』 아니 흑연이란 연필심에 들어가는 재료인데 어떻게 다이아몬드와 같다니 의문이 생긴다. 그러나 흑연이나 다이아몬드나 같은 원소로 되어 있다. 즉 「탄소」로 되어 있다. 놀랍지 않은가? 탄소의 기호는 'C'이다. 그런데 이 탄소가 어떻게 배열이 되느냐에 따라 다이아몬드가 되고 흑연이 된다. 자료를 다른데서 찾아보니 이러하다. 탄소는 각 탄소 원자가 4개의 다른 탄소 원자와 정사면체 형태로 결합된 구조가 반복된 물질이다. 반면 흑연은 하나의 탄소 원자가 각자 다른 3개의 탄소 원자와 결합해 육각형을 이루며 얇은 판을 형성하는 구조다. 흑연은 이렇게 만들어진 위아래 판 사이의 결합이 매우 약해서 잘 부서진다. 그렇다면 어떻게 탄소 배열이 바뀌어 다이아몬드가 탄생하는 걸까? 다이아몬드는 최소 지하 200㎞ 위치의 맨틀에서 10억년 이상의 긴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다. 지구의 지각과 핵 사이의 부분을 가리키는 맨틀은 땅 아래 약 30㎞에서 약 2900㎞까지다. 맨틀에 있던 탄소 덩어리가 지구 내부의 높은 열(900∼1300도)과 높은 압력(3만 기압)을 받으면 원자들의 결합 구조가 다이아몬드의 구조로 변한다.(출처: 어린이 동아 2021)

놀랍지 않은가? 이 책은 그러한 원소들에 대한 놀라운 과학적 사실들을 사진자료와 함께 어린이의 눈높이게 맞게 잘 그려주고 있다. 사실 이런 책은 어른들도 보면 이해하기 쉽고, 오히려 도움이 된다. 그러므로 원소에 대한 놀라운 비밀과 그 구성요소들이 궁금하다면 이 책만큼 유익한 것은 없다 하겠다.

이 책은 지금까지 발견된 118개의 모든 원소를 다루고 있다. 118개의 원소들이 저마다 갖고 있는 개성적이고 훌륭한 역할과 기능을 너무나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어 과학적 호기심이 있는 친구들은 바로 책을 씹어 먹을듯하다. 또한 꼭 알아야 할 정보도 빠짐없이 수록해 놓아 원소에 대해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책의 구성은 이러하다.

● 원소란 무엇일까?

● 원소는 어떻게 생긴 걸까?

● 우리 주변에 있는 것은 어떤 원소로 이뤄져 있을까?

● 원소 주기율표

● 원소 주기율표 해설

● 1주기에서 7주기까지 자세한 자료와 설명, 사진과 일러스트

일단 독자는 원소가 무엇인가 궁금했다. 책에 나오듯 우리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은 물질인데 즉 눈앞의 책상을 비롯해 풀, 나무, 동물, 바다, 산, 대기, 우주까지 모두 물질이다. 모든 물질에는 그것을 만드는 근본 재료가 있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성분을 「원소」라고 한다. 모든 물질은 118종류의 조합으로 구성되었다. 자연에 존재하는 원소는 92종류밖에 안 되지만 나머지 26종류의 원소는 인간이 인공적으로 만들어 내었다. 이를테면 수소(H)가 사라지면 물도 사라져,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살아갈 수 없다. 성냥에 사용되는 인(P)도 생물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된다. 방사성 원소도 없거나 부족하면 지금의 생태계는 확 바뀌어 버린다. 또한 우리 생활이나 산언 발전을 지탱하고 있는 것도 원소이다. 탄소는 주요 에너지인 석탄이나 석유 등 화석 연료를 만들어 내며, 철은 다양한 기구나 건물을 만들어 낸다. 이와 같이 우리가 잘 아는 원소도, 잘 모르는 원소도 저마다 역할을 갖고 있다. 서로 결합하여 형태를 이루고 현재의 세계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원소를 다시 정리하면 원소란 각각의 성질을 나타내는, 근본이 되는 '종류', '분류'이다.

이렇게 세상은 물질이라는 원자 알갱이로 이뤄졌고, 물질을 구성할 때 기본이 되는 입자로서 물질의 최소 단위이다. 현재 알려진 118종류의 원자에는 세계 공통의 알파벳 기고를 붙이는데 이것을 '원소기호'라고 부른다. 원자기호라고 하지 않는 이유가 있는데 '원자'는 알갱이(입자)에 방점을 둔 명칭이기 때문이다. 종류에 방점을 둘 때는 원소라고 말한다. 원소기호는 알파벳 한 개 문자 또는 두 개 문자로 표기되는데 첫 번째 문자는 대문자, 두 번째 문자는 소문자로 쓴다. 이를테면 Na의 경우 독일어 Natrium, 영어 Sodium이고, 한국에서는 소듐(나트륨) 등 다양하게 표현되지만, 발음은 '엔에이'로 읽는 것이 세계 공통적이다.

원자의 크기가 궁금할 것이다. 원자의 크기는 1Å(1옹스트롬), 즉 1억분의 1cm이다. 이를테면 탁구공 크기가 직경 4cm인데 수소 원자는 약 1옹스트롬이기에, 만약 탁구공을 지구 크기까지 크게 한 것과 같은 비율로 수소 원자를 크게 했을 때, 수소 원자의 크기가 탁구공 정도의 크기로 확대된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원소에 대한 모든 궁금증과 해답이 이 책에 실려 있다. 한 장의 내용을 읽게되면 다음 장이 궁금해지는 책으로서, 직접 그림과 사진을 곁들여 보니 결코 지루하지도 않고, 이해도가 빠르다.

역자가 말하기를 이 책을 읽고 나면, 이 책을 읽기 전과는 달라진 자신을 발견하게 되며, 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져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그 이유는 평소 별생각 없이 사용하던 책상, 의자, 연필, 늘 보아 오던 나무와 꽃에서, 늘 마시던 공기에서 원소를 찾아내는 재미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역자는 훗날 어린 친구들이 어른이 되어 지금껏 발견되지 않은 119번째 원소를 찾아내는 ‘훌륭한 과학자’가 나와 우리나라가 아직 한 번도 받아 보지 못한 노벨상을 받아 봤으면 하는 꿈을 가진다. 꼭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바이다.

초등학생은 물론 부모까지도 보면 도움이 되는 재미난 과학의 얘기를 직접 사서 눈으로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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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숲을 거닐다 - '괜찮아 잘될거야!'라고 외치는 100가지 행복여행
송준석 지음 / 스타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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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잘될거야!’라고 외치는 100가지 행복여행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행복에 대해서 말하려고 하는 책이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외부로 시선을 돌리지 말고 자기 안에서 만족감을 찾고, 무엇보다 나누고 베푸는 삶이 행복임을 천명한다. 또한 자신의 장점과 긍정성을 토대로 누구와도 비교하려고 하지 말고, 상대의 잘남을 그대로 인정하고 나의 부족함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사는 것이 행복의 비결이라고 가르친다.

이 세상을 살면서 나는 왜 이렇게 불행하고, 나만 못나 보이고, 무언가를 하지만 늘 허덕이는 삶 같은 자가 있다면 이 책으로 달려와 읽고 용기를 얻고 행복이 뭔지를 얻어 가길 원한다.

쳅터 10까지 소제목들을 보면 온통 행복에 관한 얘기다. 즉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당장에 여기로 와서 목을 축이고, 에너지를 받고, 깨달음을 얻어 불행의 늪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 그러면 괜히 자신이 불행을 떠 안고 살았음을 여실히 깨닫게 된다. 고민하며 괴로워해야 될 문제가 아님에도 그걸 끌어안고 살아갔던 못난 자임을 알게 된다. 그렇다. 모든 불행을 이 책을 통해 마치 더러워진 몸을 씻겨내듯이 얼마든지 씻어냄으로 깨끗하고 상쾌한 상태, 행복해진 상태로 만들 수 있다. 성서에 보면 요단강 물에 나아만 장군이 몸을 일곱번 씻어냄으로 나병에서 자유로워 졌듯이 이 책으로 나아와 몸을 여러 번 담궜다가 씻어내면 더 이상 불행이라는 얼룩에서 해방을 맞게 된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추천사에 보면 영화 감독 김한민 감독이 그 불행을 씻어낸 얘기가 나온다. 그는 2014년 여름 영화 〈명랑〉을 통해 초대박이 나는 행복을 맛보았다. 그런데 이때 느낀 정서는 큰 기쁨과 행복감 보다 큰 우울과 불행감이었다. 그리고 원인을 알 수 없는 지속적인 신경통으로 괴로워했다. 분명 객관적 기준으로 봤을 때 김한민 감독은 행복해하며 축배의 잔을 들고, 날마다 기분이 좋아야 했다. 그러나 행복은 그런 외적인 조건이 아님을 그는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말하기를 “명예와 경제적 성취란 것이 결코 행복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여실히 느끼고 체험했던 장본인이 바로 자신이었다”라고 말하였다. 그리고 그는 행복을 우연히 만난 저자(송준석 교수)를 통해 불행을 씻어내는 방법을 터득하고는 행복의 여정으로 나아가고 있다.

행복이란 분명 외적인 조건이나 객관적인 특정한 현상지표가 아니다.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삶의 목적을 행복이라고 표현한 이후에 자신이 존경하는 김태길 교수님을 비롯하여 여러 학자들이 건강, 교육, 부, 자아실현, 출세 등을 행복에 대한 객관적 증거로 들고 있는 것에 대해 반론을 가한다. 즉 저자 자신도 한 때 행복한 공직생활 등의 강의를 할 때 객관적 지표를 통해 상대방을 이해시키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이런 기준은 필요하지만 개인차가 있고 어느 선에서 만족하고, 만족해야 하는지 분명한 기준이 없음을 발견하게 된다. 현재 나이 104세인 철학자 김형석 교수님도 행복에 대해 말하기를 ‘인간답게 살았을 때 내게 책임을 다했을 때 주어지는 느낌이나 정신적 보람’이라고 다소 주관적이고 추상적 개념으로 말하는 것을 들었다. 또한 탈 벤 샤하르도 〈해피어〉에서 행복은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만족감으로 주관적이라고 한것을 스크랩 하였다. 그래서 저자 자신은 결론 내리기를 행복은 조건화된 객관적인 현상지표라기보다는 주관적인 관념이라 생각하며 자신의 지론을 이 책을 통해 펼쳐나간다.

나름 행복에 대해 독자도 연구하고 살펴보았다. 그리고 행복에 대해 정의내린 이 문장을 보며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끝도장을 찍게 되었다. 지크문트 프로이트가 말했다. “행복이란 본질적으로 주관적인 그 무엇이고 상황에 따라 다르므로 행복을 연구하는 것은 별로 쓸모가 없어 보인다”

또 다른 문장을 보면 《나의 친애하는 여행자들, 추효정》에 나오는 문장인데 “행복의 기준은 사람에 따라 다르고 주관적인 만족감이잖아요. 내가 원하는 나만의 명확한 기준이 세워져 있다면 그리고 그 기준을 따르면서 살아간다면 그게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행복은 이와 같이 주관적인 감정이기에, 초가삼간에 살아도 내가 만족하면 그 사람은 행복이란 세계를 열어버린 사람이다.

행복에 관해 전 세계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결론은

'정해진 행복이란 없다'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행복, 레오보만스 中

행복에 허덕이거나, 불행에 짓눌린 사람들이 있다면 신기루와 같은 세상을 계속 바라보지 말고, 이 책으로 나아와 비움을 통한 행복, 나눔을 통한 행복, 감사를 통한 행복, 용서를 통한 행복, 타인을 행복하게 하면서 얻는 행복, 상대를 존중하면서 얻는 행복, 좋은 친구가 옆에 존재한다는 자체가 행복인 그런 행복을 여기서 얻어 가길 바란다.

아니 얻어갈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책의 형식은 내 마음에 와 닿는 곳 아무곳이나 펼치면 된다. 그 이유는 행복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저자 나름의 삶 속에서 겪은 여러 가지 경험을 중구난방식으로 성찰하며 정리한 것이기에 논리적 귀결로 행복을 논하지 않기 때문이다. 행복은 수학적 공식이나 논리적 귀결로 얻어내는 것이 아니다. 그저 행복하고자 하면서 마음을 비우기라도 하면 저절로 찾아오는 것이다. 그냥 읽고, 조금 깊이 생각하면서, 좀 더 여유를 가지면 어느 순간 행복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리가 본다.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보기만 해도 위로가 되는 열 분의 젊은 화가들의 따뜻한 그림을 글과 함께 실어준 것이다. 그림은 또 다른 정서적 치료를 주는 치료제이다.

불행을 씻어내고 싶은가? 그러면 이 책으로 달려와 그저 함께 여행을 나서면 된다!!

이 책의 한 문장

동말레이시아의 바자우족에게는 부족함이라는 단어가 없답니다. 해조류 아갈아갈을 채취하며 낡은 바다 위 집에서 사는 민족의 해맑은 미소는 행복 그 자체입니다. p.125

지혜로운 사람은 화를 내지 않는 사람으로 오해할 수 있으나 그런 뜻이 아닙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화가 어디에서 왔는가를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화를 다스릴 줄 안다’는 것입니다. 화를 내지 못한다는 것은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겠지요. 화가 났을 때 억누를 수 있는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화가 난 상태에서는 사실을 잘 들여다보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빼앗기기 때문에 어리석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소크라테스가 악처라고 알려진 크산티페와 그나마 잘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화나게 하는 아내에게 화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현명하게 조절하여 대처했기 때문입니다. p.125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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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기행 2 - 길 위에서 읽는 삼국지, 개정증보판 삼국지 기행 2
허우범 지음 / 책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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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기행 1을 읽고 2를 읽게 되었다. 그리고 여는 글부터 다시 읽게 되었는데 1에서는 보지 못한 부분이 보인다. 책이란 읽는 이의 어떤 상태와 마음에 따라 다르게 읽히나 보다. 『삼국지』정사(正史)를 다루는 역사적 사실 기록이다. 그러나 『삼국지연의』는 소설이라는 이름으로 역사적 사실과는 무관한 이야기가 섞어져 나온 기록물이다. 그래서 전혀 상관없는 인물과 사건을 일치시킨다거나 사건의 일부를 다른 사건으로 꾸미는 것도 수준급이다. 아주 감동적인 이야기도 사실처럼 만들어 내었다니 독자는 과연 무엇을 읽고 있는가 싶다. 그런데 이러한 과장, 확대, 재창조는 위정자들이 그 한몫을 보태어 자신들에게 필요한 이데올로기를 창출하는데 사용하였고, 시간이 흐르는 가운데 민중들은 그런 내용을 역사적 사실처럼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삼국지연의』가 역사적 사실보다 주관적 사실을 중시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는 삼국지를 다시 보게 되었다. 그건 바로 '중화주의에 이로운 창조 작업'을 국가가 나서서 진행한 것이다. 겉모습은 인간 군상의 백하난만한 삶을 그려내어 후세가 본받을 만한 삶의 경전으로 만들었지만 그 내면에는 중화주의로 표방하는 이민족 역사에 대한 자의적 예단과 폄훼, 그리고 중화민족주의 우월성을 드러내는데 필요한 '중화공정'이 깊숙이 스며들었다고 하니 기가차다. 우리는 저자 말처럼 소설일 뿐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삶의 지침으로 편하게 대하고 있는데 『삼국지연의』는 그 순간에도 쉬지 않고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며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삼국지연의』을 통해 21세기에 '중화제국'을 구현하여 과거의 영화를 되찾고자 문화를 통해 접근해 온다. 그러므로 "아는 만큼 보인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기며 이 책을 제대로 읽고 중국이 지향하는 바를 꿰뚫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이렇게 저자의 머리말과 들어가는 말은 중요한 부분이다. 다시금 책을 읽을 때 더 주의해서 읽어야 될 것을 짚는 시간이 되었다.

삼국지 기행 2는 조조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러나 여기서 조조는 삼국지연의를 관통하고 있는 '조조 악인론' 과 다른 훌륭한 인물로 나타난다. 나관중이란 자는 조조를 아주 싫어하고, 유비와 제갈량을 귀인처럼 다룬다. 이것을 보면 모든 역사는 승자의 역사적 기록물이라는 미명아래 거짓으로 도배된 내용들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저자가 다루고 있듯이 흔히 『삼국지연의』의 내용에 대해 '칠실삼허'七實三虛(열 중 일곱은 사실이고 셋은 허구다) 라고 하지만 사실 '삼실칠허'三實七虛에도 못미치는 작품이지 않는가? 그런데 중요한 것은 독자들은 어느 것이 사실이고, 어느 것이 허구인지 알려고 애쓰지 않는다. 이는 소설적 재미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위정자들은 필요하면 언제든지 이를 활용한다. p21-22

우리가 익히 아는 명장면들을 보자. 유비-관우-장비의 도원결의가 그러하고, 관우가 술이 식기 전 화웅의 목을 베는 장면과 천리를 단기로 달리며 다섯 관문의 다섯 장군을 베는 장면이 그러하고, 조자룡이 장판파에서 유비를 구하는 장면과, 제갈량이 적벽대전에서 화살을 빌려오는 장면과 남만의 맹획을 칠종칠금하는 장면 등은 사실 허구라는 것이다. 조조 악인론에 대해서 말했다. 실제 조조는 심혈을 기울여 만든 동작대를 만들고 다음과 같이 유언을 했다.

"높은 지형을 이용하되 봉분은 쌓지 말고, 나무도 심지 마라. 금옥 같은 보물로 넣지 말고, 향료는 여러 부인에게 골고루 나눠 주라. 그리고 제사는 지내지 말라"

그러나 삼국지연의에서는 "첩실과 기녀들은 모두 동작대에 살게 하라. 누대 위에 여섯 척 크기의 무대를 만들고, 가는 비단으로 만든 휘장을 둘러쳐 조석으로 술과 육포 등의 음식을 올리고, 매달 보름 무렵에는 휘장을 통해 노래와 춤을 추라. 너희들도 때때로 누대에 올라 서쪽에 있는 나의 묘를 참배하도록 하라."

얼마나 다른가? 특히 역사서인 진수의 『삼국지』 중에서 '무제기'에 나타난 조조의 유언을 함께 살펴보면 확연한 차이가 있다. 영웅 조조의 진면목을 여기서 보게 된다.

"천하가 평정되지 않았으니 고대의 예에 따라 장례를 지낼 수 없다. 장례가 끝나는 대로 모두는 상복을 벗도록 하라. 병사를 통솔하며 진지에 머무르고 있는 자는 자리를 떠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담당 관리는 각자 자신의 직무에 충실하라. 나의 시신은 평상복을 입히고, 금은 보물 따위는 넣지 마라." p25

그래서인지 저자가 10년 만에 삼대촌 광장에 찾아 갔더니 삼국지 유적지 어디에서도 보기 힘들었던 조조가 당당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조조는 또한 군사 전략, 정치, 문학 등 다방면에서 뛰어난 자다. 교양이라 할 수 있는 음악과 서예에도 출중하였다. 문무를 겸비한 천재적인 재능의 소유자였다. 시인으로서도 뛰어난데 혼란한 정치 상황과 난세에서 생활하는 백성들의 고통을 한 기록물에서 이렇게 그려 낸다.

투구 갑옷 속에는 이가 끓고

만백성은 죽어만 가네

백골은 이슬에 젖어 들녘에 나뒹굴고

천리 안엔 닭 울음도 들리지 않는구나

산 백성이란 백에 하나쯤인가

생각하면 할수록 창자가 끊어지는구나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이 갸륵해 보이는 것은 나뿐일까? 정사 삼국지를 번역한 김원중 교수님이 쓴 글을 하나 더 보자.

“조조? 참 대단한 인물입니다. 전략이면 전략, 행정이면 행정, 냉철한 현실감각에다 시인이기도 하지요. 유비요?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 없고 배신자에다 부화뇌동자에 불과하죠. 그런데 영웅이라니요.”

이런 허구는 책을 얼마 넘기지 않아 또 보인다. 그건 '적벽대전 승리의 주역인 주유(周瑜)'에 관한 내용이다. 그는 뜻도 펴기 전인 36세로 요절하는데 주유는 문무겸전에 풍채도 우아한 청년이었다. 하지만 삼국지연의에서는 제갈량을 신격화하려는 의도 아래 주유를 생각이 협소하고 용렬한 장수로 폄화시켰다. 특히 주유는 술 취한 가운데서도 연주가 틀리면 이를 알아낼 정도로 음악에 조예가 깊었다고 한다. 또한 주유가 노숙(魯肅)에게 군량미를 요청하자 노숙이 두말 않고 삼천 군량미를 내준 것도 주유의 인물됨이 훌륭했기 때문이다. 훗날 황제의 자리에 오른 손권은 "주유가 아니었으면 나는 황제의 자리에 오르지 못하였다"라고 회고하였다. 이런 주유가 나관중의 손끝에서 한낱 졸렬한 소인배로 잔락하였으니 이쯤 되면 소설의 횡포가 대단한 것이다. p39

이번 삼국지 기행 1과 2는 저자를 통해 때가 많이 묻은 먼지를 털어내면서 정사(正史)와 허구의 칼날을 보게 되는 기회였다. 이것만해도 이 책을 읽은 것이 독자의 시야를 넓게 해주었다.

중요한 것은 이 책은 독자의 눈을 즐겁게 하고, 역사를 보는 안목을 주며, 삼국지 본연의 것을 보게 하고, 실제 역사의 현장을 실사진으로 보는 기회를 가졌다는 것이다. 1,2 포함해서 총 48개의 이야기는 실타래를 풀듯 독자의 하루를 지루하지 않게 해주고 있다. 소설과 같지만 소설 이상의 의미를 이 책은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 이 글은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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