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당신은 죽어가는 자신을 방치하고 있는가 - 아침과 저녁, 나를 위한 인문학 30day 고윤(페이서스코리아)의 첫 생각 시리즈 3부작
고윤(페이서스 코리아)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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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심리 사회적 요소에 의해 증후군(症候群, syndrome)을 겪는 현대인들이 많다. 증후군이란 보통 질병의 증상이 단일하지 않고 그 원인이 불분명할 때 쓰이는 용어이다. 현대인이 겪고 있는 증후군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많다. 이 책은 그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심리 현상 43가지를 뽑아 현재 자신이 가진 삶을 고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저자 말처럼 "우리는 진정 나를 보살피며 살고 있을까? 혹시 타인을 위해 희생하느라 바쁘고, 보이는 껍데기에 혈안되어 죽어가는 나를 방치하고 있진 않은가? 진정 행복한 삶을 꿈꾼다면 ‘끌려가는’ 삶이 아닌 ‘선택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 이유는 사회가 원하는 완벽함을 추구할수록 점점 자신이라는 개체성을 잃어가기 때문이다. 이 진리를 깨닫기가 어렵지만 완벽주의에서 벗어난다면 그것은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어 내고, 그 속에서 곪았던 상처를 치유하며 잃었던 생기를 되찾게 되는 것이다. 즉 진정한 '나다움'을 만나게 된다.

랄프 왈도 에머슨이 이런 말을 했던 것을 기억한다.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잃으면, 온 세상이 나의 적이 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인물이다. 그가 쓴 '자기 신뢰'라는 책은 자기 주체성을 갖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그런 면에서 조슈아 베커의 《삶을 향한 완벽한 몰입》 중에서 이런 내용의 글이 이 책과 부합되는 것이 있어 인용해 본다.

"우리의 목표는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얻는 게 아니다.

그것은 공허하고 덧없는 것일 뿐이다.

우리의 목표는 누가 칭찬하든 말든, 모든 잠재력을 발휘하며

내게 주어진 인생을 사는 것이다."

현대인들의 문제는 사회가 원하고, 부모가 원하는 삶의 매커니즘에 너무 흠뻑 빠져 있다. 그래서 눈치 문화라는 말도 만들어졌다. 사람은 타인을 통해 삶을 배워가고, 자신을 비추어 보면서 자기 삶을 만들어 간다. 그런데 지나친 주변 인식은 자신이라는 주체성을 잃어버린 가면적 삶을 살아가게 한다. 그런데 이런 가면적인 삶은 그 삶이 완벽해 보여도 영혼은 심각한 형태로 병들어 있다. 결국 이러한 심리적 문제는 다양한 심리 증후군으로 나타나 자신의 삶을 옥죄게 만들어 별별 심리적 증후군을 만들어 낸다. 증후군 가운데 '민모션 증후군'이 있다. 이것은 "울고 눈물이 마구 흐르지만 입 밖으로 소리를 내지않고 우는병을" 말한다. 스스로의 감정을 억제하기 때문에 다른 말로는 '감정억제증후군'이라고도 부른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억지로 감정을 억누르면 심리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신체적인 문제를 일으킨다. 즉 감정 억제는 곧 스트레스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면역 체계나 호르몬 분비에 이상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때문에 무조건 자신의 감정을 부정적이라 생각치 말고 때로는 펑펑 속 시원하게 털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울고 싶을 때 펑펑 울고 난 후에 불안감이나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묵었던 감정이 해소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스마일마스크 증후군'이 있다. 겉으론 웃고 밝아보여도 속으론 매우 아프고 울고있는 병으로서 마치 웃고있는 마스크를 쓴것처럼 있어서 그렇게 부른다. 문제는 이러한 감정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면 불안함과 스트레스가 겹쳐지며 무력감, 식욕감퇴, 불면증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으며 오랜 기간 상황이 이어진다면 우울증으로 변화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책을 열게 되면 PTSD라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증후군을 소개 한다. TV '나는 솔로'에서도 번번이 언급되기도 하는 이 말은 현대인들이라면 어쩌면 다 겪는 증후군일 것이다. 각자만의 PTSD가 있다. 그러나 그 상황을 이겨낼 수 있음을 저자는 보여 준다. 저자는 혈액암이라는 상황에서 PTSD를 겪었다. 그리고 그것이 그의 인생을 더 나은 것으로 만들었으니 이런 증후군에 빠진 자들에게 저자의 글은 힘이 될 것이다.

아픔을 겪는 것은 삶의 일부이지만,

그것이 우리를 정의하지는 않는다.

오프라 윈프리

또 다른 증후군이 눈에 들어 온다. 그건 '영웅 증후군'이다. 다른 말로는 '인정 욕구'를 말한다.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행위는 근본적으로 만족감을 느끼는 동시에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는 건강한 마음 가짐이다. 그런데 모든 상황에 다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뭐든지 지나치면 문제이듯 타인으로부터 인정과 신뢰를 받기 원하는 마음이 지나치면 과도하게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자 하고,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타인의 평가로 자신의 가치를 판단하게 되고, 사회적 관계에서 늘 불안감을 느끼며 살게 된다. 특히 영웅 증후군은 꽤나 깊고 복잡한 심리적 현상인데 자신을 영웅으로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문제를 일으켜서,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영웅처럼 보이려고 한다. 실제 1960년대 뉴욕에서 몇몇 소방관들이 고의로 화재를 일으키고 이를 진압하여 영웅으로서의 명성과 인정을 받으려고 했던 사건이 있었다. 그래서 영웅 증후군에 속한 자들은 주목받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 때문에 자연 재해나 긴급 상황에서 사람들을 돕기 위해 자원봉사를 하면서 사람들에게 영웅으로서 드러나려고 한다.

그런데 “그래도 영웅 증후군은 타인을 돕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거니까 괜찮은 거 아닌가?"라고 말하는데 물론 그렇게 비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그 이유는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과한 행동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부모와 친구, 동료와 연인 더 크게는 나와 안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인정을 받고 싶어 한다. 그래서 스스로 상처 받고, 지치고,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늘 불안함에 떨며 나를 잃어간다. 따라서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만족해 하며, 내 가치를 남이 아닌 나에게 두며 살아야 할 것이다. 내가 나를 칭찬하고 독서를 통해 세상을 넓게 바라보고 작은 성취로 잃어버린 자존감을 회복하면서, 나 스스로의 삶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필요 없는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상처를 받지 않을 것이다.

"꼭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아야 할 필요는 없다. 부처나 예수조차 모든 이에게 인정받지 못했다. 타인에게 인정받기를 갈구하지 마라. 그럴 필요는 없다. 인정 받아야 할 곳은 상대가 아닌 자기 자신이다." -법상 스님

저자가 뽑아 놓은 증후군 43가지는 내 삶에 나도 모르게 흩어져 있는 자아를 살필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파랑새 증후군부터 시작해서, 번아웃 같은 대중적인 증후군, 아스퍼스 증후군, 아도니스, 침묵의 나선, 리셋, 팅커벨, 피터팬 증후군 같은 현상을 보며 사회적인 진단과 함께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 되어서 심리적인 방어선이 든든하게 채워지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어려운 철학과 두꺼운 책이 부담스러운 현대인들에게 저자 자신이 스스로 경험하며 터특한 것을 녹여서 글을 썼기에 읽기 쉬운 에세이처럼 편하게 읽었다.

이 책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에 존재하는 심리 현상을 명약관화에게 잘 정리해 죽 있다. 그래서 쉽게 자신을 돌아보고 고장난 점을 찾으면서 스스로의 심리적 치료를 맛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책을 통한 오은영 박사의 가르침이라고 보면 좋겠다.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의 한 문장

“이제 남은 시간은 온전히 당신의 것이다. 이제부터는 당신 홀로 삶이라는 여정을 떠나야 한다. 앞으로의 길이 언제나 평탄할 것이라 기대하지 마라. 좋은 일만 가득하리라 기대하지 마라. 삶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때로는 이해할 수 없고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당신을 찾아갈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당신이 겪는 모든 감정과 경험은 결코 그저 무의미하게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당신이라는 존재의 일부이며, 그 모든 조각이 모여 하나의 완전한 그림을 이룰 것이다.” -에필로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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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펠러의 편지 - 역사상 최고 자산가가 아들에게 전하는 부의 열쇠
존 데이비슨 록펠러 지음, 최영오 옮김 / 와이즈맵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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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록펠러에 대해 새로운 모습을 보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록펠러에 대한 몇몇 사람의 잘못된 평가로 인해 록펠러에 대한 기사를 그저 흘려 보았다. 흔히 알고 있듯 당대 석유 산업의 90%를 독점한 독점왕으로 알려졌다. 그의 부는 불법으로 석유 사업을 독과점 하여 무수한 기업들을 희생시키고 노동자와 소비자를 착취하여 얻은 부라고 하였다. 또한 음모론으로 록펠러가 로스차일드 가문과 엮여 있어 미국을 지배하고 있다는 설이 있다.

그런데 이 책 하나를 통해 그것이 오류이며, 시기심 어린 자들이 그를 빗대어 악인으로 만든 것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 책 하나를 통해 단언한다는 것이 섣부른 판단일 수 있으나 이 책은 그의 기업 경영 방식과 삶의 방식이 비범한 자임을 여실히 드러낸다.

지금까지 자기계발서 또는 성공학에 대한 책을 수없이 봤지만 마치 록펠러의 책이 종착역인 것처럼 책을 읽으며 감탄과 함께 모든 쳅터마다 줄을 쳤다. 성공학 바이블이라고 일컫는 지그 지글러의 책과 데일카네기의 책, 시크릿, 성공학 고전을 쓴 오그 만디노, 나폴레온 힐, 원조 시크릿 저자도 참고한 성공학 자기계발 원조 월리스 와틀 등등 지금까지 읽었던 성공학의 모든 것이 이 책 안에 다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록펠러의 기업 정신을 소상히 배울 수 있는 책이다.

그렇다. 이 책은 역사상 최고 자산가가 아들에게 전하는 부의 열쇠에 대한 책이다. 록펠러는 기업을 이어 받는 장남 존 데이빈슨 록펠러 주니어에게 편지를 통해 후계자 수업을 하였다. 47년에 걸쳐 지혜와 통찰을 담아 사업 경영과 자산관리는 물론 인간관계와 마음가짐을 어떻게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살아있는 경험적 지식을 알려주는 책이다. 경영자 수업으로 이만한 가르침은 없을 것이다.

왜 록펠러가 미국 역사상 가장 큰 부를 거머쥐었는지를 책을 읽으며 끄덕이게 되었다. 그동안 그의 부에 대해 신앙인들은 단순히 십일조를 통해 그는 하나님께 복을 받아 부를 얻었다고 알려지는데 신앙적 측면에서는 그런 혜택과 은총이 없었다 할 수 없으나 이 책은 그의 부가 철저한 기업가 정신으로 이루어진 경영의 마인드가 부를 창조했다고 알려준다. 그가 이룬 자산은 약 14억 달러로, 한화 450조에 이른다. 그런데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그는 엄청난 부를 이룩한 후에도 평생 청렴하고 검소하게 생활하며 나눔을 실천했다. 무려 180조 원을 사회에 환원하며 미국 사회를 기부 사회로 만들어 나갔다. 세계 최고의 부자로 올라선 후에는 자녀와 손주들에게 부와 지혜를 물려주고자 조언을 아끼지 않았는데 책을 읽어보면 군더더기 없는 조언이 보인다.

이 책은 세계 최고의 부자이자 자선가였던 록펠러의 편지 중 가장 중요한 36편을 엄선했다. 부자는 3대를 넘어가지 못한다는 말도 있는데 록펠러 가문은 세계 최고 명문가로 7대에 걸쳐 200년 역사와 부의 계보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그것은 47년에 걸쳐 자녀와 그 후손들에게 일, 부, 삶에 관한 날카로운 통찰과 깊은 지혜를 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가 남긴 책은 세계를 주름잡는 경영인, 정치인 등 각 분야의 리더들도 그의 조언과 지혜를 삶의 지침으로 삼고 있다. 모든 리더자들은 필수도서이며, 삶을 제대로 경영하고자 하는 자들에게도 이 책은 꼭 서재에 꽂혀 있어야 할 책으로 추천하는 바이다.

책의 내용을 보면 록펠러가 직접 작성한 편지 36편을 시간순으로 나열하지 않고 세 가지 주제로 재구성하여 편찬했다. Part 1에서는 ‘일’을 대하는 록펠러의 철학을 보여준다. 그는 여기서 천국과 지옥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며, 운은 계획에 달려있으며, 남을 탓하거나 변명하지말고, 책임감을 가지며 1등이 되려고 애쓰라고 한다.

"행동은 때로 아이디어가 아니라 책임감에서 나온다. 스탠더드 오일 컴퍼니에서 일하는 직원 모두 '내 책임은 뭐지? 어떻게 해야 더 잘할 수 있을까'라고 고민한다."

"끝까지 살아남으려면 어떤 이유로든 다른 사람이나 무언가를 탓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문제가 생겨도 원망하거나 불만을 품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상황이 나아질지만 생각한다."

"장애물 앞에서 남을 신경 쓰지 말고 나 자신을 이해할 기회로 삼는다면 어떤 역경을 만나든 탈출구를 찾을 수 있다."

"스탠더드 오일 컴퍼니에는 문책도 변명도 없다! 책임만 존재한다."

"물론 위대한 계획은 나이아가라폭포처럼 한번에 쏟아지는 게 아니라 한 방울씩 천천히 이뤄진다. 위대한 일과 위대해 보이는 일의 차이는 위대한 일을 꿈꾼다면 매일 애써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아무도 우리가 가는 길을 막을 수는 없다. 너를 가장 끈질기에 방해하는 사람은 바로 너 자신이다. 포기하지 않고 이어갈 사람도 너 자신뿐이다."

"내 미래는 지나가는 하루하루에 달렸다. 내 최종 목표는 미국에서 가장 위대한 부자가 되는 것이다. 이제 어디까지 왔을까? 아직 멀었다. 나 자신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Part 2에서는 ‘부’를 대하는 방법과 철학을 소개한다. 그에게 돈이란 ‘목표’가 아니라 철저한 ‘수단'이었고, 얼마나 큰 부를 쌓느냐가 아니라 그 돈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세상에는 공짜 점심은 없다는 그의 말은 록펠러가 한 말이기에 더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그는 정말 제대로 부를 경영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자였다.

"이득을 얻고 싶다면 꼭 알아둬야 할 점이 있다. 첫째 전반적인 환경을 파악해라. 둘째, 자시의 자원을 파악해라. 셋째, 상대의 자원을 파악해라. 넷째, 목표를 세우고 태도를 다잡아라. 자기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어떤 목표를 세웠는지 알아야 한다. 더불어 그 목표를 이루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더 필요하다. 아들아, 이 말을 기억해라. 할 수 있다고 믿는 밝은 태도가 성공을 불러온다."

"내가 그들에게 대응하는 방법은 단 하나, 그들이 뻔한 말로 아무리 비판하더라도 침묵을 지키고 당당하게 행동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자기만의 길을 가야 한다."

"나는 기부가 잘못된 방식이라 생각한다. 기부는 사람들에게서 검소하고 부지런한 태도를 빼앗고, 게으르고 무책임하게 만들기도 한다. 더욱 중요한 점은 네가 누군가에게 자선을 베푼다면 상대의 존엄성을 부정하는 셈이라는 사실이다. 네가 그 존엄성을 부정한다면 그에게 주어진 운명을 빼앗는 셈이고, 이는 아주 부도덕한 짓이지. [...] 열심히 일하는 길만이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탈출구다. 일은 우리가 성공을 누리고자 치르는 대가다. 근면하게 일해야 부와 행복을 얻을 수 있다. 이 진리를 잊지 마라!"

방금 위의 글은 록펠러가 개인적으로 구걸하는 자들에게 한 푼도 주지 않은 것에 대한 그의 삶의 방식에 관한 것이다. 그는 가난한 자들이 계속 가난한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을 원치 않고, 그렇게 만드는 구조도 원치 않았다. 물론 그는 몰래 개인적으로 돕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그러니 그를 악평하는 말이나 루스벨트 대통령이 그를 꼬집는 말은 새겨서 들어야 하는 것이다.

Part 3에서는 주어진 ‘삶’을 어떻게 경영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 알려준다. 그는 어리석고도 똑똑한 사람이 돼라고 말한다. 어떤 일도 미루지 말고 당장 시작하라고 알려준다. 또한 모욕조차 나아갈 동기로 삼으라고 한다.

"날씨가 아주 좋았다. 선생님은 사진사가 수업받는 학생들 모습을 찍으러 왔다고 말씀하셨다. 물론 나도 사진을 찍어보긴 했지만 아주 드문 일이었다. 가난 한 집 아이에게 사진은 사치니까. 사진사가 나타나자 나는 사진을 찍을 때 어떤 포즈를 취할지 생각했다. 더 많이 웃고, 자연스럽고 멋지게 행동하려 했지. 집에 가서 어머니께 좋은 소식을 전하는 상상도 했다. "엄마, 오늘 학교에서 사진사가 내 사진을 찍 어줬어!"라고 말이다.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눈을 부릅뜨고 사진 사가 내 모습을 찍어주길 기다렸다. 하지만 곧 실망하고 말았다. 사진사는 나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저 학생에게 잠깐 비켜달라고 해주시겠어요? 옷이 너무 초라해요."

나는 힘없는 학생이라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맞서 싸우지도 못하고 그저 조용히 자리를 벗어나 잘 차려입은 학생들이 아름다운 사진에 담기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 하지만 누구에게 화를 내지도, 나 자신을 불쌍해하지도, 제대로 된 옷을 입혀주지 못한 부모님을 탓하지도 않았다. 부모님께서는 내가 좋은 교육을 받도록 온 힘을 다하셨으니 말이다.

사진사가 카메라 다루는 모습을 보면서 주먹을 불끈 쥐고 다짐했다. 언젠가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부자가 되리라! 그깟 사진 한 장 찍는 일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가 내 초상화를 그린다면 그야말로 자부심 넘치는 업적이 될텐데 말이다. 이제 그때 한 다짐이 현실이 되었다. 내게 모욕이라는 말은 남들과 다른 뜻이다. 이제 모욕은 존엄성을 빼앗는 날카로운 칼날이 아니다 내게 날아드는 모욕은 압도적인 산처럼 강한 원동력이 되어, 앞으로 나아가고 멋진 일을 이루도록 도울 뿐이다. 그 사진사는 가난한 소년에게 세계 최고 부자가 될 원동력을 줬다. 그러니 그 사람에겐 잘못이 없다."

모욕조차 나아갈 동기로 삼으라 중에서... p.209

또한 믿음은 금과 같기에 나는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태도를 결코 잃지 말라고 당부한다. 즉 언제나 자신감을 높이는 데 힘쓴다면 실패에 대한 걱정까지도 성공을 이루겠다는 믿음으로 바뀐다는 거다. 그리하여 어려운 상황을 만나도 '질 수도 있다' 대신 '이길 수 있다'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성공을 향해 가는 첫걸음이자 절대 놓쳐서는 안 될 기본 단계는 바로 성공할 수 있다는, 자기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다고 알려준다. 그리고 마음의 여유를 충분히 가질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이 록펠러가 자녀에게 남긴 후계자 수업은 가히 위대한 부자가, 위대한 생각을 전해주는 방식으로 우리에게까지 가르침을 준다. 문제는 이러한 이론을 실천으로 만드는 것이다. 가장 큰 차이는 행동이다. 그리고 결심이다. 그리고 긍정적인 생각이다.

나는 온 마음으로 시도하면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믿는다.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부자가 되겠다는 목표는

열심히 일하고 스스로를 자극하는 원동력이었다.

15세에 처음으로 직장을 얻은 록펠러가 평생토록 추구한 목표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부자’였다.

- 존 데이비슨 록펠러

이 책은 자기계발서의 대부격이며 근간이다. 이 책을 수도없이 읽을 때 내 삶의 척추도 곧추 세워져 바른 자세로 세상을 살아가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한 두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읽고 새길 귀한 명언과 같은 책이다. 양장본으로 나오면 좋겠다. 그리하여 독자인 나는 이 책을 내 가문의 후손들에게 꼭 남기어 내 뜻을 전해주고 싶다.

이 책의 한 문장

일이란 단순한 생계 수단을 뛰어넘는 의미를 가진 특권이다. 일은 모든 사업의 기초이자 번영의 원천이고, 천재성을 빚어내는 손길이다. 일은 젊은이들이 부지런히 움직이게 하고 부모 세대보다 더 많은 것을 해내게 한다. 그들이 얼마나 부유한지는 상관이 없다. 일은 가장 수수한 모습으로 그려지며 행복의 기반을 다지게 해준다. 직업은 삶에 풍미를 더하는 데 도움을 준다. 큰 혜택과 성과를 얻으려면 자기 일을 사랑해야 한다. - Part 1. 「일을 경영하라」 중에서

위대한 계획은 나이아가라폭포처럼 한번에 쏟아지는 게 아니라 한 방울씩 천천히 이뤄진다. 위대한 일과 위대해 보이는 일의 차이는 위대한 일을 꿈꾼다면 매일 애써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가난한 소년이 어떻게 위대한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을까? 남을 위해 열심히 일하면 이뤄질까? 어리석은 생각이다. 나 자신을 위해 열심히 일할 때만 부자가 될 수 있다. - Part 1. 「일을 경영하라」 중에서

돈을 사랑해서 돈밖에 모르는 사람은 비참한 인간이고, 이때 돈은 만악의 근원이지. 하지만 젊은이, 생각해보게. 돈이 있으면 가족과 친구를 돕고, 그들에게 행복하고 편안한 삶을 선물하고, 사회를 이롭게 하고,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네. 그렇다면 돈은 행복의 근원이 되어주지. 젊은이, 자네가 지금 손에 쥔 돈 한 푼에는 미래를 바꿀 힘이 있어. - Part 2. 「부를 경영하라」 중에서

성공은 키, 몸무게, 학력, 가정환경이 아니라 생각의 크기를 따라간다. 다시 말해 생각의 크기가 성공의 크기를 결정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인류의 가장 큰 약점인 자기 비하를 극복하는 일이다. 절대 자기 자신을 싼값에 내놓지 마라. 너희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위대하다.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생각하는 범위를 넓혀라. 자기 자신을 과소평가하지 마라. - Part 3. 「삶을 경영하라」 중에서

‘가난에서 풍요로 가는 길은 언제나 열려 있다.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 가장 큰 자산이라는 굳은 믿음이다. 믿음이 의심을 밀어낼 때까지, 자신이 주저하는 이유를 찾고 굳센 믿음을 품어야 한다. 믿지 않으면 이룰 수 없다. 믿음은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다.’ 성공하길 바라는 사람은 성공의 씨앗이 자기 곁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이 사실만 알면 원하는 건 뭐든 얻을 수 있다.

- Part 3. 「삶을 경영하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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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칼 인생공부 - 인간의 마음을 해부한, 67가지 철학수업
김태현 지음, 블레즈 파스칼 원작 / PASCAL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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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너무 불행해서 심지어

근거 없이도 싫증이 난다.

파스칼

책을 열면 프롤로그에 파스칼의 『팡세』를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나온다. 한 마디로 표현하면 "인간의 본질과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깊이 있는 철학적 작품으로, 읽는 이로 하여금 삶의 본질을 깊이 성찰하게 해주는 책이다" 그러므로 팡세를 통해 우리는 좀 더 나은 삶을 추구할 수 있다.

『팡세』에 대한 네 가지 유익점을 언급하면 첫째, 『팡세』는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파스칼은 인간의 약점과 한계를 솔직하게 드러내며, 이를 통해 독자 스스로 성찰하도록 해준다. 둘째, 『팡세』는 지적 성장을 돕는다. 그의 글은 논리적이고 철학적이다. 그래서 깊은 사유로 들어가게 해준다. 셋째, 『팡세』는 윤리적 성찰을 촉진한다. 파스칼은 인간의 도덕적 본성과 윤리적 책임에 대해 깊이 고민한 자이다. 그래서 독자를 도덕적 성찰로 이끈다. 넷째, 『팡세』는 독자에게 삶의 지혜를 제공한다. 파스칼은 인간의 불안과 고뇌,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신앙과 이성의 역할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하면서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게 해준다.

파스칼을 알게 된 때는 청년 때이다. 아마도 25살이나 되었을까? 그때 그의 글을 보면서 종교적으로도 끌렸고, 철학적으로도 끌렸다. 당대에 있어 그는 천재 수학자이자 과학자인 동시에 당대의 교양인이며 영성가였다. 그가 세상과 종교를 바라보는 것은 예사스럽지 않았다. 팡세를 소개할 때 프랑스 군인들은 전쟁터에 나갈때에 배낭에 꼭 이 책을 소지했다는 말이 있는데 그것은 생사가 엇갈린 전장에서 인간과 죽음과 신과의 절대절명의 물음이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즉 팡세의 글귀로나마 그들은 위안을 받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독자 또한 진지하게 세상을 바라보던 때라 그의 책은 내 마음에 위로가 되고, 지표가 되었다.

이 책 『팡세』는 기독교 변증을 목적으로 작성한 초고임에도 인간 심리에 대한 예리한 분석과 사회 문화를 아우르는 심오한 비평이 돋보이는 책이다. 그리고 파스칼은 여기에 인간 속성을 관통하는 신랄한 유머와 서민들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을 곁들인다. 그래서 종교와 기타의 주제에 대한 파스칼의 생각이 담긴 인간 탐구의 관점에서 읽을 때 이 책은 단연 내 삶에 한 획을 그을 정도의 가치를 안겨준다.

사실 이 책을 읽을 때는 팡세에 대한 원문이 새로운 형식으로 실려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번에 출간된 『파스칼 인생공부』는 현대 독자들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저자인 인문학자 김태현 작가에 의해 67개의 대표 구절을 엄선하면서 자신이 거기에 설명을 덧붙인 구성으로 책이 편찬이 되었다. 그래서 팡세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통해 더 깊이 사유의 세계로 가게 하고, 현실적 접근을 더 가능하게 하였다. 그래서 《팡세》의 대표 구절을 더 곱씹게 되는 기회가 되었다.

그 가운데 쳅터 2에서 나온 글이 지금의 내 생각에 가장 울림을 준다.

"인간은 천사도 아니고 짐승도 아니다.

천사가 되려는 자는 짐승이 된다.”

"L'homme n'est ni ange ni bête,

et le malheur veut que qui veut faire l'ange fait la bête."

저자는 당시 프랑스 혁명이라는 격동의 시기에 급진적 지도자로 떠오른 한 사람을 소개한다. 그는 혁명 초기, 자유와 평등을 부르짖으며 민중의 희망을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의 이상은 점차 어두운 그림자로 뒤덮였다. 반혁명 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그는 잔혹한 공포정치를 펼치며 짐승처럼 변했다. 혁명의 불꽃 속에서 천사와 괴물의 경계를 넘나들던 그의 모습은 비극적인 아이러니로 남아 있는데 파스칼은 그러한 인간성을 이미 알고 인간을 천사와 짐승 사이의 존재라고 말한다. 이는 인간이 도덕적이고 이성적 존재이면서도, 동시에 본능적이고 감정적 존재이며, 인간은 도덕적 이상과 높은 지향을 두고 있지만, 완벽하게 천사와 같은 존재가 될 수는 없을 뿐더러, 짐승처럼 행동하는 것 또한 본질과 맞지 않다. 따라서 너무 지나치게 천사가 되려는 자가 오히려 짐승으로 떨저질 수 있기에 지나친 완변주의는 인간에게 오히려 해가 되는 것이다. 예를 든다면 도덕적 완벽주의를 추구하며 자신이나 타인에게 비현실적인 기대를 강요하는 사람은 종종 타인을 비난하거나 자신을 비하한다. 그러므로 자신과 타인에게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보다는 인간의 본성과 한계를 이해하고 서로 포용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또 하나의 문구가 36쳅터에 나온다. 이미 많이 알려진 것이며, 평소 이런 글 때문에 혼자 있는 것에 대해 의기소침하거나 두려움을 갖지 않았다. 그것은 아래와 같다.

"모든 인류의 문제는 사람들이 혼자

조용히 앉아 있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인간은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파스칼을 말한다. 그래야 자기 내면을 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30년 전만 하더라도 혼밥은 없는 문화였다. 그것을 수치로 생각하고, 친구가 없는 불완전한 사람으로 보았다. 그러나 시대가 흐르면서 이제는 혼밥이나 혼술, 나홀로 여행이 얼마든지 눈치보지 않고 가능하다. 현대인을 일컬어 관계에 목매인 자들이라고 한다. 이렇듯 사람들은 관계에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그런데 팡세의 글을 통해 조용히 혼자 있는 시간을 이미 즐겼고, 더 깊이 나를 마주했다. 이것은 결국 자기 자신과 깊은 유대 관계를 맺고, 더 건강한 사회적 관계를 구축하게 해준다. 즉 나 자신을 알지 못하면서 타인을 이해하고 알아간다는 것은 모순이다.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의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더 성숙하고 안정된 모습을 보인다.

파스칼 탄생 400년이 지난 지금 《성서》 다음으로 널리 읽히는 〈팡세〉는 1670년, 파스칼 사후 처음으로 출간되면서 인류 역사에 깊이 새겨진 철학적 유산이다. 한 쳅터마다 선별된 팡세의 중요 구절과 저자의 생각들이 합쳐진 이 책은 단연 지친 현대인들에게 인생 지침서로 꼭 필요한 책이다!

몇 개의 새로운 (명언)구절들이 눈에 들어와 함께 적어 본다.

침묵은 가장 큰 박해다.

성인들은 절대 침목하지 않았다.

p.58_침묵은 불의를 방조한다.

인간은 필요로 가득 차 있다.

모든 것이 부족하고, 모든 것이 필요하다.

p.79

신은 영혼 보다는 의지를 움직이기를 원하며,

완벽한 명확함은 영혼에 도움이 되지만

의지에는 해가 될 수 있다

p.146

평범함이 가장 좋으며,

이를 피하는 사람은 비난받는다.

p.149

형식에 희망을 두는 것은 미신이요,

형식에 복종하지 않는 것은 오만한 일이다.

p.152

모든 사람이 서로에 대해 말하는 것을 알게 된다면,

진정한 친구는 거의 남지 않을 것이다.

p.173

사람들이 당신을 좋게 생각하길 원한다면,

스스로에 대해 좋은 말을 하지 마라

p.182

인간은 자존심을 통해 고난을 이겨내며,

이는 자존심이 정신적 보호막이기 때문이다.

p.200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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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다정하진 않지만 - 카렐 차페크의 세상 어디에도 없는 영국 여행기 흄세 에세이 5
카렐 차페크 지음, 박아람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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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제가 지금껏 가본 나라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가장 추한 나라입니다. 가장 놀랍고 현대적인 산업주의를 발전시켰지만 가장 유기적이고 목가적인 삶을 유지하고 있고요. 모든 나라를 통틀어 가장 민주적인 동시에 가장 오래되고 가장 구시대적인 귀족주의의 잔재를 숭상합니다.

-본문 중-

차페크의 여행기를 보면서 지금까지 보지 못한 여행 산문집임을 보게 된다. 기억에 나는 여행 산문집은 단연 헤르만 헤세다. 그가 쓴 글을 읽고는 다른 여행자들의 책은 그냥 가벼운 일기장처럼 보였다. 헤세의 여행기는 뭐랄까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자기 내면과 대면하는 공간이자 본질을 탐구하는 과정의 산물이다. 그의 글과 묘사는 읽는 이로 하여금 깊은 사유의 길로 이끈다. 그런데 그것과 버금가는 여행기가 차페크 책에서 발견되다니…

이 책 한 권을 통해 그의 모든 책이 궁금해졌다. 요즘 ‘한 강’이라는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으면서 서점과는 온통 그에 관한 책들과 그가 언급한 시시코콜한 얘기도 이슈화된다. 심지어 그의 부친의 책이 판매가 무려 7배 정도 판매 되었다고 하니 한 강의 인기가 이만저만 아니다. 차페크 역시 뛰어난 문학가임에는 틀림 없다. 그를 두고 언급되는 말 중에 체코 출신 가운데 위대한 작가들인 프란츠 카프카, 밀란 쿤데라와 함께 그의 이름도 같은 반열에 손꼽히는 인물로 알려졌다.

여행에 대한 열망은 이제 한국인에게도 바람불듯 찾아왔다. 내 어린 시절이나 2-30대 시절만 하더라도 이런 낭만적인 삶에 대해서는 꿈도 못꾸었다. 그러나 이제는 주말마다, 공휴일마자, 명절마다 국내는 물론 해외로 여행다니기 바쁘다. 그런데 우리의 여행기는 그저 사진을 찍고, 바쁘게 블로그와 SNS를 올리며, 꼭 가야 할 명소와 맛집 리스트를 알리면서 나라는 존재를 알리는데 주력을 한다. 그런데 진정한 여행기는 이런 소비적이며, 과시적인 것이 아니다. 여행은 사유를 위해 떠나는 것이며, 낯선 세상에서 자신을 마주하며, 영혼을 깊이 파는 갈구여야 한다. 그저 떠나서 고기 구워 먹고 오고, 캠핑 도구를 자랑삼아 찍어 올리고, 꾸미며 보여주기에 바쁜 우리의 여행은 일단 한 수가 낮은 여행이다. 여행은 유명한 관광지를 시간에 쫓겨 급급하게 돌아보는 것이 아니다. 한 곳이라도 그곳을 진정으로 알아가는 시간이 있어야 하며, 풍경과 사람을 만나야 한다.

그런면에서 카렐 차페크가 영국을 밟으며 짬을 내며 보여주는 글은 독자들을 매료시키고, 여행의 목적과 산책들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우리에게 채근하듯 알려준다.


일단 전체적으로 느낀점은 제목에서도 보여지듯이 영국을 대놓고 다정하게 보지 않고 언제나 낯선 타자로서 무언가를 꼬집고 객관화시키면서 이상한 사람들인 것처럼 만들지만 그러나 곳곳에 영국인의 위상과 그들이 살아가는 사고방식에 놀라며 동경하는 이야기로 가득차 있다.

제가 보기에 영국은 사람들조차도 아름답고 위엄있게 늙어가는 비결을 알고 있는 나라인 듯합니다.

-영국인들에게-

유년 시절 그가 영국인을 아는 유형은 두가지였다고 한다. 하나는 정치 풍자만화에 나오는 모습으로 그려진 승마 부츠와 반바지 차림을 한 퉁퉁하고 혈색 좋은 사내가 대게 블도그 한 마리를 데리고 다니는 유형이 그것이다. 또 하나는 이른바 스미스 씨 유형으로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체격에 체크무늬 옷을 입고 붉은 수염을 기르며, 틈만 나면 탁자 위에 발을 올리는 사람이다. 그런데 정작 영국에 도착했을 때 대다수 영국인이 체크무늬 옷을 입지도 않았고, 수염도 기르지 않았으며, 탁자에 발을 올리지도 않았고, 눈에 띄게 키가 크거나 퉁퉁한 사람이 없어 실망하였다고 한다. 유년의 환상이 실제를 마주할 때 와장창 깨어져 버렸다.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낯선 나라에 대해 TV를 통해서나 책을 통해서나 조금 아는 것이다. 실제 그 나라를 알기 위해서는 분명 그 나라의 땅을 딛고, 그 나라 사람을 만나 대화를 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차페크는 영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이렇게 소개한다.

"전반적으로 영국제도의 주민들은 외국인들이 보기에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독특합니다. 영국처럼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나라는 드물 겁니다. 한 가지 조건이 있다면 영국에 직접 가서 봐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면 영국인들의 풍습과 절제된 배려, 예절과 간소함, 다른 수십가지 영국적인 삶의 특성에 반하고 말 테니까요." p.196

그러나 차페크는 제목 그대로 대놓고 다정하지 않게 영국을 여전히 바라보며 이렇게 영국을 슬쩍 깐다.

"분명한 사실은 이미 땅으로 다닐 수 없다는 겁니다. 현대 문명의 눈부신 성과죠. 작은 그림을 그려 보았지만 실제로는 여기에 공장처럼 요란한 소음이 더해져 훨씬 더 지독하게 느껴진답니다. 하지만 운전사들이 미친듯이 경적을 울려대지도, 사람들이 서로에게 욕을 하지도 않습니다. 어쨎든 이곳 사람들은 조용한 사람들이잖아요." p.31

"영국 신사는 간단하게 정의하기가 어렵습니다. 적어도 클럽의 웨이터나 기차역의 매표원, 하다못해 경찰관이라도 사귀어봐야 합니다. 과묵함과 호의, 위엄, 스포츠, 신문, 예절 등이 절제된 형태로 융합된 모양새라고 할까요? 기차에서 맞은편에 앉은 신사가 두 시간 동안 눈길 한번 주지 않으면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어 속이 부글부글 끓을 겁니다. 하지만 짐을 내리려 할 때 손이 닿지 않아서 낑낑 대면 그 신사가 불쑥 일어나 가방을 내려주죠. 이곳 사람 들은 언제든 기꺼이 서로를 돕지만 날씨 얘기 말고는 이렇다 할 대화거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영국인들이 그렇게 많은 놀이나 경기를 고안한 게 아닐까 싶네요, 놀이나 경기를 하는 동안에는 서로 말을 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워낙 과묵하다보니 공공장소에서도 정부나 기차, 세금 따위에 대해 욕을 퍼붓지 않습니다. 영국인은 대체로 재미없고 조용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인지 함께 둘러앉아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술집 대신 선 채로 술을 마시며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바를 만들었습니다. 그나마 수다스러운 사람들은 로이드조지처럼 정계로 나가거나 작가가 됩니다. 그래서 영국의 책들은 400쪽을 가뿐히 넘어가죠."

p.171-172

"마지막으로 몇 가지 나쁜 점을 폭로할까 합니다. 예를 들면 영국의 일요일이 지독하다는 것이죠. 사람들은 시골로 떠나기 위해 일요일이 있는 거라고들 하지만, 사실은 아닙니다. 사람들이 시골로 떠나는 건 영국의 일요일이 끔찍하게 두려워서입니다. 모든 영국인은 토요일만 되면 어디론가 떠나고픈 우울한 충동에 사로잡힙니다 .(...) 도망칠 수 없는 이들은 하다못해 기도와 노래로 이 끔찍한 하루를 견디기 위해 예배당으로 향합니다. 일요일에는 아무도 요리하거나 돌아다니거나 구경하거나 사색하지 않습니다. 대체 영국이 어떤 말 할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기에 하느님이 일요일마다 이런 벌을 내리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p.182

차페크가 영국이라는 도시를 보는 시선은 이렇듯 문학가 기질이 다분히 드러난다. 일반인들은 아마도 이렇게 표현하지도 못하고, 그저 그들의 삶이 고리타분하게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차페크는 이 책에서 잉글랜드부터 스코틀랜드, 북웨일스, 아일랜드까지 영국 여행기를 지루함과 떠들썩함, 인공과 자연, 부와 빈곤이 기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영국의 면면을 시니컬하면서 유머러스하게 파헤친다. 자신들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문명의 발전 속에 숨 막힐 듯 복닥거리는 런던의 거리와 정체가 일상인 도로를 보았을 때 차페크는 인간성의 말살을 눈물겹게 걱정하였다. 그리고 우울할 정도로 지루한 일요일을 견디기 위해 정처 없이 걷는 중에 하이드 파크 앞에서 마주친 잔디와 공원의 아름다움, 그리고 다양한 연설자들이 흥미로울 만큼 마음대로 각자가 가진 의견을 내뱉는 열정에 차페크는 신선한 충격을 받기도 하였다.

현대인의 여행은, 특히 한국인의 여행은 ‘관광지 도장깨기 여행’을 지향하며, 어딘가 다녀왔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그러나 여행이란 유튜버들이 관광지를 소개하고, 소비하도록 부추기는 그런 류의 소비적 여행이 아니다. 한 번은 “헤세가 사랑한 순간들”이라는 책을 보았다. 헤세의 여행 스케치가 기록된 책이다. 헤세는 여행을 이렇게 표현하였다.

“여행의 서정은 일상의 단조로움, 일과 스트레스를 벗어나 휴식을 취하는 데 있지 않다. 다른 사람들과의 우연한 만남과 교제에 있지 않으며, 색다른 풍경을 감상하는 데 있지 않다. 그렇다고 호기심의 충족에 있는것도 아니다. 여행의 서정은 경험에 있다. 그것은 더욱 풍요로워 지는 것, 새로운 획득물을 내 안에 유기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다양성 속의 조화를 이해하고 대지와 인류라는 거대한 조직을 이해하는 것, 옛 진리와 법칙을 완전히 새로운 시각 안에서 재발견는데 있다.” - P.61

그렇다. 차페크의 여행 에세이는 영국이라는 그 당시 사회를 매우 치밀하면서도 위트있게 그려준다. 책을 읽는 내내 어쩌면 차페크의 마음에는 영국을 향한 시기어린 마음에 영국을 비판적 시선으로 많이 보지 않았나 싶다. 당시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이었다. 그가 살고 있는 체코와는 별개의 나라이다. 어쩌면 놀라움을 금치 못해 낯선 타인으로서 계속 그들을 살폈는데 그러나 그들 안에도 삶이 있었고, 그들만의 인생이 있었음을 보게된 것이다. 즉 대놓고 다정하지는 않지만 그러나 동경하는 마음으로 칼럼을 쓴 부분이 많다고 생각된다.


이 책을 평가하는 영국의 철학자 로저 스크루턴의 말을 들어보자. 그는 이 책이 그 자체로도 훌륭한 여행기이지만 “중유럽 문화의 기록으로서 매우 중요하며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책” 가운데 하나라고 단언을 했다. 아울러 가벼우면서도 온화하며 어떠한 선동의 의도도 없는 이 책이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불안하고 힘든 시기를 겪는 이들에게 인간성을 잃지 않는 법을 일깨워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여행을 할 때 어떠한 자세와 마음으로 해야하는 지를 이 책을 통해 배우게 될 것이다!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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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자의 세계 - 인체의 지식을 향한 위대한 5000년 여정
콜린 솔터 지음, 조은영 옮김 / 해나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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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체에 대한 궁금증에서 보게 된 책이다. 인간의 몸을 해부해서 본다는 것은 호기심과 더불어 우리 자신을 아는 것이기에 인체의 신비전도 그래서 비롯된 전시라고 본다. 이 책에서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인체에 대한 해부 삽화이다. 놀라울 만큼 세밀하고 적나라하며 아름다운 해부 삽화가 심도 있게 그려져 있다. 여는 글에 나오는 첫 그림 두 장은 인간이란 존재가 어떠한 존재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삽화이다. 특히 케임브리지대학교 해부 극장(1815)이란 그림은 인간 해골을 해부용 테이블 위에 달아 놓았는데, 이 해골은 수업용 교구라고 한다. 그런데 실제 해골이라면 정말 섬찟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이곳을 찾는 해부학자들이 죽음을 깊이 생각하며 인간 실존에 대해 무언가 큰 인사이트를 받고 돌아가지 않았을까 싶다.(해골은 메멘토 모리 즉 언젠가 죽는다는 것을 명심하라 뜻의 상징이었다)

해부학은 수천 년 전 기록이 남아 있는 아주 오래된 과학이다. 이 책 『해부학자의 세계』에서는 고대 이집트의 전쟁 중 상처 처치법을 설명한 「에드윈 스미스 파피루스」로 시작해 21세기 기술 발전을 반영하는 『근골격계 MRI』의 최신판, 오랫동안 사회가 해부학을 둘러싼 미신과 불신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보여주는 아동서 『인체 해부학 및 생리학 컬러링북』까지 5000년 동안 해부학자의 서재를 채워온 150권의 책을 다룬다. 5000년 동안 해부학자의 서재를 채운 책 속에는 인체 이해, 예술적 기법, 사회 변화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해부학 지식이 처음 적용된 곳은 고대 전쟁터였다. 문명 간 전쟁은 인체를 향한 호기심의 첫 번째 원천이었다. 그 이유는 역사에서 자주 그랬듯이 당시에도 심한 외상과 부상이 살아 있는, 또는 죽어가는 사람의 몸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 물론 미라를 만드는 이집트의 전통에서도 내부 장기에 접근했지만 그건 과학이 아닌 의례의 차원이다. 단순한 지적 호기심에서 사람의 몸을 가른다는 것은 영혼의 보관소를 침해하는 행위로 철학적으로나 법적으로 금지된 일이었다. p22

그 이유는 과학적으로 신체를 보기 전에는 영적인 면이 더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 사상가들이 철학을 발전시키면서 영혼의 개념이 탄생하게 되는데, 해부학 초기에 보면 "영혼은 어디에 머무는가? 이성의 자리는 어디인가? 해부학적 서열을 따진다면 심장이 머리를 지배하는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하는 것이 중요한 논점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인류 역사에서 전쟁의 시기에 부상병의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하면서 해부학 책이 출간되었다. 특히 5세기에 로마제국이 무너지고, 서유럽에서 야만의 시대가 도래할 무렵, 동방에서는 새로운 배움터가 세워지며 해부학에 대한 막대한 기여를 한 이슬람 황금시대가 시작된다 그리고 그 시대가 저물어가는 시기에 서양 학자들은 에스파냐의 과거 이슬람 학술기관을 찾아가 그곳에 소장된 문헌들을 라틴어로 옮겼다. 20세기에는 제 2차 세계대전의 공포와 함께 역사상 최고의 해부학 삽화집이라고 일컬어진 출판물들이 제작되었다. 그러나 해부학자들이 해부학 이론에 대한 종교의 입김에서 벗어나기까지 많은 이의 용기와 고난이 있었다. 특히 중세에 카톨릭교회는 사회에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가운데 해부학자 미켈세르베트 같은 경우 교회의 교리에 도전했다는 괘씸죄로 자신의 책과 함께 산 채로 불태워졌다. 그러나 과학은 르네상스와 더불어 교회와 국가에서 서서히 분리되었다. 근대 해부학은 16세기에 탄생했는데 초기에 진리를 향한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갈증에 덩달에 휩쓸려 버린 것이다. 인체에 관심을 보인 사람이 외과의사만 아닌 조각가와 화가도 인간의 형태를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해 해부 구조를 배웠다. 심지어 해부 기술을 익혀 시신에 직접 칼을 댔다.

그런데 해부학이 인기를 끌었던 17~19세기에는 해부용 시신이 부족하여 시신 도굴꾼이 기승을 부려 사회 문제를 일으켰으며, 이를 계기로 해부 관련 법이 제정되기도 하였다. 그런중에 17세기 해부학자 마르첼로 말피기는 자신의 몸을 부검해달라는 유언을 남겨 최초의 해부용 시신 기증자가 되었다.

해부학이 철학에서 과학으로 넘어감으로 우리는 우리 신체에 대한 실제적인 비밀의 문을 열어가게 되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되는데 그것은 잘못된 신체 이해를 과학으로 뭉게 버린 것이다. 해부학의 재건자 몬디노는 메우 훌륭한 해부학자이다. 그는 해부학을 계통학적으로 연구하였으며 공식적으로 사람 몸을 해부한 사람이다. 몬디노가 1316년 저술한 『인체의 해부』는 사람해부학에 대한 최초의 근대적인 책으로, 1543년 베살리우스의 『사람 몸구조에 관하여(파브리카)』가 나올 때까지 200년 동안 유럽에서 표준 교과서였다고 한다. 그런데 그는 하나의 예를 들면 자궁에 대한 심각한 정보를 제공하였다. 몬디노는 이미 볼로냐에서 논란을 불렀던 옛 이론을 끌고 왔는데 중세 초기에는 자궁에 7개의 방이 있고 그 안에서 태아가 발달한다고 믿었다. 오른쪽 3개는 남자 아기, 왼쪽 3개는 여자 아기용이며, 가운데 있는 방은 자웅동체가 잉태될 경우를 대비해 남겨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정도의 오해는 해부로 쉽게 바로잡을 수 있는데 왜 그럴까? 그것은 몬디노가 해부를 수행하기는 했지만 공개적인 시범은 해부학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했다고 본다.

그것이 무엇이든 점점 시대가 변화하고, 과학이 발전하면서 또한 현미경의 발명으로 모세혈관을 확인할 수 있게 되어 윌리엄 하비의 폐쇄 순환계 가설이 검증되었고, 내시경, 마취술과 냉장술, 시신 방부 처리의 발명은 해부학 연구에 기여를 하게 된다. 사진술의 발명과 19세기에 컬러 인쇄술의 발달은 더욱더 해부도의 실재감을 더해주었으며, 정교해졌고, 원하는 부위를 상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발전은 17세기 현미경부터 19세기 초의 내시경까지, 엑스레이에서 현재의 CT와 MRI까지 인체의 내부 구조를 들여다보는 기술의 발전을 이루어 해부학의 시각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현재는 스켄된 이미지에 인위적으로 색을 입혀 세부 사항을 강조할 수도 있다.

해부학의 역사는 인류가 자신의 신체적 한계를 극복한 역사이기도 하다. 반면에 해부학은 인간의 한계를 밝히고 있다. 신체는 과히 신묘막측하다. 해부학을 아는 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우리 자신을 아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과연 인간이란 무엇이며, 해부학이 보여주는 그 모습이 인간일까하는 생각을 다시 깊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인간의 신체가 중요한 것은 어쩌면 그 신체에 깃든 영혼 때문은 아닐까?

끝으로 해부학의 역사에서 자주 간과되는 해부학자의 실험실이 되었던 몸과 그 영혼을 생각해 보자. 그들이 없었다면 해부학의 발전은 한없이 더뎠을 것이다. 이들은 살아 숨 쉬던 진짜 사람이었다. 이들에 대해 빈 의과 대학의 설립자 카를 폰 로키탄스키(1804-1874)가 쓴 모든 의대생의 필독서가 된 『병리해부학 편람.1876』에 기록된 글 하나를 보고 서평을 마치고자 한다.

당신이 이름 모를 시신 위에 허리를 숙이고 딱딱한 메스의 칼날을 들이댈 때, 그 몸은 두 영혼의 사랑으로 태어난 존재임을 기억하라. 그는 그를 가슴으로부터 아끼고 보호한 사람의 믿음과 희망으로 키워졌다. 어린이였을 때, 젊은이였을 때, 그는 당신과 같은 꿈을 꾸며 미소 지었다. 그는 사랑했고 사랑받았으며, 행복한 내일을 희망하고 소중히 여겼고, 먼저 떠난 이들을 그리워했다. 이제 그는 이 차가운 슬레이트 위에 그를 위해 눈물 한 방울 흘려줄 이 하나 없고, 기도해줄 이 하나 없이 누워 있다. 그의 이름은 신만이 아실 것이다. 그러나 거침없는 운명이 그에게 인류에게 봉사할 힘과 위대함을 주었음을 기억하라.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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