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페크가 영국이라는 도시를 보는 시선은 이렇듯 문학가 기질이 다분히 드러난다. 일반인들은 아마도 이렇게 표현하지도 못하고, 그저 그들의 삶이 고리타분하게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차페크는 이 책에서 잉글랜드부터 스코틀랜드, 북웨일스, 아일랜드까지 영국 여행기를 지루함과 떠들썩함, 인공과 자연, 부와 빈곤이 기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영국의 면면을 시니컬하면서 유머러스하게 파헤친다. 자신들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문명의 발전 속에 숨 막힐 듯 복닥거리는 런던의 거리와 정체가 일상인 도로를 보았을 때 차페크는 인간성의 말살을 눈물겹게 걱정하였다. 그리고 우울할 정도로 지루한 일요일을 견디기 위해 정처 없이 걷는 중에 하이드 파크 앞에서 마주친 잔디와 공원의 아름다움, 그리고 다양한 연설자들이 흥미로울 만큼 마음대로 각자가 가진 의견을 내뱉는 열정에 차페크는 신선한 충격을 받기도 하였다.
현대인의 여행은, 특히 한국인의 여행은 ‘관광지 도장깨기 여행’을 지향하며, 어딘가 다녀왔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그러나 여행이란 유튜버들이 관광지를 소개하고, 소비하도록 부추기는 그런 류의 소비적 여행이 아니다. 한 번은 “헤세가 사랑한 순간들”이라는 책을 보았다. 헤세의 여행 스케치가 기록된 책이다. 헤세는 여행을 이렇게 표현하였다.
“여행의 서정은 일상의 단조로움, 일과 스트레스를 벗어나 휴식을 취하는 데 있지 않다. 다른 사람들과의 우연한 만남과 교제에 있지 않으며, 색다른 풍경을 감상하는 데 있지 않다. 그렇다고 호기심의 충족에 있는것도 아니다. 여행의 서정은 경험에 있다. 그것은 더욱 풍요로워 지는 것, 새로운 획득물을 내 안에 유기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다양성 속의 조화를 이해하고 대지와 인류라는 거대한 조직을 이해하는 것, 옛 진리와 법칙을 완전히 새로운 시각 안에서 재발견는데 있다.” - P.61
그렇다. 차페크의 여행 에세이는 영국이라는 그 당시 사회를 매우 치밀하면서도 위트있게 그려준다. 책을 읽는 내내 어쩌면 차페크의 마음에는 영국을 향한 시기어린 마음에 영국을 비판적 시선으로 많이 보지 않았나 싶다. 당시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이었다. 그가 살고 있는 체코와는 별개의 나라이다. 어쩌면 놀라움을 금치 못해 낯선 타인으로서 계속 그들을 살폈는데 그러나 그들 안에도 삶이 있었고, 그들만의 인생이 있었음을 보게된 것이다. 즉 대놓고 다정하지는 않지만 그러나 동경하는 마음으로 칼럼을 쓴 부분이 많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