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에 대하여
미키 기요시 지음, 이윤경 옮김 / B612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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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에 대하여라는 책은 고독이 주는 깊은 안식을 알기 때문에 더 고독하고 싶어서 선택한 책이다.

팬데믹으로 인해 요즘 시대를 '언택트 시대'라고 일컫는다. 사회적 단절을 강제적으로 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어떻게 외로움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질문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 외로움을 해결해 주는 책이 나왔다. 그 책에서는 오히려 외로움을 즐겨라고 강조한다. 고독은 인간에게 불행이 아닌 삶의 힘이 된다고 강조한다.(언택트 시대 일상을 버티게 해주는 고독의 힘: 책이 있는 풍경)

그래서 쇼펜하우어는 “정신이 풍부한 사람은 혼자서도 작은 세계를 만든다.”고 말한다.

스토아 철학자인 세네카 또한 “인간의 힘은 조용한 곳에서 최대치가 된다.”고 말했다.

거기에 더해 니체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떤 종류의 사람에게는 혼자 있는 것을 기분 좋게 허락하고, 그러기 위해서 그들은 불쌍한 흉내를 내서는 안 된다.”


이런 말이 있다. 그대가 옆에 있어도 그대가 그립다. 인간은 사랑하는 존재가 옆에 있어도 항상 그리움에 목말라하는 존재이다. 고독함은 이렇게 우리 현실속에 살아 숨을 쉬면서 때론 고독을 씹도록 하고 있다. 고독한 존재가 그렇게 나쁜 것이 아니건만 한국 사회는 그전에 혼밥, 혼술을 대게 불쌍한 존재로 보았다. 그러나 나는 대학시절 어디에선가 본 기억으로 서양적 사고를 하면서 혼밥의 시대를 열어가는데 전혀 부끄러움이 없었다.


그렇다. 고독이란 독거와 다르다!

독거는 고독의 조건 중 하나, 그것도 외적 조건에 불과하다. 심지어 사람은 고독을 벗어나고자 홀로 기거하기도 한다. 은둔자를 보면 그런 경우가 종종 있다. 고독은 산속이 아니라 거리에 존재한다. 한 인간이 아닌, 다수의 인간 '사이'에 있다. 고독은 '사이'에 있다는 점에서 공간과 같다. '진공에 대한 공포' -이는 물질이 아닌 인간의 것이다. p84

고독을 맛보고 싶을 때 서양인은 거리로 나온다. 반면 동양인은 자연 속으로 들어갔다.

그들에게는 자연이 사회 같은 곳이었다. 동양인에게 사회의식이 없다는 말이 있는데, 그들은 인간과 자연을 대립 개념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p85


이 책은 200만 일본 독자를 사로잡은 책이자 도쿄대 필독서이다. 저자 미키 기요시는 일본을 대표하는 철학자 중 한 명으로서 48세라는 이른 나이에 숨을 거두기까지 세상을 향해 자신의 사상을 묻고 20권에 이르는 전집을 엮을 정도로 방대한 저서를 남긴 사람이다. 얼마나 유명하며, 얼마나 일본을 대표할 만한 사람인지 알고자 작은 소책자이지만 무게감 있게 이 책을 손에 들었다.

현대 시대에 행복을 말할 때 그 정의는 경제적 풍요와 사회적 성공이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삶의 현장은 치열한 경쟁사회와 효율지상주의 풍조를 끊임없이 내 품으면서 자기 자신을 찾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시대에 저자는 인생을 진정으로 풍요롭게 만드는 법에 대해 매무 일반적이며 보편적인 물음의 화두를 가지고 우리에게 말을 건다. 프롤로그도 없이 바로 이 책은 "죽음에 대하여" 훅 들어와 우리가 결국 마주해야 될 죽음을 바라보게 한다. 중국 한족의 얘기가 나오는데 그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웃음지은 채 죽는다'고 한다. 놀라운 사실이다. 파스칼과 다르게 몽테뉴는 죽음에 대해 무관심하듯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최상의 죽음이란 예기치 않은 죽음"이다.

이렇듯 저자는 죽음에 대해 '인간은 아무것도 집착하지 않는 허무의 마음으로 죽지 못하는 것일까'하며 초연하게 바라보고자 한다. 즉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 자체가 집착의 대상을 만드는 것이기에 죽음을 보는 관점이 바뀌길 원한다.

죽음의 문제를 다룬 후 저자는 "행복에 대하여" 논한다. 앞서 죽음을 관념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삶이란 무엇인가? 삶이란 상상이라고 말한다. 즉 현실은 구상력(상상력)의 논리를 따르는데 이는 인생을 꿈처럼 느끼지 않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비유가 아닌 실제 감각으로서 구상력은 현실성으로 드러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삶이 상상력이라면 같은 맥락에서 행복도 상상적이라고 한다. 삶과 마찬가지로 행복이 상상이라는 것은 개성이 행복임을 의미한다고 하는데 이 부분에서는 도무지 연결점이 안 되어 저자의 철학이 조금은 사변적이 있음을 말하고 싶다. 그냥 이 부분은 바로 행복에 대한 끝부분의 논리로 가보자. 괴테의 말처럼 행복의 완벽한 정의는 없다. 행복해진다는 것은 인격의 완성을 뜻하는데 그것은 바로 좋은 기분, 정중한 태도, 친절, 관대함 등 행복은 늘 겉으로 드러난다고 말하다.

행복은 표현적이다.

새가 지저귀듯 저도 모르게 겉으로 드러나 타인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다.


이렇게 고독에 대하여라는 책은 고독에 관한 것만 아니라 회의함에 대해서, 습관과 허영에 대해서, 명예심과 분노, 질투, 성공, 명상, 소문, 이기주의, 건강, 질서, 감상, 가설, 위선, 오락, 여행 등등 우리 일상에 있는 삶의 요소들을 가져와 철학하며 곱씹어 주고 있다. 어떤 부분에서는 저자 자신만의 논리로 명약관화하게 시원스런 답을 주지 못하지만 대부분의 글은 우리에게 좀 더 나은 존재로의 인간을 형성케하고 있다. 짧은 칼럼의 형식이며 소책자로서 주머니에 넣고 벤치에 앉아 낙엽지는 모습을 보면서 가볍게 읽어볼만한 글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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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모 있는 클래식 잡학사전 클래식 잡학사전 1
정은주 지음 / 42미디어콘텐츠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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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에 맞게 클래식 음악의 아름다움을 담은 책이 나에게 다가 왔다.

지금 가을은 여느 해와는 다르게 가을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가을로 생각된다.

하늘은 맑고, 미세 먼지가 없으며, 온도 또한 너무나도 적절하게 내 마음의 온도를 맞춰주면서 가을의 정취를 가져와 주고 있어 너무나 좋다.


클래식 음악이라한다면 '모차르트, 베토벤, 쇼팽, 하이든, 바그너' 정도는 알고 있고 들어보았다.

물론 깊은 지식적 차원이 아닌 감상적 차원에서 듣고 고전음악의 깊은 맛을 느껴 보았다.

요즘 들어 클래식은 거의 듣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침묵이 주는 음악을 느껴서인지도 모르겠고, 딸과 아내가 트로트를 좋아해서 한 번씩 그런 음악을 들어서인지 모르지만 예전처럼 클래식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듣지 못하고 있다. 물론 나는 어설픈 기타 솜씨로 흘러간 옛 가요를 부르기도 하며, CCM를 부르기도 하면서 내 삶의 음악을 놓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지금은 책과 함께 '침묵이 주는 음악'을 더 느끼며 살고 있다.

그런 가운데 클래식 음악에 관한 잡학 사전이 나와서 반가운 마음에 책을 보며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칼럼과 라디오를 통해 클래식을 소개하는 음악 칼럼니스트 정은주라는 분이 입문자를 위한 클래식 도서로 만든 책이다. 우리가 몰랐던 클래식 거장들의 삶과 에피소드를 소소하지만 쏠쏠한 얘깃거리로 가지고 와서 들려주며 독자들을 마음 설레게 해준다. 저자 스스로도 말하기를 '이 책은 첫 장부터 마지막장까지 기분 좋은 저자의 마음이 듬뿍 담겨 있는 책'이다.

간단하게 책을 언급해 보면 "잘츠부르크를 저주했던 모차르트, 평생 사랑에 빠져 지냈으나 끝내 결혼하지 않은 베토벤, 결혼을 위해 여러 번 재판에 참석해야 했던 슈만과 클라라, 오페라 작곡가로 절정의 인기를 누릴 때 부엌으로 달려간 로사니, 샴 고양이의 언어를 정확히 이해했다는 라벨에 대한 이야기, 바이올린을 사랑한 아인슈타인까지 등등"이 이 책에 수록되어 있다.(p12)

특히 이 책이 가지는 묘미 중에 가장 큰 것은 ​클래식 거장들의 이야기 끝에 QR코드를 통해 그들의 대표작을 들어볼 수 있는 것이다. 마음에 꽂히는 곡이 있다면 나만의 클래식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보면 좋겠다고 저자는 추천한다.

책을 읽으면서 첫 번째 QR 코드를 실행해 보았다.

이거 너무한거 아닌가? 저자의 세심한 배려로 인해 첫 곡부터 내 마음이 녹아졌고 넋이 나갔다.

헨델의 음악인데 《메시아》 중 13번 'pifa'라는 음악이다. 이 곡은 그를 유명한 음악가의 반열에 올려 놓은 곡으로서 오케스트라의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음악을 들으면서도 책에 집중할 수 있는 곡이다. 그러나 이 곡을 듣자마자 책은 잠시 덮어 두고 싶었다. 클래식 음악이 이미 내 영혼을 감동 시켰고, 내 주변의 시공간이 사라지는 현상이 일어 났으며, 영혼을 감동 시키는 음악만이 존재하는 놀라움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렇다... 헨델은 영국이 사랑하는 위대한 음악가로서 정말 위대한 인물로 느껴진다.

헨델의 정식 이름과 성은 이러하다.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Georg, Friedrich Händel)"

그의 대한 이 책의 첫 번째 내용은 "기부 천사 헨델"에 관한 내용이다. 읽으면서 감동이 찾아 왔다.

독일 동부 지역의 할레 출신으로서 17세 때 할레의 한 교회 오르간 연주자로 지명되면서 그는 음악가의 길을 걷게 된다. 연주자로 또 작곡가로 재능을 뽑내는 중에 영국에 귀화를 하게 되는데 그러면서 그는 죽을 때까지 존경받는 영국의 국민 음악가로 살아간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가 사랑했던 앤 여왕의 총애를 받았으며, 연주회를 열면 항상 만석이었다. 자연히 재산이 매일같이 불어났다.


그러나 그의 삶에도 시련은 있었다. 당시 헨델의 음악적 성공을 질투하던 이탈리아 음악학파에서 무려 세 차례나 살해 위협을 받았고, 다행히 극적으로 살아나게 되었다. 그리고 한 자료에 의하면 헨델은 '낙타와 유명한 음악가를 수술한 경험이 있음'이라고 소개한 돌팔이 의사에게 백내장 수술을 세 차례나 받게 되면서 불행히도 양쪽 시력을 잃게 되었다.

인생이란 누구에게나 힘든 시절이 있고, 원치 않는 고통을 겪는 모습을 보며 한 인간으로 산다는 것이 참으로 고귀하며, 삶은 누구에게도 공평하게 아픔을 선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칫 유명인이나 특정한 사람들은 우리와 다른 존재며, 불행 없이 살다간 인생이라 생각되는데 그건 우리의 착각이며, 외눈박이와 같은 사고(思考)일것이다.


그에 관한 에피소드가 재미 있어 더 소개하면 그는 죽기 3일 전에 시력을 잃어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확실히 해두고 싶은 것을 실행하게 된다. 즉 자신이 모은 재산을 재분배 하기로 결정하며 유언장을 고친다. 최초의 유언장은 그가 65세이던 1750년에 작성했으며 총 다섯 차례에 걸쳐 죽기 3일 전인 1759년 4월 11일에 유언장 수정을 마치게 된다. 그 유언장에는 바로 "가난한 음악가를 위한 기부"였다. 기부 금액은 무척 큰 액수였다고 한다. 상류층으로만 살아왔던 그는 어쩌면 죽음의 문턱에서 어떤 회의를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돈을 값지게 쓰고 싶어졌던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에게는 아내와 자식이 없다. 평생 독신으로 살아온 사람이다. 그는 친구들에게도 기부를 했으며, 함께 살았던 하인들 한 명 한 명에게도 몫을 남겼다고 한다.

더불어 보는 한 가지는 그는 독실한 영국 국교회 신자였다. 그는 성금요일에 죽음을 맞이하고 싶었다. 늘 하느님과 함께 하늘로 올라가는 희망을 품었으며 이게 평생 소원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 그는 영면한 해의 4월 14일 오전 8시에, 예수가 부활했던 날 아침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저자의 이 부분이 조금은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기는 한데 즉 성금요일은 말 그대로 금요일이고 부활한 날은 일요일이다. 이 부분에 대한 해석이 조금 필요하겠지만 암튼 헨델은 죽기 3일 전에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에 잠들고 싶다는 말을 남기면서 결국 그곳에 안치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그의 유언장 첫 문장에 나오는 대목이다.

"신의 이름으로 아멘, 나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은 인간 생명의 유한함을 믿습니다"


내게 마음을 준 책은 드물다. 이 책은 내 마음의 문을 열게 했고, 클래식의 마음을 전달해 주었다.

이 가을 클래식 음악을 듣고자 하는 평범한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더 풍성한 클래식 음악의 세계로 들어가는 관문이 되면 좋겠다. 책 제목이 잡학사전이라고 하지만 이 책은 잡학을 넘어 세계최고의 와인이라 불리는 '토스카나 와인' 정도로 말하고 싶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클래식 음악 한 잔'을 권한다. 복잡하고 어렵고 전문이들만 읽은 책을 벗어나 누구나 음미할 수 있는 책이 요즘 같은 시대에는 필요하리라. 그런 음악에 관한 책이니 읽고 음미해 보면 좋을 것이다.


"신이여, 술 마시지 않는 사람들로부터 저를 보호하시옵소서"

이탈리아 금언

이 책의 한 문장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 ​그토록 화려한 이력에도 불구하고 17세에 그는 고향으로 돌아와 월급쟁이로 살아야 했습니다. 그 시절의 음악가들은 월급을 받으며 음악활동을 했던 일종의 고용된 음악가였거든요. 청소하고 요리하는 하인과 같은 처지였습니다. 이러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모차르트는 1781년 5월 12일에 아버지에게 한 통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저는 그저 열심히 일하기 싫을 뿐입니다. 제 건강과 인생이 더 소중하니까요. 저는 제가 하인인지 몰랐습니다. 하인처럼 일을 하도록 강요당하는 삶이 지겹습니다”라는 내용에서 모차르트의 절망을 느낄 수 있습니다. - 2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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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에도 휴가가 필요해서
아리(임현경) 지음 / 북튼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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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 여성이면서 '한 사람'인 자아 찾기를 실현하며 원하는 것을 이룬 사람의 얘기다.

어쩌면 나의 얘기인지도 모른다. 그건 말이다. 내가 이루지 못한 자아 찾기를 저자는 저자가 대신 자아 실현을 이루고 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소개하는 출판사 리뷰를 보면서 이 책은 내 손에 들어와 있어야 하는 책이라 생각되었다. 거기에 나오는 어떤 내용이 내 마음을 흔들었는지 이제 소개한다면 이러하다.

그녀는 "결혼 휴가를 선언하고 인도네시아 발리의 우붓으로 떠났다. '무릇 여자라면, 엄마라면, 아내라면 이러이러해야 한다'라는 당위와 제약, 간섭이 없는 그곳에서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의 마음을 따르는 매일을 살며 다시 자신의 일상과 가족을 끌어안을 힘을 회복한다.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우붓 사람들의 틈에서 순간을 사는 법, 현재에 집중하는 법, 가끔은 삶이 던지는 문제에 바짝 엎드려 항복하고 수용하는 법을 배우며 부부생활의 또 다른 주체인 남편과 공존하는 지혜도 터득해나간다."

아이 부럽다. 그리고 대단한 여성이라 생각된다. 결혼 후에 한 여성의 삶은 많은 것으로 덧칠해 진다. 그건 바로 엄마, 아내, 며느리이다. 물론 남자 또한 가장, 남편, 아버지, 사위로서 존재하며 직장의 삶을 끼고 살아간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과감히 던지고 결혼 후에 그녀는 휴식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4년여의 시간동안 '결혼 휴가'라는 어쩌면 조금 생소한 이름을 걸고 과감히 일상을 탈출하고 있다. 바로 그러한 여성의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다.

그녀는 어쩌면 일반적인 여성과는 다른 여성인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이 말하는 그런 말들을 쉽게 털어낼 수 있는 용기를 가졌기 때문이다. 즉 '엄마가 어떻게 그래?' '결혼한 여자가 그래도 되는 거야?'라는 구시대적인 발상, 가부장적인 시선, 부당한 모성신화로부터 심리적으로 주저없이 결단하는 것을 보며 이제는 그 남편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이런 여성인지 알고 결혼을 했나? 알았지만 설마 이렇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남편은 한 여성의 자아 찾기를 보면서 아마도 체념하였을 것이다.

책을 보다 보면 남편의 심정과 얼굴이 보이기도 한다.






미안하지만, 나라도

"나라도 가야겠어. 자기가 안 간다면 나라도 당분간 떠났다가 돌아올게. 학비도 이미 보냈잖아. 2년 정도 아이 학교 보내고 올게." 둘 다 한동안 말이 없었다. 미안한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이기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나도 간절했다. 모험이 필요했다. 지금 이곳이 아닌 새로운 곳에서.

이국의 땅, 낯선 사람들, 새로운 사고방식 --- 무엇이든 '새'것이 필요했다. 20대 시절, 워킹 홀리데이를 가서 경험했던 나다운 삶을 다시 살고 싶었다. 이미 알아버린 다른 삶에 대한 가능성을, 그렇게 살고 싶다는 미련을 버릴 수 없었다. 그렇게 추운 계절이 지나갔고, 꽃피는 봄이 돌아왔다. 이별의 시간도 다가왔다. 그가 눈물을 보이기 전에 등을 돌렸다. 공항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닫혔다. 아이가 울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울지 않았다. 이별의 안타까움보다 나라도 먼저 갈 수 밖에 없다는 비장함이 더 컸다. 그가 마주할 상황이 안타까웠지만 우리가 없는 시간을 그가 알차게 보내길 기원했다.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고 사람들 틈에서 에너지를 얻고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가 홀로 자신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시간이 그에게 뭉근한 성찰의 기회가 되길 바랐다." p122-123


그녀의 삶과 남편의 삶은 어쩌면 나와 닮았다. 즉 저자의 남편은 '북적북적 사람들과 어울리며 충전하는 사람'이었다. 반면에 저자는 '혼자 있을 때 차오르는 사람'이었다. 바로 내 아내가 저자의 남편 성격이며 나는 저자의 성격이다. 둘(함께)이 있는 것을 좋아하지만 나 혼자 자아 찾기를 즐기는 존재가 바로 나다. 나 또한 하루에도 열두 번 캐리어 짐을 쌌다가 푼다. 내가 좋아하는 TV 프로는 '세계테마기행', '트레킹 노트 세상을 걷다', '넷지오 와일드'와 같은 세계와 자연을 향한 다큐 프로그램이다. 수없이 이런 프로를 보며 대리만족을 하면서 나 어느 날 은퇴후에는 꼭! 가리라고 다짐하는데 그런데 '아리'라는 저자는 추진력과 결단력이 1000%정도 되는 범접할 수 없는 여성이라 생각된다.

만나고 싶은 여성 중에 한 사람이 되었고, 언젠가 우붓에 가게 된다면 이 여성과 우연히 만나는 가운데 많은 얘기를 하며 자아 찾기의 여정을 계속해 나갈 것임을 다짐해 본다.

그렇다. 그녀는 자신의 내면 찾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내면 찾기에는 장소 또한 중요하다. 책을 펼치면 우붓의 향취가 물씬 풍기는 사진이 나온다. 책에 나오는 사진은 우붓이 어떤 곳인지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또 다른 볼거리다. 특히 저자가 우붓에 매료된 이유 중에 '나는 푸르른 논이 드넓게 펼쳐진 조용하고 소박한 그 시골 마을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하고 있는데 푸르른 이국적인 정취가 너무나 멋지게 글 요소요소마다 적절히 넣어져 있다.


무엇보다 그녀의 글 안에는 독자인 내 내면의 무엇을 건드려 준다. 글솜씨가 헤르만 헤세처럼 뛰어나다고 하면 헤세가 인상을 찡그릴지 모르겠지만 헤세의 여행지에 대한 얘기가 담긴 '헤세가 사랑한 순간들(을유뮨화사)'이라는 여행담 에세이와 견주어도 될 정도의 책이라고 칭찬하고 싶다.

번역자이며 작가로서 지켜보고 싶고, 더불어 더 나은 책과 새로운 세상에 대한 탐험을 멈추지 않고 글을 쓰면서 우리들에게 내면이 추구하는 길을 보여주면 좋겠다 생각된다.

이쯤에서 작가의 얼굴이 궁금해서 찾다가 이 책 끝부분에 드디어 해먹에 누워서 아주 편안한 미소로 두 손 모아 나마스테하는 그녀가 보인다. 이미 작가의 모습에는 한국 땅은 그저 자신을 태어나게 해 준 고향일 뿐이며, 우붓과 같은 세상이 자신이 있어야 할 곳처럼 너무나 '나답게 살아가고' 있는 자신을 보여 준다. 이 책은 이렇게 작가가 궁금해질 정도로 내 삶을 요동치게 만드는 글솜씨, 자아 찾기를 풀어가는 과정, 우붓의 아름다움, 해내고 싶은 삶을 살고야 마는 그녀의 결단 때문인지도 모른다. 많은 경험을 통해 숙고를 통해 저자의 책이 또 다시 내 손에 들어오기를 기대해 본다.


책 속에서

그래, 답은 없다. 내 인생에도, 그의 인생에도, 함께 하는 인생에도, 그것이 유일한 해답이다. 각자 자기만의 답을 찾아야 할 뿐. 지금부터 그 답을 찾는 것이 우리의 몫일 테지. p223

우붓에서 더 살고 싶은 마음은 쉽사리 없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우붓에서의 삶이 내게 일러준 바들을 떠올렸다.

순간을 살아라.

현재에 충실해라.

가끔은 삶에 바짝 엎드로 항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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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의 향기 - 싱그러움에 대한 우아한 욕망의 역사
알랭 코르뱅 지음, 이선민 옮김 / 돌배나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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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의 향기라는 책은 손에 잡히자 마자 내 영혼이 본성에 끌리듯 나를 기억 속의 저편, 내 어릴적 고향의 풀 냄새로 향하게 하였다. 태어난 고향은 하회마을 위 병산서원과 가까운 낙동강을 바로 끼고 도는 시골이다. 부친(모친)의 타지 생활로 인해 서울과 대구, 기타 지역에 잠시 있었지만 나의 부모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내가 태어난 고향으로 오셨다. 그리하여 내 어릴적 추억은 은빛 물결을 비추는 낙동강 물결과 함께 풀내음새 가득한 정취로 내 온몸을 감싸주는 혜택을 누리게 되었다.

나는 다시 태어나도 이곳에 태어난다면 신을 향해 원망은 커녕 또 다시 감사하며 이곳에서 살아갈 것이다. 그만큼 나는 '풀의 향기'를 잘 알고, 좋아하고, 풀을 통해 장난도 치면서 동네 친구들과 풀을 헤치며 달려가는 천방지축의 소년이었다. 또한 소꼴을 베며, 소를 끌고 낙동강 둑방에 올라 소를 묶은 뒤, 해가 질 때까지 오염되지 않은 강에서 뛰어 놀다가, 해질녘 붉은 노을을 보며 소와 함께 돌아오는 삶을 살아간 매우 행복한 소년이었다.

그래서 풀없이는, 강물이나 바다를 보지 않으면 나는 살 수 없다. 도시로 오면서 나는 공원을 자주 찾았고, 자연 속으로 들어가 계곡에서 쉼을 누리며, 풀이 주는 아늑함과 향기를 누리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주어진 업무 때문에 이것이 허락되지 않을 때는 내 영혼 어딘가는 고장이 나서 마치 마약 중독자처럼 금단 현상(마음 지진)이 일어나 미칠거 같아 나는 내 아내를 데리고 또 풀의 정취를 찾는 하이에나가 되고는 한다.

그런 중에 '풀의 향기'가 나에게 다가 왔다. 책 표지가 주는 아늑함과 책 안에서 펼쳐지는 싱그러운 글풀들이 읽으면 읽을 수록 글맛에 빠져 들었고, 귀스타브 플로베르가 루이즈 콜레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언급되었듯 "한 장의 풀잎에 대한 이야기에 무한한 사랑을 담아 낼 수 있겠지요."처럼 수만장의 풀잎이 지금 내 앞에 펼쳐지면서 나는 글풀에서 나는 냄새에 너무 황홀해 있다.


책을 펼치면 그림 8점이 나온다. 모든 그림이 '풀'과 연관되어 있다. 조금 더 선명했으면 좋겠지만 이 정도라도 만족한다. 책을 디자인하고 편찬한 이들에게 감사의 말을 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1번 그림인 《이니 목장의 다리, 아침 풍경》이 가장 좋다.

본격적으로 책에 대해 얘기해보자

《풀의 향기》는 프롤로그에도 언급되었듯 정말로 풀에 관한 이야기이다. 인간이 풀을 접하면서 그 풀을 통해 시가 태어나고, 문학 작품이 만들어지며, 화가의 손길을 통해 명화(名畫)가 탄생하였다.

풀이 주는 매력 때문에 너무나 많은 문인들과 화가들이 넋을 잃고 감성을 마구마구 풀어 헤치는데 책을 읽어보면 어떤 문학적인 책보다 뛰어난 책이며 무한한 인간의 감성을 '풀'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이렇게도 풀어 낼 수 있다니 너무나도 놀랍다.

풀은 본질적으로 태초의 정취를 간직한 듯 우리 기억 속 유년기의 원형적 장면을 이룬다는 저자의 말이 실감처럼 느껴진다. 그 이유는 '이브 본느프와'의 말처럼 풀을 만나는 순간 특별한 느낌과 마주 대하는 감동을 느끼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여기가 바로 내가 있을 자리이니. 결코 이론의 여지조차 없는 이곳." 랄프 에머슨 또한 풀을 마주하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여기가 나의 고향이구나"라고 생각하였다. 풀은 이렇게 인간의 감각과 욕망, 시간, 공간 인식, 감수성, 호감, 편안함, 욕망과 같은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하며 우리 인간 곁에 머물며 미묘한 행복함과 기쁨과 평온함을 주고 있다.


여기에 관해 이 책은 너무나 잘 정리되어 있어 단지 그 글풀들을 가지고 와서 소개하면 될 것으로 생각된다. 풀이 주는 매력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 문학적 감성을 가진채 읽어보자!


풀은 인간을 바라본다. 풀은 인간에게 말을 건다. 풀이 건네는 말이 곧 자연의 말이다.

"불변의 상형문자"를 만들어내듯, 풀을 바라보고 글을 쓰면 풀처럼 담백한 말들을 찾아 쓰게 된다.

풀은 시의 근원이 된다. 그 이유는 풀의 존재는 비관념적 언어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풀은 대지의 수많은 비밀을 담고 있으며 땅 그 자체를 담아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풀은 안과 밖 사이의 연속성에 관한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월트 휘트먼의 눈에는 풀이 지상 최고의 예술작품처럼 보였다.

미셀 콜로는 풀을 "감정적 물질"로 정의했으며, 풀에 관해 글을 쓴 수많은 문호들은 그것이 가진 무수한 특징들을 끊임없이 찬양해왔다. 그중에서도 그들이 입을 모아 찬양한 것은 바로 풀의 온화함과 명료함, 깨긋함, 순수함이다. 빅토르 위고는《내면의 목소리》에서 그 누구도 밟지 않은 풀을 상상한다. (...) 풀이 지닌 수많은 특징들 가운데 하나를 더 말한다면 '기인한 간결함'이다. 풀은 세상과 생각을 단순하게 만든다.

풀은 눈부시고도 "명백한 빛"을 지닌 강한 존재이자, 온화한 퇘와 근원을 상징한다. 그런데 이보다 더 놀라운 것은 바로 풀이 지닌 타고난 순수함이다. 인간은 "구름의 푸른 자매"인 풀의 "한없는 품속"으로 저도 모르게 파고들게 된다. 또한 필립 자코테가 말했듯 풀은 "진중하면서도 유쾌하고, 잘 웃으면서도 과묵하며 다정하면서도 억세다." (...) 풀이 주는 다양한 교훈적 가치에는 풀의 끈기, 에너지, 솟아나는 능력이 있는데 '장 피에르 리샤르'는 풀이 차분한 힘을 지녔다고 말했다. "풀은 포기할 줄 모른다.", "풀은 자신의 존재를 붙들고 인내한다." (...) 이렇게 풀은 순수함과 고요함, 일렁임을 통해 때로는 우리를 환상으로, 무위의 상태로, 혹은 영혼의 평안함으로 이끌기도 한다. p10-12

중세 문학을 보면 봄을 찬양하는 대목, 즉 초록색에 매료된 자들이 품어내는 작품들이 많다.

그 중에 대문호인 괴테는 봄을 이렇게 노래했다.

“하늘은 고요하고 바람도 잔잔할 제,

어린 풀은 물결 이는 냇가에 자기를 비추네.

봄은 즐거이 일하며 살아가누나.”

《풀의 향기》는 이렇게 ‘풀’이라는 미시적인 소재를 분석하면서 과거부터 오늘날에 이르는 풀과 관련된 풍부한 감정들을 폭넓게 다루어 준다. 그 중에 대문호들과 유명 화가들의 이름이 나오는데 참고해서 먼저 기대하며 읽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그 이름들은 익히 귀에 익숙한 자들이니 빅토르 위고, 에밀 졸라, 보들레르, 릴케, 헤르만 헤세, 셰익스피어와 같은 대문호인들과 조르주 쇠라, 조르조네, 앙투안 셍트뢰유 등등의 유명 화가들이 있다.

이 책을 보며 저자가 누구일까하며 다시 보게 되었다. 그는 근대사와 미시사를 전문 분야로 삼고 있는 프랑스의 역사학자이다. 저자인 알랭 코르뱅은 역사가다운 통찰력과 방대한 지식으로 많은 작가들의 문학 작품과 그림을 깊이 있게 분석해 주면서 마치 에세이를 읽는 듯 한 편안함을 주는 인문역사서를 완성시켜 우리에게 선사해 주고 있다. 이런 말이 있다. 만일 섬에 홀로 떨어진다면 가져 갈 책 중에서 몇 권을 고른다면 어떤 책입니까할 때 몇 권 중에 들어갈 만한 책이 오늘 내가 보고 있는 《풀의 향기》라고 망설이지 않고 말하리라!

마지막으로 에필로그에서 언급한 대목도 새겨들을 필요가 있어 가져와 본다.

이제는 풀이 더욱더 환영을 받고 치워버려야 할 대상이 아님을 알아야 된다고 말한다. 즉 이제는 보도에 자란 잡초를 뽑아보리지 않고 그대로 두고, 창가와 건물 지붕에 화분을 올려두는 일뿐만 아니라 19세기부터 파라의 나무들 주변에 쳐져 있던 철책들을 치우고 그 자리에 풀을 위한 자그마한 공간들을 마련하는 일을 두 팔 벌려 환영할 때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풀은 우리 삶의 공간에서 낫을 들고, 살충제를 들고 훼손해도 되는 당연함이 아닌 우리의 정서와 감성을 위해 함께 동행하는 소중한 개체로 봐야한다. 해로운 풀이 존재할까? 어쩌면 인간이 해로운 풀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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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진 - 지구는 어떻게 우리를 만들었는가
루이스 다트넬 지음, 이충호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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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읽을 요소가 많은 책 중에 하나다. 일단 책을 광고하는 문구가 눈에 확 들어오며 인류의 기원을 넘어 문명의 진화와 지구 변천사의 황홀한 조화를 이루는 광범위한 영역을 다루는 책으로 소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저자는 광범위한 일반론에서부터 놀랍도록 구체적인 세부 사실까지 아주 흥미진지하게 인류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나가고 있다.

일단 화려한 소개를 더 해보고자 한다.

이 책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와 어깨를 나란히 해도 될 책'으로 소개되고 있으며, 아마존 닷컴 베스셀러, 워터스톤스 선정 2019년 최고의 책, 타임스, 가이언, 네이처 추천에 오를정도로 굉장한 책이며 통찰력이 가득한 책인 동시에 매력적이고 환상적인 책이다.

소위 인류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대부분 소수의 지도자와 집단의 대이동 그리고 결정적인 전쟁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바로 이 행성, 지구 자체에 대한 것이다. 과연 인류의 역사는 오롯이 인류 스스로의 힘으로 이루어낸 것일까? 지구는 인류의 운명을 결정하는 데 어떠한 역할도 하지 않았을까? 이 책의 질문은 바로 여기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음을 언급하며 독자들을 처음부터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안 그래도 어저께 EBS에서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라는 다큐가 방송이 되었다. 지구 기온이 1도씩 오를 때마다 세상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무서울 정도이다. 지금도 세계는 대재앙과 같은 재앙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 21세의 번번한 이상 기후 현상은 우연이 아닌 예고된 예상인 것이다. 이를테면 일본의 쓰나미나 인도의 대홍수, 필리핀의 슈퍼 태풍, 호주의 대형 산불, 미국의 토네이도와 함께 대형 산불, 지난해 7월에서 9월까지 발생한 시베리아의 산불, 이 불은 우리나라 면적의 30%를 태웠다고 한다. 그리고 가까이 중국의 대홍수 또한 여기에서 예외가 아니다. 무엇보다 남태평양의 눈부신 섬나라인 '투발라'라는 섬 나라가 해수면 상승으로 가라앉을 위기가 되었다.


책에도 언급되듯이 "지구의 시간에서 마지막 찰나에 등장한 우리 인간은 기술을 갖게 된 지구 유일한 존재로서 우리가 지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믿지만 이건 오해라는 것이다. 현재 지구가 우리를 만들어 왔고, 우리가 지구를 바꾸고 있다고 믿는 지금도 그러한데 즉 우리가 녹인 빙상의 물과 영구동토층에서 배출된 메탄을 통해 다시 지구는 기후를 빠르게 올리고 있다. 다시 말해 여러 기후 요인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기후변화를 가속화하는 '임계연쇄반응'이 시작될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따라서 반응의 시작은 우리가 했을지 몰라도 이후 주도권은 지구에게 있다"고 하니 지구의 운명에 대한 주도권의 문제에 대해 다루는 이 책이 매우 흥미롭지 않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그건 바로 우리 인류의 운명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여기에 관해 자료를 찾다보니 세종 출판사에서 나온 "6도의 멸종"이라는 책이 우리 지구의 문제를 매우 심도 있게 다루고 있어 함께 참고해 보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책은 영국 우주국의 과학자 루이스 다트넬 교수에 의해 만들어진 책이다. 그는 우리를 수십억 년에 걸친 지구의 과거로 데려감으로써 인류의 궁극적인 기원에 대해 매우 상세히 들려준다. 즉 판의 활동과 기후 변화에 대해, 빙하기로 인한 호모 사피엔스의 이동 경로와 인류의 대탈출에 대한 추적에 대해, 인류 진화를 도운 생물지리학적인 환경에 대해, 금속을 통해서 인류 사회가 어떻게 달라졌는가에 대해, 대기 순환과 해류를 통한 인류의 대탐험에 이르기까지, 나아가 석탄과 석유가 바꿔놓은 현재 인류의 문화까지 인류의 역사는 지구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달라져 왔음을 강조한다.

그렇다. 이 책은 "지구가 우리를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책이다. 물론 여기에는 인간이 관여한 부분이 있지만 그럼에도 지구 역사 속에 있는 인간은 지구가 만들어 놓은 공간 안에서 헤엄치고, 적응하고, 변화를 받아들이며 지구에게 맞추어 나가는 실정이다. 그렇지 않다면 아마도 지구는 매우 화가 나서 대재앙의 과속화를 더 부추겨 인간을 멸종시킴으로 이곳에 주인이 자신임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인간이 사라진뒤, 장엄한 지구의 활동을 보고 들을 존재가 없다할 때 지구는 어쩌면 최고의 친구를 잃었다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러나 만물이 사라지고 태어나더라도 태양은 어김없이 뜨고 지듯이 지구 또한 존재하여 우주의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지구와 인류가 만들어온 서로의 역사

'지구는 왜 이렇게 생겼는가?' 이 질문은 철학적 의미의 질문이 아니라 깊은 과학적 의미에서 던진 것이다. 표현을 바꿔서 이렇게 물을 수가 있는데 지구의 주요 특징들, 즉 대륙과 바다와 산맥과 사막 같은 물리적 풍경을 낳은 원인은 무엇인가? 지구의 지형과 활동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서 우주의 환경은 우리 종의 출현과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쳐온건가? 또 사회와 문명의 역사에는 어떤 영향을 주었으며 무엇보다 지구는 인류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어떠한 역할을 했을까?

에필로그에서 언급하듯이 우리 인간은 지구 전체 육지 면적의 3분의 1 이상을 경작하고 있다. 채굴과 채석 작업은 전 세계의 모든 강들이 실어 나르는 것보다 더 많은 물질을 이동시킨다. 또한 산업 활동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화산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보다 훨씬 많아 전 세계의 기후를 따뜻하게 만들고 있다. 인간은 세계를 아주 크게 변화시켰지만, 자연을 압도하는 힘은 최근에 와서야 손에 쥐게 되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지구는 인간이 이야기가 펼쳐질 무대를 마련했고, 그 자연 지형과 자원은 계속해서 인류 뮨명을 나아갈 방향을 이끌고 있다. 그러므로 서로의 역사 가운데 인간은 자연을 향하여 겸허해야 한다. 아무리 자연을 압도하는 힘이 있더라도 그 힘은 자연에 순응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구가 우리를 새롭게 만들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여전히 의문을 가지면서도 전혀 과학적이지 않는 유인원에 대한 이야기를 끝으로 해보고자 한다. 이 책의 시작은 우리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시작하며 우리 인간을 유인원 즉 진화의 나무에서 호미닌hominin이라 부르는 종족에서 나왔다고 한다. 즉 인간의 가지는 영장류라는 더 큰 동물 집단의 일부라는 것이다. 유전학 연구는 우리가 길고도 지루한 과정을 거쳐 침팬지와 갈라졌다고 한다. 그러면서 한 갈래는 오늘날의 침팬지와 보노보의 공통 조상으로, 다른 한 갈래는 호미닌으로 갈라졌 나갔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종인 호모 사피엔스는 호미닌 가지에 달린 하나의 잔가지라고 말한다. 그리고 호미닌의 진화에서 중요한 변화를 낳은 사건들은 모두 동아프리카에서 일어났다고 한다. 두발 보행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 이러하다. 우리의 영장류 조상이 나무 위에서 열매와 잎을 먹고 살아가고 있을 때, 우리가 탄생한 동아프리카 지역에서 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즉 무성한 숲으로 덮여 있던 서식지를 메마른 사바나로 변화시켰다. 이 사건은 나무에 매달려 살아가던 영장류에서 풍요로운 초원을 돌아다니며 사냥하는 두발 보행 호미닌으로 진화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음...뭐랄까? 본 책의 2장 부터는 과학적 유추를 통해 지구와 인류가 만들어 가는 과정을 합리적이며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보았다면 1장은 도통 검증도 되지 않은 것을 끌어다가 인간을 침팬지화 시키고 있다. 창조적 관점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견해이지만 일단 책이 펼쳐지는 인류 역사의 흐름은 인간이 지구라는 환경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지에 대해 철학적 질문과 삶의 양식을 하루 빨리 바꾸어 나가기를 원하고 있다. 흥미롭게 펼쳐지는 지구 역사의 흐름을 보는 시간이 되어서 나름 좋은 시간이었다.

이 책의 한 문장

문명의 전체 역사는 현재의 간빙기에서 잠깐 동안 반짝이는 불꽃에 지나지 않는다. 즉 우리는 잠깐 동안 기후가 안정된 시기에 살고 있다. 지난 수백만 년 동안 우리는 지구의 암석층을 파내 땅 위에 쌓으면서 건물과 기념물을 지었다. 우리는 특정 지질학적 과정을 통해 금속이 농축된 광석을 캐냈다. 그리고 지난 수백년 동안 지구의 과거에서 변덕스러웠던 시기에 생성된 석탄을 채굴했고, 산소가 부족한 해저로 가라앉은 플랑크톤 유해에서 만들어진 석유를 퍼올렸다. (...) 이러한 인간의 활동으로 전 세계의 기후를 따뜻하게 만들고 있다.

어떻게 힐 것인가? 그건 인류의 숙제이면서 지구가 펼쳐 나갈 '주권'인 것이다.(끝 부분은 독자가 자의적으로 글을 수정하고 넣었음) p390-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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