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난 양봉의 세계
프리드리히 폴 지음, 이수영 옮김, 이충훈 감수 / 돌배나무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양봉을 접한건 중학교 때일 것이다. 아버지는 부업으로 양봉을 하셨다. 그래서 매년 봄, 여름이면 꿀을 아침 일찍 또는 새벽녘에 뜨느라(채취, 수확) 청소년기에 매우 힘들었다. 대부분 점심 전에 마치는데 조금 길어지면 점심 이후, 한 두 시간을 더하는 경우가 있다.

양봉이라 할 때 지식적인 차원이 아닌 경험의 차원으로 처음 접했던 것이기에 양봉에 대한 큰 지식이나 벌의 생태에 대해서는 모른다. 그러나 로열젤리가 어떤 것이며, 수벌이 어떤 것인지, 일벌의 부지런함을 통해서 꿀이 어떻게 모아지고 수확이 되는지, 여왕벌에 대해, 훈연기에 대해, 분봉한 벌떼를 포획하며 벌통에 다시 잡아 넣는 것에 대해서는 경험적 지식으로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벌이 생각보다 꿀을 뜰 때, 벌통에서 많이 죽게되어서 벌을 살려보려고 하지만 이미 채밀기에 들어간 벌은 사망이라고 보면 된다. 꿀벌이 꿀 때문에 죽어나가는 모습을 보며, 인간의 욕심이 지나칠 때 오히려 욕심을 통해서 이런 꼴을 당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벌을 키우면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사실 또 하나가 있었는데 그건 말벌의 공격이었다.

말벌은 수시로 벌통 앞을 찾아와 일벌들을 물어 죽이기에 어릴 때 내 역활 중에 하나는 말벌 죽이기였다. 적을 잘 감시하고, 공격하여 처리함으로 어쩌면 내 식구이며, 작은 밥줄과 같은 꿀벌을 나는 안전하게 지켜내었다. 그리고 나에게 있어 벌은 어릴적 친구처럼 지내와서 그런지 벌이 내 앞에 아무리 찾아와도, 벌침을 혹여나 쏘아도 전혀 무섭지 않는 것이며 당황하지 않는다.

이렇게 양봉이란 친밀함과 익숙함 속에 있는 어릴적 고향과 같은 향수이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 나온 "양봉의 세계에 대한 책"을 보면서 이 책을 통해 벌에 대한 세계를 이해하고 싶었다. 그리고 혹시나 모를 은퇴 후에 내가 양봉을 접하게 될 수 있는데 참고할 수 있는 도서가 된다고 생각되니 저절로 마음이 이 책으로 쏠리게 되었다.

책을 접하며...

이 책은 한 마디로 "모든 양봉가를 위한 필독 입문서"라고 말하고 싶다.

이 한 마디가 이 책을 완벽히 다 설명해 준다고 나는 단언하는 바이다. 또한 전문적인 지식만 아니라 디테일함, 사진 자료가 너무나 잘 되어 있어서 책을 펼치면 저자의 노력과 땀을 고스란히 보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그만큼 이 책은 잘 만들어졌고, 내 손에 꼽히는 명서로 올려 놓게 된다.

그렇다. 『처음 만난 양봉의 세계』에는 양봉을 시작하는 초보 양봉가에게 꼭 필요한 내용이 너무나 알차게 가득채워져 있다. 그리고 경험적 지식을 조금 갖춘 나만 아니라 꿀과 밀랍의 수확, 분봉과 핵군 형성을 통한 꿀벌 무리 증식 등을 이미 경험해본 전문적인 양봉가에게도 유용한 깊이 있는 정보들이 담겨있다. 특히나 이 책에는 고전 방식에 바탕을 둔 가장 현대적인 양봉법을 살펴볼 수 있으며, 초봄의 분봉부터 성장과 꿀 수확을 거쳐 겨울나기에 이르는 사계절을 꿀벌과 함께 보는 영광을 누리게 된다. 그리고 여왕벌, 일벌. 수벌의 치열한 사회생활을 저자의 면밀한 연구를 통해 엿보며, 꿀벌의 질병과 그 처치에 대해서도 배우게 되는 놀라운 책이다.

꿀벌에 관한 해부학

이 책은 마치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인체에 관한 해부학을 세밀하게 그렸듯 꿀벌의 생활 방식, 신체 구조, 성장 기관에 대해서도 매우 자세히 나와 있다. 별도의 꿀주머니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꿀이 장의 다른 내용물과 분리되어 운반되도록 잠금 장치가 달려 있는 것을 그림으로 보게 되면서 꿀벌에 대한 신비감과 창조의 손길까지 보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운건 우리에게 꿀을 제공해 주는 벌의 수명이 그렇게도 짧다는 것을 알게 되어 살짝 충격이었다. 책에 보면 '수명이 짧은 여름벌은 2~3주, 드물게 4주를 살며, 수명이 긴 겨울벌은 6개월의 생을 산다고 한다. 왜 차이가 나는가 할 때 겨울벌들은 유모 활동을 전혀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일벌은 말 그대로 일하느라 여름에는 지쳐버린다. 여왕벌을 누가 만드느냐? 일벌이 왕벌젖, 또는 왕유라고 부르는 로열젤리를 부지런히 제공해 줌으로 여왕벌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일벌은 알을 키우고 돌보는 역활도 하며, 꽃가루를 부지런히 가지고 와서 단백질을 공급해 주며, 밀랍을 만들고, 벌집 소독 및 틈 메우기도 하여서 새끼 벌들이 부지런히 자라게 하는데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꽃가루에 대한 설명을 더해야 일벌의 노동 시간이 얼마나 큰지를 알게 될 것인데 벌이 꽃가루 수집이 끝나면 각 뒷다리에는 작은 꽃가루 뭉치가 만들어 진다. 이 꽃가루 뭉치는 한 쌍의 무게가 약 20mg이다. 꿀벌 한 무리가 애벌레를 키우고 다 자란 꿀벌들에게 단백질을 공급하려면 매년 약 20-60kg의 꽃가루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즉 일벌은 여왕벌, 일벌, 수벌의 애벌레들을 키우고 돌보느라 일종의 과로사로 일찍 죽게 된다고 할 때 왠지 모르게 일벌에 대한 존경심이 든다.

이렇듯 이 책은 꿀벌(양봉)에 대한 해부학적 백과사전이다. 양봉에 대한 ABC~Z라고 여겨도 될 정도로 282페이지 안에 다 담아 놓았다. 그래서 이 책 한 권을 들고 양봉을 시작해도 큰 무리가 없다고 하겠다. 물론 곁에 있는 양봉가에게 도움을 받아야 함은 필수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일반 양봉가가 가지지 못한 양봉에 대한 지식을 얻게 되어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일취월장하는 양봉가가 되어 있을 것으로 본다.

또 다른 놀라운 지식 하나를 소개한다면 일벌들은 육아, 건축, 외역을 하면서 겨우 40여 일 정도를 살지만 자기의 보금자리를 위해서 최선을 다할 뿐 아니라 수명을 다해서 죽음을 맞이할 때에도 벌통 안에서 죽지 않고 마지막 힘을 다해 벌통 밖으로 멀리 빠져나와 죽음을 맞이한다고 한다.

이는 자신의 사체 때문에 병이 퍼지는 불상사를 본능적으로 막기 위해서이다. 또한 움직임이 거의 없는 겨울에 벌통에서 180일 가까이 벌통 안에 갇혀 있게 되는데 꿀벌은 그곳에서 배설하는 법이 없다. 예로부터 소대변을 참으면 병이 된다고 하는데 벌에게는 그런 것이 없는지 신비롭다. 이처럼 6개월의 긴 기간을 참고 견뎠다가 날이 풀리는 봄날에 비로소 한꺼번에 배변을 한다고 하니 꿀벌은 영리한 곤충이면서 매우 인내심 많은 벌이라 생각된다.

어쩌면 한낱 곤충이며 꿀벌에 불과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벌을 통해서 인간이 배우고, 그들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 상당히 많은 신의 선물이라고 생각된다. 꿀벌이 없다면 전 세계 식량 수확물에도 상당한 피해가 갈정도로 꿀벌은 인간에게 매우 이로운 곤충이다. 즉 전 세계 식량수확물의 70%를 담당하며, 꿀벌이 꽃가루를 수정시키는 그 일의 가치는 세계적으로는 370조 원, 우리나라의 경우는 과수 채소류만 계산해도 약 6조 원 이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런데 이 벌들이 사라질 위험이 있다고 하는데 인류는 환경오염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가지고 함께 자연을 보존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본다.

취미양봉가들로부터 전문양봉가까지 일독, 정독, 다독을 권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픽테토스의 인생 수업
오기노 히로유키 지음, 황혜숙 옮김, 가오리.유카리 만화 / 삼호미디어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토아 철학에서 아주 중요한 세 명의 철학자가 있다. 그 이름들은 이러하다. 귀족 출신인 세네카, 로마 황제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그리고 이 책의 주인공인 노예 출신이며 다리에 장애가 있는 "에픽테토스"이다. 다른 두 사람과는 다르게 에피테토스는 노예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 이름의 뜻은 '부수적으로 얻은'이라는 뜻이다. 이름을 바꾸어 운명을 뒤집어 보려는 자들에게 에픽테토스는 쓴웃음을 짓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고귀한 이름 같았으며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철학자와 종교사상가, 지도자, 문인들의 입에 오르 내려서 그 이름 뜻도 특별하리라 생각되었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그 이름의 뜻이 중요하지 않았으리라.

그 이유는 책을 보면 알겠지만 그는 항상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그것(관념)이 중요하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마음"에 달린 문제라고 본다.

세상에는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과 '우리에게 달려 있지 않은 것' 두 가지가 있다. 판단, 의욕, 욕망, 혐오처럼 무릇 우리(마음)의 움직임에 의한 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에 속하지만, 육체나 재산, 타인으로부터의 평판, 지위 등 우리의 움직임에 의하지 않은 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은 원래 자유롭고 방해받지 않으며, 타인에게 간섭받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에게 달려 있지 않은 것은 취약하고 예속적이며 방해받고, 자신의 것이 아니다. p223 <엥케이리디언> 원전 번역본.



에픽테토스의 생애와 저작에 대해 좀 더 들여다보자. 앞 부분에 이 내용을 다루어주고 있는데 그를 이해하는데 꼭 필요한 정보이다. 에픽테토스는 기원후 50~60년경 소아시아 프리기아(현재의 터키 남서부) 지방의 도시 히에라폴리스에서 태어났다. 그는 유소년기 무렵부터 로마에서 '에파프로디투스'라는 주인을 섬겼다. 해방 노예 출신인 주인은 폭군으로 알려진 네로 황제의 신하로서 권세를 휘두르다 마지막에는 황제의 자살을 방조한 인물로 전해지고 있다. 에픽테토스의 《담화록》을 보면 권력자의 환심을 사려고 날뛰는 사람들의 생생한 묘사가 등장하는데, 이는 소년 시절부터 주인을 따라 궁정을 드나들었을 때의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특별히 그가 철학을 접하고 철학자의 길로 가게 된 경로를 보면 주인의 허락 아래, 당시 유명한 스토아철학자였던 무소니우스 루푸스(30~101)의 강연을 들을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루프스에게 철학을 배웠고, 이후 해방과 동시에 스승인 루푸스이 후원 아래 조교로서 철학을 가르치게 되었다고 한다. 에픽테토스는 이후 로마를 떠나게 되는 계기로 그리스 본토의 니코폴리스로 이주해 철학을 가르치기 시작했는데 그야말로 그의 명성이 높아지면서 입학을 원하는 젊은이들이 많이 찾아왔고 정계의 주요 인물 중에는 여행 도중에 방문한 '하드리아누스 황제'도 포함된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덧붙여야 하는 인물이 있는데 주후 135년경 훗날 황제가 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121~180)가 소년이었을 무렵 그는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그러나 에픽테토스는 그냥 사라지지 않았고 아우렐리우스 황제를 통해 그의 가르침은 다시 살아나 오늘날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에픽테토스는 학교를 세웠고 철학을 가르쳤지만 저서는 남기지 않았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아마도 소크라테스의 일생을 의식했는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다행히 제자 중 뛰어난 인물이자 로마 정치가로서 활약한 바 있는 '아리아노스'가 이를 안타깝게 생각해 스승의 가르침을 말투까지 살려가며 충실히 정리 기록했다고 한다. 그것이 《담화록》이며, 담화록의 논지를 정리해 총 53장으로 구성한 것이 바로 《엥케이리디온》이다. '손안에 들어 오는 것'이라는 의미로, 에픽의 사상을 간결하게 요약해주고 있다. 그에게 영향을 받은 자를 굳이 쓰자면 고대 그리스 철학을 시작으로 '오리게네스 등 초기 기독교 신학자, 파스칼, 니체, 행복론을 저술한 힐티와 알랭, 중국 선교를 펼친 예수회 선교사 마테오 리치, 시인 에머슨, 헨리 데이비드 소로, 일본 불교학자 키요자와 만시 등 기독교, 불교, 무신론자까지 동서고금 직업과 종교를 막론하고 애독자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아참 톨스토이 또한 세 명의 스토아 철학자들을 인용하는 글이 많다.(최근에 읽은 '톨스토이의 인생론에도 보면...)

이 책은 《엥케이리디온Encheiridion》 중에서 인상적인 부분을 선별해 27가지 에피소드로 나누어 실었다. 특히 철학을 지루하게 생각하는 자들에게 이 책은 만화를 통하여 독자와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사회는 더욱더 불안 요소가 만들어지고 있다. 빈부 격차가 더 심해지고 있고, 경제는 파탄 지경이며, 정치 이념은 더 깊은 골을 파고 있다. 그리고 기후 재앙이 현실화 되면서 미국 같은 경우 캘리포니아 산불의 화염이 8천km나 떨어진 영국의 하늘마저 오렌지색으로 물들였다고 할정도로 샌프란시스코의 상황이 마치 ‘핵겨울(Nuclear winter)’ 처럼 되어 버렸다. 핵겨울이란 핵이 폭발했을 때 발생한 재와 먼지가 햇빛을 가려 주변 기온이 내려가고 어두워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 불안안 사회 속에서 괴로움과 상실, 고통을 최소화하는 비결을 이 책은 아주 설득력 있게 에픽테토스의 말을 인용해 제시한다. 그래서 부정적이고 불필요한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태도를 배워 마음의 평정을 찾으며 삶의 안정을 갖게한다.

이 책의 한 문장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일(pragma) 자체가 아니라 그 일에 관한 믿음(dogma) 이다. 이를테면 죽음이라는 사건은 결코 두려운 것이 아니다. 그렇지 않다면 예의 저 소크라테스 역시 죽음을 두렵다 여겼을 것이다. 오히려 '죽음은 두렵다'라고 죽음에 관해 우리가 가지는 믿음, 그것만이 두려움의 정체다." p85

"그대를 모욕하는 것는 그대를 지저분하게 헐뜯는 자나 주먹을 휘두르는 자가 아니라 그자들에게 모욕당했다고 여기는 그대의 생각임을 깨달아라. 누군가가 그대를 화나게 만든다고 느낄 때, 그대의 마음속 생각이 그대를 노엽게 만든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한즉 무엇보다 심상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도록 노력하라." p93



"자신이 불행한 원인을 두고 다른 이를 비난하고 원망하는 것은 교육받지 못한 사람의 행동이다. 자기 자신을 비난하는 것은 이제 교육받기 시작한 사람의 행동이다. 다른 사람도 자신도, 비난하지 않는 것은 교육받은 사람의 행동이다." p169

"지적으로 보이고 싶은 욕망이 인간을 맹목적으로 만든다. 풀어서 설명하면 '인정받고 싶다는 욕망조차 버려야 한다. 자기 내면의 진정한 성장이 있다면 남의 눈에 어리석어 보이는 것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 '대현(大智)은 지식을 과시하지 않기 때문에 어리석은 대우(大愚)처럼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p200

이 책 끝에 보면 '엥케이리디온'의 원전 번역문이 나온다. 여기에서 어릴적 내가 깨달은 사실 하나를 말하고 있어 옮겨 본다. "까마귀가 불길하게 운다고, 마음속 편견이 그대의 이성을 앗아가지 않도록 하라. 오히려 마음속으로 분별해내어 다음과 같이 말해 보라. (...) 내가 원하기만 한다면 그 모든 것을 나에 대한 길조로 바꿀 수 있다. 어떤 일이 생기든 거기에서 어떤 이익을 얻을지는 나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p240

독자인 나는 낙동강 주변에 살았다. 학교를 가며 오며 까마귀를 많이 본다. 그런데 친구나 동네 형동생들은 까마귀를 보면 흉조라 생각하여 두려움을 갖는다. 그런데 어느 날 생각해 보니 왜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할까 하며 까마귀를 어차피 볼꺼면 즉 피할 수 없다면 그 까마귀를 까치처럼 길조라고 보면 안 되는가 하며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이후 그 까마귀는 항상 나에게 길조가 되었다.

그리고 어릴적 상여를 매는 모습이 동네마다 보인다. 그런데 아침이나 내가 가는 길에 상여가 보이면 마치 안 좋은 일이 일어난 것처럼 피하거나 불길하게 생각하거나 구토를 하는 동네 친구가 있었다. 요즘도 가끔 어떤 사람은 장의차량을 보면 못본체하거나 빨리 지나간다. 이 또한 어릴적 생각하기를 그게 무슨 문제인가? 죽음은 하나의 사건이며 시체일 뿐이다. 그 죽음 자체가 나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못미치기에 그저 한 사람의 인생이 끝나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으로 상여를 바라보았다.

에픽테토스의 글을 보면서 그의 글보다는 만화가 더 삶의 이치를 풀어서 잘 깨우쳐주고 있는 거 같다. 그리고 우리가 여기서 하나 중요한 것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삶을 진지하게 깊이 사고하게 되면 철학자의 말이 굳이 필요치 않으리라.

여기서 3천년 전에 쓰인 성경의 말씀이 생각이 나서 적어본다. 에픽테토스의 말은 이미 "지혜자 솔로몬"에 의해 말해져 왔다. 아마도 솔로몬 전에도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알았을 것이다.

그 무엇보다도 네 마음을 지켜라. 여기서부터 생명의 샘이 흘러나온다.

잠언 4:23(현대인성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역 다빈치 노트 - 역사상 가장 비범한 인간의 7가지 생각 도구
사쿠라가와 다빈치 지음, 김윤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빌게이츠가 350억에 낙찰 받아 탐독한 책"

"깊이 몰입함으로써 모든 장애를 뛰어넘을 수 있다."

"<다빈치 노트>에 담긴... 천재성의 원천과 인간 잠재력의 비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이름에는 거장이라는 수식어가 붙어도 손색이 없다. 그는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천재적 미술가·과학자·기술자·사상가로서 누군가는 "예술의 마법사"라고 부른다. 그의 대표작은 조금의 지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그림인 "모나리자, 최후의 만찬"임을 알 것이다.

이 책은 그에 관한 얘기이며, 특히 그가 쓴 노트에 관한 얘기다. 빌게이츠가 350억에 낙찰받아 탐독하고 있다니 얼마나 가치가 있기에 눈길이 갔고, 잠재력에 관한 무한한 비밀을 캐내고 싶은 욕망에서 나는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렇다 지적 욕심은 하와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날마다 선악을 알게 하는 지식의 나무 열매를 먹고자 한다.

그런데 이런 염원을 해소해 줄 책이 출판되어 반갑고, 대단하고 유능한 존재 앞에 서는 기회를 얻은 기분이 든다. 다빈치가 남긴 노트는 그 양이 어마어마하다. 친필 노트에는 최상급 가치가 매겨져 있으며 일반에게 공개하지 않는 노트도 많다고 한다. 그의 노트 복사본만해도 19만 달러이며, 원본 노트는 최소한의 가격을 가늠해도 28억 달려를 넘는 가치가 있다.

이런 <다빈치 노트>에 쓰여 있는 내용 중 진수만을 선별해 책으로 엮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저자는 다빈치마저 생전에 정리를 하지 못했던 엄청난 양의 노트를 모조리 연구한자이다. 그는 직장인만 아니라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자 주옥같은 지혜와 비장의 업무 기술을 골라내어 이 책에 담았다.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5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주목받는 존재가 될 수 있었던 그 비밀에 대한 "7가지의 힘"을 이 책을 통해 배우게 된다.

노트에 기록하는 습관

레오나르도는 23세 무렵부터 노트에 기록하는 습관을 들였다. 이것이 죽을 때까지 이어지면서 무려 40년 넘게 기록으로 남겨졌다. 특히 30세가 넘었을 때 다양한 크기의 노트를 용도별로 구분해 사용하고 휴대용 노트를 갖고 다니며 이동 중에도 끊임없이 메모를 적었다고 한다. 요즘 자기계발서를 보면 "메모"에 대해 중요성을 부각하여 출판되는 경우도 많다. 메모란 습득의 기술이며 삶을 성공적으로 살고자 하는 자들에게 필수 아이템인 것이다.

다빈치 노트는 제자인 '프란체스코 멜치'가 편찬하기도 했는데 이 책에 보면 현존하지 않는 10권의 노트에 대해서도 인용을 하고 있다. 멜치는 스승의 말을 거의 충실하게 베껴 적어 후대에 남겨주었는데 그러므로 이 노트는 매우 가치가 있게 평가된다. 이렇게 잃어버린 노트까지 합치면 전부 2만 장 이상의 기록물이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 그 중에 발견되어진 1964년 마드리드에 있는 스페인 국립도서관에 새로운 노트는 천재의 뛰어난 지혜가 숨겨져 있었다. 여기에는 "악기, 병기, 축성, 기계, 기하학, 격언, 새에 관한 비행 연구, 빛과 그림자에 대한 연구, 야행성 동물, 자연을 고찰한 노트 즉 '구름은 어떻게 왔다가 사라지는가', '무지개는 언제 볼 수 있는가'에 대한 연구. 인체의 구조를 과학적으로 묘사한 스케치, 유일하게 빌게이츠 개인이 가지고 있는 물과 우주에 관한 고찰을 담고 있는 <코덱스 레스터> 등등" 모든 세계를 원없이 파헤치고 있는 그의 깊은 연구와 사색의 다양한 원천을 이 노트에서 맛볼 수 있다.

다비치식 7가지 생각 도구

본 책은 그런 방대한 지식의 원천을 축약축약 해서 7가지로 정리해 준다. 고맙다 저자여...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천재성의 원동력이 된 생각 도구 7가지는 이러하다.

1. 자신을 존중하는 힘 : 이 부분은 자존감이 낮은 사람에게나 자학하며 스스로를 무가치하게 보는 사람에게 매우 도움이 되는 내용이다. “나는 성공하지 못했다”라는 말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젊은 시절 친필 노트에 스스로를 정의한 문장이라고 한다. 만능천재로 알려진 그의 말이 생뚱맞아 보이지만 그러나 그는 한 평범한 사람이었고, 노력하는 사람이었음을 알면 좋을 것이다. 즉 그는 사생아, 무학자, 동성애자라는 불우한 환경과 편견 속에서 수많은 실패에 좌절하고 다른 사람의 재능을 질투하기도 한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무학자라고 무시하는 사람들의 시선에 주눅 들지 않았으며, 스스로를 ‘경험의 제자’라고 칭하며 책 속에서 지혜를 찾기 보다는 경험을 통해 지혜를 얻어 나갔다. 그 가운데 한 가지를 얘기하자면 레오나르도는 스승이 인정할 정도로 그림 솜씨가 훌륭했는데도 시스티나 성당의 벽화 제작 프로젝트에 선발되지 못하였다. 그 원인은 그림 그리는 속도가 느리고 미완성 작품이 많으며, 지시를 무시한다는 세 가지 결점에 있었다. 최악의 세 박자가 갖춰진 그의 모습에 좌절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 결점을 고치려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화풍과 가치관을 고집해 나간다. 그 이유는 "그림을 늦게 그린다는 것은 그만큼 심혈을 기울여 그리기 때문이며, 좀처럼 완성하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깊이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또한 지시를 무시한다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창의성이 높은 작품을 탄생시킨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결점의 이면에 있는 장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 장점을 모색하여 더 부각시켜 나감으로 그는 최고의 화가가 되어진 것이다.

결점보다 장점에 집중하라!

2. 몰입하는 힘 : 그의 천재성의 원천에는 세상 만물에 대한 호기심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냥 스치는 모든 현상에 궁금증을 가지고 집요하게 파고들어 몰입하였다.

3. 통찰하는 힘 :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사회의 통념에 휩쓸리지 않고, 유행에 상관없이 언제나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며, 더불어 한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객관적으로 판단하고자 노력했다.

4. 창조하는 힘 : 이노베이션이 아니라 리노베이션으로 창조하라. 이 말은 레오나르도가 천재라는 이유로 이노베이션에 뛰어나다고 생각하지만 그는 사실 다른 화가가 그린 그림을 참고로 하여 자신 나름의 작품을 만들어 내었다. 군사 병기나 해부 스케치, 과학적 발명에서도 선인들의 책에서 힌트를 얻어 개선을 거듭한 흔적이 많이 보인다. 그는 말한다. "창조하는 힘이 있으면 깊이 생각해서 탁월한 부분을 골라내 조합할 수 있다."

5. 인간관계의 힘 : 고독과 인간관계를 삶의 무기로 잘 사용한 사람이다. 다섯번째 쳅터 중에 2번에 보면 "좋은 사람을 곁에 둬라"고 말한다. <코덱스 애시번햄>에 써진 다빈치의 말을 들어보자.

"당신이 친밀한 관계를 원할 때는 그 사람의 학습 태도를 보고 선택하면 된다. 당신에게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관계는 실리가 많다. 그 밖의 인간관계는 모두 유해하다."

6. 실천하는 힘 : 메모의 습관을 평생에 걸쳐 실천했다. 이런 말을 레오나르도가 했음을 알게 된다. 즉 "행운을 만나게 되면 주저하지 말고 앞머리를 꽉 잡아라. 뒷머리에는 머리카락이 없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7. 행복을 불러오는 힘 : 후회없는 삶이 진정한 행복을 만든다. 그리고 그는 '사랑'은 물론 "덕이야말로 진정한 재산"임을 말해준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마다 세상을 살아가는 삶의 기술을 통찰력 있게 보여준다.

좀 더 뛰어난 존재가 되길 원하고, 인간 잠재력의 비밀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란다면 이 책은 우리에게 그 비밀을 7가지로 정리하여 우리에게 떠먹여준다. 물론 이것을 씹고 소화하는 것은 그 개인에게 달린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화 잘 내는 좋은 엄마 - 상처 주지 않고 아이를 성장시키는, 지혜롭게 화내는 방법
장성욱 지음 / 라온북 / 2020년 8월
평점 :
품절


"언제까지 화내고 미안해할 것인가?"

"오늘도 아이에게 버럭 하셨나요?"

"엄마의 불같은 화는 아이를 불안하게 만들고 깊은 상처를 남긴다."

“이제 제대로 화내고 건강하게 풀자!”

이 책은 나에게 필요한 책이다. 아이에게 제대로 화내기 위해 엄마가 아닌 '아빠'가 이 책을 손에 들게 되었다. 위의 4가지 키워드는 내 마음을 어떻게 잘 아는지 내 마음을 파고든다.

어릴적 아버지의 모습은 옛날 어른들이 다 그런것은 아니겠지만 "화"를 가진 아버지로 각인된다. 나 또한 아버지로부터 상처를 받았다. 그래서 아버지를 닮지 않는 것이 내 삶의 작은 목표였다. 친구같은 아버지가 되자! 나는 가장 자상한 아빠가 되어 아이에게 좋은 아버지가 되자며 다짐했다.

그런데 어느덧 자녀를 키우면서 내 안에 아버지가 보였고, 내가 받았던 상처를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었다.

충격이었다. 내가 어떻게 아버지와 똑같은 존재가 되었나? 나는 나의 행동을 용서할 수 없어 많이 자신을 향하여 질책하며, 슬퍼하였다. 그래서 몇년간 좋은 아버지가 되기도 하고, 아이들과 함께 잘 놀아주었다. 그런데 자녀들이 커나가면서 이 책에도 언급했지만 '나의 기대에 못 미치는 아이를 보면 너무나 화가난다.' 다른 것은 그래도 나는 90점짜리 아버지다. 그런데 유독 내 기대에 못 미치는 자녀를 보면 너무 화가나서 한 순간에 가정을 태풍전야로 만들어 버린다.

이 책은 그것에 대해 다루며 나에게 이런 말을 걸어온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일수록

완벽주의 성향이 강하다

완벽주의를 제대로 알려며 자존감에 대하 알아야 한다고 한다. 자존감이란 '자아존중감'을 줄인 말로서 스스로 자신을 얼마나 존귀한 자로 여기는지에 대한 마음자세다. 자존감은 두 가지로 나뉘는데 '자기가치감'과 '자기유능감'으로 나뉜다. 자기가치감은 자신이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소중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마음이다. 자기유능감은 어떤 일을 할 때나 새로운 시도를 할 때 잘해낼 수 있다는 믿는 마음이다. 이 두 가지가 높다고 해서 유능하지는 않다. 자신에 대해서 스스로 그렇게 느끼는 것이기에 상대의 평가에 마음을 두지 않고 사는 것이다.

이렇게 자존감이 높으면 누가 뭐라해도 영향을 받지 않지만 자존감이 낮으면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처럼 느끼게 된다. 수치심과 거절감은 가장 비참하게 자기인식을 하도록 만드는데 수치심이 많은 사람은 자신의 가치를 남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거나 무시당할 때 민감하게 반응을 한다. 완벽주의 이런 수치심에서 벗어나기 위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좀 더 설명하면 완벽주의 자에게는 All or Nothing 즉 완벽한 성공자 아니면 완전한 실패자라는 두 개념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간의 개념은 없기에 기를 쓰고 완벽을 지향하는 것이다.

그래서 완벽주의 부모는 끊임없이 자녀에게도 완벽을 요구하며 기대한다. 2퍼센트 부족은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완벽주의 부모는 자녀에게 기대하는 수준이 너무 높다. 아이의 적성이나 능력과는 무관하게 부모의 욕구에 맞게 설정했기 때문에 아이는 실패를 반복하면서 좌절감과 수치심에 시달린다. 이 과정 속에 아이 또한 부정적인 마음을 가지게 되는데 즉 좌절감, 수치심, 자기비하감, 죄책감을 가지게 되며 또한 분노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자기애적 성향이 강한 부모는 자녀를 통해 자신의 욕구를 채우려 한다."고 한다. 이것이 대부분의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자녀에게 헌신하는 것만큼 그 기대 또한 크기에 기대에 못 미치면 혹독하게 비난하고 분노하는 것이다. 이때 자녀가 받는 심리적 고통이나 상처에 공감이입 같은 것은 이루어지지 않게 되는데 이건 바로 자신의 감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완벽주의나 건강하지 못한 자기애적 성향의 원인은 주로 성장과정에서 받은 상처 때문에 생긴다고 한다. 특히 부모의 영향이 절대적인데 아마도 부모의 기대에 못미친 내가 받았던 그 상처를 아이들에게 요구하고 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 부분에서 할 말은 있지만 이왕 나 자신을 위한 책으로 선택했으니 나에게 있는 완벽주의적인 모습을 조금이라도 있다면 버리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저자 또한 이 책에 나오는 부분을 다 경험하면서 상담자가 되었다. 그래서 '화'를 잘내기 위해 자신을 위해서 이 책을 쓰며,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자들에게 자기 내면을 보도록 하는 시간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화에 대해 전반적인 것을 세심하게 다 다루어 준다.

1장에서는 엄마들이 어떤 때에 화를 냐게 되는지 시대적, 심리적, 환경적 측면에서 원인과 패턴을 찾아 분석해 준다.

2장에서는 화의 정체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화가 일어나는 원인과 그 밑에 숨겨진 감정을 찾아보고 진단하도록 해준다.

3장에서는 화를 내는 경우 아이들에게 어떤 나쁜 영향을 미치는지 실제 사례를 통해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도록 돕니다.

4장에서는 화를 긍정적으로 달 디자인할 수 있는 기초 작업으로 평소에 할 수 있는 장기적 처치법을 소개하다.

5장에서는 화가 날 때에 할 수 있는 현장응급처치법과 단기적 처치법들을 소개한다. 도저히 화를 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에코 대화법'을 통해 좀 더 유연해질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렇다. 이 책은 부모가 화를 내는 횟수를 줄이고, 화를 내더라도 이성적이고 인격적으로 화를 내어서 부모와 자녀가 모두 행복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자녀에게만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화를 내거나 분노가 있다면 이 책을 읽고 도움을 받았으면 한다. 화의 원인은 치유되지 않은 과거의 상처, 즉 내면의 '어린 나'가 아직 치유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책의 한 문장

불만을 말할 때는 인격을 존중하라 / 이때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비슷한 과거 일까지 들춰내서 말하는 것이다. 이는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부모와의 대화 중 하나다. 과거 일은 과거로 매듭을 짓고, 현재 일어난 일에 대해서만 말하되, 비난하지 말고 내가 원하는 것을 가능한 한 아이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말하자. 아무리 어린 자녀라도 인격이 있고 자존심이 있다. 그것을 무시하거나 무참히 밟는 것은 아이가 잘되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과는 완전히 반대의 결과를 낳게 된다. p211

온유함은 약함이 아니다. 그것은 통제된 힘이다. _워렌 위어스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짝거리고 소중한 것들 - 무례한 세상에서 자신을 지켜 낸 여성의 자전 에세이
게일 캘드웰 지음, 이윤정 옮김 / 유노북스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례한 세상에서 자신을 지켜 낸 여성의 자전 에세이"

삶 자체를 비롯한 삶의 모든 것이, 타인의 선의는 물론이고

타인의 덧없음에도 달려 있다는 사실 또한 기억해야 한다.

영원은 멀리 한 줄 기억 속에 흐릿해지도록 두고,

당신은 신기루를 향해 걸어가야만 한다.

p268

이 책이 눈에 띄게 된데에는 제목도 제목이지만 '버지니아 울프'라는 이름이 눈에 띄어서이다.

물론 버지니아 울프에 대해 많은 것을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삶을 보면 비애에 젖어있는 삶으로 점철된 한 여성의 모습이 보인다. 그녀는 삶의 끝을 '자살'로 마무리하였다. 여성으로서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과거만 아니라 현시대에도 어렵다는 것을 남성이지만 알게 된다. 나의 어머니가 그랬고, 내가 사랑한 할머니도 그러했으며, 지금 시대를 살고 있는 여성들도 그러하다.

그래서인지 소제목에는 이런 글귀가 나온다.

"무례한 세상에서 자신을 지켜낸 여성의 자전 에세이"

무례한 세상 가운데 우리는 살고 있다. 저자 또한 1970년대 초 시작된 여성운동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무례하고 고단한 세상의 한복판에서 성장하였다. 그리고 여지없이 젊은 날에 데이트 폭력, 임신 중절, 성희롱, 마약, 알코올중독 등 차마 말로 꺼내기조차 힘든 강렬한 사건을 겪었다.

이 책은 '너와 나, 우리의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첫 장을 열면서 저자의 이야기를 꺼내며 담담한 어조로 21장을 채워나가고 있다. 현대사에서 격동과 흥분이 최고조에 달했던 1968년 대학에 진학한 저자의 젊은 날 이야기는 2000년대까지 이어지며 우리에게 계속 말을 걸어온다.

그녀의 첫 장에 나온 문장이 그래서 선명하게 각인된다.

우리는 이제 수학자도 차량 정비공도 될 수 있었고,

치어리더가 아닌 축구 선수도 될 수 있었다.

현대인들에게는 아직도 약간의 선입견을 주는 말이지만 그녀가 살았던 시대에 이 말은 스티븐 잡스의 스마트폰 혁명과 같은 것임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녀는 말한다. "왜 당연한 소릴 하냐고 묻는다면, 예전에 우리가 학교를 점거했고, 여학생들은 수학 머리가 없으며 화날 때 귀엽다고 말하던 남자 교수들에게 항의한 덕분이라고 말하고 싶다. 꼭 해야만 하는 싸움도 있었고 위험한 싸움도 있었지만, 대부분 꼭 필요하면서도 위험한 싸움이었다. 나는 막막하고 외로울 때나 이제 다 옛날 일이락 느껴질 때면, 과거 우리의 행동과 말이 실제로 세상을 바꿔 놓았다는 사실을 상기해야만 했다. (...) 여성 투쟁은 어렵게 얻어낸 것이었다. 특히 마음을 가장 많이 괴롭히는 요소가 내면에 있을 때는 더더욱 그랬다. 여성들은 화를 내면화하여 우울증에 걸린다거나 얌전하고 친절하게 구느라 권력을 쟁취할 수 없다는 생각처럼, 너무도 쉽게 이론같이 받아들여진 관념들을 바꾸기하 잔인하리만치 힘들었다."

그렇다. 여성이 살아가는 세상은 남자들보다 헤쳐나가야 할 것이 더 많았다.

이 책은 퓰리처상 수상 작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게일 캘드웰이라는 여성이 주체적 여성으로 성장한 이야기를 회고 에세이로 전해주는 책이다. 그녀의 글을 두고 퓰리처상 선정위원회는 '현대인의 삶과 문학에 대한 탁월한 통찰과 관찰'이라 했고 작가 존 디디온은 '독자들에게 선물 같은 책'이라 평했을 만큼 저자는 삶에 대한 통찰을 내보이는 데 독보적인 작가이다.

저자는 오늘날 미투의 전선에 뛰어든 '최영미 시인, 서지현 검사'와 같다. 아직도 이 싸움은 현재 진행형으로 우리 시대에 존재하고 있다. 어쩌면 이 싸움은 지구의 종말이 올 때까지 계속 싸워나가야 하는 불편한 시선들이며 '인간의 자유를 향한 치열한 몸부림'으로 끊임없이 우리 시대의 여성들에게 또는 약자적 존재들에 의해 말해질 것이다.

특히 저자는 젊은 날을 반추하면서, 버지니아 울프를 비롯한 문학인에서부터 가족, 선생님, 멘토, 친구, 용맹스러운 여인 마조리, 이웃집 소녀 타일러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 특별한 여성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그들이 살아온 삶을 우리들에게 꺼내준다. 이 꺼낸 이야기는 문학적으로 아름답게 엮어지면서 20세기를 헤쳐 온 여성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21세기 당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정전(正傳 즉 전기傳記)으로 남아있게 될 것이다.

마조리에 대한 두 대목을 적어본다. 여성이라고 전제할 때 꾸밈, 단정, 단아함, 남편이라는 단어는 여성의 수식어이자 안전한 울타리 개념이다. 그러나 마조리를 통해 그 틀은 쓸모없음이 된다.

"우리는 수년 동안 몇 시간에 걸쳐 더 깊은 이야기들도 나누었다. 어떻게 죽는지와 어떻게 혼자가 되는지, 그리고 우리 두 사람 모두가 혼자 살면서 겪는 굉장한 어려움과 혜택들."

(...) 마조리의 집 앞에 도착해 따뜻한 차 안에 앉아 있을 때, 마조리는 나를 향해 몸을 돌리더니 난데없이 말했다. "남편이 생겼다고 해도 자기 삶이 크게 변하진 않았을거야. 하지만 집이 생기면 삶이 확실히 변해 ." p216

"그녀의 모습은 어이가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 모습을 본 내 마음은 모든 거추장스러움과 쓸모없는 허영을 벗어던지고 바람에 날리는 꽃씨의 자유로움으로 가득 차 올랐다. p224

저자는 여러 여성들의 삶을 가져와서 자신을 투영하며, 말하고 싶은 것을 표현하고, 또한 혐오와 차별과 폭력으로 점철된 사회를 향해 여성으로서의 가치와 존엄성을 보게 해주는 귀한 책이다.

페미니즘의 세상이 되어질까봐 걱정하는 사람들에게는 금서처럼 느껴질 것이며, 페미니즘을 갈구하는 여성들에게는 삶의 사이다가 되어 많은 여성들이 이곳에 와서 평온하게 둥지를 틀것으로 본다. 그녀의 삶이 제목처럼 반짝거리는 삶이 아니었지만, 또한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우리 시대 내 어머니처럼, 할머니처럼 숱한 멸시와 억압을 받아온 인생이지만 그들이 싸워온 가치는 정말 "반짝거리고 소중한 것들"이 되어 우리의 삶을 매우 아름다워지게 할 것으로 본다.

자기 만의 독립적인 삶, 누구의 아내나 어머니가 아닌 '나'의 인생을 살고픈 여성에게 매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그런데 우리는 이 부분에서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여성이 가진 특유의 여성성이 과연 없애버려야 할 가치인가? 여성이란 존재가 억압의 대상이 되어왔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남자의 일이 있고 여자의 일이 있다는 생각도 전근대적인 개념이기도 하지만 굳이 화장실 소변조차도 여성처럼 앉아서 누라는 강요는 비뇨기과적으로도 옳지 않는역차별적인 남성에 대한 억압이리라. 여성 또한 남자라는 틀을 강요하며, 그 안에 머물러 있기를 바라고 있지는 않은지 적고 싶어 적어본다.

마지막으로 버지니아 울프의 책 제목을 빌려오면서 쓴 "자기만의 방은 중요하다"에서 나오는 대목이 또 눈길을 끌어와 옮겨 적어 본다. "아무도 내게 저녁을 준비하고, 자신을 희생하고, 예의를 갖추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오직 나뿐이다. (...) 배고프면 먹고, 걷고 싶으면 걷는다. 때로는 몇몇 훌륭한 순간을 위해 검소하고 엄격한 흥정을 하고 어쩔 땐 잔인한 고요함을 누린다." p23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