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신뢰 - 인생의 모든 답은 내 안에 있다 현대지성 클래식 36
랄프 왈도 에머슨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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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모든 답은 내 안에 있다.


랄프 왈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이라는 이 이름을 안다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지성적 혜택과 축복을 받은 존재라 생각된다. 그의 글을 읽자마자 예민한 내적 지성이 꿈틀 되었고, 영민한 마음이 깨어나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미국 초절(월)주의 시인이자 사상가이다.(19세기에 미국의 사상가들이 주장한 이상주의적 관념론에 의한 사상개혁운동의 입장. 초절주의는 진리를 자각할 수 있는 능력이 인간에 내재되어있음을 인식하고 이성보다는 인간의 감성과 직관에 호소하며, 인간과 자연의 도처에 신이 편재함을 믿고, 이를 인식할 수 있는 인간의 내적 직관을 존중하는 사상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철학자이며 사상가와 저자 중에 '에픽테토스, 세네카,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아우렐리우스, 파스칼, 노자, 쇠렌 키르케고르, 그리고 톨스토이와 헤르만 헤세'가 있는데 그 중에 단연 뛰어난 존재인 에머슨의 글을 좋아한다. 톨스토이는 에머슨의 글을 자주 인용하고 있다. 그만큼 그의 글에는 '본성 안에서 끌어 올린 내적 지식'이 남들과 다르게 표현되어 진다.

에머슨은 영국 비평가이자 역사가인 토머스 칼라일과 친구가 되는데 그 두 사람의 운명적 만남은 서로가 자석처럼 끌리듯 평생 지속된 우정을 나누게 된다. 칼라일의 글 또한 읽으면서 매우 좋았는데 고수는 고수를 안다는 말처럼 그 둘은 기꺼운 친구로서 관계를 유지해 나갔다. 갑자기 칼라일을 말한 이유는 이러하다. 그건 프리드리히 니체가 『우상들의 황혼』에서 두 사람을 비교하며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에머슨은 칼라일보다 훨씬 더 계몽되고 폭넓고 유연하고, 또 더욱 심오하다."

실제 책을 읽어보면 그렇게 느껴진다. 이 책을 소개하는 글을 보면 버락 오바마, 니체, 간디, 마이클 잭슨에게 영감을 준 책이라고 말하고 있다. 즉 니체가 말한 초인(超人)의 사상적 뿌리가 여기에 있으며, 월든의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사상적 근거 또한 에머슨에게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알게 된 것인데 소로가 에머슨의 제자이자 사상적 동지였다는 것이 새삼 놀라우면서 수긍되어지는 이유는 소로우의 냄새가 에머슨에게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에머슨의 글은 어떤 사람의 추천을 떠나 "자기 생각을 믿는 사람"에게나 "내적 확신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그저 끌릴 수 밖에 없는 책인 것을 말하고 싶다."

이 책에는 미국의 개척·독립정신의 초석이 된 에머슨의 에세이 3편이 실려 있는데 그 내용은 당연히 좋지만 저자의 꼼꼼한 해제를 꼭 먼저 읽고 만나기를 원한다. 에머슨이란 사람의 생애를 통해 그의 삶의 가치관이 어떻게 사상적 표현으로 드러나게 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더불어 저작 배경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작품에 대한 해설을 곁들이면 에머슨의 가르침이 더욱더 마음에 각인이 되어질 것이다.

저자의 생애를 거론하는 것은 이 책을 설명하는데 매우 적절하다 생각된다. 왜냐하면 에머슨이라는 사람(사상)이 여기에서 탄생(출발)되어지기 때문이다. 에머슨은 14세에 하버드대학교를 입학하고, 신학을 공부하여 23세에 아버지가 근무했던 유니테리언 교회의 목회자가 된다. 그러나 목회를 해나가면서 기존의 형식적인 종교의식을 아무 못마땅하게 여기며 거부를 한다. 1832년에 에머슨은 신자들에게 자신의 양심에 비추어볼 때 더 이상 기존의 예배 형식을 따를 수 없다고 선언을 했다.

그 이유를 든다면 "그리스도가 그런 일반적이고 규칙적인 의식 준수를 가르쳤을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톨스토이와 일맥상통하는 바가 많다. 톨스토이는 이렇게 말했다. "참된 신앙은 교회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참된 신앙은, 어느 요일엔 어떤 음식을 먹고, 어느 요일엔 교회에 가서 어떤 기도를 드리는가 함을 아는 데 있지 않다. 항상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좋은 삶을 영위하며, 자기가 남에게 기대하는 것을 이웃에 베푸는 데 있다."

톨스토이만 그러한가? 이런 점은 헤르만 헤세에게서도 발견된다. 그의 부친이나 외가쪽은 다 목회자이며 선교사다. 그는 신앙에 대해 많이 방황하며 규칙적인 것과 형식에 구속되지 않고 살아갔다. 어쩌면 우리는 용기가 없어 기존의 신앙 체계 안에서 못 벗어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저자는 이때부터 「자기 신뢰」에서 말하는 “자기 생각을 믿는 사람”으로 살아가기 시작했으며 새로운 생활 방식을 찾아 나갔는데 그 결과로 나온 에세이가 바로 『자기 신뢰』였다. 이 원고가 왜 중요한가 할때 이 사상은 실제적인 고뇌와 깊은 사유 끝에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자기 신뢰』는 이렇게 에머슨의 여러 에세이 중에서도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자기 신뢰는 초월주의의 핵심 교리이기도 한데 에세이 책 머리에서 그것을 볼 수 있다.

Ne te quaesiveris extra

당신 자신을 자기 이외의 곳에서 찾지 말라

천재란 무엇인가 할 때 단순히 아이큐가 좋은 자가 아닌 '자기 생각을 믿는 사람'이라는 그의 정의는 분명 옳은 생각이다. 그러면서 이런 말을 하는데 '남을 부러워하는 것은 무지에서 나오고, 모방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또한 성숙한 어른이 된다는 것은 '남의 말에 그대로 순응해서는 안되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를 자기 방식대로 밀고 나가야 함을' 강조한다. 심지어 이런 말까지 한다. "나의 충동 때문에 내가 악마의 자식이 된다면, 나는 악마로 살아가겠습니다" 이 말 속에 니체의 뻔뻔함이나 오만함이 보이는 것은 무얼까 생각해 보게 된다. 이 대목에서 니체가 생각나는 것은 아마도 니체의 글을 읽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는 분명 에머슨에게 영향을 받았다. 특히 이 대목에서 말이다.

그러나 에머슨의 이 과격한 말은 자기 신뢰가 그만큼 중요한 것임을 말해주는 대목으로 이해하고 싶다. 그는 또 말한다. "내 본성에서 나오는 법을 제외하고, 그 어떤 법도 신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옳은 것은 자기 기질을 따라 생활하는 것이다."

작년에 읽은 책 가운데 "잠들기 전 철학 한 줄(이화수 저)"이라는 책에 보면 내가 좋아하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글이 나온다. 이 대목에서 나는 감동을 받고 서평에 기록해 두었는데 그 내용은 이러하다.

대부분의 사람이 자기 자신을 누구보다 사랑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의견보다 자신의 의견에

별가치를 두지 않는 다는 사실은

참 의아한 일이다.

진정 인간이 온전하게 세상을 산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기준에 부합된 형태가 아닌 '내 자신만의 오롯한 삶'임을 분명히 정의를 내리게 된다. 앙리 베르그송의 말이다. 자기 신뢰에 대해 그 또한 동일한 목소리를 낸다. "모든 철학자에겐 두 명의 철학자가 있다. 자기 자신과 스피노자다."

그렇다. 우린 자신의 철학적 사고 보다 스피노자의 철학에 비중을 두며 내 철학을 의심하고 있다. 자꾸만 눈치를 보며 내 삶을 의심하며 산다. SNS는 그런면에서 인간에겐 독이다.

어쩌면 에메슨은 자기 신뢰를 통해 사람들이 자신이 쓴 글에서도 벗어나 독자적인 삶을 살기를 바랄 것이다. 그래서 그의 제자인 월든의 저자 소로는 그만의 삶을 살면서 「월든」이라는 대작을 문명인에게 선사해 주었다.

이 책에는 에머슨의 에세이 3편이 실려 있다. 「자기신뢰」「운명」「개혁하는 인간」이 그것이다.

단연 으뜸은 「자기신뢰」이다. 저자의 꼼꼼한 해제와 함께 읽어보면 분명 가장 묵직한 가르침을 얻어 또 하나의 에머슨이 탄생되리라 본다. 개인적으로 나머지 에세이는 즉「운명」이나 「개혁하는 인간」은 자기신뢰에 대한 부연적 에세이로 여겨진다. 해제 끝부분에 언급하듯이 각각의 에세이는 원래 소제목이 없었으나 가독성과 독자의 편의를 위해 옮긴이가 임시로 붙인 것이라고 한다. 즉 세 편의 에세이는 일관된 주제로 그 흐름을 이어간다. 아무리 운명이라고 하지만 그 운명에 맞서는 자유의지가 있음을 알고 자기 생각을 펼치는 존재가 되라고 한다. 또한 개혁하는 인간이란 다름 아닌 용서에 바탕을 둔 사랑과 자기 신뢰를 바탕으로 용감하게 기존의 관습에 순응하지 않고 자연의 이치에 따라 앞으로 나가라고 말한다.

그렇다.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Know Thyself)고 했다면, 에머슨은 “너 자신을 믿으라”(Trust Thyself)라고 역설함으로써 현대적 정신의 새로운 장을 열어주고 있다.

이 말은 진실이다. 즉 "모세와 플라톤 그리고 밀턴 같은 선지자들이 세상에서 찬양받을 수 있있던 것은, 그들은 책과 전통을 무시하고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이 아닌 자기 자신의 생각을 말했기 때문이다."

시인과 철학자들이 제시하는 삶의 지침을 따르기 앞서 우리 자신의 마음에 번개처럼 스치는 섬광을 발견하고 관찰하는 법을 진정 배우며 우리가 가진 직관을 믿어보면 어떨까?

독자인 나는 헤르만 헤세에게서 다시금 「자기신뢰」에 대한 강력한 가르침을 만나게 되었다. 그래서 헤세의 글을 적으며 서평을 마치고자 한다.

‘모든 인간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 도달하기 위한 여정이고, 그 길을 찾아보려는 시도이며, 오솔길을 찾아가는 암시이다. 일찍이 그 어떤 사람도 완전히 자기 자신이 되어 본 적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누구나 자기 자신이 되려고 노력한다. 어떤 사람은 모호하게, 어떤 사람은 보다 투명하게, 누구나 그 나름대로 힘껏 노력한다.’

‘깨달은 인간에게 부여된 의무는 오직 한 가지밖에 없다. 자기 자신을 찾고, 그러한 자신 속에서 더욱 견고해져서 어디를 가든지 간에 조심스럽게 자신의 길을 앞으로 더듬어 나가는 것 이외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수레바퀴 아래서

“나는 시를 짓기 위해 설교를 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나 또한 다른 인간이 되라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 모든 건 부수적인 것이다. 개개인에게 진정한 천직은 자기 자신에 도달하는 것 한 가지뿐이다.”

헤르민 헤세

이 책의 한 문장

인간 내부에 깃든 힘은 본래 새롭다. 그 새로움 때문에 인간은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예상하지 못하는데, 직접 뭔가를 해보아야만 비로소 자기 능력을 알게 된다. p15

_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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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숲속의 생활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안정효 옮김 / 수문출판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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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번역판으로 보는 즐거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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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답게 나답게
안셀름 그륀.안드레아 라슨 지음, 안미라 옮김 / 챕터하우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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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안셀름 그륀이라는 신부는 알고 있는 분이다.(물론 책으로서 말이다) 수도사로서 풍기는 모습과 간간이 쓴 짧은 글은 깊은 메시지가 담긴 글이었다. 그래서 책을 사다보니 그분의 책이 세 권이나 된다. "삶은 내일이 아니라 지금입니다", "하루를 살아도 행복하게", "내 나이 마흔"이라는 책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세 책을 읽으면서 딱히 마음에 깊이 다가오거나 책 전체는 읽지 못했다.

책 읽기에 있어 마음에 감동이나 깨달음을 주는 메시지가 아니면 읽다가 멈추어 버리고 다른 책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읽어도 심심한 책이 있다. 너무 단조롭거나 익히 아는 것을 나열하거나, 어렵게 쓴 책은 읽다가 중단이 된다. 물론 어렵게 썼다고 해서 그 글이 어렵다는 것은 아니다. 깊이가 없다는 것이다. 좋은 책은 선빵이 있다. 그리고 읽어 가면서도 메시지를 주며 계속해서 알고 싶은 책이 있는 것이다.

이번 안셀름 그린 신부의 책은 후자쪽이다.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심심한 책이 아닌 무척 깊이가 있고, 참으로 영성 사색가 다운 혜안과 관조적인 삶을 산 흔적들이 보인다. 무엇보다 이번책은 인간학의 뿌리가 되는 심리학적 관점을 가지고 신앙이 무엇인지, 세상을 하나님 안에서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해 매우 통찰력 있게 글을 써내려 간다. 수도원에서의 고요한 묵상의 시간이 없었다면 이런 깊이 있는 글은 결코 써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느낌을 받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이 책을 읽으며 그를 일컫는 수식어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는 '우리 시대의 최고 영성가’이자 ‘유럽인의 멘토’라 불리며 또한 ‘독일의 성자’, ‘사제를 치유하는 사제’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무엇보다 저자는 지역과 종교를 뛰어넘어 수많은 독자의 영혼에 깊은 울림을 주는 우리 시대 최고의 영성 작가라는 칭호가 이 책 한 권을 통해 전적으로 수긍하는 바이다. 그만큼 이 책은 전에 읽었던 책과는 다르게 써진 삶에 관한 깊이가 남다른 책이다.

이 책이 주는 또 다른 특징이라면 노신부 안셀름 그륀과 조카 안드레아 라슨이 독일과 미국에서 편지로 주고받은 대화 형식의 글들을 엮은 책이다. 조카가 질문을 하며 거기에 대답을 하는 형식으로 이 책은 엮여져 있는데 조카가 가진 혜안이나 질문 또한 수준이 높다. 조카 또한 작가인데 세 아이의 엄마로서 살아가는 그녀는 현대인의 한 사람으로 봐도 될 것이다. 즉 조카는 현실적 영성을 살고 있는 사람이다. 실제 삶이주는 힘겨움과 역경을 고스란히 살아가면서 단지 신앙으로 무마시키며 현실을 외면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어쩌면 삼촌 그륀은 현실의 삶을 모르는 수도사로서 그가 가진 조언들이 탁상공론처럼 지나치게 이상적이며 현실을 전혀 모르는 사변적인 말로만 들릴 수가 있다. 그런데 조카 라슨과의 대화 속에서 그가 풀어내는 현대인들의 (다양한 문제와 고민에 관한)궁금증에 대한 답변은 매우 현실성 있게 들리고 설득력을 주고 있다.

그래서 이번 책에는 마음에 다가오는 글귀가 많아 여러번 줄을 쳐가며 마음에 담고 있다.

두 저자는 저 하늘의 얘기를 하고 있지 않다. 바로 땅의 얘기, 현실의 얘기를 하며 인간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만나게 한다. "외로움, 풍요로운 삶, 조화로운 삶, 성공, 명예욕, 돈, 소유, 노동, 몰아와 자기 발견, 오늘날의 교회와 신앙, 감사함과 의미 찾기, 철학적 질문과 성서적 답변, 인생길 가운데 마지막에 남는 것들" 등등의 얘기를 가져와 제목처럼 온전히 나답게 너답게 살게해 준다.

도대체 성공이란 무엇인가 하며 질문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안셀름 그륀이 심리학자 융을 인용하여 들려주는 이야기는 다른 이들이 말한 부분과는 다르게 정말 설득력 있게 들린다. 그가 한 말이다.

성공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나쁜 것이 아니다. 문제는 무엇으로 성공하기를 바라는가다.

[...] 반대로 명예욕이 전혀 없는 사람은 삶의 동력도 없는 사람이다. 융은 사람은 인생의 중반에 이르기까지는 명예욕이 있어야 무언가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인생의 중반에 이르러서는 그냥 존재하는 법, 진 정성 있는 존재가 되는 법, 내면에 집중하는 법, 그리고 외적인 부에 집착하는 대신 영혼의 풍요로움을 발견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융은 변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성공적인 삶이라고 했다. 그것은 지속적으로 외적인 성공을 이룬 사람은, 자신의 내면을 더 깊이 들여다보며 하느님이 자신에게 준 본연의 모습을 회복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p86-88

누구나 성공적인 인생을 바란다.그러나 그 성공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젊은이들이 처음부터 명예욕이 없이 산다면 그는 실패하는 인생이 될 것임을 말하고 긍정적인 명예욕을 인생 중반까지 가지기를 추천한다. 정말 현실성 있는 조언이다. 젊은이가 처음부터 도인이 되고, 내면에 집중하는 법을 배우면서 모든 것을 내려놓는 삶도 좋겠지만, 인생은 중반까지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것을 향해 달릴 필요는 있다고 본다. 왜냐면 주위에 급하게 영성가?가 되었는데 늦바람이 무섭다는 말처럼 뒤늦게 세상 맛을 알아 영적 속물이 된 사람을 보았다.

이 책에서 안셀름 그륀은 현실적 문제에 대해 심리학적 관점과 영성적 관점에서 매우 예리하게 현실적으로 답해주는 특징을 보여 준다. 그가 쓴 다른 책과 다르게 심도 있게 철학적인 접근도 보이면서 수긍하게 만들어 주는 기묘한 가르침을 주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곱씹는 책으로 한 번씩 사색의 도구로서 잘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주는 조언과 조카 라슨이 질문하며 펼쳐지는 대화는 인생과 종교 속에 갈등하며 사는 우리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 지에 대해 '삶의 의미'를 찾도록 해주고 있다. 진짜 나답게 너답게 살기를 원한다면 이 두 사람의 대화 속에 들어와 보기를 바란다.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은 다른 사람도 함께 읽고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만들었다. 수도자로서의 톨스토이라고 부르고 싶다.

그는 어쩌면 우리 시대 에녹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조카가 가진 여성적 섬세함의 질문은 훨씬 이 책을 가치있게 만들었음을 말해주고 싶다. 질문이 심오해서 그런가? 답변도 심오하며 탁월하다.

그렇다. 이 책은 그전에 읽었던 책과는 다르다. 소중한 자신을 발견하기 원하며 인생의 의미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자들에게 분명 이 책은 길잡이가 되고 숨통이 되리라 믿는다.

이 책의 한 문장

나는 내면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면서 균형을 찾게 된다. [...] 중요한 것은 흔들렸다 하더라도 다시 고요한 곳으로 돌아가는 것, 그 무엇으로도 증명할 필요가 없는 내 영혼의 가장 깊은 곳을 찾아가는 것이다. p82

융은 꿈속에서는 무신론자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 융의 이론에 따르면 영혼의 지혜는 우리 인간이 신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영혼의 지혜는 우리가 고개를 들어 우리보다 더 큰 존재를 올려다볼 때 우리 영혼이 평온해지며 우리가 진정한 사람이 될 수 있음을 알고 있다. p200-201

어느 시대이건 모든 철학자들이 제기했던 인간의 근본적 문제는 '우리는 왜 존재하며, 왜 중요한가? 우리는 왜 사는가?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가?'이다.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신경정신과 교수 빅터 프랭클은 오늘날 사람들은 (프로이트 시절처럼) 욕구나 억압 때문에 병이 들기보다는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 병이 든다고 했다. 삶의 의미를 찾는다는 것은 건강과 직결되어 있는 것이 명백한 듯하다. 그리고 삶의 의미는 돈을 많이 벌거나 성공한 것만으로 충족되지는 않는다.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은 인간을 넘어 하느님이라는 존재가 가진 비밀에 접근하게 된다. 우리가 찾는 삶의 의미는 우리 자신보다 더 큰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그 의미를 토대로 우리는 살아갈 수 있게 된다. [...] 종교는 겉으로는 우리 삶이 완전히 망가진 것처럼 보인다 할지라도 신이 우리를 보호하고 있다는 믿음을 준다. 그 결과 우리는 감사와 신뢰를 품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행복은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단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행복해지고 싶어 하며, 플라톤도 이 사실을 가설로 제시했다. 오늘날 모든 사람들은 행복을 찾아 헤맨다. 그리고 가능한 많이 가지고 누리면 행복해 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행복은 나 자신과 조화를 이룬 사람, 나보다 큰 존재 안에서 안정감을 찾은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것이다. [...] 종교를 통해 인간은 신에게서 보호와 사랑을 받고, 신과 신의 사랑으로 충만해지기 때문이다. 종교를 갖게 되면 모든 일을 자기 힘으로 해낼 필요가 없다. 어느 경우에는 받는 입장이어도 된다.

그리고 인생의 가장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즉 나는 사랑받는 존재이며, 유일무이하며 가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p208-210

너답게 나답게, 진정으로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이야기하는 책!

_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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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어가 된 조선 유학자, 윤휴 - 왕과 사대부, 그리고 사관마저 지우려 했던 조선 최초의 자유로운 사상가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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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휴(尹鑴) 라는 인물은 처음 듣는 이름임에는 틀림 없다. 왜냐하면 제목이 시사하듯 그의 이름은 금기어가 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깊이가 없어서이기도 하겠지만 흔히 듣는 이름은 아님은 확실하다. 물론 책에는 송시열과 노론 기득권 세력에 대해 말해주고, 숙종이란 이름과 류성룡이라는 익히 귀에 익은 인물에 대해선 들어 보았다.

 

그러나 윤휴라는 존재는 마치 "여주에 사는 그(윤휴)의 후손이 윤휴에 대해 말하기를 꺼리는 것 같다"는 말처럼 윤휴는 나에게도 현시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크게 알려지지 않는 인물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나에게 소중하게 다가온 책이며 '윤휴'라는 인물을 통해 시대 역사를 새롭게 보는 안목과 미래를 보는 관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핵심 문장이 너무 마음에 든다. 내가 뽑은 핵심 문장이기에 공감 가지 않을지 모르지만 나는 이 문장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 즉 윤휴라는 인물은 과히 '주자'보다 더 뛰어난 존재이며 사대주의 사상에 머물러 있는 기득권(정적 세력) 세력에게 가히 큰 핵폰탄을 날린 위대한 인물로 보인다.

 

윤휴는 주자를 반대하고 거슬러서 장구를 마음대로 고쳤으며, 심지어 중용(中庸)(주자의) 주석을 고친 것이 많았다. 항상 말하기를 "자사(子思 중용의 저자) 의 뜻을 주자 혼자만 알고 어찌 나는 모른다는 말인가"라고 했으니 이는 진실로 사문의 반적이다. -숙종실록 31017

 

그렇다. "세상의 많은 이치를 어찌 주자 혼자 알고 나는 모른단 말이냐?"가 이 책의 핵심이며, 이 책의 한 문장이다.

 

우리 사회를 보자. 우리 사회는 남의 눈으로 역사를 보는 사람들이 역사학계의 주류다. 이들이 과거에는 일제 식민 사관만 추종하더니 이제는 중국 동북공정까지 추종하는 것으로 악화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사편찬위원회, 한국학중앙연구원, 동북아역사재단 등은 그 상부 기관을 일본 내각이나 중국 국무원으로 바꾸면 명실이 상부할 형태를 계속하려고 한다. 그렇기에 백호 윤휴가 항변하던 "세상의 많은 이치를 어찌 주자 혼자 알고 나는 모른단 말이냐?"의 목소리가 절실히 우리 시대에 되살아 나야할 시점임을 이 책은 주장하고 있다.

 

윤휴가 사약을 받고 죽기 전 마지막으로 남길 말을 하려고 금부도사 홍수태에게 필묵을 부탁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악한놈이 있나. 그는 윤휴에게 한 마디의 말도 허용치 않았다. 한때 그의 정적들은 그를 당대 최고의 선비로 추앙했었다. 그런데 이 선비의 지목은 놀랍게도 역이 아니었다. 은 커녕 임금과 백성을 너무도 사랑했고, 평생 일관되게 도를 추고했다. 즉 그의 길에 주자는 상대적 가치를 지닐 뿐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그는 사문난적斯文亂賊이 되었다. 내용은 이러하다.

 

그의 길에 북벌대의가 있었다. 그 순간 말로만 북벌을 외처던 세력에게 그는 정적이 되었다. 그의 길에 백성들의 민폐 해소가 있었고, 신분재 해체가 있었다. 그 순간 그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으며 그는 적이 되었다. 이 시대는 주자가 절대적 가치로 군림하기 시작하던 시대라고 한다.

 

윤휴가 죽은 후 조선은 침묵과 위선의 세계로 빠져들어 갔으며, 그런 침묵과 위선은 무려 330여 년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다고 저자는 말해 준다.

 

윤휴는 그 당시 유럽세계에서 벌어졌던 '마녀사냥'을 당한 것이다. 종교나 사상이 그 나라의 전통이 되고, 교리가 되면 그것은 권력을 덧입고 무시무시한 ''이 된다. 윤휴가 사약을 마시기 직전 이런 말을 했다고 하며 유언 아닌 유언이 된 말이 있다.

 

"나라에서 유학자를 쓰기 싫으면 안 쓰면 그만이지 죽일 것은 무엇 있는가"

 

참으로 안타까운 유언이며, 당시 서인들의 행패가 얼마나 악하고 치사한지를 보게 되는 대목이다.

 

왜 주류 세력들은 새로운 사고와 사상을 마치 이단보듯 제물로 삼고 정치적, 사상적 숙청을 감행하는 것인가? 마치 주자를 절대적인 도그마로 삼고, 조금이라고 벗어나면 죽는 줄 아는 그들의 모습들이 애처롭기도 하다. 최근에 자산어보라는 영화를 보았다. 18012, 서슬퍼런 국청(鞠廳)에 삼형제가 잡혀왔는데 바로 우리가 잘 아는 인물도 포함되었다. 바로 다산 정약용이다. 삼형제는 당시 신유박해로 인해 위험에 처하게 되는데 이때 두 형제는 신()을 버리고 목숨을 구한다.하지만 한 형제(정약종)는 끝내 배교를 거부하고 죽음을 받아 들였다. 왜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그건 가부장적 권위와 유교적 의례·의식을 거부하는 천주교의 확대가 당시 유교사회 일반에 대한 도전이자 지배체제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천주교는 그야말로 사교(邪敎)였다. 사교라는 말을 찾아보니 "부정(不淨)하고 요사(妖邪)스러운 종교.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종교"라고 하였다. 당연히 이런 사교는 죽음으로 없애 버렸다.

 

이와같이 윤휴 또한 당시 지배체제에 위협이 되어 제거된 것이다.

 

윤휴의 죄는 세 가지였는데 첫째, 신성불가침의 영역인 주자의 학설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독보적인 학문 세계를 구축하고자 한 죄이다. 둘째 서인 당파의 당론이었던 북벌 불가에 저항하며 조선을 동아시아의 맹주로 만드는 부국강병을 도모한 죄이다. 셋째 사대부 계급의 특권을 타파하고 반상과 남녀의 차별을 넘어선 세상을 실현하려 한 죄이다.

 

그가 생각한 세상은 어쩌면 시대를 앞서 나간 것인줄 모르지만 가히 이것이 죽일만큼 죄가 되었는지 의문과 함께 화가 난다. 물론 고대 그리스 철학자 가운데 4대 성인에 들어가는 소크라테스의 죽음 또한 당시 지배체제가 가진 생각 이상의 그림을 그렸기에 그는 독배를 마실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 어이없게도 윤휴는 죽어야 했고 그 이름은 조선 최대의 금기어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은 송시열과 노론 기득권 세력에 의해 사문난적(斯文亂賊)과 역적으로 몰려 사형당한 지 340여 년이 지난 지금, 역사가 이덕일에 의하여 무려 10여 년에 걸친 열정적인 연구와 치밀하고도 섬세한 고증으로 금기시되었던 윤휴의 삶과 사상을 오롯이 되살려주고 있는 책이다.

 

그러면 "지금 왜 윤휴를 말하는가?"이다. 그건 윤휴는 조선 개혁에 대한 웅장하고도 장대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윤휴에게 조선은 소변통(小變通), 즉 작은 개혁이 아니라 혁명에 가까운 대변통(大變通)이 필요한 나라였음을 말해주고자 했다. 그는 평민을 위한 무과인 만인과와 서얼 허통 등을 통해 인재를 길러 동아시아의 맹주가 되고자 하는 북벌을 추진했는데, 이러한 사상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윤휴가 주자의 해석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소신으로 학문 세계를 수립한 굉장히 자유로운 사상가였기 때문이다.

 

현재의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을 보자. 진보는 진보대로, 보수는 보수대로 각자 진영 논리에만 집착하고 있다. 이들이 정말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려고 하는지 아니면 그저 당론에 입각하여 자기 밥벌이로 생각하며, 그저 훈장처럼 국회의원이라는 금뺏지를 달고 있는지 우리는

 

다 알고 있다. 유럽의 정치인들과는 너무나 다르니 기가막힐 따름이다. 정말 울나라 정치인들은 일하지 않고도 잘 먹고 살며, 혜택만 해도 어마어마하고, 누려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정작 일은 않고 만날 서로 잡아 먹으려는데 에너지를 다 소비하고 있다.

 

언젠가 우루과이 호세 무히카 Jose Alberto Mujica 대통령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알려져 있고, 국민에게 존경을 넘어 사랑받는 대통령이다. 그에 대해 알려진 바는 아래와 같다.

 

"28년 된 낡은 자동차를 끌며 월급의 90%를 기부하는 대통령"

"많은 말을 하지만 결코 국민을 속이지 않는 대통령"

"노숙자에게 대통령궁을 내주는 대통령"

"고등학교 졸업장도 없지만 '철학자'로 불리는 대통령"

"강대국 정상들 앞에서 거침없이 쓴 소리를 하는 대통령"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현자'라고 칭송받은 대통령"

 

유럽의 정치인들은 또 어떤가?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 국회의사당으로 가보자. '라스무스 노어퀴스트' 의원이란 여성이 있다. 그녀는 매일 아침 자전거로 출근한다. 30분을 달려 도착한 국회의사당 주차장은 의원과 국회직원들이 타고 온 자전거로 빈자리가 없을 정도다. 특히 라스무스 의원은 좁은 사무실에서 하루 평균 12시간 일한다. 비서 1명이 국회의원 2명을 보조하며, 국회출석을 안하거나 법안 발의를 안하면 급여는 없다. 무엇보다 국민들은 덴마크 정치인이 검소하고, 부패가 없으며,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리고 스웨덴 국회의원 힐레비 라르손 의원으로 가보자. 그는 지난 4년간 제출한 법안만 638개에 달힌다. 정책 보좌관 1명이 의원 4명을 보조하는 시스템이지만, 그는 이틀에 한 개씩 법안을 제출했다. 본회의 상임위는 빠진 날이 없다고 한다.

 

"의원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으면 위원들이 투표해서 의회에 참석하지 못하게 합니다."(프레드릭 룬드 사멜리 사회복지상임위원장) 스웨덴의 국회 의원 관리 시스템은 매우 엄격하다. 회의에 참석하지 않으면 빠진 시간 만큼 수당을 주지 않고, 의사 발언권을 박탈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그들을 한 마디로 '특권층'으로 보지 않는가? 유럽 정치인은 특권 의식이 없는데 아직도 수준 낮은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특권의식이 풍부하다 못해 넘친다.

 

"운전기사가 모는 전용 고급 승용차를 타고 출근해 45평 넓이의 쾌적한 사무실에서 일합니다. 9명의 보좌진(보좌관 2, 비서관 2, 비서 3, 인턴 2)을 두고, 국회가 개점휴업해도 꼬박꼬박 세비를 타가죠. 국회의원 세비는 연 14천만원에 달하죠."

 

무언가는 잘못된 것인 줄을 국민들이 통감하며 바꾸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따라서 '윤휴'라는 이름은 이 시대가 요구하는 이름이며 그의 생각은 이 시대가 요구하는 참된 사상이다. 지금 대한민국을 업그레이드할 그랜드 디자인은 무엇인가? 금기어가 되어버린 조선 개혁가의 삶과 사상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음을 이 책은 분명히 말한다.

 

반상의 차이를 넘어 남녀의 차별까지

 

윤휴의 멋진면은 여기서 또 부각된다. 최근 자산어보 영화를 보았다고 했다. 정약용과 다르게 주인공인 맏형 정약전은 하늘과 땅의 구분, 임금과 신하의 구분, 양반과 천민의 구분 같은 경계를 지워내는 것을 정치적 이상향으로 삼았다.(약용은 그런 신분질서 및 위계질서를 바탕으로 한 사회개혁을 주장) 그 당시로는 파격적인 이상(理想) 이었다. 그리고 영화에는 '군포'에 대해 다루는 장면이 리얼하게 나온다. 군포란 '조선 시대에, 병역을 면제하여 주는 대신으로 받아들이던 베'를 말한다.

 

당시는 죽은 사람과 간난아이까지 군포를 부과하여 백성들의 삶을 거의 옥죄다 못해 죽도록 했다.

 

윤휴는 벼슬을 하지 않은 백두(白頭)의 신분으로 백성들의 질고를 몸소 함께 겪은 순간이 있는데 그때 이런 장면을 몸소 보게 된다. 그리하여 그는 죽은 사람과 간난아이까지 군포를 부과하는 군적수포제 대신 양반 사대부들이 군역을 함께 짊어질 수 있는 호포법과 구산제를 주장하게 된다. 또한 성현의 말씀을 배움에 있어 남녀의 구별이 없다고 여기고 여성들에게도 학문을 가르쳤다. 당시 관점으로는 놀라운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이때가 어느 때인가? 성리학이 남존여비의 이론적 무기로 변해가던 조선 후기이다. 그런데 이때 여성들에게도 경전을 가르친 것이다. 경전은 이러하니 효경(孝經)시경(詩經)주남(周南), 소남(召南)등이었다. 책의 내용이 좋아 그대로 가져오면 "조선 초 권근(權近)시경주석서인 시천견록(詩淺見錄)의 첫 머리에서 주남은 규문(閨門: 여성의 거처)의 일로부터 시작해 천하의 일에 통달하는 것이요, 소남은 천하의 일로부터 말미암아 규문의 일에 근본을 둔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주남, 소남은 여성들에게 삼종지도(여자가 따라야 할 세 가지 도리. 여자는 어려서 어버이께 순종하고 시집가서는 남편에게 순종하고, 남편이 죽은 뒤에는 아들을 따르는 도리)를 강요하는 책이 아니라 가정사와 천하의 일이 하나임을 말해주는 책이었다." 실로 윤휴는 반상의 차이를 넘어 남녀의 차별까지 넘어서는 위대한 일을 벌인 것이다.

 

진정 그는 앞서나간 인물이며, 인간 본연의 모습을 구현한 존재이다. 그런 인물을 매우 잘 평가한 분이 있으니 김성애 한국고전번역원 전문위원이다. 그는 윤휴를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백호 윤휴(白湖 尹鑴)17세기의 천재적인 산림학자(山林學者), 실천적인 경세가(經世家)였다. 특히 주자 성리학이 교조적 권위를 누렸던 조선후기에 경학(經學)에서 독자적인 학문체계를 수립하였고, 이로 인해 사문난적(斯文亂賊)으로 지목되어 정치적, 사상적 숙청을 당했다는 면에서 일찍부터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조선시대에 백호의 사상은 항상 이단으로 취급되었고, 조선 말까지 신원이 회복되지 못하여 문집조차 출간되지 못하였다. 백호에 대한 평가도 당색에 따라 달랐는데, 노론계는 끝까지 정인홍(鄭仁弘)이나 이이첨(李爾瞻)과 같은 소인이자 주자학의 적인 이단으로 취급했지만, 남인들은 '백호는 덕을 이룬 정암 조광조(靜庵 趙光祖)이요, 정암은 덕을 이루지 못한 백호이다'라고 평가하여 윤휴를 조선 성리학의 도통을 계승한 조광조에 비의할 정도의 지위에 올려놓았다.”

 

윤휴, 분명 일반 독자들에게는 낯선 이름일 것이다. 1617년에 태어나 1680년에 사망한 유학자이자 경세가인 그는 성장기에 전란을 겪었기에 특별한 스승이 없었다. 이 때문에 어떤 제약도 받지 않은 채 학문 세계에 몰입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그를 주자라는 틀에서 벗어나 더 높은 세계을 보게 하는 길이 되었다. 비록 송시열 등 서인 세력에 의해 그는 죽어 없어졌지만 그가 가진 생각의 이념들은 독자인 나에게 설레임을 주고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새롭게 가지게 한다.

 

그리고 북벌론에 대한 그의 의견 앞에 사대부들이 취한 모습을 보면 오늘 날의 구태의연한 정치인들이 생각나는 것은 당연지사일 것이다. 얼마 전 서울 시장 선거가 있었다. 여당의 완패이다. 그러면 야당 인물이 선뜻 좋은가? 말하진 않겠다. 그런데 말이다. 윤휴와 같은 인물이 현재 존재해도 국민들과 정치인들은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 수준은 아닌지 묻고 싶다. 국민들이여 왜 새로운 인물, 바르고 올곧고 깨끗한 인물을 못 찾는가? 혹시 내 실리에 손해가 될까봐 그러진 않는가? 나라를 위한 인물 보다 자기 실리에 유익되지 않기에 윤휴 같은 인물을 외면하지는 않는지 묻고 싶다. 당색깔(진영논리)과 명예와 업적을 위해서만 일하는 정치인들이여 왜 당신들은 윤휴를 죽였는가? 이 책을 읽고 이런 물음이 계속 뇌리에 남는다.

 

시대가 따라주지 못한 조선후기의 최고 학자이자 문신인 그가 그리운것은 나만 그러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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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다르게 살기로 했다 - 생각이 현실이 되는 마법의 주문
제이크 듀시 지음, 하창수 옮김 / 연금술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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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믿자.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이 무엇을 사랑하는지를 발견할 때까지, 그리고 용기를 내어 그것을 실천해낼 때까지 안주하지 않는 것만이, 스스로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이 책은 꿈을 이룬 사람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원리신념, 그리고 20세기와 21세기의 가장 위대한 인물들에게 힘이 되어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만약 "난 내가 살고 싶은 인생을 살 수 없을 거야"라거나 "나는 세상을 바꾸지 못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저자는 자신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라고 말한다. "내가 아니면, 도대체 누가 할 수 있을까?"

만일 학력이나 나이 때문에 나는 아무것도 해내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한다면 이 얘기를 들어보라고 한다. 애플 창립자 스티브 잡스의 이름은 대학 학적부에 적혀 있지 않지만, 이 책에 나오는 원리를 활용해 자신의 과학기술적 발명을 통해 인류의 역사를 바꾸어 놓았다. 또한 이 원리를 활용해 가장 큰 기업 가운데 하나인 '버진 그룹'을 창립한 '리처드 브랜슨'은 아예 고등학교 학적부에서조차 찾을 수 없다. 또한 어떤 학위도 가지지 않은 말콤 엑스 또한 이 원리를 활용해 흑인 해방 운동에 큰 기여를 했으며, 마케도니아의 작은 마을에서 보통 수준의 교육조차 받지 못한 마더 테레사는 이 원리들을 고스란히 사용하여 서구 세계의 의식을 바꾸어 놓았다.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위대한 사람들인 마틴 루터킹, 간디, 링컨,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아이슈타인, 마크 트웨인 등등의 사람들이 과연 우리와는 다른 특별한 존재이며 다른 혈통을 가졌는가를 묻는다. 즉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희귀한 슈퍼맨의 혈통을 이어받은 사람들로 본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세상에서 살아간 자들이다. 그들 또한 우리와 다를바 없는 태양 아래서 그 태양이 내리쬐는 햇빛을 받고 살아갔다. 그러면 무엇이 다른가? 그건 그들만의 고유한 독특함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바로 그들은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 저자는 말하기를 화가들과 깊은 관련을 가진 ‘drawing(그림, 그리기)’이란 단어는 비전과 상상력, 독창성, 헌신, 인내 등을 요구하는 창조적 행위로서 이 단어는 삶을 향해 나아가는 데 필요한 요소들에 대한 완벽한 메타포라고 한다. 즉 우리는 매일 최선을 다하기 위해 화가들의 기법을 활용할 필요가 있는데 그것은 화가는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끊임없이 비전이나 아이디어를 보고 읽고 찾아내려 하기 떄문이다. 따라서 '자신이 인생에서 무엇을 원하는지를 인식하고 비전을 직시하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부정적인 장애물들을 돌파해 나가는 것을 요한다.(p21)

스티브 잡스가 대학을 그만두려 할 때를 보면 모든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대학은 계속 다녀야지!" 그러나 잡스는 그 생각을 거부하고 내면의 소리에 응답해 길을 걸어갔고, 스마트폰과 태블릿(아이패드)이라는 IT 현장에 새로운 혁명을 이루어 내었다.

사람들이 나 자신의 인생을 살려고 하면 대부분 미쳤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때 저자는 이런 대답을 하라고 한다.

사람들이 나늘 이상하게 생각해도 상관없다. 나 스스로를 낯설게 느끼기보다는 남들 눈에 이상하게 보이는 편이 더 낫다!

그렇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인생(삶)을 살라"

그러나 반드시 장애물과 위험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낯선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개척자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가들, 진보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색가들, 자신의 꿈을 현실로 옮기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 몽상가들처럼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짐을' 기억하라고 한다.(p35) 대체 위험을 무릎쓰지 않고 어떻게 더 똑똑해지고, 안락해지고, 안전해질 수 있겠는가?

그리하여 저자는 위험을 돌파하는 자세를 취하라고 한다. 그리고 이 책 저자의 멘토인 잭 캔필드(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라는 작가를 인용하며 이렇게 말한다. "잭 캔필드는 첫 책을 내기 위해 무려 144군데 출판사로부터 퇴자를 맞았다" 너무나 잘 알려진 작가인데 그 작가에게 이런 위험과 두려움이 있었다니 조금 놀랍기도 하다. 그리고 오프라 윈프라의 사례를 얘기한다. 윈프리는 처음으로 맡은 오락 프로그램에서 잘리면서 방송에는 소질이 없으니 포기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큰 파도를 탄 서퍼 '레어드 해밀턴'의 말을 가져와서 우리에게 들려준다.

"삶이란 할 수 없는 것을 행하는 것입니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이 더 많아진다면, 불가능한 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고 모든 위험한 일들이 정복될 것입니다." p38

위험과 두려움을 무릎쓰고 도전한 자들을 계속해서 열거하는데 그 중에 영화배우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브래드 피트'의 얘기가 나온다. 브래드 피트는 연기가 하고 싶은 나머지 졸업을 불과 두 주일 남기고 과감히 남캘리포니아로 떠났다. 로스앤젤레스로 갔을 때는 주머니가 완전히 비어져 패스트푸드 가게에서 카스코트 일을 하였다. 안락한 생활이 그의 목적이었다면 그런 위험 요소를 감수하지 않았을 것인데 그는 마음이 인도하는 모험을 따랐다.

요즘 트로트가 대세이다. 그 가운데 눈에 들어오는 인물이 있다. 바로 '특전사 출신 트로트 가수' 박군(박준우)이다. 그의 삶이 바로 저자가 말해주는 인물이 아닌가 싶다. 즉 그는 특전사로서 연금과 연봉을 받게 되면 약 30억이라고 한다. 그 30억을 버리고 가수로 도전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데 그는 그 위험을 무릎쓰고 도전을 한 것이다. 내용을 찾아보니 이러하다. 박군에 따르면 홀어머니와 생활하다 15살 때 어머니가 말기암 판정을 받았고 어머니 부양을 위해 대학진학을 포기, 직업 군인의 길을 선택해 특전사 부사관으로 임관했다. 그러나 박군은 훈련 도중 갑작스럽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게 되며 삶의 목표를 잃어버렸다. 그런 가운데 노래는 그에게 "힘들고 외로울 때 큰 위로가 되었고 또한 자신의 노래가 다른 이에게 위안과 희망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가수로 지원하게 되었다 한다. 그러나 말이 그게 쉽지 그가 뜰 것이라는 것은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도전했고 지금은 예능 프로인 '강철부대'와 함께 여러 예능에서 얼굴을 보이고 있다.

에이브로햄 메슬로의 말이다.

"자아실현을 하는 사람은 결과나 성과, 혹은 좌절보다는 자신이 하는 일의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꿈을 이루고 성공을 하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쉽게 포기하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가 성과 위주나 돈, 명예, 보상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의미'에 초점을 맞추라고 말한다. 즉 파도타기의 신화를 만들어낸 '로브 마차도'의 얘기를 가져와서 말한다면 "내가 이 세상에 온 건 내가 사랑하고, 즐겁고, 남들을 도울 수 있고, 인생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야. 그러니 내가 먼저 해야 할 일이면 그게 무엇이든 그것부터 할 거야"(돈 벌이가 되는 더 좋은 제안과 스타성을 만들어주는 계약을 포기하고 액수는 적지만 자신이 하고 있는 일 자체를 중요하게 여기는 회사에 계약을 하면서 말했던 내용이다. p43)

이 책은 우리에게 단순한 성공위주의 자기 계발을 말하는 책이 아니다. 인생의 참된 의미를 찾고, 세계를 향해 포기보다는 꿈과 도전을 주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도록 하는 책이다. 이 꿈을 위해 저자는 아주 중요한 얘기를 하는데 그건 바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써보며 행동하기를 멈추지 말라"는 것이다. 이건 자신이 좋아하는 저자인 잭 캔필드를 통해 얻어낸 방법이다. 잭 캔필드는 자신이 만든 오디오 프로그램에서 이런 말을 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백 가지 목록을 작성해 보자.

그리고 그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자."

어딘가에서 많이 본 얘기이지만 이러한 결심과 목록 적기는 너무나 중요함을 말해 준다. 왜냐하면 저자 또한 이 말을 들은 날 밤에 바로 목록 작성에 들어 갔는데 그가 쓴대로 결국 하나하나 다 성취되고 목표하는 바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성공 비결을 말해 주는데 그건 "알면서도 무시했던 비결"인데 바로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너무 쉬운가? 그러나 이것이 너무 중요한 사실임을 알라고 말한다.

"포기하지 않는 한 그 어떤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지금 당장은 자신이 원하는 곳에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주먹을 불끈 쥐고 꿈을 위해 싸우자. 어떤 꿈이 되었든!"

"이 세상의 그 무엇도 끈기를 대신할 수 없다. 재능도 끈기를 대신할 수 없다. 재능을 가졌지만 성공하지 못한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천재도 마찬가지다. 천재라고 모두가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교육 또한 끈기를 대신할 수 없다. 세상은 엄청난 교육을 받은 엘리트 실업자들 천지다. 끈기와 투자만이 전능하다." -켈빈 쿨리지

"가장 강한 종이 살아남는 것도 아니고, 지능이 가장 뛰어난 종이 살아 남는 것도 아니다. 살아남는 건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한 종이다. -찰스 다윈

포기하지 말라는 말은 진실이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무엇보다 '첫 걸음'을 내딛기를 주저하지 말아야 함을 말해준다.

이렇게 이 책은 자신이 원하는 삶(인생)을 이루도록 도와주는 책이며 비전을 보도록 하는 책이다.

21세기를 이끌어 갈 미국 최고의 젊은 강연가 답게 새로운 영감으로 가득한 책은 분명 제대로 된 삶을 살고자 하는 자들에게 희망과 별이 되어 줄 것이다.

제목처럼 『오늘부터 다르게 살기로 결단만 하면』 그것으로 이미 그 사람의 인생에는 놀라운 미래가 펼쳐지는 향연이 누구에게나 올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를 바꿨을 뿐인데 세상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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