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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한 번은 읽어야 할 주역 ㅣ 옛글의 향기 9
공자 엮음, 최상용 옮김 / 일상이상 / 2022년 9월
평점 :
주역이라는 엄청난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 말 때문이다. 공자는 이 책을 얼마나 즐겨 읽었던지 “책을 묶은 가죽 끈이 세 번이나 끊어졌을 정도였다”는 것이다. 무엇이 그렇게 중요하며 엄청난 책이기에 그는 이토록 심혈을 기울였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던 차에 마침 기회가 되어 읽게 된다.
특히 주역은 다산 유배 18년 동안 유배 생활의 첫 공부로 《주역》을 택하며 읽었다고 한다. 오랜 세월을 유배를 견디며 무사히 고향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었던 정신적 원동력이 주역에 있었고, 그 주역 공부는 결국 《경세유표》, 《목민심서》, 《여유당전서》와 함께 《주역사전》으로 남겨졌다. 다산이 말하기를 자신이 쓴 500여 권의 책은 모두 버려도 《주역 사전》만큼은 마지막까지 꼭 남겨 후세에 전해달라고 당부하였다니 이 책이 과연 무슨책일까 정말 궁금하다.
일단 주역에 대해 뭔지 자세히 알아보자. 사서삼경(四書三經)의 하나인 『주역(周易)』의 원전인 『역경(易經)』은 수천 년에 걸쳐 복희씨(伏羲氏)·문왕(文王)·주공(周公)·공자(孔子)에 의해 완성된 동북아 최고의 점서(占書)이자 철학서라고 한다. 기원전 3000년경 복희씨가 황하에 출현한 용마(龍馬)에 그려진 하도(河圖)를 보고서 8괘를 바탕으로 64(8×8=64)괘로 확장된 이후, 하나라 때는 64괘 중 중산간괘가 첫머리에 자리해 연산역(連山易)이라 하였고, 은나라 때는 중지곤괘를 앞세워 귀장역(歸藏易)이라 하였다. 그러다 기원전 1000년경에 주나라의 문왕이 64괘에 대한 설명서인 괘사(卦辭), 그의 아들인 주공이 각 괘의 효에 대한 해설인 효사(爻辭)를 붙임으로써 『역경』이 완성되었다.
그리고 춘추전국시대에 이르러서는 공자가 『역경』이 기록된 죽간(竹簡)을 위편삼절(韋編三絶)이 될 만큼 매진한 끝에 『역경』의 해설서인 십익(十翼)을 덧붙였다. 현재 우리가 읽고 있는 오늘날의 『주역』은 주나라의 문왕과 주공 그리고 주나라를 흠모한 공자에 의해 완성되었다고 하여 『주역』이라 일컬어진다. 이런 과정을 거쳐 『주역』은 기원전 136년 한무제가 동중서의 건의를 받아들이면서부터 유학자들의 필독서이자 과거시험의 주요과목이 되었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서울대, 연세대 등 주요대학의 필독서로 선정되었으며 정치가와 기업가 등 리더들의 애독서가 되었다.(들어가는 말 중에서..)
그런데 용어해설 부분을 읽자마자 당최 뭔 소리인지 모르겠다. '상괘와 하괘'에 대해 '천하동인괘天火同人卦'를 예로 들고 있는데 "건괘가 상괘이고 이괘가 하괘가 된답니다."고 하는데 이게 지금 무엇인고....ㅠ
이렇게 용어 해설 부분은 설명을 해주고 있지만 무엇을 뜻하는 지는 전혀 모르겠다. 오기가 생긴다.
그러나 그 오기로 풀어내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이렇듯 주역은 난해한 문장과 이상한 그림으로 인해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그런데 난해한 한문 원전을 쉽게 풀어내고 주역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이 나왔으니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주역(周易)』의 원전인 『역경(易經)』을 원형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상경과 하경은 물론 해설서인 십익(十翼)의 원문을 쉬운 우리말로 풀어 썼고, 일상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산가지와 동전으로 쉽고 간단하게 점치는 방법을 부록으로 소개해주고 있다.
읽어보지만 생소해서 이 또한 독자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 일화를 소개하면 아는 지인이 시도서관에서 동아리 모임을 할 때 주역을 통해 점을 보는 분이 있었는데 한 번 봐주겠다고 했는데 아뿔싸 그가 말한 점이 그 사람의 인생을 말하고 있어 놀랐다고 한다. 나 또한 이런 얘기를 듣고 놀랐다. 그래서 어쩌면 주역을 한 번은 꼭 읽고 가야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눈에 들어오는 문구가 있다. 「지택림괘 地澤臨卦」라고 '돈독하고 지혜롭게 임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풀이한 것을 보니 "임괘는 크게 형통하니 바르게 하면 이로우나 팔월에 이르러서는 흉함이 있답니다"로 되어 있다. 그리고 초구, 구이, 육삼, 육사, 육오, 상육에 대해 언급하며 거기에 맞게 풀이를 해주고 있는데 괘 구성에 맞는 해석법이라고 생각되어 진다. 그런데 왜 그렇게 각기 해석이 다른지는 안 나와 있어 모르겠다.
한 가지 해석을 살펴보면 '육삼'은 기쁜 낯으로만 임하기에 이로울 것은 없으나 이미 근심하고 있으니 허물은 없을 겁니다. 「상전」에 이르길 "기쁜 낯으로만 임한다는 것은 자리가 마땅하지 않은 것이며, 이미 근심하고 있다는 것은 허물이 오래가진 않는다"는 것을 뜻한답니다. p107-109
또 눈에 들어오는 문구를 본다.「중수감괘重水坎卦」라고 '연이은 험난함에는 진실한 마음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걸 풀이하면 "감괘를 익히는 습감(習坎)은 믿음이 있어서 오직 마음이 형통하니, 실행하면 숭상함이 있답니다."로 되어 있다. 이 또한 초육, 구이, 육삼, 육사, 구오, 상육이라는 것을 언급해 주면서 각기 해석을 달리하는데 이 또한 왜 이렇게 해석을 하는지 모르겠다. p151
단지 이러한 점괘를 통해 현재의 문제를 살피고 나아가는 길잡이를 해주지 않나 생각된다.
한편, 이번 책은 각 편의 말미에 ‘한자어원풀이’를 수록해 주고 있다. 책 속에 실린 주요 사자성어의 어원풀이를 통해 한자에 담긴 본연의 뜻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즉 글자의 원형이 담긴 갑골문(甲骨文)과 금문(金文) 그리고 설문해자(說文解字)를 참조 인용하며 상세한 풀이를 해주고 있어 처음 주역을 접하는 분들에게 이해도를 높여주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역학을 깊이 있게 공부한 사람들은 매일 혹은 중요한 목표실행에 앞서 주역점을 활용해 왔다. 한 자료를 보니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은 첫 전투인 옥포해전에 나서면서 ’망령되이 움직이지 말라. 산처럼 무겁고 침착하라(물령망동 정중여산勿令妄動 靜重如山)‘는 군령을 제1성으로 내놓고 전쟁에 임하게 했다. 주역에 조예가 깊었던 이순신은 주역 간괘(☶)의 메시지를 이용해 병사들의 기강을 다잡은 후 군대를 출정시켰던 것이다. 산을 뜻하는 간괘(☶)는 권위나 위엄, 진중함 등과 같이 주로 긍정적인 태도나 마인드를 상징하는 괘로 쓰이는데 그래서인지 대승을 거두었다.
그러나 산을 상징하는 간괘가 위, 아래에 겹쳐져 만들어지는 중산간(重山艮)괘는 주로 흉(凶)한 상황을 암시하는 것으로서 첩첩산중이라는 표현처럼 일이 잘 풀리지 않고 꽉 막혀 있는 상황을 가리키는 괘가 중산간괘이다. 우리가 잘 아는 칼 융은 집단무의식의 원형을 찾기 위해 아프리카로 출장을 떠나기 전 주역 점괘를 뽑았다. 그 때 나온 괘가 중산간괘였다. 해석하면 앞이 꽉 막혔으니 걸음을 멈추고 계획을 취소하라는 메시지였다. 그런데 융은 점괘를 무시하고 아프리카로 출발을 한다. 그러다가 현지에서 큰 곤혹을 치른다. 그리고 이토 히로부미도 중국 대륙으로 떠나기 전 다카시마를 찾아가 출행 점을 쳤다고 한다. 다카시마는 일본 내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던 역학자였으며 이토 히로부미의 정신적 멘토였다. 그런데 다카시마가 뽑은 점괘도 중산간괘였다. 불길한 점괘였으므로 다카시마는 이토 히로부미의 출장을 만류했다. 그러나 이토 히로부미는 이를 무시하고 중국으로 출발했고 하얼빈에서 안중근 의사의 총에 맞아 절명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런 것이 우연인지 아니면 실제 운명을 말해주는 것인지는 사실 아무도 모른다.
특히 요즘처럼 복잡한 세상에서는 예지력을 갖춘 선지자와 같은 혜안이 필요한데, 일반인이라면 주역점을 치는 것이 보통 힘든 게 아닐 것이다. 특히 주역점을 쳐서 똑같은 괘체(卦體)를 뽑았다 해도 어느 때에 누가 접했느냐에 따라 그 해석이 달라질 수 있고, 점치려는 사람의 환경과 신상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명확하게 이것이다 말할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믿을만한가? 모르겠다. 아직은....
중요한 것은 유가(儒家)에서 말하듯 “군자는 주역을 깊이 명상한다.”는 말이 있듯 주역이 단순히 괘와 숫자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맞추는 일이 아니라 깊은 명상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돌아본 나를 통해 우주를 보는 일이 주역의 역할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