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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모 있는 클래식 잡학사전 ㅣ 클래식 잡학사전 1
정은주 지음 / 42미디어콘텐츠 / 202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가을에 맞게 클래식 음악의 아름다움을 담은 책이 나에게 다가 왔다.
지금 가을은 여느 해와는 다르게 가을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가을로 생각된다.
하늘은 맑고, 미세 먼지가 없으며, 온도 또한 너무나도 적절하게 내 마음의 온도를 맞춰주면서 가을의 정취를 가져와 주고 있어 너무나 좋다.
클래식 음악이라한다면 '모차르트, 베토벤, 쇼팽, 하이든, 바그너' 정도는 알고 있고 들어보았다.
물론 깊은 지식적 차원이 아닌 감상적 차원에서 듣고 고전음악의 깊은 맛을 느껴 보았다.
요즘 들어 클래식은 거의 듣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침묵이 주는 음악을 느껴서인지도 모르겠고, 딸과 아내가 트로트를 좋아해서 한 번씩 그런 음악을 들어서인지 모르지만 예전처럼 클래식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듣지 못하고 있다. 물론 나는 어설픈 기타 솜씨로 흘러간 옛 가요를 부르기도 하며, CCM를 부르기도 하면서 내 삶의 음악을 놓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지금은 책과 함께 '침묵이 주는 음악'을 더 느끼며 살고 있다.
그런 가운데 클래식 음악에 관한 잡학 사전이 나와서 반가운 마음에 책을 보며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칼럼과 라디오를 통해 클래식을 소개하는 음악 칼럼니스트 정은주라는 분이 입문자를 위한 클래식 도서로 만든 책이다. 우리가 몰랐던 클래식 거장들의 삶과 에피소드를 소소하지만 쏠쏠한 얘깃거리로 가지고 와서 들려주며 독자들을 마음 설레게 해준다. 저자 스스로도 말하기를 '이 책은 첫 장부터 마지막장까지 기분 좋은 저자의 마음이 듬뿍 담겨 있는 책'이다.
간단하게 책을 언급해 보면 "잘츠부르크를 저주했던 모차르트, 평생 사랑에 빠져 지냈으나 끝내 결혼하지 않은 베토벤, 결혼을 위해 여러 번 재판에 참석해야 했던 슈만과 클라라, 오페라 작곡가로 절정의 인기를 누릴 때 부엌으로 달려간 로사니, 샴 고양이의 언어를 정확히 이해했다는 라벨에 대한 이야기, 바이올린을 사랑한 아인슈타인까지 등등"이 이 책에 수록되어 있다.(p12)
특히 이 책이 가지는 묘미 중에 가장 큰 것은 클래식 거장들의 이야기 끝에 QR코드를 통해 그들의 대표작을 들어볼 수 있는 것이다. 마음에 꽂히는 곡이 있다면 나만의 클래식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보면 좋겠다고 저자는 추천한다.
책을 읽으면서 첫 번째 QR 코드를 실행해 보았다.
이거 너무한거 아닌가? 저자의 세심한 배려로 인해 첫 곡부터 내 마음이 녹아졌고 넋이 나갔다.
헨델의 음악인데 《메시아》 중 13번 'pifa'라는 음악이다. 이 곡은 그를 유명한 음악가의 반열에 올려 놓은 곡으로서 오케스트라의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음악을 들으면서도 책에 집중할 수 있는 곡이다. 그러나 이 곡을 듣자마자 책은 잠시 덮어 두고 싶었다. 클래식 음악이 이미 내 영혼을 감동 시켰고, 내 주변의 시공간이 사라지는 현상이 일어 났으며, 영혼을 감동 시키는 음악만이 존재하는 놀라움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렇다... 헨델은 영국이 사랑하는 위대한 음악가로서 정말 위대한 인물로 느껴진다.
헨델의 정식 이름과 성은 이러하다.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Georg, Friedrich Händel)"
그의 대한 이 책의 첫 번째 내용은 "기부 천사 헨델"에 관한 내용이다. 읽으면서 감동이 찾아 왔다.
독일 동부 지역의 할레 출신으로서 17세 때 할레의 한 교회 오르간 연주자로 지명되면서 그는 음악가의 길을 걷게 된다. 연주자로 또 작곡가로 재능을 뽑내는 중에 영국에 귀화를 하게 되는데 그러면서 그는 죽을 때까지 존경받는 영국의 국민 음악가로 살아간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가 사랑했던 앤 여왕의 총애를 받았으며, 연주회를 열면 항상 만석이었다. 자연히 재산이 매일같이 불어났다.
그러나 그의 삶에도 시련은 있었다. 당시 헨델의 음악적 성공을 질투하던 이탈리아 음악학파에서 무려 세 차례나 살해 위협을 받았고, 다행히 극적으로 살아나게 되었다. 그리고 한 자료에 의하면 헨델은 '낙타와 유명한 음악가를 수술한 경험이 있음'이라고 소개한 돌팔이 의사에게 백내장 수술을 세 차례나 받게 되면서 불행히도 양쪽 시력을 잃게 되었다.
인생이란 누구에게나 힘든 시절이 있고, 원치 않는 고통을 겪는 모습을 보며 한 인간으로 산다는 것이 참으로 고귀하며, 삶은 누구에게도 공평하게 아픔을 선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칫 유명인이나 특정한 사람들은 우리와 다른 존재며, 불행 없이 살다간 인생이라 생각되는데 그건 우리의 착각이며, 외눈박이와 같은 사고(思考)일것이다.
그에 관한 에피소드가 재미 있어 더 소개하면 그는 죽기 3일 전에 시력을 잃어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확실히 해두고 싶은 것을 실행하게 된다. 즉 자신이 모은 재산을 재분배 하기로 결정하며 유언장을 고친다. 최초의 유언장은 그가 65세이던 1750년에 작성했으며 총 다섯 차례에 걸쳐 죽기 3일 전인 1759년 4월 11일에 유언장 수정을 마치게 된다. 그 유언장에는 바로 "가난한 음악가를 위한 기부"였다. 기부 금액은 무척 큰 액수였다고 한다. 상류층으로만 살아왔던 그는 어쩌면 죽음의 문턱에서 어떤 회의를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돈을 값지게 쓰고 싶어졌던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에게는 아내와 자식이 없다. 평생 독신으로 살아온 사람이다. 그는 친구들에게도 기부를 했으며, 함께 살았던 하인들 한 명 한 명에게도 몫을 남겼다고 한다.
더불어 보는 한 가지는 그는 독실한 영국 국교회 신자였다. 그는 성금요일에 죽음을 맞이하고 싶었다. 늘 하느님과 함께 하늘로 올라가는 희망을 품었으며 이게 평생 소원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 그는 영면한 해의 4월 14일 오전 8시에, 예수가 부활했던 날 아침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저자의 이 부분이 조금은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기는 한데 즉 성금요일은 말 그대로 금요일이고 부활한 날은 일요일이다. 이 부분에 대한 해석이 조금 필요하겠지만 암튼 헨델은 죽기 3일 전에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에 잠들고 싶다는 말을 남기면서 결국 그곳에 안치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그의 유언장 첫 문장에 나오는 대목이다.
"신의 이름으로 아멘, 나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은 인간 생명의 유한함을 믿습니다"
내게 마음을 준 책은 드물다. 이 책은 내 마음의 문을 열게 했고, 클래식의 마음을 전달해 주었다.
이 가을 클래식 음악을 듣고자 하는 평범한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더 풍성한 클래식 음악의 세계로 들어가는 관문이 되면 좋겠다. 책 제목이 잡학사전이라고 하지만 이 책은 잡학을 넘어 세계최고의 와인이라 불리는 '토스카나 와인' 정도로 말하고 싶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클래식 음악 한 잔'을 권한다. 복잡하고 어렵고 전문이들만 읽은 책을 벗어나 누구나 음미할 수 있는 책이 요즘 같은 시대에는 필요하리라. 그런 음악에 관한 책이니 읽고 음미해 보면 좋을 것이다.
"신이여, 술 마시지 않는 사람들로부터 저를 보호하시옵소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 그토록 화려한 이력에도 불구하고 17세에 그는 고향으로 돌아와 월급쟁이로 살아야 했습니다. 그 시절의 음악가들은 월급을 받으며 음악활동을 했던 일종의 고용된 음악가였거든요. 청소하고 요리하는 하인과 같은 처지였습니다. 이러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모차르트는 1781년 5월 12일에 아버지에게 한 통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저는 그저 열심히 일하기 싫을 뿐입니다. 제 건강과 인생이 더 소중하니까요. 저는 제가 하인인지 몰랐습니다. 하인처럼 일을 하도록 강요당하는 삶이 지겹습니다”라는 내용에서 모차르트의 절망을 느낄 수 있습니다. - 29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