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에 읽는 장자 - 복잡한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시간 오십에 읽는 동양 고전
김범준 지음 / 유노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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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덧 오십을 넘어 섰다. 분명히 나는 아직 2-30대 같은 마음인데 호적상으로 나를 이렇게 선을 그으니 뭔가 애잔스럽다. 불혹을 넘어 지천명의 나이가 되었다지만 공자가 생각하는 그런 이상적인 인간은 아직 이르지 못한 거 같다. 물론 공자도 그 가르침대로 살지 못하는 모습을 최근 읽은 논어(처음 시작하는 논어, 스타북스 2022)에서 보게 되었다. 말처럼 삶이란건 쉬운 게 아니다.

그러나 마흔을 넘어 오십의 고개로 들어간 내 모습에는 이제 세상을 보는 눈과 통찰력이 남다르게 생긴거 같다. 육신도 조금씩 약해지면서 인생이란 것이 그렇게 달려 가기만 해서는 아니 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장자의 글은 오쇼 라즈니쉬를 통해서 깊이 알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장자의 가르침은 공자의 가르침 보다 한 수 위라고 생각된다. 논어가 무릎을 치게 만든다면 장자의 가르침은 이미 도를 깨닫고 앉아 지긋히 세상을 바라보는 도인의 느낌이다. 거대 담론처럼 보이는 추상적인 이야기도 있지만 대부분 어른을 위한 동화처럼 글을 통해 무언가 머리 속에서 그려지며 보게 한다. 그래서 구체적이고도 재미가 있다.

장자는 춘추 전국 시대의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 나타난 도가 사상을 계승한 철학자이다. 그의 글 속에는 초연함이 존재한다. 사소한 것에 집착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며 세상을 긍정적으로 살라고 그는 가르친다. 오십 전까지 얼마나 성공을 위해 고군분투하며 가족과 나라를 위해 수고한 인생이던가. 하염없이 달려만 온 인생을 위해 장자는 이제 그런 규율, 논리, 부와 명예를 강요하는 세상에서 벗어나 만물의 순리를 생각하며 자연에서 소요(逍遙)하기를 권한다.

그렇다. 장자는 오십의 인생에게 세상을 ‘빈 배’처럼 바라보라고 한다. 장자의 외편 중 〈산목山木〉에 실린 '빈 배'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장자의 내편 첫 편에 실려 있는 ‘나비의 꿈’과 함께 장자의 사상이 가장 잘 드러난 설화이다.이 두 설화는 읽으면 읽을 수록 놀랍다. 빈 배에 관한 얘기를 하자면 "빈 배와 부딪히면 화를 낼 일이 없으나 그 배에 사람이 타고 있다면 화를 내게 된다. 그러므로 스스로를 완전히 비우고 산다면 세상의 무엇도 나에게 해를 끼칠 수 없다."는 내용이다.

빈 배, 장자

한 사람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가

빈 배가 그의 배와 부딪히면

그가 아무리 성질이 나쁜 사람일지라도

그는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배 안에 사람이 있으면

그는 그 사람에게 피하라고 소리칠 것이다.

그대로 듣지 못하면 그는 다시 소리칠 것이고

마침내는 욕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이 모든 일은 그 배 안에 누군가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그러나 그 배가 비어 있다면

그는 소리치지 않을 것이고 화내지 않을 것이다.

세상의 강을 건너는 그대 자신의 배를 빈 배로 만들 수 있다면

아무도 그대와 맞서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그대를 상처 입히려 하지 않을 것이다.

장자를 읽고 난 후와 읽기 전은 분명하게도 차이가 난다. 세상과 사물을 보는 기준이 초연하다 못해 현실을 뛰어넘는 도취와, 망아(忘我) 상태로 빠져들게 한다. 망아 상태란 황홀한 상태를 말한다. 더 풀어서 얘기하자면 "어떤 사물(事物)에 마음을 빼앗겨 자기 자신을 잊는 상태"가 된다. 그만큼 장자의 가르침은 인생을 대자연에 철저히 순응하는 삶이 되게 하며, 삶과 죽음이 하나가 되는 무위자연적 달관의 경지에 이르게 한다. 어떤 이는 장자의 가르침은 현실 생활에서 실현될 수 없는 가르침이라고 하는데, 그런 가르침마저 없다면 우리의 삶은 비참함만이 남지 않을까 생각된다. 어쩌면 삶을 달관하게 하여서 현실을 살아내지 못하는 점이 없잖아 있다. 그러나 그런 현실을 마흔까지 살면 되었지 오십을 넘어서까지 현실과 싸우고 있다면 그자야말로 불생한 중생이라고 말하고 싶다.

장자의 글은 내 안의 찌꺼기를 '비움'이라는 그릇에 담아 버리도록 해준다. 오십이 되었다면 이 책은 어느 사람의 책장에든지 꽂혀 있는 책이어야 할 것이다. 만일 장자의 책이 책장에 없다면 나는 그와는 깊은 교제로 나아가는 것을 꺼려할 것이다. 아직도 비트코인이니, 주식이니 하면서 눈과 마음에 욕심으로 가득차 있는 오십의 친구들이 있다면 故강수연의 삶을 보면서 이제는 그 누구도 눈치보지 않는 자신만의 삶으로 살아가길 채근해 본다.

《장자》는 내편, 외편 그리고 잡편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 책은 내편(內篇)에 관한 이야기다.

목차를 보면서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으면 더 좋다. 물론 마음 내키는 대로 읽어도 한 쳅터마다 감동과 깨우침을 줄 것이다.

그 가운데 두 가지만 소개 한다.

첫째, "평범한 하루를 지옥으로 만드는 시시비비의 덫"에 관한 내용이다.

聖人不由 而照之於天 성인불유 이조지어천

성인은 시시비비를 가리는 대신 하늘의 이치를 따른다.

살면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경우가 있다. 특히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그런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과연 그렇게도 중요한가 싶다. 오십이 되니 자기 기준이 뚜렷하다. 그래서 상대방의 생각을 바꾸려다가 도리어 관계를 망치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자연적으로 그런 시시비비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한다. 책에도 소개되는데 김삿갓이 쓴 '시시비비시'라는 작품에 이런 시가 있다.

옳은 것 옳다 하고 그른 것 그르다 함이 꼭 옳진 않고

그른 것 옳다 하고 옳은 것 그르다 해도 옳지 않는 건 아닐세

그른 것 옳다 하고 옳은 것 그르다 함, 이것이 그른 것은 아니고

옳은 것 옳다 하고 그른 것 그르다 함, 이것이 시비일세

조금은 어렵게 느껴지는 시지만 핵심은 "내거 옳고 너는 틀리다"는 것이 결국 서로의 관계를 악화시켜 논쟁으로 나아가게 하며 서로를 적대적이게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장자는 성인은 시시비비를 가리는 대신 하늘의 이치에 비추어 상대를 가르지 말고 있는 그대로 포용하여 받아들이길 원한다. 이것과 연관되는 내용이 뒤쪽 74페이지에 가면 나온다.

因是已(인시이) 已而不知其然(이이부지기연) 謂之道(위지도)라는 말인데 그 뜻은 "그렇게 할 뿐 그러한 까닭을 알지 못하는 것을 도라고 말한다"는 뜻이다. 즉 오직 도에 능통한 사람만이 만물과 하나임을 알기에 자신이 옳다고 고집하지 않고 그저 모든 사람에게 맡겨 둘 뿐이며 그렇게 할 뿐 자기가 그렇게 한다는 의식조차 없는 상태에 이르는 것(道)을 말한다. 이렇게만 된다면 세상은 벌써 도(道)에 이르러 이곳이 바로 신선이 머무는 공간이 될 것이다.

둘째,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지혜롭다는 내용에 관해서이다.

四問而四不知 사문이사부지

네 번 물었으나 네 번 다 모른다고 답하다.

장자의 내편 〈옹제왕〉에는 요임금 시절의 전설적인 현자인 설결과 왕예라는 인물이 나온다. 설결이 자신의 스승인 왕예에게 무언가를 물었다. 네 번을 물었으나 네 번 다 모른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설결은 껑충 뛰면서 매우 좋아하며 포의자에게로 가서 그것을 알렸다고 하는 내용이다. 설결은 왜 기뻐했을까? 스승이 모른 것이 제자가 그렇게 기뻐할 일인가 할 때 장자가 말하려는 바는 설결의 오만함이 아니라 스승의 '모름' 속에서 '참된 앎'을 깨달았다는 것을 말해주려는 것이다. 즉 우리가 아는 것은 결국 모른다는 사실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왕예와 그런 왕예를 보고 기뻐하는 설결은 삶을 제대로 누리고 행복해지는 비결을 알고 있었다. 아는 척하지 않는 사람이 존경을 받는다.

또한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을 때 인생은 겸허함이 갖혀지게 된다.

장자의 글은 삶 위에 삶을 만들어 준다. 조급하고 무언가를 채워야 하는 삶에서 자신을 비워냄으로 더 채워지는 삶을 가르쳐 준다.

이 책의 한 문장

이름을 알리고자 하는 욕망이 덕을 흔들리게 만든다.

서로를 미워하게 하는 명예와 경쟁하게 만드는 지식은 사람을 위협하는 두 개의 흉기다.

名也者 相軋也ㅠ 知者也 爭之器也 二者凶器 명야자 상알야 지자야 쟁지기야 이자흉기

덕은 명성을 좇느라 흔들리고 지식은 다투면서 드러나게 됩니다. 명성이란 건 결국 서로를 반목하게 만들고 이로 인해서 다툼이 일어날 지식이 도구로 이용됩니다. 명성을 쫓는 것 그리고 지식을 다투는 것, 이 두 가지는 흉기와도 같습니다. p148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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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하는 사람, 조광조
조성일 지음 / 시간여행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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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개혁'이라는 낱말과 떼레야 뗼 수 없는, 조선 중종 때 대사헌을 지낸 정암靜庵 조광조趙光祖의 삶과 사상을 다룬 팩션(Faction)이다. 이 책을 통해 조광조의 개혁 정신을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 살가죽이 벗겨지는 고통을 감내하며 개혁에 목숨 바친 그의 삶을 처음으로 독자는 마주하게 된다. 과연 이 시대에 그런 인물이 있을까? 개혁이라는 것을 외치는 현재의 정부 관료들도, 야당으로 밀려난 민주당도 개혁은 외치는데 그들에겐 개혁을 입에 담을만한 깨끗한 자가 보이지 않는다.

무엇을 위한 개혁을 추구하는지 국민들은 안다. 오직 자신의 당을 위한 것과 국민을 위하는 척하는 달콤한 개혁만이 나부끼는 형태다. 청문회를 해보면 괜찮은 인물 같은데 하나같이 구정물과 같은 모습이다. 오죽 했으면 '정치인들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 있겠는가?

전북 완주에 있는 우석대학교 문학창작학과 교수인 안도현 시인은 정치인들에 대해 시장에서 생선 고르듯 국회의원 출마자들을 고르면 그만일 텐데 쉽지 않은 이유가 “대다수 정치인은 다량의 방부제와 표백제를 몸에 칠하고 다닐 뿐 아니라 선거철만 되면 유권자의 코를 유혹하는 향수를 ‘징하게’ 뿌리고 다녀 ‘총체적으로 썩은 정치인들을 가려내기가 어렵다' 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광조의 모습은 이렇게 드러난다. 그는 학문에 뜻을 두었다가 관직을 추천받자 불공정하다며 과거를 보고 정정당당하게 벼슬길에 올랐다. 또한 서슬 퍼런 기득권층의 거짓 공훈을 삭탈했다가 목숨까지 내놓게 되는 양심적인 인간으로 그려진다. 이것은 역사적으로 '기묘사화'라 불리는 사건이다.

어느 시대나 세상을 새롭게 개혁 하고자 할 때 반대의 세력에 부딛히게 된다. 개혁의 초점은 항상 기득권을 향해 서 있게 되는데 그들 또한 살아 남기 위해 저항과 더불어 갖은 모략을 통해 신진 세력을 위협해 간다. 얼마 전 TV 사극인 태조 이방원을 보니 개혁은 목숨을 내놓은 강단이 있어야 함을 알게 된다.

조광조가 조선시대 최고의 개혁가라고 불리는 이유는 중종반정을 통해 연산군을 몰아낸 후 당시 관료사회가 별 탈 없이 안정적인 정치생활을 하기 위해 너도 나도 몸을 사리기만 하던 시절이었는데 갑자기 등장한 조광조는 4년이라는 짧은 시간 만에 훈구파를 견재하고 왕권을 강화하는 계기를 만들며 큼직큼직한 개혁들을 이루어 낸다. 즉 1515년 중종은 사림파의 추앙을 받던 조광조를 등용해 소격서를 폐지하고 도승 제도를 폐지했으며 현량과를 실시해 사림 세력을 대거 등용하는 등 유교의 이상 정치를 목표로 개혁 조치들을 단행하였다.

그러나 역사는 재밌게도 사림 세력의 급속한 진출과 과격한 개혁 정치는 훈구파의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중종도 그들에게 불안과 염증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하여 1519년 남곤 · 심정 등이 기묘사화를 일으켜 이를 기회로 조광조를 사사하고 조광조에 의해 이룩된 개혁 조치들을 모두 되돌려놓게 된다.

개혁이란 돌맞을 각오를 하고 하는 것이리라. 남다른 강직함과 떡잎부터 남달랐던 그의 삶은 이렇게 허무하게도 끝을 맺었다. 휘어지느니 부러지는 것을 택한 조광조를 통해 우리 시대 필요한 개혁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는 기회가 되었다.

이 책은 특이하게도 역사 속에 있던 '조광조'라는 후손이 쓴 책이다. 조광조를 정암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저자는 대학 시절 은사의 부탁을 뒤늦게 실천하는 마음으로 가문의 선조인 조광조에 관한 책을 지금 써서 출판을 하였다. 애착이 많이 가는 책일 것이다.

현 정부가 들어선지 얼마 되지 않는 시점이다. 얼마나 제대로 된 개혁을 하며 국민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할지 지켜보고자 한다. 그의 좌우명이 마음에 새겨진다. 현 정치인이나 우리들도 마음에 두고 새겨야 할 문장이다. 즉 ‘도를 밝히는 것[明道]’과 ‘혼자 있을 때를 조심하는 것[愼獨]’이 일생의 철학이며 그의 '삶' 그 자체였다.

그의 강직한 삶은 사약을 받을 때도 남달랐는데 사약을 마셨지만 쉽게 목숨이 끊어지지 않자 군졸들이 달려들기 전에 호통을 치며 이런 말을 했다. "임금께서 내 몸을 보존하고자 사사의 명을 내린 것이다. 너희들이 어찌 감히 이럴 수가 있는냐?" 하며 사약을 더 가져오라고 하여 한 사발을 더 마신 다음에 절명을 하였다. 향년 서른 여덟 살이었다.

아! 얼마나 젊디 젊은 나이며 안타까운 죽음인가?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 가운데 퇴계 이황의 말이다. 조광조의 <행장>에서 그는 세 가지 이유를 들어 그의 희생을 아쉬워 했는데 "첫째 불행은 등용되어 발탁된 것이 너무도 갑작스럽웠다는 것이고, 둘째 불행은 벼슬에서 물러나기를 구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는 것이고, 셋째 불행은 귀양 가서 일생을 마친 것이다."

그의 죽음에 하늘도 마음을 드러 내었는데 장례를 치르자 흰 무지개가 해를 둘렀는데, 동쪽과 서쪽으로 세 번, 남쪽과 북쪽으로는 각각 한 번씩 둘렀다. 그리고 저녁이 되자 길이 열자 남짓 한줄기의 무지개가 얼마 동안 있다 사라졌다고 한다.

이 책은 한 사람의 일대기지만 역사 속에서 우리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으며, 개혁이란 무엇이어야 하는 지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책이라 생각된다. 아무리 좋은 개혁도 시대가 따라주지 못하고, 지지 세력이 없는 한 그 개혁은 한 줄기 시원한 바람 밖에는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시원한 바람이라도 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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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처음 시작하는 논어 - 지혜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생 공부 슬기로운 동양고전
김세중 지음 / 스타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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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책!

지혜와 지식과 지략이 집약된 고사성어의 보고

『논어』는 어떻게 조선왕조를 지배하는 철학이 되었나?

논어를 처음 대하면서 나는 마치 장자처럼 덩실덩실 춤을 추며 기뻐하게 되었다. 이런 문장을 왜 학교에서는 가르치기를 잊었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에 가장 강력하게 영향을 미친 『논어』는 사서오경의 첫 번째 책으로 중국 최초의 어록이자 유가의 경전이라 한다. 이런 경전을 외면하는 것은 삶의 진수를 하찮게 여기는 것이리라.

논어는 삶의 이치가 풍부한 철학이다. 서양 철학과는 다르게 사변적이지도 않고 비꼬면서 힘들게 봐야 하는 문장도 아니고, 그냥 읽게 되면 무릎을 치게 만드는 명언 중의 명언과 같은 문장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명언 한 문장을 중심으로 ‘명언이 생겨난 배경’과 함께 ‘지혜가 꼬리를 무는 역사 이야기’가 함께 실려져 있다. 이 두 가지 관점에서 분석과 해석을 가미하여 주었기에 논어를 처음 대하는 독자들은 더욱 읽는 재미가 쏠쏠하게 느껴질 것이다.

논어에는 공자와 그 제자와의 문답이 주된 내용이고, 공자의 발언과 행적, 그리고 제자들의 발언 등 인생의 교훈이 되는 말들이 간결하면서도 함축성 있게 기록되어 있다. 논어의 첫 문장은 이러하다.

"배우면서도 때때로 익힌다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벗이 먼 곳에서부터 오고 있다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화를 쌓아두지 않는다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

참으로 명문장이다. 이 책을 읽으며 처음 알게 되었는데 『논어』의 ‘논’은 공자가 제자 및 여러 사람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토론한 것이고, 제자들에게 전해주는 가르침을 ‘어’라고 부른다. 쉽게 말해 논하며 가르침을 주는 내용들이다. 아무래도 '어'에 깊은 내용이 있지 않나 싶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공자는 중국보다 조선에 더욱 강력하게 영향을 미친 성현이다. 이 책 한 권이 조선의 정치사회와 가족관계를 좌우한 실로 대단한 책으로 지금도 그 영향이 존재한다. 이미 중국은 공자가 사라진 나라라고 평가 된다. 그와 다르게 한국은 선비 정신과 함께 인의예지(仁義禮智)가 있는 나라라 생각된다. 물론 간혹 지하철과 같은 곳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예(禮)가 사라진 인간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한국은 공자가 준 영향 속에서 사회구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생각된다.

한 번은 공자에 대한 다큐를 보게 되었는데 공자의 삶을 보면 참으로 열정적인 인간이었고, 고뇌와 절망을 반복하면서 자기의 꿈을 세상의 꿈으로 바꾸고자 평생 방황했던 인물로 그려졌다. 기원전 497년 54세의 공자는 안회, 재아, 자로, 자공 등 4명의 제자와 함께 세상을 바로 잡아 보고자 14년간 기나긴 유랑생활을 하였다. 수천 킬로미터를 걸어 다녔으며 무려 일곱 나라를 두루 돌아다녔다.

그러나 노년에 이르러 그의 꿈이 현실에 펼쳐지지 않자 ‘하늘이 나를 버렸구나’, ‘나의 도가 끝났구나.’,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며 실현되지 못한 현실에 아픔을 표하는 것을 보았다. 극진히 아끼는 제자 안연이 죽었을 때 공자는 이렇게 탄식했다고 하는데 "顔淵死. 子曰: “噫! 天喪予! 天喪予!" 즉 공자는 “아! 하늘이 나를 버리셨구나! 하늘이 나를 버리셨구나!”고 말했다. 또한 제자 자로(子路)가 죽었을 때도 “아, 슬프다! 하늘이 나를 망쳐버렸다[天喪予]”라고 했다. 노나라 서쪽의 사냥에서 기린이 잡히자 "나의 도가 궁하게 되었다[吾道窮矣]”고 말했다.

그만큼 이상적이라서 그런가? 아니면 그 도(道)를 따르는데 있어서는 국가로서는 불가능하고 개인으로서만 성취되는 도(道)이어서 그런가?

그것이 무엇이든 논어는 2500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시대에도 충분히 귀울여 들을 내용이 가득차 있다. 죽이면 죽일수록 불사신처럼 다시 살아나는 논어라고 말하고 있다. 이미 서양은 논어에 흠뻑 취해 있다. 논어를 아는 사람 또한 논어를 손에 놓고 싶어하지 않는다. 씹을수록 영양가가 있는 음식이 있다. 바로 논어가 그렇다.

어디든 펼치면 '어떻게 이런 문장이 있지'하는 문장이 가득하다. 두 가지만 언급하고자 한다.

不以言擧人, 不以人廢言. “군자불이언거인, 불이인폐언.”이라는 문장이다.

그 뜻은 "군자는 말만 듣고 사람을 천거하지 않으며 사람만 보고 그 말을 버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품행이 바르지 못한 사람이라고 해서 그 사람의 좋은 말까지 버리는 실수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매스컴을 통해 괜찮게 본 인물이 있다. 그래서 그 사람의 강연과 글이 좋았는데 어느 날 그 사람이 내 기준으로 볼 때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이다. 그 이후로 그 사람이 말한 것은 좋은 말이라도 아예 쳐다보지 않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런데 책을 보면 공자도 그러했다. 본인은 이렇게 명문장을 쏟아 냈지만 정작 공자는 제자 '재아'가 곤란한 질문을 하자 재아의 질문이 무례하고 고약하다고 여겼다. 또 한 번은 재아가 오제(五帝)의 덕행에 물었는데 평소 제자들을 온화하게 대하던 공자는 차갑게 힐난하듯 대답했다. "너는 그러한 질문을 할 만한 위인이 못된다." 아뿔싸 공자도 사람인 것일까?

또 하나의 문장을 소개한다. 道不同, 不相爲謀. “도부동 불상위모”

이 뜻은 “추구하는 길이 다르면 함께 일을 도모하지 말라.”는 말이다. 이른바 친구를 사귈 때는 무엇보다도 도덕을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추구하는 길이 같으면 친구가 될 수 있지만 추구하는 길이 다르면 함께 일을 도모해서는 안 된다. 서로 추구하는 목표가 같으면 실천 방법 역시 비슷하다. 그리되면 쉽게 의기투합할 수 있어서 서로 간에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상대방의 인물 됨됨이를 훤히 꿰뚫어 보기 때문에 헛소문이나 악담에도 서로를 오해하는 일이 없다. 이렇듯 목표가 같으면 상대방에게 유익한 도움을 주며 함께 미래를 창조할 수 있지만 반면에 각자가 추구하는 목표가 다르면 자연스레 헤어지기 마련이다.

이 책은 처음 논어를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쉽게 읽혀지는 책이다. 명언도 좋지만 명언에 관계된 배경과 꼬리를 무는 역사 이야기가 이 책을 더욱 빛나게 한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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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가 묻고 성경이 답하다
차준희 지음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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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다니는 사람에게 성경은 귀한 책인 동시에 의문으로 가득차 있다. 마치 하와처럼 호기심 가득하며, 도마처럼 끊임없이 의심이 되는 내용이 가득하다. 믿음만 있다면 이 모든 것은 잘 소화가 되지만 그럼에도 초신자 포함 기존 신자들은 설교를 듣다가, 성경을 읽다가 자신이 믿고 있는 내용에 대해 자연스럽게 질문이 나온다.

 

목차에 나온대로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하는데 우리 손에 오기까지 어떤 과정으로 형성'되었는지 궁금하다. '말씀 묵상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데 말씀 묵상은 과연 어떻게 하는 지도' 궁금해 진다. 또한 교회에서는 '믿음을 강조하는데 참된 믿음이 무엇인지' 때론 알고 싶기도 하다. 더군다나 매주마다 고백하는 사도신경은 어떤 의미가 있으며, 왜 매주 고백을 하고 있는 지도 알고 싶어 진다. 그리고 교회는 어떻게 생겨났고, 무엇을 지향하는 지에 대해서도 성도는 기본적으로 알고 싶다.

 

구약 인물 가운데 모세의 삶이 크게 차지하고 있는데 왜 그는 왕자의 자리에서 벗어나 살인자가 되었으며 그를 최종적인 가나안 땅에 들어가게 하지 않으셨는지 궁금하다. 또한 모세와 결이 다른 여호수아에 대해서, 고집스런 요나의 모습을 어디까지 받아 들여야 하는 지에 대해 궁금하다. 신약의 인물 가운데는 가장 알고 싶은 대목이 있는데 왜 예수님은 마르다 보다 마리아를 칭찬했는 지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알고 싶다. 그리고 십자가에 달린 두 강도의 태도는 왜 끝에 가서 상반된 태도를 보였는지, 간통죄가 폐지된 이후 성경은 여전히 여기에 대해 무어라고 말씀하며 가르치고 있는 지에 대해 알고 싶다.

 

어쩌면 가장 알고 싶은 궁금증은 '하나님은 왜 선악과를 만드셔서 인간이 죄를 짓게 하셨을까?'에 대해서 매우 궁금할 것이다. 특히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데 성경은 여기에 대해 무어라고 정의 내리고 있는 지에 대해 궁금하다.

 

이 책은 우리가 흔히 가질 수 있는 질문에 대해 성격학자로서 원어 성경에 근거한 성경 해석을 해주고 있는 책이다. 지나치기 쉬운 성경과 사회 이슈에 대해서 저자는 신학자로서 전문가적인 해박한 지식과 깊이 있는 해석으로 군더더기 없는 핵심을 찌르는 답변을 해주고 있다.

 

신앙인들에게 기본기는 너무나 중요하다. 인간에겐 기본적인 알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 이 책은 CBS 올포원 프로그램을 위해 준비했던 내용으로서 그리스도인들이 궁금해 하는 엄선된 질문으로 구성되었다. 그런데 어떤 질문에 대해선 조금 의아한 질문이 있다. 이 질문이 과연 궁금했을까 하는 생각을 가진다. 그리고 이 책은 일반 성도들뿐 아니라 설교자들과 신학생들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설교자들에게나 신학생들에게는 조금은 밋밋한 내용과 답변이지 않나 생각된다.

 

따라서 초신자에게 필요한 책이며 일반 성도들이 보면서 성경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처음 쳅터 1에 나오는 신앙의 기본기는 매우 도움을 주며 명료하면서도 실속 있게 답변을 주고 있다. 그 외 질문에 대한 답변은 이미 기존 교회 설교자들로부터 들어온 내용이기에 조금은 신선함이 떨어진다. 물론 초신자나 일반 성도들 기준으로는 새로울 수 있다.

 

그런면에서 처음 신앙생활 하는 성도들과 교회는 오래 다녔지만 성경을 깊이 읽지 않는 이들에게는 이 책이 큰 묘미를 주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의 한 문장

 

선악과의 존재 의미: 사랑의 질서

 

하나님은 첫 사람에게 단 한 가지만을 못하게 제한함으로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 반드시 지켜야 할 마지노선을 그으신다. 모든 것이 가능한 사람이지만, 한 가지의 제한과 한계를 두신 하나님께 순종함으로 사람은 사람이 되고, 하나님은 하나님이 되신다.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가 무엇이든지 간에, 사람은 이를 금지하신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함으로 하나님의 통치권을 인정하며 동시에 인간의 제한성을 수용하는 것이다. 이 금지명령은 인간을 속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있어야 할 사랑의 질서를 제시한 것이다. p.244

 

오늘도 선악과는 여전히 우리 안에 존재한다. 하나님으로부터 벗어나서 스스로 하나님이 되고 싶은 충동이 우리 안의 선악과다. ‘인간이 하나님처럼 된다는 것은 인간이 하나님으로부터 분리됨을 의미한다. 즉 인간이 하나님께 대한 의존 관계에서 벗어나 자신의 의지대로 독립하게 됨을 말한다. [] 인간이 의존자임을 망각하고 스스로가 자존자가 되려는 욕망이 죄의 본질이다. 인간과 하나님 사이에 존재해야 하는 관계를 파괴하고 하나님으로부터 이탈하려는 욕망의 시도, 이것이 인간의 죄악이며 타락이다. p.246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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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삶을 위한 안내서 - 한 번뿐인 당신의 인생을 위한 스토아철학의 아주 오래된 지혜
윌리엄 B. 어빈 지음, 이재석 옮김 / 마음친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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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무엇보다 '삶의 기술'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목수가 다루는 재료가 나무이고 조각가의 재료가 청둥이듯이 철학은 ''이라는 재료를 가지고 '삶의 기술'을 연마한다-Epictetus

 

들어가는 말에 보면 '이 책은 삶의 철학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것임을 천명한다.' 삶을 잘 살고 싶은마음의 욕망이 인간에겐 있다. 나 또한 좋은 삶을 위한 안내를 받고 싶어서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한 번뿐인 인생이다. 이왕 사는 거 잘못 살았다고 후회하지 않는 인생이길 원한다. 최근 영화 배우 강수연이 뇌출혈로 향년 55세에 세상을 떠났다. 오늘날로 치면 너무 짧은 세상을 살다가 인생을 마무리 했다. 고인의 미담이 알려지면서 뭉클해지기도 하는데, 그러나 고인은 이미 세상을 떠나 어디론가 가버렸다.

 

삶은 무엇을 위해서 살아가야 하는가? 어떤 삶이어야 후회되지 않고 스스로도 만족하며 살 수 있는가? 인생은 과연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가? 단지 죽으면 아주 악한 자가 아니면 단지 하늘 나라로 다 가게 되는가? 영혼이 있다면 그 영혼이 이 땅의 짧은 삶을 사는 이유가 무엇인가? 영혼은 정말 존재하는가? 존재하지 않다면 단지 육신으로 살다가 죽는 의미는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그렇다. 이런 고민을 누군가는 충분히 했을 것이며, 여기에 관해 누군가 정의를 하며 삶을 말해주는 자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스토아철학자들을 통해서 듣는 좋은 삶에 관한 안내서이다. 이미 스토아철학에 대해서 접해온 독자로서 이번에 신간으로 나온 윌리엄 B. 어빈 (William B. Irvine) 철학 교수를 통해 더 깊이 안내 받고 싶었다. 그는 라이트 주립대학교의 철학교수이다. 미시건 대학교에서 수학과 철학 학사 학위를, UCLA에서 철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을 정도로 철학적 이해에 관해 매우 뛰어난 교수이다. 대부분의 철학 연구자들과 다르게 그는 철학을 활용해 자기 일상을 더 잘 살아가는 일에 관심 있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유용한 글을 쓰고 있다.

 

이 책에는 스토아주의자가 되려는 사람에게 필요한 상세한 지침을 담고 있다. 스토아철학을 자기 삶의 철학으로 받아들이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아마 우리는 삶의 목표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특히 우리가 욕망하는 것, 그중에서도 많은 사람이 원하는 부와 명예가 실은 그리 추구할 가치가 없음을 깨닫게 된다. 대신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스토아철학자들이 덕(virtue)이라고 부르는 마음의 평정을 추구할 것으로 본다. 그리고 스토아철학자들이 말하는 덕이 오늘날생각하는 덕과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될 것이다.

 

 

스토아 철학자들이 추구하는 마음의 평정은 신경안정제로 얻는 무감각 상태가 아니다. 그것은 분노, 슬픔, 불안, 두려움 등의 부정적 감정이 없는 동시에 기쁨 등의 긍정적 감정으로 가득한 마음 상태다.

 

지난 2천 년간 많은 것이 바뀌었다. 그러나 인간의 심리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21세기의 우리는 세네카 등의 1세기 철학자의 조언에서 얼마든지 유익함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은 총 네 파트로 되어 있다. 1부는 철학의 탄생에 대해 이야기 한다. 2-3부는 스토아 철학을 수련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되는지 다룬다. 4부는 스토아 철학을 수련하며 얻는 통찰을 전하고 있다.

 

2-3부가 실제적으로 도움을 주는 내용이다.

 

스토아철학의 심리 기법 가운데 하나인 '부정화 시각화'에 대해 조금 다뤄 본다. 이 말은 안 좋은 상황을 미리 그려 본다는 것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에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이따금씩 떠올린다. 안 좋은 일을 떠올리는 이유는 우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에픽테토스도 말하기를 "어디서든 무엇이든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늘 기억하라"고 말한다.

 

세네카는 아들을 잃고 3년이 지난 뒤에도 슬픔에 빠져 있는 마르키아라는 여성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그 편지에서 세네카는 부정적 시각화 기법을 이야기 한다.

 

우리가 가진 것은 무엇이든 운명의 여신이 잠시 '빌려준'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운명의여신은 우리의 승낙과 예고 없이 언제든 그것을 되가져 갈 수 있다.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모든 것을 사랑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을 영원히, 아니 한동안이라도 소유하리라 장담할 수 없다.

 

그리고 이어 세네카는 사랑하는 사람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도 잠시 멈춰 이 시간이 언젠가 끝날 것이라는 점을 자주 숙고하라고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의 죽음이 즐김의 시간을 끝내게 된다는 것이다. 에픽테토스도 부정적 시각화를 지지하고 있는데 "그는 자녀에게 뽀뽀를 할 때도 아이 역시 언젠가 죽음에 이른다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했다. "아이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라고" 한다.

 

부정적 시각화는 스토아철학자들이 개발한 심리 도구 가운데 가장 중요한 기법이다. 일반적으로 삶에 일어나는 원치 않는 전쟁, 질병, 자연재해와 같은 아픔과 고통들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을 앗아간다는 점에서 비극이다. 그러나 그것을 겪는 사람을 크게 변화시키는 힘도 있다. 실제 일어나지 않았지만 부정적 시각화를 통해 삶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기쁨의 능력을 회복한다.

 

무엇보다 통제하는 것과 통제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잘 분리하며 사물을 보라고 한다. 어차피 통제가 안 되는 상황을 보고 마음 아파할 거 없다. 태양이 지고 뜨는 것이 통제가 안 되듯 우리 삶은 그런 통제가 불가능한 것이 있다. 또한 통제가 가능한 것과 어느 정도 통제가 되지만 통제가 안 되는 상황이 있다. 이 모든 것을 인정하고 통제가 가능한 상황을 보며 마음의 평정을 찾아야 한다.

 

삶의 문제는 어쩌면 단순한데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며, 다른 쪽으로 생각해 보지 않았기에 삶은 그동안 불안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아마도 삶의 문제 앞에 이제는 "평정심"을 가지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좋은 삶은 안내를 받아야 한다. 이 책은 그런 삶을 충분히 안내해 주는 책이다.

 

이 책의 한 문장

 

욕망에 관해 연구하던 중 저자는 생각 깊은 사람들이 가진, 욕망에 관한 공통된 견해를 발견했다. 그것은 만족할 줄 모르는 마음을 극복하지 않고는 좋은 삶,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끝없이 더 가지려는 성향을 다스리는 좋은 방법이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하는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p14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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