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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슬픈 책은 시적인 구절로 시작됩니다.
옮긴이의 글과 저자의 한국어판 서평이 가슴을 벌써 울리기 시작합니다. 기아에 굶주리는 사람들에 대한 글은 이미 몇권 읽었습니다. 작년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김혜자님의 글과 한비야님의 책을 통해서.그리고 제가 개인적으로 읽었던 몇몇 책을 통해서.
그런데 이 책은 참 쉽습니다. 아이와 아빠의 대화로 풀어나가는 간결하고 쉽고, 이해가 안될 수 없는. 참으로 간단하고 짧은 문장으로 엮어진 부피 또한 부담되지 않는 글입니다.
그런데 왜일까요. 이 책을 대하고 난 마음이 다른 어떤 책을 읽고난 다음보다 더 무거운 것은... 이 책이 가진 시적인 분위기 때문일까요? 기아와 시적이라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불일치의 조화! 아니면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면서도, 사실은 너무나 잊고 살려고 노력해왔던 비열함에 대한 회한 때문일까요.
우리는 쉽게 말합니다. 빈곤과 가난은 구조적인 문제이라고. 그런데 그 구조적인 문제가 의미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요. 그런 것에 대해서 가장 통렬하게 말하는 책이 바로 이 책입니다.
인류의 기아는 구조적인 것이다. 의도된 것이다. 굶어 죽어가는 자들의 책임이 아니다.
바로 우리들이 책임이다.
이 책은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경제적 여유를 가진 우리들 대부분이 그들의 기아의 원인 제공자라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그래서 슬픔이 나를 감쌉니다. 나름대로 성실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던 내가, 사실은 비열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세상이 그토록 비정한 것인 것을 몰랐다는 변명이 기아로 죽어가는 사람들 앞에 얼마나 무책임한 것인가를...
가슴이 저려 옵니다.
죽어가는 그들은 누구이고, 살아남는 나는 누구인가.
나도 한때는 세상의 빛이 되고자 노력했던 사람이었는데, 이제 나도 모르게 세상의 한 부속이 되고 말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이 아픔이 희열일까요. 가슴을 찢는 회한일까요...
아무튼 이 책은 권하고 싶습니다. 내 힘이 닿는 한까지,,, 이 땅에 살아 있는 모든 생명들에게 삶이란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기아는 구조적이고, 그것은 나의 책임이라는 것을.