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죽음
호세 코르데이로.데이비드 우드 지음, 박영숙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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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살고 싶은 욕망의 책

과연 죽음은 정복될 것인가?

추천서에 보면 경성대학 교수(권만우)가 말하길 「이제는 노화의 종말이 아니라 죽음의 종말이다」라는 말을 하였다. 늙지도 죽지도 않는 불로불사의 삶을 과연 실제로 과학은 정복 가능한 것인가?

죽음을 향한 정복은 가능하냐 가능하지 않냐를 떠나 인간이 욕망하는 최고의 것이다. 죽음만 정복 된다면 인간은 가히 무서울거 없는 존재일 것이다. 지금도 악한데 죽음을 정복한다면 이건 최고의 악마가 되리라고도 생각해 본다. 성서의 얘기지만 인간이 선악과 나무를 먹은 후 죽음이 찾아 오게 되었다. 아직 인간은 생명나무 즉 영원히 살게하는 나무는 먹지 않은 상태라 이대로 두면 죄의 DNA를 가진채로 영원히 살게 될까봐 그 나무를 금지하며, 에덴동산에서 쫓아내는 얘기가 나온다.

그냥 흘려들을 얘기는 아니라고 본다. 그럼에도 인간은 더 오래살고 싶다. 아니 죽음을 정복하고 싶다. 그래서 이 세상이라는 삶에서 (사람들의 기억과 자신의 기억 속에)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살아 존재하며 세상을 향유하고자 한다.

《죽음의 죽음》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고정관념을 논하면서 시작한다. 그건 ‘생명이 유한한가’이다. 우리 모두는 생명은 시작과 끝이 있고, 종마다 고유의 수명이 있다고 배웠고 경험상 그것을 알고 있다. 예를 들어 성충이 된 매미는 2~3주, 인간은 100년, 그린란드 상어는 약 400년, 어떤 나무는 1,000년처럼, 기간은 극단적으로 다르더라도 언젠가는 늙고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죽음’이 진화의 우연한 산물일 뿐, 생물 본연의 특성이 아니라면 어떨까?

마드리드의 세베로 오초아 분자생물학 센터의 노랑초파리 전문가인 스페인인 생물학자 히네스 모라타는 2018년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죽음은 불가피한 것이 아니다. 박테리아는 죽지 않는다. 히드라도 죽지 않으며, 성장해서 새로운 히드라를 만들어 낸다. 우리의 생식세포 일부는 아이들에게로 복제되어 영구적으로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각자의 일부가 불멸하는 것이다."

히드라(Hydra)는 담수에 서식하는 무척추동물이다. 촉수의 외피 세포 속에 4종류의 자포가 있고 각각 독침이 들어있어 촉수를 이용해 물벼룩 등을 잡아먹는다. 히드라도 작은보호탑 해파리와 마찬가지로 이론적으로는 불로불사로 알려져 있다.

회춘으로 수명을 연장하는 작은보호탑 해파리와는 달리 전신 대부분이 줄기세포로 구성된 히드라는 세월을 거듭해도 노화 징후를 보이지 않는다. 자연환경에서 포식 등으로 죽을 수 있지만 외부 위협이 없는 환경이라면 말 그대로 '불사신(不死身)'이라고 할 수 있다.

출처 : 데일리포스트 - 경이로운 불로불사까지...'장수동물' 톱10은? 中 (아래 링크)

히드라

2019년 베스트셀러 '노화의 종말'의 저자인 생물학자 데이비드 A. 싱클레어의 말도 들어보자.

"나는 노화가 질병이라고 생각하며, 치료 가능하다고 믿는다. 나는 우리가 일생에 걸쳐 치료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인간의 건강에 관해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이 근본적으로 바뀔거라고 믿는다." p.107

이제는 노화가 생물 본연의 특성이 아닌 풀 수 있는 영역으로 바라보고 연구되고 있다니 행복할 따름이다. 그래서 저자들은 수명이 극단적으로 길거나, 늙은 개체가 젊은 개체로 회춘하며 계속 살아가는 생물의 사례를 소개하며 가능성을 엿본다. 예를들어, 포시도니아 해초는 약 10만 년의 수령을 갖고 있으며, 히드라 중 일부 개체(홍해파리)는 수명이 다하면 폴립 형태로 돌아가 다시 젊어지는 불멸의 생물임이 확인되었다. 한편 인간의 세포 중에서도 분열의 한계에 다다르면 죽는 세포가 있는가 하면, 영원히 분열하는 불멸의 세포도 있다. 바로 생식세포와 암세포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노화하지 않는 다른 유기체, 즉 노화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 유기체들이 이미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야기했다. 우리는 또한 우리 신체에서 ‘최고의’ 세포(생식세포)는 노화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게다가 우리 신체에 있는 ‘최악의’ 세포(암세포)도 노화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 알았다. 즉, 생물학적 불멸이 이미 존재하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한지 아닌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가 이미 논의한 바와 같이, 문제는 오히려 언제 인간의 노화를 멈출 수 있는지가 되어야 한다.』 p.70

그리고 수명이 엄청나게 짧은 생물이나, 수명이 엄청나게 긴 생물이나 그 역사를 거슬러올라가면 결국 동일한 조상으로 수렴된다고 한다. 즉 모든 생명의 공동 조상, 루카LUCA, Last Universal Common Ancestor다. 그러니 우리가 진화하면서 우연히 노화해서 죽을 운명에 처했지만, 이것이 돌이킬 수 없는 일은 아니라는 것이 이 책의 저자들의 주장이다.

특히 케니언은 ‘노화의 마지막 개척지’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p.127

『‘사람들은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근육의 강도, 주름, 치매 등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를 포함해 많은 유전자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벌레와 생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상당히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일부 유전자의 변형으로 한꺼번에 특정 동물 전체의 노화를 늦출 수 있다.’

정말 놀랍지 않은가? 예전엔 막연했던 노화(죽음) 정복이, 지금은 가능성을 보며, 확실한 정복 가능성을 두고 연구되고 있다. 이러다가 정말 신의 영역을 침범해 버리는 일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책에서는 인간 노화 역전을 위한 최초의 생명공학 치료법이 2020년대에 상용화되고, 2030년에는 나노기술 치료법이 등장하며, 2045년에는 노화를 완전히 제어하고 역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대안으로 플랜 B: 냉동 보존이 등장하는데, 이건 개인적으로 볼 때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본다. 어린시절 냉동된 인간이 몇 천년 후에 살아나 살아가는 만화에 대해 보며 신기해 했는데 그러나 지금 기술로 이루어진 부분을 보면, 이건 인간이 바라는 소망이지, 과학은 아니라고 본다.

단지 과학이라면 줄기세포 치료, 텔로미어를 통한 생명 연장, 크리스퍼를 이용한 유전자 치료 등과 같은 유전적 치료를 통한 노화 정복이라고 본다. 전 세계에서 매일 노화 관련 사망자가 10만명이다. 왜 인간의 수명은 어느 순간 짧아지는 형태를 지니는가? 왜 신체는 노화가 되고 보기 흉한 모습으로 변화가 되는가? 한 사람의 수명을 2년 연장하는 알약을 만든다면 1,000억 달러 규모의 기업을 이루는 것은 일이 아니다고 말한 '샘 알트먼'의 말처럼 이제는 노화 정복이 새로운 산업이 되었고, 세계 최대의 산업으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정말 장수할 수 있는 혁명이 이루어진다면 인류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빚어질까?

이 책은 이제 노화를 질병으로 분류하며 치료 방법이 분명하게 있다는 것에 대해 기대를 주게 하는 책이다. 다소 과장되어 보이는 주장을 첨단 과학기술과 촘촘한 논리로 증명해가고 있는데, 그 연구가 다만 우리 시대에 종결지어 불멸을 보는 시대가 되면 좋겠다.

그러나 저자가 45페이지에 기록하듯이 즉 성경의 고린도전서 15장 26절에 보면 「맨 나중에 멸망 받을 원수는 사망이니라」 는 말을 하며, 사망은 얼마든지 정복될 것임을 시사한다. 그러나 저자가 이 성경 말씀을 인용하였다면, 이 성경 말씀도 귀담아 들어야 되지 않을까?

「한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해진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니」 히브리서 9:27

불멸이란 존재를 꿈꾸게 하는 책으로서 흥미진진하다. 그러나 기대와 물음표, 염려도 되는 바이다. 기대만 잔뜩하다가 실망한다면 괴로울 것이나 그러나 죽음을 정복하고자 하는 그 열정엔 언제나 격려와 응원으로 답하고 싶다.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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