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답게 나답게
안셀름 그륀.안드레아 라슨 지음, 안미라 옮김 / 챕터하우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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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안셀름 그륀이라는 신부는 알고 있는 분이다.(물론 책으로서 말이다) 수도사로서 풍기는 모습과 간간이 쓴 짧은 글은 깊은 메시지가 담긴 글이었다. 그래서 책을 사다보니 그분의 책이 세 권이나 된다. "삶은 내일이 아니라 지금입니다", "하루를 살아도 행복하게", "내 나이 마흔"이라는 책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세 책을 읽으면서 딱히 마음에 깊이 다가오거나 책 전체는 읽지 못했다.

책 읽기에 있어 마음에 감동이나 깨달음을 주는 메시지가 아니면 읽다가 멈추어 버리고 다른 책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읽어도 심심한 책이 있다. 너무 단조롭거나 익히 아는 것을 나열하거나, 어렵게 쓴 책은 읽다가 중단이 된다. 물론 어렵게 썼다고 해서 그 글이 어렵다는 것은 아니다. 깊이가 없다는 것이다. 좋은 책은 선빵이 있다. 그리고 읽어 가면서도 메시지를 주며 계속해서 알고 싶은 책이 있는 것이다.

이번 안셀름 그린 신부의 책은 후자쪽이다.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심심한 책이 아닌 무척 깊이가 있고, 참으로 영성 사색가 다운 혜안과 관조적인 삶을 산 흔적들이 보인다. 무엇보다 이번책은 인간학의 뿌리가 되는 심리학적 관점을 가지고 신앙이 무엇인지, 세상을 하나님 안에서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해 매우 통찰력 있게 글을 써내려 간다. 수도원에서의 고요한 묵상의 시간이 없었다면 이런 깊이 있는 글은 결코 써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느낌을 받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이 책을 읽으며 그를 일컫는 수식어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는 '우리 시대의 최고 영성가’이자 ‘유럽인의 멘토’라 불리며 또한 ‘독일의 성자’, ‘사제를 치유하는 사제’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무엇보다 저자는 지역과 종교를 뛰어넘어 수많은 독자의 영혼에 깊은 울림을 주는 우리 시대 최고의 영성 작가라는 칭호가 이 책 한 권을 통해 전적으로 수긍하는 바이다. 그만큼 이 책은 전에 읽었던 책과는 다르게 써진 삶에 관한 깊이가 남다른 책이다.

이 책이 주는 또 다른 특징이라면 노신부 안셀름 그륀과 조카 안드레아 라슨이 독일과 미국에서 편지로 주고받은 대화 형식의 글들을 엮은 책이다. 조카가 질문을 하며 거기에 대답을 하는 형식으로 이 책은 엮여져 있는데 조카가 가진 혜안이나 질문 또한 수준이 높다. 조카 또한 작가인데 세 아이의 엄마로서 살아가는 그녀는 현대인의 한 사람으로 봐도 될 것이다. 즉 조카는 현실적 영성을 살고 있는 사람이다. 실제 삶이주는 힘겨움과 역경을 고스란히 살아가면서 단지 신앙으로 무마시키며 현실을 외면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어쩌면 삼촌 그륀은 현실의 삶을 모르는 수도사로서 그가 가진 조언들이 탁상공론처럼 지나치게 이상적이며 현실을 전혀 모르는 사변적인 말로만 들릴 수가 있다. 그런데 조카 라슨과의 대화 속에서 그가 풀어내는 현대인들의 (다양한 문제와 고민에 관한)궁금증에 대한 답변은 매우 현실성 있게 들리고 설득력을 주고 있다.

그래서 이번 책에는 마음에 다가오는 글귀가 많아 여러번 줄을 쳐가며 마음에 담고 있다.

두 저자는 저 하늘의 얘기를 하고 있지 않다. 바로 땅의 얘기, 현실의 얘기를 하며 인간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만나게 한다. "외로움, 풍요로운 삶, 조화로운 삶, 성공, 명예욕, 돈, 소유, 노동, 몰아와 자기 발견, 오늘날의 교회와 신앙, 감사함과 의미 찾기, 철학적 질문과 성서적 답변, 인생길 가운데 마지막에 남는 것들" 등등의 얘기를 가져와 제목처럼 온전히 나답게 너답게 살게해 준다.

도대체 성공이란 무엇인가 하며 질문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안셀름 그륀이 심리학자 융을 인용하여 들려주는 이야기는 다른 이들이 말한 부분과는 다르게 정말 설득력 있게 들린다. 그가 한 말이다.

성공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나쁜 것이 아니다. 문제는 무엇으로 성공하기를 바라는가다.

[...] 반대로 명예욕이 전혀 없는 사람은 삶의 동력도 없는 사람이다. 융은 사람은 인생의 중반에 이르기까지는 명예욕이 있어야 무언가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인생의 중반에 이르러서는 그냥 존재하는 법, 진 정성 있는 존재가 되는 법, 내면에 집중하는 법, 그리고 외적인 부에 집착하는 대신 영혼의 풍요로움을 발견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융은 변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성공적인 삶이라고 했다. 그것은 지속적으로 외적인 성공을 이룬 사람은, 자신의 내면을 더 깊이 들여다보며 하느님이 자신에게 준 본연의 모습을 회복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p86-88

누구나 성공적인 인생을 바란다.그러나 그 성공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젊은이들이 처음부터 명예욕이 없이 산다면 그는 실패하는 인생이 될 것임을 말하고 긍정적인 명예욕을 인생 중반까지 가지기를 추천한다. 정말 현실성 있는 조언이다. 젊은이가 처음부터 도인이 되고, 내면에 집중하는 법을 배우면서 모든 것을 내려놓는 삶도 좋겠지만, 인생은 중반까지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것을 향해 달릴 필요는 있다고 본다. 왜냐면 주위에 급하게 영성가?가 되었는데 늦바람이 무섭다는 말처럼 뒤늦게 세상 맛을 알아 영적 속물이 된 사람을 보았다.

이 책에서 안셀름 그륀은 현실적 문제에 대해 심리학적 관점과 영성적 관점에서 매우 예리하게 현실적으로 답해주는 특징을 보여 준다. 그가 쓴 다른 책과 다르게 심도 있게 철학적인 접근도 보이면서 수긍하게 만들어 주는 기묘한 가르침을 주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곱씹는 책으로 한 번씩 사색의 도구로서 잘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주는 조언과 조카 라슨이 질문하며 펼쳐지는 대화는 인생과 종교 속에 갈등하며 사는 우리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 지에 대해 '삶의 의미'를 찾도록 해주고 있다. 진짜 나답게 너답게 살기를 원한다면 이 두 사람의 대화 속에 들어와 보기를 바란다.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은 다른 사람도 함께 읽고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만들었다. 수도자로서의 톨스토이라고 부르고 싶다.

그는 어쩌면 우리 시대 에녹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조카가 가진 여성적 섬세함의 질문은 훨씬 이 책을 가치있게 만들었음을 말해주고 싶다. 질문이 심오해서 그런가? 답변도 심오하며 탁월하다.

그렇다. 이 책은 그전에 읽었던 책과는 다르다. 소중한 자신을 발견하기 원하며 인생의 의미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자들에게 분명 이 책은 길잡이가 되고 숨통이 되리라 믿는다.

이 책의 한 문장

나는 내면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면서 균형을 찾게 된다. [...] 중요한 것은 흔들렸다 하더라도 다시 고요한 곳으로 돌아가는 것, 그 무엇으로도 증명할 필요가 없는 내 영혼의 가장 깊은 곳을 찾아가는 것이다. p82

융은 꿈속에서는 무신론자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 융의 이론에 따르면 영혼의 지혜는 우리 인간이 신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영혼의 지혜는 우리가 고개를 들어 우리보다 더 큰 존재를 올려다볼 때 우리 영혼이 평온해지며 우리가 진정한 사람이 될 수 있음을 알고 있다. p200-201

어느 시대이건 모든 철학자들이 제기했던 인간의 근본적 문제는 '우리는 왜 존재하며, 왜 중요한가? 우리는 왜 사는가?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가?'이다.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신경정신과 교수 빅터 프랭클은 오늘날 사람들은 (프로이트 시절처럼) 욕구나 억압 때문에 병이 들기보다는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 병이 든다고 했다. 삶의 의미를 찾는다는 것은 건강과 직결되어 있는 것이 명백한 듯하다. 그리고 삶의 의미는 돈을 많이 벌거나 성공한 것만으로 충족되지는 않는다.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은 인간을 넘어 하느님이라는 존재가 가진 비밀에 접근하게 된다. 우리가 찾는 삶의 의미는 우리 자신보다 더 큰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그 의미를 토대로 우리는 살아갈 수 있게 된다. [...] 종교는 겉으로는 우리 삶이 완전히 망가진 것처럼 보인다 할지라도 신이 우리를 보호하고 있다는 믿음을 준다. 그 결과 우리는 감사와 신뢰를 품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행복은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단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행복해지고 싶어 하며, 플라톤도 이 사실을 가설로 제시했다. 오늘날 모든 사람들은 행복을 찾아 헤맨다. 그리고 가능한 많이 가지고 누리면 행복해 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행복은 나 자신과 조화를 이룬 사람, 나보다 큰 존재 안에서 안정감을 찾은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것이다. [...] 종교를 통해 인간은 신에게서 보호와 사랑을 받고, 신과 신의 사랑으로 충만해지기 때문이다. 종교를 갖게 되면 모든 일을 자기 힘으로 해낼 필요가 없다. 어느 경우에는 받는 입장이어도 된다.

그리고 인생의 가장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즉 나는 사랑받는 존재이며, 유일무이하며 가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p208-210

너답게 나답게, 진정으로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이야기하는 책!

_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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