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프 왈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이라는 이 이름을 안다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지성적 혜택과 축복을 받은 존재라 생각된다. 그의 글을 읽자마자 예민한 내적 지성이 꿈틀 되었고, 영민한 마음이 깨어나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미국 초절(월)주의 시인이자 사상가이다.(19세기에 미국의 사상가들이 주장한 이상주의적 관념론에 의한 사상개혁운동의 입장. 초절주의는 진리를 자각할 수 있는 능력이 인간에 내재되어있음을 인식하고 이성보다는 인간의 감성과 직관에 호소하며, 인간과 자연의 도처에 신이 편재함을 믿고, 이를 인식할 수 있는 인간의 내적 직관을 존중하는 사상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철학자이며 사상가와 저자 중에 '에픽테토스, 세네카,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아우렐리우스, 파스칼, 노자, 쇠렌 키르케고르, 그리고 톨스토이와 헤르만 헤세'가 있는데 그 중에 단연 뛰어난 존재인 에머슨의 글을 좋아한다. 톨스토이는 에머슨의 글을 자주 인용하고 있다. 그만큼 그의 글에는 '본성 안에서 끌어 올린 내적 지식'이 남들과 다르게 표현되어 진다.
에머슨은 영국 비평가이자 역사가인 토머스 칼라일과 친구가 되는데 그 두 사람의 운명적 만남은 서로가 자석처럼 끌리듯 평생 지속된 우정을 나누게 된다. 칼라일의 글 또한 읽으면서 매우 좋았는데 고수는 고수를 안다는 말처럼 그 둘은 기꺼운 친구로서 관계를 유지해 나갔다. 갑자기 칼라일을 말한 이유는 이러하다. 그건 프리드리히 니체가 『우상들의 황혼』에서 두 사람을 비교하며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에머슨은 칼라일보다 훨씬 더 계몽되고 폭넓고 유연하고, 또 더욱 심오하다."
실제 책을 읽어보면 그렇게 느껴진다. 이 책을 소개하는 글을 보면 버락 오바마, 니체, 간디, 마이클 잭슨에게 영감을 준 책이라고 말하고 있다. 즉 니체가 말한 초인(超人)의 사상적 뿌리가 여기에 있으며, 월든의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사상적 근거 또한 에머슨에게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알게 된 것인데 소로가 에머슨의 제자이자 사상적 동지였다는 것이 새삼 놀라우면서 수긍되어지는 이유는 소로우의 냄새가 에머슨에게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에머슨의 글은 어떤 사람의 추천을 떠나 "자기 생각을 믿는 사람"에게나 "내적 확신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그저 끌릴 수 밖에 없는 책인 것을 말하고 싶다."
이 책에는 미국의 개척·독립정신의 초석이 된 에머슨의 에세이 3편이 실려 있는데 그 내용은 당연히 좋지만 저자의 꼼꼼한 해제를 꼭 먼저 읽고 만나기를 원한다. 에머슨이란 사람의 생애를 통해 그의 삶의 가치관이 어떻게 사상적 표현으로 드러나게 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더불어 저작 배경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작품에 대한 해설을 곁들이면 에머슨의 가르침이 더욱더 마음에 각인이 되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