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에 대하여
미키 기요시 지음, 이윤경 옮김 / B612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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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에 대하여라는 책은 고독이 주는 깊은 안식을 알기 때문에 더 고독하고 싶어서 선택한 책이다.

팬데믹으로 인해 요즘 시대를 '언택트 시대'라고 일컫는다. 사회적 단절을 강제적으로 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어떻게 외로움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질문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 외로움을 해결해 주는 책이 나왔다. 그 책에서는 오히려 외로움을 즐겨라고 강조한다. 고독은 인간에게 불행이 아닌 삶의 힘이 된다고 강조한다.(언택트 시대 일상을 버티게 해주는 고독의 힘: 책이 있는 풍경)

그래서 쇼펜하우어는 “정신이 풍부한 사람은 혼자서도 작은 세계를 만든다.”고 말한다.

스토아 철학자인 세네카 또한 “인간의 힘은 조용한 곳에서 최대치가 된다.”고 말했다.

거기에 더해 니체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떤 종류의 사람에게는 혼자 있는 것을 기분 좋게 허락하고, 그러기 위해서 그들은 불쌍한 흉내를 내서는 안 된다.”


이런 말이 있다. 그대가 옆에 있어도 그대가 그립다. 인간은 사랑하는 존재가 옆에 있어도 항상 그리움에 목말라하는 존재이다. 고독함은 이렇게 우리 현실속에 살아 숨을 쉬면서 때론 고독을 씹도록 하고 있다. 고독한 존재가 그렇게 나쁜 것이 아니건만 한국 사회는 그전에 혼밥, 혼술을 대게 불쌍한 존재로 보았다. 그러나 나는 대학시절 어디에선가 본 기억으로 서양적 사고를 하면서 혼밥의 시대를 열어가는데 전혀 부끄러움이 없었다.


그렇다. 고독이란 독거와 다르다!

독거는 고독의 조건 중 하나, 그것도 외적 조건에 불과하다. 심지어 사람은 고독을 벗어나고자 홀로 기거하기도 한다. 은둔자를 보면 그런 경우가 종종 있다. 고독은 산속이 아니라 거리에 존재한다. 한 인간이 아닌, 다수의 인간 '사이'에 있다. 고독은 '사이'에 있다는 점에서 공간과 같다. '진공에 대한 공포' -이는 물질이 아닌 인간의 것이다. p84

고독을 맛보고 싶을 때 서양인은 거리로 나온다. 반면 동양인은 자연 속으로 들어갔다.

그들에게는 자연이 사회 같은 곳이었다. 동양인에게 사회의식이 없다는 말이 있는데, 그들은 인간과 자연을 대립 개념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p85


이 책은 200만 일본 독자를 사로잡은 책이자 도쿄대 필독서이다. 저자 미키 기요시는 일본을 대표하는 철학자 중 한 명으로서 48세라는 이른 나이에 숨을 거두기까지 세상을 향해 자신의 사상을 묻고 20권에 이르는 전집을 엮을 정도로 방대한 저서를 남긴 사람이다. 얼마나 유명하며, 얼마나 일본을 대표할 만한 사람인지 알고자 작은 소책자이지만 무게감 있게 이 책을 손에 들었다.

현대 시대에 행복을 말할 때 그 정의는 경제적 풍요와 사회적 성공이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삶의 현장은 치열한 경쟁사회와 효율지상주의 풍조를 끊임없이 내 품으면서 자기 자신을 찾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시대에 저자는 인생을 진정으로 풍요롭게 만드는 법에 대해 매무 일반적이며 보편적인 물음의 화두를 가지고 우리에게 말을 건다. 프롤로그도 없이 바로 이 책은 "죽음에 대하여" 훅 들어와 우리가 결국 마주해야 될 죽음을 바라보게 한다. 중국 한족의 얘기가 나오는데 그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웃음지은 채 죽는다'고 한다. 놀라운 사실이다. 파스칼과 다르게 몽테뉴는 죽음에 대해 무관심하듯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최상의 죽음이란 예기치 않은 죽음"이다.

이렇듯 저자는 죽음에 대해 '인간은 아무것도 집착하지 않는 허무의 마음으로 죽지 못하는 것일까'하며 초연하게 바라보고자 한다. 즉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 자체가 집착의 대상을 만드는 것이기에 죽음을 보는 관점이 바뀌길 원한다.

죽음의 문제를 다룬 후 저자는 "행복에 대하여" 논한다. 앞서 죽음을 관념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삶이란 무엇인가? 삶이란 상상이라고 말한다. 즉 현실은 구상력(상상력)의 논리를 따르는데 이는 인생을 꿈처럼 느끼지 않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비유가 아닌 실제 감각으로서 구상력은 현실성으로 드러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삶이 상상력이라면 같은 맥락에서 행복도 상상적이라고 한다. 삶과 마찬가지로 행복이 상상이라는 것은 개성이 행복임을 의미한다고 하는데 이 부분에서는 도무지 연결점이 안 되어 저자의 철학이 조금은 사변적이 있음을 말하고 싶다. 그냥 이 부분은 바로 행복에 대한 끝부분의 논리로 가보자. 괴테의 말처럼 행복의 완벽한 정의는 없다. 행복해진다는 것은 인격의 완성을 뜻하는데 그것은 바로 좋은 기분, 정중한 태도, 친절, 관대함 등 행복은 늘 겉으로 드러난다고 말하다.

행복은 표현적이다.

새가 지저귀듯 저도 모르게 겉으로 드러나 타인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다.


이렇게 고독에 대하여라는 책은 고독에 관한 것만 아니라 회의함에 대해서, 습관과 허영에 대해서, 명예심과 분노, 질투, 성공, 명상, 소문, 이기주의, 건강, 질서, 감상, 가설, 위선, 오락, 여행 등등 우리 일상에 있는 삶의 요소들을 가져와 철학하며 곱씹어 주고 있다. 어떤 부분에서는 저자 자신만의 논리로 명약관화하게 시원스런 답을 주지 못하지만 대부분의 글은 우리에게 좀 더 나은 존재로의 인간을 형성케하고 있다. 짧은 칼럼의 형식이며 소책자로서 주머니에 넣고 벤치에 앉아 낙엽지는 모습을 보면서 가볍게 읽어볼만한 글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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