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에 읽는 장자 - 복잡한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시간
김범준 지음 / 유노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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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덧 오십을 넘어 섰다. 분명히 나는 아직 2-30대 같은 마음인데 호적상으로 나를 이렇게 선을 그으니 뭔가 애잔스럽다. 불혹을 넘어 지천명의 나이가 되었다지만 공자가 생각하는 그런 이상적인 인간은 아직 이르지 못한 거 같다. 물론 공자도 그 가르침대로 살지 못하는 모습을 최근 읽은 논어(처음 시작하는 논어, 스타북스 2022)에서 보게 되었다. 말처럼 삶이란건 쉬운 게 아니다.

그러나 마흔을 넘어 오십의 고개로 들어간 내 모습에는 이제 세상을 보는 눈과 통찰력이 남다르게 생긴거 같다. 육신도 조금씩 약해지면서 인생이란 것이 그렇게 달려 가기만 해서는 아니 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장자의 글은 오쇼 라즈니쉬를 통해서 깊이 알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장자의 가르침은 공자의 가르침 보다 한 수 위라고 생각된다. 논어가 무릎을 치게 만든다면 장자의 가르침은 이미 도를 깨닫고 앉아 지긋히 세상을 바라보는 도인의 느낌이다. 거대 담론처럼 보이는 추상적인 이야기도 있지만 대부분 어른을 위한 동화처럼 글을 통해 무언가 머리 속에서 그려지며 보게 한다. 그래서 구체적이고도 재미가 있다.

장자는 춘추 전국 시대의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 나타난 도가 사상을 계승한 철학자이다. 그의 글 속에는 초연함이 존재한다. 사소한 것에 집착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며 세상을 긍정적으로 살라고 그는 가르친다. 오십 전까지 얼마나 성공을 위해 고군분투하며 가족과 나라를 위해 수고한 인생이던가. 하염없이 달려만 온 인생을 위해 장자는 이제 그런 규율, 논리, 부와 명예를 강요하는 세상에서 벗어나 만물의 순리를 생각하며 자연에서 소요(逍遙)하기를 권한다.

그렇다. 장자는 오십의 인생에게 세상을 ‘빈 배’처럼 바라보라고 한다. 장자의 외편 중 〈산목山木〉에 실린 '빈 배'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장자의 내편 첫 편에 실려 있는 ‘나비의 꿈’과 함께 장자의 사상이 가장 잘 드러난 설화이다.이 두 설화는 읽으면 읽을 수록 놀랍다. 빈 배에 관한 얘기를 하자면 "빈 배와 부딪히면 화를 낼 일이 없으나 그 배에 사람이 타고 있다면 화를 내게 된다. 그러므로 스스로를 완전히 비우고 산다면 세상의 무엇도 나에게 해를 끼칠 수 없다."는 내용이다.

빈 배, 장자

한 사람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가

빈 배가 그의 배와 부딪히면

그가 아무리 성질이 나쁜 사람일지라도

그는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배 안에 사람이 있으면

그는 그 사람에게 피하라고 소리칠 것이다.

그대로 듣지 못하면 그는 다시 소리칠 것이고

마침내는 욕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이 모든 일은 그 배 안에 누군가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그러나 그 배가 비어 있다면

그는 소리치지 않을 것이고 화내지 않을 것이다.

세상의 강을 건너는 그대 자신의 배를 빈 배로 만들 수 있다면

아무도 그대와 맞서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그대를 상처 입히려 하지 않을 것이다.

장자를 읽고 난 후와 읽기 전은 분명하게도 차이가 난다. 세상과 사물을 보는 기준이 초연하다 못해 현실을 뛰어넘는 도취와, 망아(忘我) 상태로 빠져들게 한다. 망아 상태란 황홀한 상태를 말한다. 더 풀어서 얘기하자면 "어떤 사물(事物)에 마음을 빼앗겨 자기 자신을 잊는 상태"가 된다. 그만큼 장자의 가르침은 인생을 대자연에 철저히 순응하는 삶이 되게 하며, 삶과 죽음이 하나가 되는 무위자연적 달관의 경지에 이르게 한다. 어떤 이는 장자의 가르침은 현실 생활에서 실현될 수 없는 가르침이라고 하는데, 그런 가르침마저 없다면 우리의 삶은 비참함만이 남지 않을까 생각된다. 어쩌면 삶을 달관하게 하여서 현실을 살아내지 못하는 점이 없잖아 있다. 그러나 그런 현실을 마흔까지 살면 되었지 오십을 넘어서까지 현실과 싸우고 있다면 그자야말로 불생한 중생이라고 말하고 싶다.

장자의 글은 내 안의 찌꺼기를 '비움'이라는 그릇에 담아 버리도록 해준다. 오십이 되었다면 이 책은 어느 사람의 책장에든지 꽂혀 있는 책이어야 할 것이다. 만일 장자의 책이 책장에 없다면 나는 그와는 깊은 교제로 나아가는 것을 꺼려할 것이다. 아직도 비트코인이니, 주식이니 하면서 눈과 마음에 욕심으로 가득차 있는 오십의 친구들이 있다면 故강수연의 삶을 보면서 이제는 그 누구도 눈치보지 않는 자신만의 삶으로 살아가길 채근해 본다.

《장자》는 내편, 외편 그리고 잡편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 책은 내편(內篇)에 관한 이야기다.

목차를 보면서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으면 더 좋다. 물론 마음 내키는 대로 읽어도 한 쳅터마다 감동과 깨우침을 줄 것이다.

그 가운데 두 가지만 소개 한다.

첫째, "평범한 하루를 지옥으로 만드는 시시비비의 덫"에 관한 내용이다.

聖人不由 而照之於天 성인불유 이조지어천

성인은 시시비비를 가리는 대신 하늘의 이치를 따른다.

살면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경우가 있다. 특히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그런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과연 그렇게도 중요한가 싶다. 오십이 되니 자기 기준이 뚜렷하다. 그래서 상대방의 생각을 바꾸려다가 도리어 관계를 망치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자연적으로 그런 시시비비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한다. 책에도 소개되는데 김삿갓이 쓴 '시시비비시'라는 작품에 이런 시가 있다.

옳은 것 옳다 하고 그른 것 그르다 함이 꼭 옳진 않고

그른 것 옳다 하고 옳은 것 그르다 해도 옳지 않는 건 아닐세

그른 것 옳다 하고 옳은 것 그르다 함, 이것이 그른 것은 아니고

옳은 것 옳다 하고 그른 것 그르다 함, 이것이 시비일세

조금은 어렵게 느껴지는 시지만 핵심은 "내거 옳고 너는 틀리다"는 것이 결국 서로의 관계를 악화시켜 논쟁으로 나아가게 하며 서로를 적대적이게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장자는 성인은 시시비비를 가리는 대신 하늘의 이치에 비추어 상대를 가르지 말고 있는 그대로 포용하여 받아들이길 원한다. 이것과 연관되는 내용이 뒤쪽 74페이지에 가면 나온다.

因是已(인시이) 已而不知其然(이이부지기연) 謂之道(위지도)라는 말인데 그 뜻은 "그렇게 할 뿐 그러한 까닭을 알지 못하는 것을 도라고 말한다"는 뜻이다. 즉 오직 도에 능통한 사람만이 만물과 하나임을 알기에 자신이 옳다고 고집하지 않고 그저 모든 사람에게 맡겨 둘 뿐이며 그렇게 할 뿐 자기가 그렇게 한다는 의식조차 없는 상태에 이르는 것(道)을 말한다. 이렇게만 된다면 세상은 벌써 도(道)에 이르러 이곳이 바로 신선이 머무는 공간이 될 것이다.

둘째,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지혜롭다는 내용에 관해서이다.

四問而四不知 사문이사부지

네 번 물었으나 네 번 다 모른다고 답하다.

장자의 내편 〈옹제왕〉에는 요임금 시절의 전설적인 현자인 설결과 왕예라는 인물이 나온다. 설결이 자신의 스승인 왕예에게 무언가를 물었다. 네 번을 물었으나 네 번 다 모른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설결은 껑충 뛰면서 매우 좋아하며 포의자에게로 가서 그것을 알렸다고 하는 내용이다. 설결은 왜 기뻐했을까? 스승이 모른 것이 제자가 그렇게 기뻐할 일인가 할 때 장자가 말하려는 바는 설결의 오만함이 아니라 스승의 '모름' 속에서 '참된 앎'을 깨달았다는 것을 말해주려는 것이다. 즉 우리가 아는 것은 결국 모른다는 사실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왕예와 그런 왕예를 보고 기뻐하는 설결은 삶을 제대로 누리고 행복해지는 비결을 알고 있었다. 아는 척하지 않는 사람이 존경을 받는다.

또한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을 때 인생은 겸허함이 갖혀지게 된다.

장자의 글은 삶 위에 삶을 만들어 준다. 조급하고 무언가를 채워야 하는 삶에서 자신을 비워냄으로 더 채워지는 삶을 가르쳐 준다.

이 책의 한 문장

이름을 알리고자 하는 욕망이 덕을 흔들리게 만든다.

서로를 미워하게 하는 명예와 경쟁하게 만드는 지식은 사람을 위협하는 두 개의 흉기다.

名也者 相軋也ㅠ 知者也 爭之器也 二者凶器 명야자 상알야 지자야 쟁지기야 이자흉기

덕은 명성을 좇느라 흔들리고 지식은 다투면서 드러나게 됩니다. 명성이란 건 결국 서로를 반목하게 만들고 이로 인해서 다툼이 일어날 지식이 도구로 이용됩니다. 명성을 쫓는 것 그리고 지식을 다투는 것, 이 두 가지는 흉기와도 같습니다. p148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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